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로 인해서 한일간에 큰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사실 이런일은 전 같으면 잘 일어나기 어려운 사건인데 일단은
우리나라 정부가 전에 정권같이 남의 눈치나 볼 정부가 아니고 제일 중요한 것은 이제는 노라고 할만큼 국력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을 보면
국력이 약해서 어쩔수없이 숙이고 들어갈수 밖에 없었던 적도 여러번이다. 물론 그렇다고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시간을 버틴것은 아니다. 나라의 힘도
약했고 위정자들의 의지도 없었기에 수많은 굴욕을 국민들이 견뎌내야했던 것이다. 이제는 어느정도 버틸 힘이 생겼다. 일단 국민부터가 용납하지
않는다. 아직도 우리가 힘이 약한 약소국이라고 미리 겁먹고 꼬리를 내리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자신들의 나라의 힘이 얼만큼 쎄졌는지를 모르고 있기에
그런거 같다. 아니면 그냥 뼛속깊이 매국노이거나.
출판사에서 미래의 일을 생각하고 책을 펴낸것은 아니겠지만 참 시의적절하게 책이 나왔다. 원제는 일본 제국의 말년 정도겠으나 쉽게 패망사로
고쳤는데 큰 무리는 없는듯하다. 제목대로 일본 제국이 어떻게 망해가는가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왜 일본인가? 답은 일본일수밖에 없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부정적인 일만 해왔던 나라다. 평화로운 시기도 있었지만 수세기동안 우리에 대한 욕심을 응축시키다가 임진왜란으로 그 본색을
드러냈고 결국 조선을 식민지화하는데 성공했다. 일본을 경계하는 소리는 계속 있어왔지만 당시 조선의 힘이 약해지고 세계사적인 조류에 뒤쳐진 나머지
끝내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게 된 것이다.
그럼 이제 광복한 지금은 괜찮은가? 아니다. 지금 일본이 하는 행태를 봐라. 그들은 자기들이 과거에 저지른 일에대해서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왜곡을 한다. 역사에서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일본 국민은 이웃 나라에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지배층은 철저히 역사를 왜곡하고
나쁜 짓을 했는것에 대해서 발뺌을 한다. 이제 우리의 힘이 어느정도 커졌기에 이 정도이지 지난 5-60년대처럼 힘이 약했다면 더더욱 우리를
압박했을 것이다. 1592년 임진왜란 이후에 꼬박 300여년 후에 왜놈들의 침략을 당했다. 이제 광복한지 100년. 또다시 그런일이 벌어지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이럴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일본이 어떻게 망하게 되었는지을 알아가는것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앞으로 미래를 생각해서
말이다.
일본은 분명 우리보다 근대화에 앞섰고 그것이 성공했기에 우리를 침략했지만 내재적인 능력이 뛰어난것보다는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리적으로 우리에 비해서 당시 열강들의 각축장에서 약간 비껴났고 다른 제국주의 국가들과의 협상을 통해서 운이 좋게 우리를 침략하는데 성공했다.
사실 청일전쟁이나 러일전쟁도 물론 일제의 힘이 어느정도 있긴 했지만 그렇게 쉽게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마 좀더 장기전으로 갔다면 일본이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도박은 결국 성공했고 미국이나 영국의 묵인을 받으면서 조선에 대한 침략을 강행했던 것이다. 그들이 정상적인
근대화를 이룩한것이 아니라 피로 얼룩진 음모와 계략에 의해서 이루어진것이기에 일제는 망할수 밖에 없었다. 제대로된 민주주의가 행해지지 않았기에
지금까지도 그 영향하에 있는 것이다.
그럼 일본은 왜 전쟁을 일으켰을까. 그리고 왜 성공하지 못했을까. 일본이 저지른 태평양 전쟁은 우리에게는 큰 시련을 주었지만 다른한편으로는
이 전쟁이 필패일 수밖에 없었기에 광복이 가까이 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우리에게는 중요한 전쟁인터라 이 전쟁을 일본이 어떻게
수행을 했고 그 겱과가 어떠했는가를 아는 것이 상대를 안다는 점에서 중요한 것이다. 불행하게도 제 2차 세계 대전은 한 축을 담당했던 태평양
전쟁에 대해서 많은 책이 나온것이 아니다. 히틀러의 유럽 전쟁은 관련국도 많고 영국 프랑스 미국등 강대국이 참전했기에 관련 서적이 수도 없는데
이쪽은 많지가 않다. 제대로된 태평양전쟁 통사도 잘 없는 편이라고 한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이 어찌보면 최초의 통사라고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 책도 사실 나온지가 꽤 된다. 1970년에 나왔다니 거의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 번역이 되었다는것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일본의
도움을 받고 있던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단 책은 그야말로 장대하다. 이책의 장점이자 단점인 아주 아주 세밀하게 내용을 전개시키다보니 책 쪽수가 엄청나다. 지은이가 정통
역사학자는 아닌 대신에 집요한 저널리스트다 보니 각종 자료와 인터뷰 등 자료를 엄청나게 모아서 그것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묘사하기 때문에 내용이
길다. 천천히 호흡을 길게 갖고 읽어야 할 책이다.
