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1~2 세트 - 전2권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존 톨랜드 지음, 민국홍 옮김 / 페이퍼로드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인류역사상 수많은 인물이 있었다.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위인도 있었고 악인도 있었다. 고대 중세에는 전쟁을 통해서 영웅이 되었지만 상대편에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몽골의 징기스칸은 작은 부족에서 자라나 대제국을 일으켰지만 그의 잔인한 정복 방식은 역사적으로 내내 논란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야말로 인류역사상 가장 잔혹하고 악마적인 인물이라고 한다면 단연코 아돌프 히틀러를 꼽는다. 수백만의 무고한 유대인을 학살하고 끔찍한 전쟁을 일으켜서 또 수백만의 사상자를 낸 제 2차 세계 대전의 장본인.

 

히틀러가 죽은지 70년이 흘렀지만 그의 영향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경제가 안 좋아지고 여라나라에서 발생한 난민사태와 이민자들의 문제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극우세력이 힘을 얻고 있는데 그들 대부분이 나치를 추종하고 있으며 히틀러가 그 정점에 있다. 대체 이 히틀러라는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이미 의미가 없는 그의 사상을 따르려고 하는가. 히틀러는 당대에 이해할수 없는 상태로 급부상해서 역시 이해할수 없이 전세계를 뒤흔들었기에 우리는 그를 알아야한다. 그래야 미래에 또 그런 미치광이가 나타나도 알아채고 쫓아낼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히틀러의 본심을 알지 못했기에 그가 진군하는 것을 그냥 놔두지 않았겠는가.

 

히틀러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와있어서 어느정도 인물됨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뭔가 아쉽다. 완벽하지가 않다. 수천만명을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지게 한 악마같은 히틀러가 대체 어떤 인물이었는지 알기가 쉽지 않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가 별 볼일 없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툭 한대 치면 넘어갈만한 연약하고 유약한 인물이었던 그가 어떻게 최고의 선동가가 되어서 역사를 헝클어버리게 되었는지를 알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결정판'이라는 제목에 고개를 끄덕일수밖에 없을 정도로 히틀러를 세세하게 하나하나 분석하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독일 총통시절의 히틀러만 기억하고 있다. 수백만 군대와 전 독일 국민의 무조건적인 숭배를 받고 전 유럽을 석권하다시피한 전쟁광으로써의 히틀러. 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그런 빛나는 순간은 어찌보면 짧았다. 그가 어렸을때부터 청년에 이르고 정치에 입문하기 전까지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면 놀랄 사람이 많을 것이다. 히틀러의 초년기에서 청년기는 어떻게보면 그냥 평범한 일상이었음을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

 

부드러운 어머니와 달리 술꾼에 흉폭한 그의 아버지와 여러가지 이유로 대립을 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그의 일생에 영향을 미쳤다고는 하지만 그 당시 그의 아버지같은 스타일은 어찌보면 일반적인 모습이었기에 히틀러의 기질을 설명하는데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는 때로는 소심하기도 하고 때로는 연약하기도 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쟁은 상상도 못할 열렬한 화가 지망생이었다. 그러던 그가 제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면서 인생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사실 1차 세계 대전도 짧은 국지적인 전투로 끝날뻔도 했지만 끝내 국제전으로 비화되면서 수많은 사상자를 낳게 되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전쟁에 진 독일이 짊어진 배상금 문제였다. 여러 승전국들에게 영토도 빼앗겼지만 천문학적인 배상금은 독일에게 큰 부담이었다. 당시 민주주의 정권이었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그 혼란을 수습할 능력이 없었다. 경제도 불안하고 사회도 불안정하면서 독일 국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을때 히틀러가 등장한 것이다. 그는 별 존재도 없던 독일 노동자당에 입당해서 훗날의 나치당으로 발전시킨다. 그때 그의 탁월한 웅변술이 먹힌 것이다. 사실 그의 연설을 자세히 들어보면 온갖 허세에 비논리성이 잔뜩 들어간 내용이었지만 당대 민중의 군중심리를 교묘히 파고 들고 달콤한 이야기로 귀와 눈이 멀게 했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1차 대전 전후 독일의 상황 그리고 1929년에 미국에서 터진 세계대공황때문에 독일 국민들은 차분히 그를 관찰할 여유가 없었고 히틀러는 그것을 정확히 포착하고 이용했다. 몇번의 실패도 맛봤지만 결국 권력을 움켜쥐었고 전 독일이 그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되었다.

사실 그가 권력을 잡았다고 해도 어설픈 모습을 보였다면 그에 대한 지지가 오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황제에 버금가는 비상 대권을 가지고 우선 경제를 안정시키기 시작했다. 전후 베르사유 체제를 거부하고 독일 경제를 일으킬려고 했다. 많은 부분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입안한 경제 정책이었지만 어쨌든 정책적으로 적절하게 시행해서 성과를 거두었다. 여성의 일자리를 뺏어서 남성에게 일자리를 준 대신에 국가에서 저리로 생활비를 빌려주는 등의 정책이 호평을 받으면서 몇년사이에 독일 경제는 놀라보게 좋아졌다. 그 좋아진 경제력을 바탕으로 외부 침략에 나서게 된 것이다.

 

책은 그야말로 히틀러가 한 걸음 내딛는것도 묘사하겠다는듯이 상세하게 그의 행보를 적고 있다. 사실 그가 본격적인 정치의 길로 들어서기전 청년기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는 최대한 그의 측근과 친척, 친구들의 증언과 각종 문서를 통합해서 그의 젊은 시절을 복원시킨다. 그 당시 히틀러는 여러 여성과 어울렸지만 바람둥이라고까지 할만한것도 아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책에서 2차 세계 대전의 서막을 열게 되는 체코 수테텐 지방의 점령부터 그가 죽을때까지의 묘사는 2차 세계 대전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상세하다. 당시 체코 대통령부터 영국과 프랑스의 총리 등도 등장하면서 그들간의 긴장과 속임수, 술수 등이 총망라되고 결국 히틀러가 어떻게 약속을 깨게 되는지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세계 대전이 어떻게 일어나게 되는지 그 밑바탕이 되는 사실들을 잘 알 수 있게 한다.

 

책은 방대하다. 1,2편 합쳐서 1600여쪽에 달한다. 백년 산 인물도 아니고 50년쯤 살았는데 그중에서 그가 권력을 얻고 광기를 드러내던 15년 전후로 되는 시기가 인류 역사상 엄청난 일이 일어났던 시기였고 그 시기에 그가 어떻게 권력의 중심부에서 전세계를 피로 물들이게 했는지 낱낱이 밝히고 있다. 화가 지망생이면서 자살 시도도 2번이나 하고 별볼일 없는 삶을 살던 한 인물이 광기어린 악마가 되는 과정을 탁월하게 그리고 있는 책이었다. 지은이는 이 책을 쓰기 위해서 10여년동안 200여명에 달하는 그와 관련된 인물들을 인터뷰했고 알려지지 않은 여러 미공개 문서들, 글들을 종합하고 교차검증해서 히틀러라는 인물을 다각적으로 재생시키고 있다.

 

히틀러라는 괴이한 인물은 당대에 그밖에 없었으니 그에 관해서 모든 것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히틀러라는 인물을 이만큼 잘 복원해낸 책도 드문거 같다. 책의 내용이 많지만 히틀러를 알아가기에는 이 책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을 기점으로 다른 히틀러 평전을 같이 읽어간다면 더 풍부하고 입체적으로 이 희대의 악마를 들여다볼 수 있을꺼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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