제국의 충돌 -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훙호펑 지음, 하남석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전세계인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지만 몇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 있는 것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다. 소련의 붕괴 이후에 유일한 초강대국의 위치에 있는 미국과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한 이후로 미국에 맞서기 시작한 중국의 대립과 갈등은 관련된 여러 나라 입장에서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입장인지라 늘 주시하고 있는 문제다.


특히 우리 나라는 안보면이나 문화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미국이 중요하긴 하지만 막대한 무역 이익을 거두고 있는데 다가 북한을 견제할 수단으로 중국도 무시 못할 나라라서 어느 한 편으로 서기가 어려운 상태다. 중립을 취하면서 그때그때 우리의 국익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이 두 나라의 갈등이 왜 일어나는가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본질을 알아야 선택의 순간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하게 본다면 민주주의의 미국과 공산주의의 중국이 이념적으로 갈등이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큰 갈등 구조로 커지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상황은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과거 미국과 중국이 밀월 관계 일 때는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었는가. 그때나 지금이나 중국은 여전한 공산 국가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두 국가의 대립을 불러온 것인가. 그것은 자본의 문제고 자본의 경쟁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주장하고 있다.


거칠게 말해서 '돈'때문이다. 1972년에 미국 닉슨이 중국을 방문한 이래로 두 나라는 큰 충돌 없이 평화적인 사이가 되었다. 미국으로서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인데 당시의 중국은 미국에 경제력으로 비할 바가 못되었기에 갈등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자본주의가 보편화된다면 공산주의도 붕괴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런 논리는 어느 정도 타당했다.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도 결국 민주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경제 발전을 위해서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줬는데 그중에서 큰 것이 바로 '최혜국 대우'였다. 그리고 중국에서 싼 임금으로 생산한 상품은 미국에게도 이익이었기에 두 나라는 공생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발전 속도가 높아지면서 그야말로 세계의 부를 휩쓸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미국은 조금씩 경제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특히 2008년의 세계 금융 위기로 한바탕 휘청거린다. 중국 또한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 경제가 나빠지면서 과잉 축적의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것을 타파하기 위해서 내적으로는 민간 기업과 중국 진출 외국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외적으로는 차관 등의 형태로 다른 나라로 진출하게 된다. 중국의 내수를 바라보던 미국 기업들은 불공정한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 불만이 쌓이게 되고 자본의 흐름이 명백히 미국에 불리하다고 여기게 된다. 이런 경제적인 문제와 함께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는 행동을 하는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양국의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이 책은 서로 공생의 사이였던 미국과 중국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갈등에 이르게 되는지 그 내막을 잘 설명하면서 결국 자본의 경쟁이 이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중국은 공산 국가이긴 하지만 자본주의 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중국이 이렇게나 경제적인 발전을 빠르게 이룩하게 될 지 예측하지 못했고 경제 발전과 관계 없이 중국 공산당의 국가주의가 이토록 강력하게 고착될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성숙해진 많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중국 공산당은 그 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 두 나라의 갈등은 20세기 초반의 영국과 독일의 갈등을 닮아가고 있어서 종국에는 전쟁에 이를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미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과 중국은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의 승리로 일찍 끝났다면 다음이 대만 차례라는 말도 있다. 대만을 사수하기 위해서 미국이 참전한다면 엄청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행이라면 중국은 2차 세계 대전때의 독일보다는 덜 군국적이라는 점이다. 어떤 점에서는 협상의 여지가 많고 다른 방법으로 경쟁이 더 격화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수년 동안 악화되었고 단기간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과잉 자본과 과잉 생산의 재분배가 잘 이루어진다면 어느 정도 갈등이 가라앉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세계적인 경제 침체 속에서 우리 나라의 경제도 힘들어 가고 있는 이때 미국과 중국 모두에 발을 걸쳐 있는 우리는 이 나라들의 갈등을 면밀하게 살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좋은 통찰력을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