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스페셜 2
KBS 역사스페셜 제작팀 지음 / 효형출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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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와 같은 대중오락사회에서 TV에서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인기를 꾸준히 얻기는 어렵다. 특히 요즘은 좋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시청률등락에 따른 생존여부결정에 의해 그 방영시간대가 점점 뒤로 가고 있다. 골든아워때는 대부분 1회성 단순오락프로그램이 평일이든 주말이든 차지하고 있으며 다큐멘터리를 포함한 교양프로그램들은 11시 넘어 심지어는 자정 이후에 편성되는 경우도 많다.

KBS1 또한 이 원칙에서 크게 벗어남이 없지만, 그래도 공영방송이라 가끔 좋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영하는데, 이 역사스페셜이라는 프로그램은 토요일 오후 8시 골든아워때 다른 방송사의 뉴스나 드라마와 경쟁하면서 몇년째 인기를 끌어오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충실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새로운 시각과 다른 각도에서의 접근을 제공해준 이 프로그램을 책으로 옮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TV로 방영되었던 내용이라 내용의 집필에 있어서는 그다지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 같지만, TV같이 철저히 시각에 호소하는 매체의 내용을, 더군다나 역사를 재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컴퓨터 그래픽까지 사용했던 프로그램을 활자화시키는게 가장 큰 문제였을 것이다. 책의 내용을 TV나 영화로 옮길 때도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듯이... 하지만 아쉬운 면은 남아있어도 이 책은 방영되었던 내용이 꽤 충실히, 성공적으로 재현되어 있다.

이 책의 가치는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당연하게 알고 있었던, 혹은 관심이 별로 없었던, 단지 교과서를 달달 외우면서 익혀왔던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새로운 접근방법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책에서 다루는 역사는 결코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다. 이 책속의 역사는 편견에 치우치지 않고 과학적이며, 살아움직이는 흥미진진한 역사다. 2권부터 봤는데 이후 1권과 3권을 계속 사게 되었다. 곧 4권도 사게 될 것 같다. 즐거운 중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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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 레스토랑 가이드 2002
메뉴판닷컴 편집부 엮음 / 메뉴판닷컴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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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판닷컴의 회원으로서, 중요한 식사 약속이 있을 때, 혹은 뭔가 색다르고 맛있는걸 먹고 싶을 때 이 사이트에 들어가 음식점을 검색해보는게 하나의 버릇이 되었다. 그래서 사이트의 내용을 종합한 책이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마침 책이 출간되었다.

책의 구성은 사이트 회원들이 선정한 주제별 베스트레스토랑이 책의 앞부분에 간단히 소개되어 있고, 지역별로 나뉜 513개 음식점들(서울,경기)의 정보가 있고, 각 지역별로 간단한 지도도 붙어있어 개별레스토랑 정보를 보충해주고 있다. 책의 뒷부분에는 이름별,업종별 색인과 쿠폰이 있는데 쿠폰은 유효기간이 2002년말까지이니 이후 책을 사실 분들은 쿠폰의 개정여부를 체크해봐야한다.

책에 소개되는 정보는 상당히-혹은 너무나- 간단하다. 요즘 나오는 음식점에 대한 다른 책들에 비교해봐도 정보가 정말 간단하다. 음식점 실내사진과 대표메뉴 사진, 음식점 소개글, 대표메뉴명과 가격, 전화번호, 좌석 수, 주차가능 대수, 영업시간, 찾아가는 길 등인데, 특히 음식점 소개글과 대표메뉴, 찾아가는 길에 대한 정보는 그 정보의 양이 충분하다고 느낄 사람이 얼마나 될까하는 의문이 든다.

이런 간략한 정보에 대한 배경은 첫째, 메뉴판닷컴이라는 최고의 음식점 정보사이트의 회원들이 추천한 집들이니까 어느 정도 품질은 보장되었으니 구구절절한 설명보다는 지역과 메뉴를 보고 이 중에서 고르면 별 무리없을 거라는 자신감, 둘째는 -진부하지만- 한정된 지면이라는 제약을 들 수 있겠다.

