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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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자체는 벌써 오래전에 출간된 작품이지만 새롭게 책이 나온 김에 읽어봤는데 옛날 분위기가 안나고 감각적인 요즘 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과거시점의 이야기를 요즘 읽어도 신선한 느낌이 들게 하는 작가,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다. 정말 많은 작품을 쓰는 소설 공장장인 이 작가는 그만큼 범작이나 졸작이 있는데 이번에 나온 이 책은 재미면이나 속도감면에서 상위 클라스에 있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책을 잡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는 그런 책. 


이번 작품은 그의 작품중의 하나인 '백야행'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책이다 둘 다 속을 알 수 없는 악녀가 등장하지만 그래도 결이 다른게 악녀에 버금가는 남자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일단 배경은 세기말 90년대 후반이다. 당시 일본은 대지진이 있었고 지하철 사린 가스 사건이 있던 그야말로 흉흉한 시기였다. 이런 음울한 시대적 배경을 갖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배경이 그러하니까 이야기도 뭔가 안 좋은 일이 일어날꺼 같은 예상이 있었는데 역시나 두 남녀가 등장한다. 


마사야. 아버지와 금속 가공 공장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공장이 잘 안된다. 회사가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있는 상황에 돈을 빌려준 고모부가 나타나서 빚을 갚기를 요구한다. 어찌 할 수 없는 그 상황에 대지진이 일어난다. 그 급박한 순간 순간적으로 고모부를 살해하고 만다. 이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 자연 재난 이라는 것을 핑계삼아도 오래 버티지 못하는 법. 그런데 그 상황 모두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이 있다. 그 여자 미후유.


그녀가 그를 살인으로 고발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러나 미후유는 마사야를 살려준다. 단순히 살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와 함께 행복을 찾아서 새로운 곳으로 떠나자고 한다. 망하기 직전인 공장과 대지진의 재난, 살인을 저지른 마사야에게 미후유는 어쩌면 한줄기 구원의 빛이었는지도 모른다. 게다가 미후유는 뛰어난 미모와 매력을 가진 여자. 마사야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행운이 이어지지는 않는 법. 미후유는 새로 떠난 도쿄에서 그녀만의 능력을 발휘해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뒷처리를 마사야가 담당하는 것이다. 미후유의 활동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그 누구던 제거한다. 그렇게 사는 것이 또 다른 행복이라 믿는 마사야.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마사야를 조종하는 미후유의 계략이다. 그녀는 그를 자신의 성장을 위해서 한낱 도구로 이용했을 뿐이다. 마사야는 의심을 하고 있었지만 그도 어쩔수 없었을 것이다. 이미 너무 먼 길을 와버렸기 때문이다.


미후유 주변에서 한 두번 안 좋은 일이 일어나면 그냥 끝났을 이야기인데 계속해서 뭔가 의심쩍은 일이 일어나자 경찰이 냄새를 맡는다. 경시청 형사 카토는 그녀 주위의 사건들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수년에 걸쳐서 집요하게 그들을 뒤쫓는다. 치밀하면서 정교하게 구축된 미후유의 계획과 그녀의 지시에 따라 장기판의 말처럼 뒤처리를 하는 마사야의 행각이 형사 카토를 통해서 급박하게 돌아간다.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시대적으로 세기말적인 불안과 우울의 시대에 주인공들의 처지 자체가 위태롭기 짝이 없다. 그들은 경찰의 추격이 없었다면 어디까지 갔을까. 그래도 나름 양심은 갖고 있던 마사야가 그 폭주를 멈추었을까. 그 시대가 아니라 요즘에 대입해봐도 있을 법한 이야기라서 더 현실감이 있었다. 아마 미후유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것이 남자던 여자던 빠져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암담한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매력적인 이성이 손을 내민다면 그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할 사람이 어딨을까. 재미있었지만 어쩐지 씁쓸한 기운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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