책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 36년도 부터의 상황을 면밀하게 그리고 있다. 어떻게 해서 전쟁이 일어나게 되는가에 대한 설명을 상당히 길게 하고
있어서 본격 전쟁이야기는 후반부에 집중이 된다. 우선 지은이는 이 전쟁의 기원을 1936년 2월 25일에 일어난 일본 청년 장교들의
쿠데타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미 1920년대부터 중국으로의 침략 야욕을 보였던 일제는 1931년 만주사변을 일으키면서 본격적으로 대륙
침략을 감행했던 터였다. 만주에 진출해있던 일제가 만주를 거점으로 중국을 침략하려는 것을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그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은 그때까지의 대륙 침략이 덜 적극적이다는 어이없는 주장때문이었다. 이른바 황도파였던 그들은 더 적극적인 공세를
취할 것은 주장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쿠데타를 감행했던 것이다. 큰 세력이 아니었기에 그들의 반란은 진압이 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후
일본의 권력은 군대로 집중하게 된다. 일본은 그야말로 군국주의 국가로 나아가게 된 것이었다. 그런 바탕이 있었기에 뒤에 이어지는 여러 전쟁이
치밀한 계산없이 일어나게 되었고 그러기에 지은이는 이 사건이 태평양 전쟁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일제는 루거우차오 사건으로 본격적인 전쟁을 시작한다. 바로 중일전쟁이다. 만주사변이 일어난 1931년 이후에 꼭 6년만인 1937년에
진짜로 중국을 침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중국은 신해혁명 이후 분열되어 있었다. 장개석의 국민당과 모택동의 공산당이 서로 싸우고 있었을뿐만
아니라 아직도 여러 지역에서는 지역 군벌들이 권력을 차지하고 있어서 통일된 중국으로 일본과 싸우기 힘든 실정이었다. 이것을 일본이 파고들어서
이른바 아시아를 해방시킨다는 대동아공영권의 기치아래 중국 본토로 진출한 것이다.
초기에 파죽지세로 전쟁을 승리도 이끌던 일본은 이후 어느 정도 적당한 선에서 중국과 협상을 하려고 한다. 아마 그때 성공적인 협상을 했다면
우리나라나 중국은 오랫동안 일제의 압제아래서 신음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번 생긴 욕심이 그리 쉽게 가시기야 할까. 기어코 중국대륙을
다 집어삼키겠다는 군부의 야심은 결국 협상판을 깨트리게 되고 전쟁속으로 더 몰두하게 된다. 게다가 유럽에서 세계 대전이 일어나는 통에 아시아에서
영국과 프랑스의 힘이 약화되면서 그들이 지배하고 있던 동남아가 무풍지대가 된다. 그곳의 천연자원등을 욕심낸 일본은 동남아시아로 전선을 확대,
전쟁은 더 커지게 된다.
사실 이때쯤이면 일본은 미쳤다고밖에 생각하지 않은 수 없다. 한 나라를 침략하고 식민지화 하는것도 수많은 계획과 시간이 필요한데 중국에
이어서 동남아시아라니. 그 드넓은 땅과 수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자기들의 힘으로 지배를 한다는 것인가. 한때 점령할수는 있겠지만 과연 얼만큼
지킬수가 있을까. 그러나 이때 일본은 그런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초기의 승전에 도취된 나머지 그냥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이들이 제 정신이 아니란 것은 바로 미국에 싸움을 걸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것이었다. 당시에도 미국의 국력은 어느 나라보다 컸었는데
무엇보다 두려운 것은 강력한 생산력이었다. 미국의 거대한 생산력을 일본도 독일도 무시했기에 그런 무모한 결론을 내린 것이었다. 물론 일본은
초기의 승리 후에 미국과 협상을 통해서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을꺼라는 생각을 했다. 전쟁을 오래끌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스스로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한대 때리고 손을 내민다고 오케이 할 나라가 있을까. 그것도 미국처럼 진짜 대제국이? 진주만 공격의 승리로 전쟁의
주도권을 쥐었다고 생각한 일본. 하지만 생각보다 미국의 전시 생산력은 어마어마했다. 곧 일본 전역을 초토화 시킬 전력을 구축한 미국은 재빠른
반격을 가했고 일본은 그야말로 연전연패를 했다. 전쟁을 끌낼 수 있는 여러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군국주의자들의 고집으로 수십만명이 죽은 핵폭탄 두
방으로 전쟁이 끝나고 말았다.