사람의 입맛은 워낙 개별적이고 주관적이라 음식점 안내책은 사실 그 선정과정에 대한 완벽한 객관적인 기준은 불가능하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음식점도 메뉴판닷컴에 가보면 네티즌들간에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경우가 많고 개인적으로는 '아니 이 음식점이 여기에?'라고 생각드는 음식점들도 많다. 그거야 당연한 개인 입맛의 편차이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당연히 들어가있어야 할 - 물론 이 또한 나의 주관적인 견해일 수는 있지만 - 레스토랑들이 빠져 있는 걸 보면 선정과정이 그다지 치밀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음식점 선전처럼 보일까봐 이름은 정확히 밝히지 못하겠지만, 인도음식으로 유명한 강남의 ㄱ, ㅂ 레스토랑이나, 프랑스음식으로 유명한 남산의 ㅈ 레스토랑이나, 태국음식점인 이태원의 ㅌ레스토랑 등).

또한, 코ㅇㅇ나 베ㅇㅇㅇ,Tㅇㅇ, 토ㅇㅇㅇㅇ 같은 패밀리레스토랑이 굳이 이 책 안에 들어가야 하는지는 정말 의문이고, 소개된 레스토랑들의 가격이 전반적으로 좀 높은 곳이 많다는 것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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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을 물리치다 아스테릭스 4
르네 고시니 글, 알베르 우데르조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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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만화책의 복간이 눈에 띈다. 70년대 초반에서 80년대 중반까지 활발한 창작활동과 많은 독자층을 형성했던 신문수, 박수동, 윤승운, 김형배 등 만화가들의 작품에, 딴지일보의 고우영 삼국지와 로보트태권브이의 복간 등... 이는 본격적인 '어린이 문화'의 수혜세대의 시초였던 6,70년대생이 사회에 진출하여 새로운 문화 형성의 주체가 되면서 느끼는, 자신들이 어렸을 때 누렸던 문화에 대한 진한 향수와 추억에 대한 재생산이며, 점차 정보화, 디지털화, 물질화되어 가는 사회에 대한 작은 반항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스테릭스의 출판이 복간인가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80년대초에 소년중앙에 올컬러부록으로 제공되었던 것을 기억하는 독자라면 복간여부에 대해서 아니다라고 확실히 대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유럽만화가 본격적으로 출판되었던 건 본인의 기억으론 이 아스테릭스가 거의 처음이었지 않나 싶다.

