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위스키 성지여행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윤정 옮김, 무라카미 요오코 사진 / 문학사상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난 하루키의 팬이 아니다. 읽은 책도 한 4권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하루키의 글은 어딘가 맹숭맹숭한 듯 했다. 난 위스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술을 못하기도 하지만, 와인이나 꼬냑에 비해 위스키는 나의 흥미를 그닥 끌지 못한다. 칵테일을 봐도 위스키 칵테일은 위스키 고유의 강한 향과 맛을 잃지 않는다. 다른 칵테일 재료와 부드럽게 섞이는 보드카에 비해서 나한텐 매력이 없다. 반면,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는 항상 매력적이었다. 아일랜드 출신의 음악인들로부터 시작된 흥미는 켈트 음악과 켈트족, 그 문화, 영국에 종속된 역사, IRA, 어딘지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한 아이리쉬 등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어왔다.

자, 세 가지 요소가 만났다. 하루키와 위스키와 아일랜드/스코틀랜드. 상당히 흥미로운 칵테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맛과 향은 최고다. 이 책은 잠시 속세를 잊게 해준다. 하루키는 비행기로 15시간 이상 가야하는 아일랜드/스코틀랜드로 탑클래스에 태운듯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데려가준다.

일상을 찍은 사진들은 시각을 제한하는 게 아니라 상상력을 맘껏 펼치게 해준다. 잠깐이라도 좋으니 그 사진 속으로 들어갔다오고 싶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귀에는 부드러운 켈트음악이 들리는 듯 했다. 위스키를 좋아하지 않아도, 싱글 몰트 위스키가 뭔지 구경도 못해봤다 하더라도, 설사 아일랜드가 어디 붙어있는지 모른다 하더라도 기분 좋은 여행이다. 여행을 마치면 펍에서 싱글몰트 위스키를 한 잔 하고, 당장 아일랜드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야 할 것 같다.

이 여행은 혼자 해야 제맛이겠다. 고독을 즐긴다든가 하는 차원이 아니다. 위스키라는 훌륭한 친구이자 여행의 목적이 있다면 굳이 다른 사람이 필요치 않으리라. 결코 강렬하지 않은 책이지만 그 부드러운 유혹은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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