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잔혹한 어머니의 날 1~2 - 전2권 타우누스 시리즈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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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스갯소리로 소설이 잘 안 팔린다고 한다. 워낙 현실에서 비현실적인 소설같은 일이 많이 벌어져서 굳이 상상력의 산물인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다나. 이말이 그럴싸하게 느껴지는 것은 말 그대로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 기괴하고 생각도 못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많은 스릴러 소설에서 단골로 봐왔던 연쇄살인사건 같은 경우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수십년동안 잡지 못했던 범인을 검거하는 일이 있었다. 알려진 것보다 더 잔인하고 더 악랄한 범죄를 많이 저질러서 입이 딱 벌어졌었다.

 

하지만 그런 사건은 사실 많은 것은 아니고 실제적으로 공포스러운 것은 우리 일상에서 쉽게 마주치거나 겪게 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이것은 어떻게 벗어날래야 날 수도 없고 사회 구조적인 면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문제여서 어떻게 보면 더 무서운 느낌까지 드는 것이다.

 

독일의 유명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 넬레 노이하우스가 새로운 신작으로 돌아왔다. 바로 전작보다 2년이 흘러서 나왔는데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해져가고 있는데 딱 맞게 출간이 된거 같다. 이른바 타우누스 시리즈. 이 시리즈는 사건 자체는 피가 흥건한 살인 사건이지만 내용을 보면 상상도 못한 흉악범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그리고 우리가 쳐해있는 현실속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 사실적이고 가깝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많다.

 

이번에 나온 책도 제목부터가 뭔가 가정에서 일어나는 듯한 이야기다. 어느 동네에 남성시체가 발견되는걸로 전개된다. 죽은 사람은 그 동네에서 오래 산 그리고 나이가 여든인 한 노인. 이웃과 단절된 채 홀로 오랫 동안 살아왔고 부인은 실종이 된 상태. 전형적인 고독사라고 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았는것이 노인에게 반려견이 있었다고 해서 찾아보니 집 뒤 창고에서 굶어죽기 직전의 상태로 발견이 된 것이다. 그 상황부터가 뭔가 으스스해질려고 하는데 결정적으로 반려견이 있었던 장소에서 사람의 뼈조각들이 발견이 된 것이다. 이들의 신원을 밝혀보니 오래전에 실종했던 사람들이었고 그동안 못찾았었는데 여기에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거기가 무덤은 아니었을꺼고 분명 살인 사건, 그것도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죽은 노인과 그들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조사가 더 진행되자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게 된다. 우선 이 노인은 고아들을 입양해서 키웠는데 이 과정에 학대가 있었고이것이 사건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종이 일어난 것은 어머니의 날 전후라고 하는거 보면 이 가정에 큰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러면 누가 연쇄 살인범일까. 학대당한 아이들중에 한명일까. 아니면 노인 자신이 살인범일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실체는 드러나고 생각 못한 피해자가 더 늘어나면서 사건의 규모는 더 커지게 되고 진실을 찾기 위한 험난한 과정이 이어진다.

 

이야기는 정말 흡입력있다. 이 작가의 글쓰기는 나중에 알고보면 별거 아닌거 같아도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상당히 긴장감있고 짜임새가 있다. 아주 긴박하고 속도 빠르게 진행되는건 아니고 차근차근 전개가 되어서 어떨땐 좀 지루할때도 있지만 모든 사건은 이런식으로 낱낱이 파고들어야 풀리는 법이다. 진도는 좀 느려도 확실한 느낌을 줬었는데 이번책에는 여전히 진도가 느린듯했지만 의외로 속도가 빠르게 느껴지면서 몰입감있게 이야기가 이어진다. 탄탄한 구성과 함께 바른 속도감이 느껴져서 책 두권의 분량이었지만 한번에 쭉 읽을 수밖에 없었다.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 보덴슈타인과 피아는 전보다 더 완숙한 수사 능력을 보여준다. 피아가 책 속에서 나이가 오십이 되었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벌써?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하긴 시리즈가이번이 9번째니까 세월이 흐르긴 했다. 세월이 흐른 만큼 두 콤비의 꼼꼼함과 세밀함은 더 정밀해진거 같고 복잡하고 눈에 띄지 않는 사건도 하나씩 하나씩 잘 접근하는 것이 잘 느껴졌던 책이었다.

 

우리로 치면 '어버이날'에 일어난 살인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인데 홀로 죽은 노인 문제나 버려지는 아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들은 이미 우리 주위에서도 심심치않게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런 가까운 사회적 현실을 배경으로 사이코패스적인 '악'의 모습을 적절하게 배합을 해서 더 소름끼치는 실제적 공포감을 느끼게 한 작품이란 느낌을 받았다. 사회 구조의 모순이 계속되는 한 또 이런식의 악인은 어디에서든 나타나지 않을까. 오랫만에 책읽기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매력있는 책이었다. 역시 넬레 노이하우스는 넬레 노이하우스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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