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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문화읽기 - 아름다운 땅, 깍쟁이 나라
이해성 지음 / 학민사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웬만하면 책을 끝까지 읽는 편이지만 이 책은 반 조금 더 읽다가 포기해버리고 말았다. 불과 1년동안 경험해본 나라에 대해 마치 꽤나 심도있는 분석이라도 하는 양 책 표지나 머리말에 쓰고 있지만 책 어디에서도 도대체 현지문화에 적응하려는, 혹은 현지인과 동화되고자 하는 노력은 전혀 보이질 않고 우리나라에서 생활하는 방식대로, 외국인이나 이방인의 눈으로만 보고 경험한 편협한 내용과 스스로 느끼는 인종차별이라는 자격지심만 가득할 뿐이다. 사진자료는 도대체 이게 가족소개사진인지 캐나다소개사진인지 모를 정도며, 난생 처음 경험해보는 외국이라는 저자 개인의 한계를 여기저기서 나타내고 있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당하거나 유색인종이 불리한 일을 보면 모두다 유색인종 차별이라는 키워드 하나로 몰아붙이고 (국립공원가서 고사리 뜯는게 캐나다 현지인의 눈으로 보면 명백한 자연훼손인데, 그걸 가지고 '백인이' 화를 냈다고 유색인종 차별 운운하는 게 진정한 지식인이 가져야 할 시각일까? 그리고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하니 토론토대학 교환교수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한국에서나 통할 사고방식으로 대처하는 게 캐나다에서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지?) 캐나다의 현지 문화와 사람들과 동화하는 건 전혀 관심밖이며, 아무리 좋은 걸 봐도 색안경을 끼고 보고(캐나다의 운전과 교통에 대한 내용 참조), 오로지 캐나다의 환상적인 자연만 볼만하다는 식의 평가다.
저자 정도의 지식인이 이렇게 편견과 선입견으로 가득찬 내용으로 책 한 권 덜렁 내버리는 그 얄팍한 태도에 기가 질린다. 외국나가보니 결론은 역시 우리나라 자연과 우리나라 음식이 최고네 하는 얄팍하고 유치한 한국사랑만 남아있을 뿐이다. 어느 사회에나 그 사회의 주류가 있고 그 사회가 갖춘 시스템이라는 게 있는 법이다. 어쨌거나 캐나다라는 나라 자체를 세운 건 백인들인데 그럼 주류사회가 백인들 아니고 누구겠는가?
한편 난 백인 캐나다인들이 유색인종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것도 많이 봤고(사실 이건 특히 젊은 층에선 자연스런 일이다.), 애인사이인 것도 봤고, 결혼하는 것도 봤고, 유색인종을 입양해서 키우는 것도 봤다. 나 스스로도 경험한 일이다. 또 한편으로는 하류층 백인 캐나다인들도 많이 봤다. 물론 알게모르게 당한 인종차별도 있었다. 하지만 인종차별 없는 나라가 이 세상에 있는가? 그나마 캐나다는 이민이 건국과 사회발전의 토대가 된 나라라 여러 민족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해주는 편이고 이것이 캐나다가 미국과 다른 점이다.
사람마다 시각이 틀리기에 똑같은 걸 보고도 다르게 느끼는게 당연하긴 하다. 하지만 캐나다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양을 늘어놓는 사람도 문제지만 이런 식으로 얄팍한 지식에 기인한 편견으로 가득찬 시선을 던지는 사람도 대책없긴 마찬가지다. 해외여행을 하거나 해외거주를 할 때에는 열린 마음과 현지에 동화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문화의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거나 인정할 생각없이 모든 것에 한국의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은 도대체 뭐하러 해외에 나가는지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저자가 그런 민감한 유색인종차별에 대한 시각으로 우리나라에서 고통받고 있는 동남아나 다른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