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만에 읽는 명화의 수수께끼
긴 시로 지음, 박이엽 옮김 / 현암사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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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림이야기다. 요즘엔 이주헌, 웬디수녀, 한젬마 등 여러 미술이야기 작가들의 일반인들에게 친숙한 미술이야기가 많이 출간되고 있지만 3년전만해도 꽤 신선한 책이었다. 그리고 아직도 두시간 만에 읽을 수 있는 세계명화 이야기는 이 책밖에 없다...^^... 대화체로 서술하였기에 읽기가 훨씬 수월하며 미술에 대한 초보자가 보기에 궁금한 점을 꼭꼭 집어주고 있어서 꽤 흥미진진하다.

물론 세계의 명화에 대해 두시간 만에 읽히는 책을 만든다는 게 어떻게 보면 황당하고, 자칫 잘못하면 이도저도 아닌 읽을 가치 없는 책이 되기가 십상이었겠다. 서양미술사의 역사도 아니고 화가나 유파나 화풍에 대한 책도 아니기 때문이다.

작가도 밝히고 있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기획의도가 1. 수채화와 유화도 구분못하는 초보자를 대상으로 할 것, 2. 한권 읽는데 두시간이 넘지 않게 할 것, 3. 어느 페이지부터 읽어도 상관없게 하되, 다 읽고 나면 서양 미술사의 윤곽이 잡힐 수 있게 할 것, 4. 내용은 깊이가 있고 재미있어야 할 것 등이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은 미술을 좀 아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것이나, 미술에 대한 문외한이나 이제 미술에 관심을 막 가지기 시작한 사람에게는 권해줄 수 있는 책 중의 하나라는 얘기다.

그렇다고 초보자용에다 책이 얇다는 이유로 이 책을 무시할 만하다는 건 결코 아니다. 상기 기획의도를 충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눈높이를 독자에 맞출 수 있는 작가라면 어느 누구보다 미술에 대해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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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원에 가면 그 나라가 있다
여지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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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획이다. 서울은 그 크기나 인구면에서 세계에서 몇 번째 안가는 대도시임에도 그 국제화 수준에서는 많이 낙후되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독일,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문화원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얼마나 많은 외국 문화기관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있는지에 대해 놀랄 것이다. 그리고 개중 상당수는 우리가 늘 지나치는 장소에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책은 전반적으로 깔끔한 편집도 좋고 내용도 알차며 사진자료도 만족할 만하다. 특히 각 나라의 공식적인 문화원뿐 아니라 중남미 문화원 같은 개인박물관, 재한 네팔인 공동체같은 외국인공동체까지 아우른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사실 문화원이란 흔히 생각하기에 해당 국가의 언어와 문학을 배우는 사람들이나 주로 이용하는 곳이라는 막연한 생각밖에 없었지만 책을 읽고나니 누구나 그 나라의 언어, 문화, 행사 등에 대해 다양하고 충실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맘만 먹으면 언제든 기꺼이 참여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나면 어느 문화원이건 한번 시간내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문화원들의 운영시간이 보통 오후 5~6시까지라 직장을 다니는 사람으로선 이 알차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기가 그다지 쉽지는 않겠다. 경제, 문화의 국경이 없어지고 전세계가 같은 대중문화를 공유하는 지구촌시대에 한 나라의 문화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한 이를 세계각국에 알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문화란 어떤 경제상품이나 사상보다도 그 파급력이 크고 궁극적으로 그 나라를 세계 속에 크게 자리매김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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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빠되세요 - 아기 탄생을 축하합니다
김혜경 지음 / 다음세대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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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이 책을 봤을 때 책이 얇고 핵심만 나와있는 듯 보여 예비아빠가 되기 위한 지침서로 적당한 것 같아 빌려왔는데, 제대로 읽고 나선 많이 실망스러웠다.
기본적으로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노력이나 지식 전달에 대한 고민이 도대체 보이질 않는다.

좀 무성의하다고 할까, 원래 남동생들 보라고 쓰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출판해서 사람들에게 읽힐 만한 책을 만들려고 했으면 그에 걸맞는 노력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좋은 부모나 육아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어느 책에서건 나오는, 혹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들을 간단하게 나열할 뿐이고, 다른 수필집 등에 나오는 구절들을 단순하게 인용하고 있다. 게다가 작가로서의 기본소양이 의심될 만한 곳도 한두 군데 보인다(도대체 육아에 관한 책에 왜 특정정권에 대한 기대감을 언급하는가).

