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제의 명반 산책 1001
허제 지음 / 가람기획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일반 클래식애호가들에게 이 책은 안동림 교수의 '이 한 장의 명반'과 더불어 또 하나의 좋은 음반선택의 기준이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책은 명반에 대한 저자 개인의 기준에 지나지 않고 또 그런 사실에 입각해서만 평가되어야 한다. 물론 저자는 아주 저명한 음악평론가이고 평론의 질적인 면에서 뛰어나긴 하지만 이 책을 클래식음악감상의 절대적인 가이드로 삼아 '명반사냥'을 다니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저자도 그걸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클래식이든 재즈든 록음악이든 명반이라는 것의 기준은 다분히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음악 감상을 하다보면 당연하겠지만 명반을 찾아다니게 된다. 소장하고 싶은 음반은 수천 수만장인데 주머니 사정은 한정되어 있고, 음반 가격은 부담스럽고.... 문제는 명반만 찾아다니는 감상태도일 것이다. 이 음반이 펭귄가이드에서 별이 몇 개라더라, 저 음반은 그라모폰상을 받은 거라더라, 그 음반은 모든 음악평론가들이 찬사를 보내는 음반이다 등... 음악이든 미술이든 연극이든 모든 예술 감상은 자신의 눈과 귀와 마음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른 사람의 눈과 귀와 마음으로 느낀다면 예술 감상의 의미가 퇴색될 수 밖에 없다.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지면의 한정으로 인해 각 곡마다 3개씩의 음반을 선정하고 그 외에 들어볼 만한 음반은 너댓개 정도로 제목만 소개하고 있는 점이다. 수많은 베토벤 교향곡 9번 녹음 중에서 3개만 고르는게 가능한 일인가? 푸르트벵글러의 녹음 중에서 정말 뛰어난 연주만 해도 42년 녹음, 51년 녹음, 54년 녹음이 있는데? 저자도 이 부분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매일 음악 듣는 것이 일인 사람한테 음반을 3개씩만 고르라고 하면 그 선정작업의 괴로움은 짐작키 어렵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 아쉬운 점이 이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보여진다.

부록으로 제공되는 브루노발터와 발터 기제킹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의 연주는 그야말로 명연 중에 명연이다. 1956년이라는 녹음연도를 고려했을 때 놀랄만큼 선명한 음질도 소중할 뿐더러 세계 주요 음반사 카탈로그 어디에도 이 녹음이 없다하니 이 CD만 가지고도 책값은 충분히 뽑는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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