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지 1~10 세트 - 전10권
시내암 지음, 김팔봉 옮김 / 문예춘추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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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4대 기서라고 하면 삼국지, 수호지, 금병매, 서유기를 가리키는데 이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삼국지이다. 위,촉,오 삼국의 쟁패를 다룬 이 소설은 조선 시대 이후로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다. 여러 명의 작가들이 삼국지를 번역하기도 해서 종류도 여러가지가 있고 무엇보다 게임으로 나와서 젊은층에도 비교적 인기있는 책이다.


그런데 4대 기서 중에서 재미로 따지면 무엇이 위일까. 네 작품을 다 읽어본 입장에서 감히 말해본 다면 수호지가 아닐까 싶다. 삼국지는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진행되기에 지은이의 창작 여기가 크지 않다. 서유기는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는 경향이 있고 완전 판타지여서 그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선호되지 않고 금병매는 이야기 자체의 재미는 있으나 성적인 면이 많이 나와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 있을 작품은 아니다.


수호지는 역사적 배경과 인물을 등장시키기는 하지만 짧은 역사적 사실에서 흥미진진한 내용을 창작했고 많은 개성있는 인물들을 출연시켜서 입체감있게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완전 허구는 아니면서 역사적 사실을 적절히 배합해서 더욱더 재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작품이라서 4대 기서 중에서 제일 재미있는다고 생각이 든다.


수호지는 중국 북송 시대를 배경으로 '송강'을 우두머리로 한 108명의 도둑 두령들의 활약상을 그린 소설이다. 단순히 도둑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협을 기준으로 난세에 저항하는 당대 인물들의 이야기들 그리고 있어서 더 사실감을 느끼게 한다. 사실 도둑들의 최고 두령인 송강은 역사책에 여러 무리들과 반란을 일으켰다가 진압이 된 짧은 이야기만 나온다. 이 내용에서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전개가 되는 것이다. 이 108명 두령들의 희노애락이 전반적인 주가 되는 내용이다.


책은 처음에 '고구'의 등장부터 전개가 된다. 고구는 송나라 휘종 황제때의 간신으로 휘종이 단왕 시절에 만났는데 그가 축국을 잘하고 단왕의 비위를 잘 맞추어서 측근이 되었다. 그러다가 황제가 된 휘종이 차근차근 벼슬을 높여주어서 태위의 위치에 이르렀다. 그는 역사책에도 나오는데 능력은 없지만 황제와 가깝다는 이유로 고관대작이 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왜 고구가 책의 처음부터 나오느냐하면 건달 출신의 이 고구가 이후 수 많은 호걸들을 괴롭히는 최악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마치 나비 효과처럼 고구의 악행으로 인해 평범하게 살던 여러 인물들이 도적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책 초반에 고구의 만행으로 왕진, 임충 등이 관직을 버리고 도주를 하게 되고 이들과 연결된 노지심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더 재미있어진다. 뒤를 이어서 호랑이도 때려 잡을 양지의 이야기가 전개가 되고 우여곡절끝에 이들이 양산박이라는 곳에 모이게 됨으로써 양산박 신화가 시작이 된다. 사실 양산박의 주인이라고 할 송강은 처음부터 나오지 않고 2권부터 나오는데 이미 전 중국에 그의 이름이 떨쳐져 있는 상태였다. 그는 의과 협을 중시하며 재물을 아끼지 않고 호걸이라면 누구에게라도 큰 정성을 다한다고 알려져 있어서 수 많은 호걸들이 그를 흠모하고 있었다.


착하게 살던 송강이 다른 사람들처럼 억울한 모함에 빠지게 되어 도주를 하다가 양산박에 들어가게 되고 그때부터 이곳은 호걸들의 집합소가 된다. 이곳에는 송강의 이름을 듣고 들어 온 사람도 있지만 나쁜 사람들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고 쫓기다가 양산박으로 들어온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평소 송강이 눈여겨 둔 인물들을 '공작'을 통해서 모셔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들의 가장 큰 약점인 식솔들을 잘 챙겨줌으로써 진심으로 귀순하게 만든다.


책은 계속해서 호걸들이 양산박으로 들어오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찌되었던 결국에는 양산박으로 오게 되는 것인데 이곳을 나라에서 가만 둘리가 없다. 안 그래도 각지의 도적들로 인해서 정부의 권위가 떨어지는데 양산박은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으로 그 일대에서는 독립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 도적들의 소굴을 치기 위해서 여러번 토벌대를 보냈으나 모두 격퇴당했다. 그러자 대규모의 군대를 보냈지만 그것도 모두 크게 패하게 된다. 그것은 송강을 필두로 한 양산박 세력의 강대함때문인데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오용이라는 제갈공명 못지 않은 전략가가 있었고 군대에서 이름을 떨치던 많은 실력자들이 양산박 두령으로 있었기에 정부 정규군이라고 해도 그들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여러 인물들이 모이고 또 이들을 잡기 위한 관의 공격을 모두 물리치는 과정을 전개시키고 있는데 최종적으로 108인이 모이게 된다. 사실 많은 수호지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난다. 여러 고난과 역경을 뚫고 비록 도적이지만 양산박에서 식구들과 잘 산다는 것으로 끝을 내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행복한 결말 말이다. 그러나 어찌되었던 여러 인물들중에 역사적인 인물도 있는데 이런 식으로 끝내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이기도 하고 훗날의 이야기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많았는지 후속편이 나오게 된다. 이 책은 그 부분까지 담은 책이다.


