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역사 - 김 시스터즈에서 BTS까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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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영미 서구쪽의 발달된 대중 문화를 보고 느끼고 소비했던 사람으로써 요즘 서양 사람들이 우리말로 된 한국 가요를 열광적으로 따라부르고 우리 가수들의 공연에 수만의 사람이 몰리는 것을 보면 가끔 이게 왠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미 익숙한 모습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런 현상이 어색할 때도 있다. 


역사를 봐도 한 나라의 문화가 다른 나라로 전파되어서 유행을 할때 그 나라는 부강하고 큰 나라였다. 우리가 수 백년동안 중국으로부터 많은 문화를 수입해서 일상 생활에서 썼었고 광복후에 미국이나 영국의 대중 문화가 우리 사회 전반의 기준이 되었었다. 그렇다면 한류가 상승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부강한 나라이고 큰 나라인가? 그 질문에는 답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건 맞지만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에 둘러 싸여있는 지금 형세를 생각하면 편하게 말 할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한류가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다. 우리가 세계 경제 1등이 된적은 없지만 문화적인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지금보다 경제적인 위상이 훨씬 뒤떨어지던 십 수년 전부터 일어난 일이다.


한류. 한국의 문화적인 흐름이라는 뜻의 이 말은 한국의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큰 관심과 소비가 되는 것을 뜻하는데 그것이 오래되지 않았다. 학자에 따라서 다르지만 보통 2000년 이후 지금까지 20년 정도 되었다고 보는데 사실 2000년은 외환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새로운 분위기가 무르익던 시절이었다. 기존의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억눌려 있던 창의적인 사상이 민주 정권이 들어서면서 서서히 분출하던 시기였다. 다양한 소재로 여러가지 시도를 했고 그것이 큰 인기를 끌면서 외국에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을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이제 20년의 내공을 가진 한류가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하게 될지 일단 한숨 고르는 시간이 필요할 듯 한데 거기에 부합하는 책이 바로 이 한류의 역사다. 한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떠한 과정을 거쳤는지 복기를 하면서 미래에 대비하면 좋을 듯 하다.


책은 우선 한류가 어떤 문화적인 토양을 가지고 발전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는데 암울했던 일제 시대에도 대중 문화는 발달했고 여러 가수들이 큰 인기를 얻었다. 광복 후에도 먹고 살기 힘들었던 그 시절이었는데도 영화나 음악 부분에서 내재적인 발전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당시 사회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미국의 대중 문화는 그 이후 우리 대중 문화의 발전에 큰 토양이 되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세계 초대강국 미국의 문화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끼쳤는데 사실 내용적으로나 기술적으로 미국을 따라가는 나라가 거의 없었다. 그랬기에 많은 사람들이 미국 문화의 영향을 받고 그것을 따라가면서 우리 나름의 대중 문화를 만들어 갔던 것이다.


90년대 중반에는 우리 가요사에서 다양한 장르의 가수들이 흥행을 하는 르네상스시기였다. 음반 판매량도 좋았고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자유로움이 넘쳐났었기에 문화적인 발전도 많이 있었다. 특히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은 한국 가요사를 다시 쓴다고 할 정도로 혁명적이었다. 그러한 문화적인 흐름에 커다란 전환기가 된 것은 바로 IMF사태였다. 국제금융기구의 돈을 빌리면서 나라가 통째로 구조 개혁에 들어가게 된 외환 위기의 시기에 문화계도 그 여파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때가 오히려 기회였다. 국내에서 수백만장의 음반을 파는 등 안정적인 판로가 있던 시절은 끝났기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을려고 했던 것이다. 그래서 국내의 수요와 요구도 충족하면서 세계에서 통할만한 작품을 낼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결실을 맺어서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우리 드라마와 가요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대만에서 특히 인기 있던 우리 드라마는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그 중심에 '배용준'이 있었다. '겨울연가'로 대표되는 한국산 멜로 드라마가 일본 중장년층에 큰 인기를 얻게 되고 배용준은 그야말로 특급 스타가 되었다. 겨울 연가 이후로 많은 한국 드라마들이 일본 방송에서 방영이 되었고 점차 동남아시아로 퍼지게 되었다.


한류에도 당연하게 위기가 있었다. 한류를 소비하는 층이 한정적이었고 일방적인 문화 수입에 거부감을 가지는 나라들도 있었으며 비슷 비슷한 내용의 작품들로 인해서 인기가 시들해질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고 한류는 끝났다 라는 주장까지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한류는 살아남았고 더 센 한류가 왔다. 인터넷 속도 강국이었던 우리 나라가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과 엄청난 발달로 인해서 손쉽게 영상을 소비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에 발맞추어서 기존의 대중 문화도 스마트폰에서 감상하기 좋은 영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그것이 적중했던 것이다. 다른 나라들도 스마트폰 세상이 되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대중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이 적극적인 한류로 발달하게 되었던 것이다. 국경 없는 인터넷의 발달과 영상물을 올리는 유튜브의 확장은 한류의 성장에 큰 요인이 되었다. 한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고 우리 문화계도 축적된 역량을 잘 발휘해서 한류의 확산에 기여하게 되었다.


한류에 있어서 '방탄소년단'의 위치는 태산에 있다고 하겠다. 한류를 넓히는데 일등 공신이면서 자타 공인 전세계 최고의 스타다. 힘든 시기를 거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그들은 인터넷을 이용한 홍보 전략과 진정성 있는 그들의 진심이 합쳐져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게 되었다. 그들을 통해서 한국을 알게 되고 한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그 어떤 가수 보다도 나라를 빛내게 되었다. 


방탄소년단과 함께 최근 한류를 빛내고 엄청난 업적을 이룩한 것은 영화에서 '기생충'의 존재다. 이미 세계적인 감독의 위치에 있는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이미 '칸'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하면서 명성을 떨치고 있었다. 칸 이외에 다른 수많은 영화제에서 수십개의 상을 탔었는데 남은 것은 아카데미였다. 최근 문호를 개방했다고는 하지만 백인에 우호적인 이 영화제에서 기생충이 어떤 성과를 얻을지 가늠하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제에서 무려 4개부분을 그것도 가장 알짜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룬 것이었다. 기생충의 선전은 단순히 수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국 영화를 보는 세계의 눈을 확장시키고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한류에 빛만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최근 아이돌 출신의 일탈은 믿었던 사람에 대한 깊은 배신감으로 돌아왔다. 아이돌 수련과 관련해서는 노예 계약이라는 불공정한 관례가 문제가 되었고 영상 제작 인력에 대한 열악한 대우 등이 문제가 되었고 아직도 완전히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그림자를 제대로 개선하지 않는 다면 한류의 빛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세계를 선도하는 한류의 발전을 위해서도 공평하면서 정의로운 산업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책은 재미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렵지 않는 분야라서 그런지 술술 읽힌다. 지은이는 여러 관련자들의 자료를 많이 인용해서 객관성을 높이고 있어서 다양한 각도에서 한류를 느낄 수 있다. 아쉬운 것은 한류에는 여러 분야가 있는데 주로 음악과 영화쪽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실력의 게임이나 클래식 분야도 다룰 내용이 많은데 그것까지 다루기에는 내용이 너무 방대했으려나. 아무튼 한류 20년의 흐름을 이 책으로 어느 정도 가늠 할 수 있을 듯해서 좋다. 10년뒤의 한류는 또 어떻게 될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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