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을 인정하는 문화, 우린 아직 멀었나?

[오마이뉴스 김정원 기자]

원어민(native speaker)이라 하더라도 모국어를 올바르게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유창하게 모국어를 말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한국 사람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자주 '틀리는' 말 중 하나가 바로 '다르다'와 '틀리다'를 '틀리게'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한 번 들어 보자.

"그 친구는 나와는 성격이 많이 틀려" "이 색은 저 색과 틀리네" 등등, '다르다'를 사용해야 할 경우에 '틀리다'를 써서 '틀린' 문장을 만들어 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다르다는 형용사는 이것과 저것이 같지 않다, 영어로는 'different'가 되고, 틀리다는 '1번은 틀린 답이다'에서처럼 무엇무엇이 잘못되었다, 즉 영어로는 'wrong'이다.

필자는 아직까지 외국 사람들이 'different'를 사용해야 할 경우에 'wrong'을 쓰는 것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왜 유독 한국 사람들은 이 두 형용사를 '틀리게' 사용할까?

이 질문을 뜬금없이 하다가 우리 사회에 뿌리깊게 박혀 있는 획일화된 문화를 생각하게 되었다. 제대하고 호주에 어학연수를 잠시 갔다 귀국했을 때 가장 크게 놀랐던 점중의 하나가 대한민국 거리에서는 소위 노랑머리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한국이 경제성장을 거듭하고 세계화를 외치면서 길거리에서 외국 사람들 만나는 횟수가 예전보다는 많아졌지만 아직까지 우리의 거리는 검은 머리들로 넘친다.

정확한 통계수치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우리만큼 단일 민족으로 사는 나라도 세계에서 드물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하면 나도 그만큼 해야 하고, 남들과는 '다르게' 사는 것을 '틀리게' 여기는 문화에서 이 두 형용사를 오용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강변하면 너무 억지일까?

토론에서 나와는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나와는 '틀리다'로 단정하고, 토론이 끝나면 얼굴을 붉힌 채 말도 하지않고 돌아서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지 않는가? 중국집에 여러 명의 친구들이 함께 가서 다양한 음식을 시키고 싶어도 가끔씩 주인 눈치가 보여 그냥 모두 자장면을 시키는 경우가 가끔씩 있지는 않는가?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절대 먹지 않는 유태인계 미국인 친구와 함께 서울에 있는 일반 음식점에 갈라치면 그 친구가 정작 먹을 수 있는 건 메뉴판에 있는 음식 중 많아야 한두 가지 정도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한국이 얼마나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란 걸 깨닫게 된다. 김밥에 들어간 햄을 빼달라고 부탁이라도 할라치면 '까탈스럽게' 군다고 구박하는 음식점 주인도 꽤 된다.

필자가 독일에서 유럽학(European Studies) 공부를 하면서 만난 폴란드 친구를 따라 바르샤바에 다른 나라 친구들 4명과 함께 여행 갔을 때이다. 그날 따라 모두 배가 고파 점심 때 길거리에서 샌드위치를 사먹기로 했다. 그런데, 샌드위치를 주문하는 과정에서 한국에서라면 절대 보지 못할 광경을 보게 되었다.

메뉴가 모두 폴란드말로 적혀 있어 폴란드 친구가 일일이 5명의 외국인 친구들에게 영어로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돼지고기를 절대 먹지 않는 터키에서 온 두 친구는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시지가 무엇으로 만들어 졌는지 일일이 캐물었고, 양파와 마늘을 먹지 않는 영국계 벨기에 친구는 5가지 소스에 어떤 야채가 들어가는지 따지고 있었고, 토마토 알레르기가 있는 캐나다 친구를 위해 우리의 불쌍한 폴란드 친구(이름이 아가)는 그 요구사항을 폴란드 말로 쏼라쏼라 통역하고 있었다.