지금과 그때를 비교해본다면 물론 그때처럼 일본이 군국주의 국가가 아니긴 하지만 일반적인 일본 국민은 배제된채 지배층이 교묘한 술책으로
나라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 비슷한거 같다. 그때도 일본 국민은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천황에 대한 충성을 하면서 총알받이로 죽어갔다. 소수의 미친
군부에 의해서 나라가 수렁속으로 굴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의 일본도 대부분의 일본 국민이 현상황의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고 아베정권이
국민을 속이고 있다. 징용문제에서 보듯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사과는 커녕 인정도 안하고 그저 한국탓을 하면서 우리를 무시하고 있다. 그때랑
비슷하다고 볼 수 있지 않는가.
지은이는 여러 책을 썼는데 쓰는 책 마다 수많은 자료와 인터뷰, 사진 등을 이용해서 당시의 상황을 아주 세밀하게 재현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이 책도 마치 그날을 그대로 보듯 생생하게 묘사가 되고 있다. 그것은 장점이겠으나 그만큼 전개가 느려서 사람에 따라서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는 것은 단점이다. 전쟁사를 좋아하는 나도 읽다가 졸음이 오는 부분도 있었기에 보통 사람이라면 읽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을때는 기본적인 배경인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에 대한 대략적인 지식을 가지고 하루에 100쪽정도로 천천히 읽어내려가야 덜 지루할꺼 같다.
한번에 다 읽을려면 힘들다.
내용은 그리 어렵지 않게 쓰여졌다. 번역도 나쁘지 않고 감수도 잘 된거 같아서 오랫만에 보는 대작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책도 우리가
비판적으로 봐야 할 것이 지은이의 처가 일본인이라는 점이다. 일본인 아내때문에 일본의 자료를 얻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일본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었다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서문에 보면 태평양전쟁이 미국의 책임이라는 것을 주장하는 수정론적인 내용이 들어있다. 이것은
일본이 전쟁의 이유로 든 미국이 일본을 괴롭히고 생존에 위협을 주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전쟁을 일으켰다라는것과 상통한다.
게다가 아시아인은 일본의 전쟁을 자신들의 싸움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고 일본의 승리가 서구의 지배에서 해방되는 기회로 여긴 사람이 많았다는
표현이 있는데 누가 그런 소리를 했다는 것인지? 일본측의 수많은 미치광이들을 인터뷰하면서 지은이가 그들의 말을 진심으로 믿게 되어서 그런것이
아닌가 싶다. 책이 전적으로 미국 책임론을 강변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중간중간에 미묘하게 일본의 전쟁 책임을 희석시키는 부분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긴 1970년대라면 일본이 다시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을때고 태평양 전쟁 당시 일본이 저지른 만행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을때라서
책의 내용에 한계가 있을수 밖에 없을 것이다.
책이 쓰여진 시대적인 상황을 감안한다면 기분나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분명 읽어볼만한 책이다. 흔히 우리가 일본을 치밀하고 아주 계획적이고
우리보다 몇 수 앞선다 이런식의 미화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물론 그런면도 있겠지만 국가적인 상황에서 전혀 그렇지 않음을 이 책에서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야말로 아무런 대책도 없이 전쟁을 일으켜서 수많은 사람들을 지옥으로 몰고간 것을 잘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경제 전쟁도
이득을 따져서 계산해본다면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즉흥적으로 그냥 우리나라가 넙죽 항복할꺼라고 생각하고 저질러서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을 볼 때 이책에서 보여준 일제의 민낯이 낯설지 않은 것이다. 언제나 경계해야할 일본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책이란
생각이 들면서 50년이 흐른 지금 더 많은 자료가 축적이 된 이때에 더 나은 일본 제국 패망사가 나오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