당시나 지금이나 아직도 만화영화나 TV애니메이션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만화시장의 주류는 일본만화와 우리나라 만화이며, 양국 만화의 스타일이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마블코믹스나 매드(MAD) 등의 미국 만화는 우리나라시장에선 발을 붙이지 못했으며 유럽만화 역시 일부 매니아를 제외하곤 거의 독자층을 형성하지 못했다. 이는 아마도 정서적인 차이와 그림스타일의 이질성, 시장의 주류와의 거리 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소설같은 문학작품보다 만화는 보다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작가와 독자간의 상호작용을 제공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스테릭스는 미국/유럽의 주류만화스타일에 비해 보다 친근한 만화적인 캐릭터와 역사에 바탕을 둔 흥미진진한 스토리, 거리감없는 유머, 아이에서 어른까지 누구나 좋아할 만한 그림체와 화려한 컬러를 자랑하여 다른 미국/유럽의 만화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별 다섯개를 줘도 아깝지 않지만 가격이 너무 높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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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제의 명반 산책 1001
허제 지음 / 가람기획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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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클래식애호가들에게 이 책은 안동림 교수의 '이 한 장의 명반'과 더불어 또 하나의 좋은 음반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은 명반에 대한 저자 개인의 기준에 지나지 않고 또 그런 사실에 입각해서만 평가되어야 한다. 물론 저자는 아주 저명한 음악평론가이고 평론의 질적인 면에서 뛰어나긴 하지만 이 책을 클래식음악감상의 절대적인 가이드로 삼아 '명반사냥'을 다니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저자도 그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클래식이든 재즈든 록음악이든 명반이라는 것의 기준은 다분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음악 감상을 하다보면 당연하겠지만 명반을 찾아다니게 된다. 소장하고 싶은 음반은 수천 수만장인데 주머니 사정은 한정되어 있고, 음반 가격은 부담스럽고.... 문제는 명반만 찾아다니는 감상태도일 것이다. 이 음반이 펭귄가이드에서 별이 몇 개라더라, 저 음반은 그라모폰상을 받은 거라더라, 그 음반은 모든 음악평론가들이 찬사를 보내는 음반이다 등... 음악이든 미술이든 연극이든 모든 예술 감상은 자신의 눈과 귀와 마음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사람의 눈과 귀와 마음으로 느낀다면 예술 감상의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지면의 한정으로 인해 각 곡마다 3개씩의 음반을 선정하고 그 외에 들어볼 만한 음반은 너댓개 정도로 제목만 소개하고 있는 점이다. 수많은 베토벤 교향곡 9번 녹음 중에서 3개만 고르는게 가능한 일인가? 푸르트벵글러의 녹음 중에서 정말 뛰어난 연주만 해도 42년 녹음, 51년 녹음, 54년 녹음이 있는데? 저자도 이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매일 음악 듣는 것이 일인 사람한테 음반을 3개씩만 고르라고 하면 그 선정작업의 괴로움은 짐작키 어렵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 아쉬운 점이 이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보여진다.

부록으로 제공되는 브루노발터와 발터 기제킹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의 연주는 그야말로 명연 중에 명연이다. 1956년이라는 녹음연도를 고려했을 때 놀랄만큼 선명한 음질도 소중할 뿐더러 세계 주요 음반사 카탈로그 어디에도 이 녹음이 없다하니 이 CD만 가지고도 책값은 충분히 뽑는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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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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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하루키의 팬이 아니다. 읽은 책도 한 4권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키의 글은 어딘가 맹숭맹숭한 듯 했다. 난 위스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술을 못하기도 하지만, 와인이나 꼬냑에 비해 위스키는 나의 흥미를 그닥 끌지 못한다. 칵테일을 봐도 위스키 칵테일은 위스키 고유의 강한 향과 맛을 잃지 않는다. 다른 칵테일 재료와 부드럽게 섞이는 보드카에 비해서 나한텐 매력이 없다. 반면,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는 항상 매력적이었다. 아일랜드 출신의 음악인들로부터 시작된 흥미는 켈트 음악과 켈트족, 그 문화, 영국에 종속된 역사, IRA, 어딘지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한 아이리쉬 등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어왔다.

자, 세 가지 요소가 만났다. 하루키와 위스키와 아일랜드/스코틀랜드. 상당히 흥미로운 칵테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맛과 향은 최고다. 이 책은 잠시 속세를 잊게 해준다. 하루키는 비행기로 15시간 이상 가야하는 아일랜드/스코틀랜드로 탑클래스에 태운듯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데려가준다.

일상을 찍은 사진들은 시각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상상력을 맘껏 펼치게 해준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그 사진 속으로 들어갔다오고 싶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귀에는 부드러운 켈트음악이 들리는 듯 했다. 위스키를 좋아하지 않아도, 싱글 몰트 위스키가 뭔지 구경도 못해봤다 하더라도, 설사 아일랜드가 어디 붙어있는지 모른다 하더라도 기분 좋은 여행이다. 여행을 마치면 펍에서 싱글몰트 위스키를 한 잔 하고, 당장 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야 할 것 같다.

이 여행은 혼자 해야 제맛이겠다. 고독을 즐긴다든가 하는 차원이 아니다. 위스키라는 훌륭한 친구이자 여행의 목적이 있다면 굳이 다른 사람이 필요치 않으리라. 결코 강렬하지 않은 책이지만 그 부드러운 유혹은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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