양산박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좋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들의 총두령인 송강은 자나깨나 정부에 귀순할 생각밖에 없었다. 그는 평생을 충의지사로 살았고 의협심이 두텁긴 해도 어쩔수 없이 도적의 수령 노릇을 하고 있을 뿐 그는 늘 황제에 충성하고 싶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귀순 의사를 밝혔고 의심하던 조건을 내걸고 그것을 지키면 받아주겠다고 한다. 그것은 나라에 반란을 일으킨 역적들을 토벌하라는 것이었다. 


송강은 기꺼이 그 조건을 받아들이고 양산박 세력을 이끌고 반란군을 토벌하러 간다. 전호, 왕경, 방납등을 차례로 토벌하고 송을 위협하던 요나라까지 굴복시킨다. 그래서 끝내 진정성을 인정받고 귀순해서 큰 벼슬까지 받는다. 그러나 큰 공을 세운 이들을 시기 질투하던 간신들이 한 두명이 아니다. 수호지 최고의 악당이라고 할 고구를 위시한 간신 세력은 모함 날조에 능한 인물들이고 그들의 간계에 의해서 송강을 비롯해서 여러 인물들이 죽게 된다. 이미 방납이 난을 평정하러 갔을때 많은 호걸들이 죽게 되는데 여기서 중요 인물들이 죽게 되는 것이다.


이야기 구조로 보면 양산박에 하나 둘 호걸들이 모이고 송강이 합류하면서 여러 호걸들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이들을 토벌하기 위한 관군의 공격을 격퇴하면서 서서히 재미가 고조가 되다가 정부에 귀순하기 위해서 여러 반란을 평정하면서 호걸들의 죽음으로 조금씩 하락하다가 송강의 죽음으로 한순간에 급락한다. 그러다가 남은 인물들이 북송의 멸망기에 여러 활약을 하게 되고 끝내 이들만의 나라를 만들게 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된다.


사실 소설속에 언급된 양산박 세력을 보면 능히 나라를 세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기에 대규모 정부군을 격퇴시키고 여러 반란과 요나라까지 섬멸할 수 있었을 것이다. 108인의 면면을 보면 왕같은 송강 아래로 오용, 공손승같은 군사 책략가와 노준의같은 지략과 배짱을 갖춘 대장군 스타일의 인물들, 그리고 능히 수만의 구사를 거느릴 장군들, 흑선풍 이규같이 무식하게 적진을 돌파할 인물들 등등 능력자들이 많다. 훗날의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도 홍건적 출신의 도적 아닌가.

하지만 역사적으로 북송은 금나라에 의해 망했기에 귀순이라는 형식으로 양산박 세력을 해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책은 흥미롭게 잘 읽었다. 어릴때 몇 번이나 읽었었는데 나이가 들어서 다시 읽으니 옛날의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 책을 평역한 사람은 김팔봉 작가인데 이미 1955년도에 신문에 연재했었던 내용이다. 이것을 책으로 낸건 1984년에 어문각판으로 냈는데 이것을 어렸을때 여러번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에 새롭게 나온 것이 문예출판사판 김팔봉 수호지다. 요즘은 볼꺼리가 넘쳐 나는 시대고 삼국지나 수호지의 전성기도 지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새 장정으로 나오니까 감회가 새롭다.


어렸을 때는 수호지 내용이 다들 비슷한 줄 알았다. 그러나 수호지도 여러 판본이 있다. 우리나라 춘향전도 여러 판본이 있듯이 수호지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내용이 비슷하긴 해도 끝나는 부분이 다르다. 108인이 모이는 것으로 끝나거나 다른 반란을 평정하고 정부에 귀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도 있고 어떤 것은 송강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도 있었었는데 이 책은 가장 긴 판본을 저본으로 삼아서 쓴 책이다. 108인의 한 명이었던 이준이 남은 두령들을 데리고 나라를 세운다는 내용인데 개인적으로는 이 판본이 가장 재미있는 것 같다. 


108인의 호걸들을 전부 다 비슷한 분량으로 다루려면 10권으로도 부족하기 때문에 중요한 인물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것이 아쉽긴 해도 여러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극의 생동감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다양한 성격과 배경이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한다. 초반에는 언급이 많이 되지 않던 이준이나 연청이 후반에 가서 중요 인물로 등장하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역사적 사실을 소설화한 삼국지에 비해서 인물의 성격이나 행동이 더 입체적이고 개성적으로 묘사가 되어서 좀 더 사실적으로 읽게 되는 것이 수호지의 특징이라고 하겠다.


여러 작가들의 번역으로 나와 있는 삼국지에 비해서 수호지는 많은 판본이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책 팔봉 김기진 수호지는 오래전에 나와서 절판이 되었기에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이번에 새롭게 깔끔하게 나온 이 책은 수호지의 완결판이라고 할 만하다. 끝을 어디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있긴 하겠지만 그야말로 모든 수호지 이야기를 총집결한 책은 이 책 김팔봉 수호지 뿐이다. 수호지의 참맛을 느끼려면 팔봉판 수호지를 읽기 권한다.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https://cafe.naver.com/booheong/209768)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1984년도에 나온 어문각판(왼쪽)과 2021년도에 나온 문예출판사판(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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