빵 종류도 다양해서 길거리 샌드위치인데도 3가지 종류가 있어서 이 '까탈스러운' 친구들 요구를 맞춰주느라 아가는 그야말로 진땀을 빼고 있었다. 이 친구들 주문을 모두 받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아가가 '넌 도대체 뭘 안 먹을 건데?'라고 묻는 듯한 그 눈길을 바라보며 나는 외쳤다.

"나, 아무것도 빼지 말고 다 넣어줘!"

샌드위치 하나 먹는데 이렇게 어려웠지만 폴란드 친구는 별로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워낙 다양한 인종들과 여러 문화를 경험하다보니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해 주는데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 친구들이 서울의 어느 식당에 둘러앉아 음식을 주문한다고 상상하면 어떨까? 그 음식점 주인의 얼굴을 상상하지 않더라도 일일이 그 친구들 주문사항을 통역하는 내가 앞장서서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오늘은 메뉴 하나 밖에 안된대!"


덧붙이는 글
필자는 독일 브레멘에서 유럽학(European Studies)을 공부했으며 현재 영어신문사 Korea Times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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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보면 자녀가 영어유치원에 다닌다는 사람을 가끔 만난다.

대개 월 70-80만원 정도 한다는데...개중엔 맞벌이도 있고 하지만 경제상황이 나와는 그다지 차이날 것 같지 않은데 보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부모들이 그러하듯이 자식교육에 대한 진정한 철학없이 귀만 얇아 남들이 보내니까, 지금은 그게 유행이니까,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잘하는게 좋아서..보낸다.

흠...문제는...그 부모들중 영어잘하는 부모들은 별로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애가 유치원에서 혹은 초중학교때 집에 와서 엄마아빠에게 영어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혹은 영어로 말을 걸었을 때 거뜬히 대답을 해주거나 영어로 대화가 가능한 집은 얼마나 될까...

영어 유치원에서 배우는 것들이래봤자 A,B,C...와 동요랑 단어들인데 알파벳과 단어는 유치원에서 몇달에 걸쳐 배울 것을 조금 나이들면 며칠에 배울 수 있는 것이고 동요는 영어배우는데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어 유치원 등록비의 오분의 일, 혹은 육분의 일이면 엄마아빠가 한달동안 열심히 영어를 배울 수 있는 수준인데...왜 본인들은 할 생각이 없는 걸까..

해외 이민자 2세들 중 한국어 구사가 능통한 사람들이 있다. 주변에 한국인들도 별로 없었을 텐데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밖에서는 외국어로, 집안에서는 부모와 한국어로 의사소통한 사람들이다. 즉, 언어를 배우는 것에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환경과 그 문화에 대한 이해인데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지식주입식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는게 문제다(난 그래서 영어공용화에 찬성이다.).

주변에 봐도 태어나서 초등학교 정도까지 외국 살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계속 지낸 사람들같은 경우 해당외국어를 거의 구사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중고등학교 정도는 마치고 들어와야 그 이후에도 그 언어를 구사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비용대비 효과가 전혀 나오질 않는다는게 내가 영어유치원을 꺼리는 이유다.

만약 영어유치원 등록비가 일반 유치원 등록비와 비슷하다면 한번 고려할 수도 있지만 월 7-80만원이면 그 정도 금액을 적금 혹은 적립식 펀드로 불려 몇 년 후 아이를 해외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를 몇 번이나 보낼 수 있는 금액인 것이다..어떤게 더 도움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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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원서로 읽은 책들...


The English Patient / Michael Ondaatje

이 책 전에 JFK의 암살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도대체 제목이랑 작가랑 전혀 생각이 안난다...T.T

영화를 보고 감동해서 읽었는데..너무 어려웠다..듣도보도 못한 단어들이 너무 많은데다 내용도 그다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도 아니고...크흑...캐나다에서 영문학도들이 textbook으로 쓴다는 책을...

작가 Michael Ondaatje는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중 하나면서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로 유명하다고.




