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기류 미사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재미있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 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란다.
죽음에 있어서 매혹적인 것이 있을수있을까? 죽음은 그 자체로 끝나는것인데 죽음이 매혹적이라...
일단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끌었는데 내용도 읽어보니 간결하고 속도감있게 읽혔다.

전체는 에로스,욕망,집착,자살, 그리고 임종에 이르는 죽음과 관련된 5개의 주제로 쓰여졌는데
첫장과 둘째장이 벌써 놀라운 이야기로 시작된다.
죽음과 에로스, 그리고 욕망은 어떻게 보면 연결될수 있는데 사람의 욕망이란게 참 어디까지 나타날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사랑이란 정신적인 것과 육체적인 것이 있을것인데 죽음으로써 그것들은 사라지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경계를 넘어서서 생명이 없는 시체에서 그 사랑을 가질려고 하는 것을 읽곤 전율감마져 일었다.
확실히 현대에선 상상할수도 없는 일들이 과거에 있었던 것이다.
현대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그렇게까지 가까이 있고 싶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연민의 정이 어느 정도 들지 않는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죽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을 만족시키기 위해 죽은 사람의 시체까지 동원이 되는것이리라...어찌보면 지독한 이기주의일것이다.
아무리 죽어서 움직일수 없다고 해도 그것을 아무렇게나 할수 있는 권리는 누구한테도 없을것이기 때문이다.

집착과 자살은 서로 반대되는 주제이긴 하지만 어떻게보면 통하는 주제라고도 생각이 된다.
삶에 대한 강한 욕망이 집착으로 나타나지만 어떻게 보면 더 나은 곳에서의 삶을 살고자 하는 강한 욕망으로 자살을 선택했다고 볼수도 있을것이다.
기독교에서의 교회 묘지에 매장될려는 사람들의 욕망, 성유물을 가까이 두고 오래살려는 몸부림, 여러 자살클럽이 있었던 유럽의 모습들이 흥미롭게 읽혔다.
이 모든것도 결국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죽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책의 반정도의 분량을 차지하는것이 마지막 5장인 임종과 관련된 것이다.
사실 제목은 임종이지만 전체적인 삶의 모습과 각 인물의 성격을 같이 나타냈다고 볼수 있는 글이었다.
여러 사람들의 참 다양한 임종을 볼수 있었는데 특히 톨스토이의 성품은 재미있었다.
부부사이에는 비밀이 없어야 한다면서 자신의 치부라고 할수 있는것을 부인이 알게 했는데 역시 대문호답게 독특한 성격을 가졌다싶었다.

지은이 기류 미사오는 요즘식으로 말하면 '블루오션'작가다.
논픽션 다큐적인 글들을 쓰는데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들뿐만 아니라 궁금하게 할 내용들을 참 부지런히도 잘 쓴다.
이책만 하더라도 죽음에 대해서 무슨 관심이 있을까했는데 이런 다양한 내용들을 엮어서 한권의 책을 냈다.
어떻게보면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들인데 가공해서 내놓은 솜씨가 여간아니다.

아쉬운것은 죽음에 대한 자료가 대부분 서양것이라는 거다. 동양의 그런 자료는 부족해서 그런지 몰라도 전체 내용에서 동양과 관련된 이야기는 거의 눈에 띄지않는다.
이쯤되면 제목을 알고보면 매혹적인 '서양'죽음의 역사로 해야되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역사라고 이름 붙이기엔 시대적인 연속성이나 내용이 좀 거창한거 같다.
역사상의 죽음의 의미를 알아본다는 의미로 해석해야할꺼 같다.

사실 책 내용은 제목의 기대치에 좀 못미치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책 자체는 참 잘 만들었다.
장정도 훌륭하고 종이 재질도 매끄럽고 이쁘다. 글 중간중간에 있는 많은 관련 자료나 명화들이 더욱더 빛난다고나 할까.박음질도 튼튼하고 디자인도 눈길끌만하다.
소프트웨어보단 하드웨어가 더 매혹적인 책이라면 과장일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

책을 보면 노란색띠지에 한 문장이 적혀있는데 아주 강렬하다.
'사람은 사람을 나눌 때마다 짧은 죽음을 경험한다'.
이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멋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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