그냥 이런 아빠가 좋은 아빠다, 이런 남편이 좋은 남편이다 하는 식의 희망사항같은 면만 써놓았을 뿐이어서 정말 좋은 아빠를 위한 진지한 고민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무책임한 이야기만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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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 I
아트 슈피겔만 지음, 권희종 외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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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세계2차대전에 대한 영화를 하도 많이 봐서인지 2차대전과 유태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는 이제 어느 정도 식상하다 싶었다. 쉰들러 리스트 같은 영화를 봐도 새롭게 다가오는 면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2차대전때 유태인보다 러시아인이 더 많이 죽었다는 사실이라든가 왜곡된 아우슈비츠에 대한 사실들(수용수중 유태인이 대부분은 아니었다라든가 죽은 유태인의 수가 몇 배로 부풀려져 있다든가 하는)같은 다른 각도에서 본 사실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만화를 보고 또다른 시각- 작가는 전쟁을 겪지 않은세대이며, 전쟁을 직접 겪은 부모와는 거리를 두고자 했으며 아버지를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 에서 이 문제를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작가는 2차 대전을 직접 겪은 부모와는 다른 세대다. 작가의 세대만 해도 그 무서웠던 나찌의 기억은 없다. 그러나 작가는 부모가 겪은 경험과는 결코 단절될 수 없다.

유태인을 쥐로, 독일군을 고양이로 묘사한 만화라, 표지만 봤을 때에는 그냥 만화로 그린 유태인 학대 얘기겠거니, 퓰리처 상 수상에도 미국내 유태인의 파워가 작용했겠거니 하고 다소 냉소적으로 생각했는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이 책에 금방 몰입이 되어버렸다.

한국이나 일본만화의 세심하고 섬세한 선 묘사에 익숙해 있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거칠고 굵고 대담한 선 처리, 정적인 그림스타일, 전위적인 만화를 그렸던 경력 등등 처음엔 낯설고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표정의 표현이 완전치 못한 쥐와 고양이의 얼굴이지만 역설적으로 훨씬 생생하게 그 표정이 느껴진다. 만화가 가지고 있는 상상력의 전이이리라.

이 작품은 '독일군은 잔인했고 유태인은 불쌍했다'는 식의 흔히 보는 단순 논리가 아니다. 여기엔 진정으로 사람이 겪은, 사람의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죽음과 공포 앞에서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 자기의 가족과 눈앞에서 생이별하는 것이 어떤 건지, 전쟁의 후유증이 한 인간의 정신을 어떻게 유린하는지, 전쟁을 겪지않은 세대와의 갈등은 어떤 건지 등 우리가 흔히 접하는 2차 대전과 유태인의 얘기하고는 거리가 먼,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사람이 보기에도 생생한 이야기다.

작품의 주인공인 작가의 아버지는 희생자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상상할 수 있는 '착하고 아무런 힘도 없고 어려울 때라도 남을 돕는 숭고한 희생자'로 미화되지는 않는다. 살아남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했는지 사실 그대로를 묘사할 뿐이다. 이런 면에서 작가 아버지는 생존본능에 충실하였던 전쟁의 생존자적인 성격이 훨씬 강하고, 그 생존은 결코 미화되지 않는다. 작가 아버지가 흑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라. 이중 잣대, 위선적인 면모다. 하지만 그게 보통인간이다.

교훈적이라거나 재미를 주려는 만화는 아니다. 다만 읽고 나면 어떤 글보다도 더 생생하게, 그리고 진실에 더 가깝게 당시의 현실과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가 깊어진다. 우리의 현실도 그다지 다를 바는 없다. 일제점령기나 6.25 전쟁같은 경험을 한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간의 단절을 이 만화는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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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존 그리샴 베스트 컬렉션 8
존 그리샴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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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그리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의 몇몇 작품에서 주인공이 훌쩍 어디론가 떠나버리는 걸로 끝맺음을 하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작품을 읽을 때마다 문득문득 그 떠나버린 주인공들은 어디서 어떻게 살까하는 궁금증이 생기곤 했었다. 이 책은 물론 이전 작품들의 주인공과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떠나버린 변호사를 찾아내는 데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샴의 팬이라면 도입부의 이런 플롯 설정이 상당히 매혹적일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뭔가 이전 작품과는 다르다는 점이 느껴진다. 이전 작품들에선 비록 현실적이지만 정의감 있는 젊은 변호사가 주인공이었는데, 이번 작품의 주인공은 상당히 이질적이다. 뭔가 안티히어로적인...

책을 읽어가면서 주인공의 치밀함과 용의주도한 면에는 갈수록 감탄했지만, 여전히 나는 미치 맥디르나 루디 베일러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끝부분의 결말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다. 이에 대한 복선도 충분치 않고, 조금 황당하고, 놀랍고...사람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그 결말이 썩 유쾌하진 못했다. 존 그리샴이 매너리즘을 느꼈기 때문일까. 이번 작품에서 뭔가 색다른 것을 추구해보았지만 그 결과는 기대에 못미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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