Life's a Pitch_Then You Buy / Don Peppers

광고/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꽤 유명하다는 저자로 책 제목은 "Life's bitch, and then you die"라는 영어 상용구(솔직히 뜻은 잘 와닿지 않는다)에서 따온 말로 영업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아직 학생 때라 business쪽 책은 별 감흥이 없었다.

캐나다 헌책방에서 싸게 구입

 


XXX_A Woman's Right to Pornography/Wendy McElroy

캐나다 헌책방에서 제목에 혹해서 산 책..^^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포르노에 대해 쓴 책인데..저자의 시각에 상당히 공감했다.

이 책을 읽다보면 페미니스트도 여러 종류가 있고 그중 작가는 Independent Femisnist 계열로, sex나 pornography에 대한 여성의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권리를 주장하는 쪽이라는 걸 알게 된다.

흔히들 알고 있는 페미니스트와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사회현상을 바라보는데 최근 서구에서는 이쪽 경향이 보다 기반을 넓혀가는 듯 하다.

 


Men Are from Mars, Women Are from Venus / John Gray
 
우리나라에서도 번역되어 잘 팔린 책이다(솔직히 번역본은 원본의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듯..).

단어도 평이하고 내용도 이해하기 쉬워 원서를 처음으로 읽어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적격인 책이다. 

이 Mars and Venus 시리즈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성인들에게는 Mars and Venus in the Bedroom을 추천...ㅋㅋ) 모두 읽기에 부담없고 내용도 훌륭하며 특히 오디오북은 리스닝 훈련용으로도 아주 좋다.

 


Where the Heart Is / Billie Letts

나탈리 포트만 주연의 영화 [노블리]를 보고 읽게 된 책.

책 커버에 나와있듯이 [Oprah's Book Club]에서 추천받아 전국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글 쓰는 스타일이 간결하고 미국적이라 많은 사랑을 받은 듯하다. 작가의 다른 책도 Amazon을 통해 구해놨는데 올해안으로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원서로 읽기에 평이한 수준.

 


The Good Vibrations Guide - Adult Videos

Adult Video에 대한 가이드

Good Vibrations라는 데는 여성의 성적인 주체성과 권리를 위한 단체인데 이 책을 살 때 그걸 알았던 건 아니다...^^;;..당근 책 제목에 혹해서 산...음냐..뭐 아뭏든 내용은 그다지 깊이있지는 않지만 분석은 잘 되었다.

현재 서구에서는 성에 대한 담론이 성의 역사나 사회/정치학, 혹은 테크닉가이드로 양분되어왔던수준을 넘어서 보다 개인의 몸에 대한 주체성과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몸의 신비, 혹은 잘못 알려져왔던 개념의 수정, alternative한 성의 권리(동성연애, SM, 장애인 등) 등의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는? 대형서점에 가봐도 성인들을 위한 코너는 찾아보기 힘들며 있다해도 진열된 장서를 보면 한숨이 나올 정도다(수도 적을 뿐더러 다루는 내용도 빈약하기 짝이 없다.).

 

그리고 읽다가 중단된 책....빨리 다시 읽어야 되는데...



What They Don't Teach You at Harvard Business School

번역서도 있다..


 

 

 

 

 

 

 

...사놓고 아직 안읽은 책

Fried Green Tomatoes at the Whistle Stop Cafe / Fannie Flagg

영화가 재밌어서...

 

 

 

 


The Honk and Holler Opening Soon / Billie Letts

Where the Heart Is 작가의 책

 

 

 



Rainmaker / John Grisham

캐나다 헌책방에서 하드커버를 싸게 팔아서 사놓곤 아직까지 못읽었다...

오디오북도 있는데 이건 또 언제 듣누?

 

 

..그리고 요즘 읽고 있는 책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과 커버...

내용은..? 다 읽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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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장의 사진이지만..참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죠...?

어디서 퍼왔는지 기억이 없어서 출처를 밝히진 못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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