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 영혼의 자유


언젠가 바르르뒤크에서 몽테뉴는 시칠리아의왕 르네가 손수 그린 자화상을 보고는 "그가 크레용으로 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모든 사람이 펜으로 자기 자신을 그리는게 타당하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누군가 무심코 그건 타당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대답할지 모른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를 교묘히 피할 수도 있지만 우리자신의 특성들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하기 때문이다. 시작해 보자. 그런데 우리가 그 작업을 시도하자 펜이 우리 손가락에서 떨어져 버린다. 그 작업은 심오하고 신비하며 압도적인 어려움을 지닌 일이다.
어쨌든, 문학 전반을 통틀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 - P324

들이 펜으로 자기 자신을 그리는 데 성공했을까? 아마도 몽테뉴와 피프스, 그리고 루소뿐일 것이다. 토머스 브라운의 《의사의 종교Religio Medici》는 채색된 유리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질주하는 별들과 기이하고 요동치는 영혼을 어렴풋이 보게 된다. 그 유명한 전기에서는 환하게 닦인 거울이 다른 사람들의 어깨들 사이로 조금씩 드러나는 제임스 보스웰의 얼굴을 비춘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 자신에 관해 말하는 것, 자기 기분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 혼란스럽고 다채롭고 불완전한 영혼의 전체적인 지도와 무게, 색깔, 그리고 주변을 제시하는 것, 이런 기술은 오직단한 사람에게만 있었다. 바로 몽테뉴였다. 수세기가 흐르는 동안, 그 그림 앞에는 언제나 그 깊이를 들여다보고, 그 안에 비치는 그들 자신의 얼굴을 보는 군중이 있다. 그들이 더 오래 바라볼수록 더 많은걸 볼 수 있지만, 자신이 보는 게 무엇인지는 결코 말하지 못한다. 새로운 판본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지 - P325

속되는 매력을 증언한다. 영국의 나바르 협회에서코튼이 번역한 몽테뉴의 《수상록>을 다섯 권 전집으로 재인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루이 코나르 출판사가 몽테뉴의 전집을 아르맹고 박사가 평생을 바쳐 연구한 다양한 읽을거리들과 함께 묶은 판본으로출간하고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해 진실을 말하는 것, 바로 가까이에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다. - P326

(몽테뉴가 말했다.) 이 길을 닦아 놓은 고대인 두서너 명에 관해 듣는다. 그 이후론 아무도 그 경로를 따라가지 않았다; 마치 영혼의 걸음걸이가 그렇듯 그토록 구불구불하고 불확실한 걸음을 따라가는 것, 그 뒤얽힌 내면적 굽이침의 어두운 심연에 침투하는것, 그토록 많고 작은 민첩한 움직임을 선택하고 붙잡는 것은 보기보다 훨씬 더 울퉁불퉁한 길이다. 이것은 새롭고 특별한 과업이며 세상의 평범하고 가장권장되는 일들로부터 우리를 물러나게 한다.

우선, 표현의 어려움이 있다. 우리는 모두 생각이라고 불리는 이상하고 즐거운 과정을 탐닉한다. 하 - P326

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걸 말하려고 하면 심지어 바로 맞은편에 있는 사람에게조차 우리가 전달할 수있는게 얼마나 적은가! 그 유령은 우리가 그 꼬리에소금을 뿌릴 수 있기도 전에 우리 정신을 통과해 지나가서는 창문을 통해 나가 버리거나 그게 어슬렁거리는 불빛으로 잠시 밝혀 줬던 깊은 어둠속으로 천천히 가라앉으며 되돌아간다. 얼굴과 목소리, 그리고 억양은 우리의 말을 보충해 주고 말투에 담긴 개성으로 언어의 미약함을 좋은 인상으로 바꾼다. 하지만 펜은 경직된 도구다. 말할 수 있는 게 아주 적다. - P327

펜은 자기만이 가진 모든 종류의 습관과 예법이 있다. 그것은 독재적이기도 하다. 언제나 평범한 사람을 예언자로 만들고 인간 말하기의 자연스러운 비틀대는 실수를 펜들의 엄숙하고 위엄 있는 행진으로 변화시키곤 한다. 수많은 죽은 사람 중에 몽테뉴가 그토록 억누를 수 없는 쾌활함으로 두드러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리는 그의 책이 바로 그 자신이란 사실을 결코 한순간도 의심할 수 없다. 그는 가르치길 거부했다. 그는 설교하길 거부했다. 그는 자신이 그저 다른 사람들과 같다는 걸 계속 말하고 있었다. 그의 모든 노력은 자기 자신을 기록하고 소통 - P327

하고 진실을 말하려는 것이었으며 그 일은 ‘보기보다 더 울퉁불퉁한 길‘이다.
왜냐하면 ‘자기 자신을 전달하기‘의 어려움을 넘어서 ‘자기 자신이 되기‘라는 최고의 어려움이 있기때문이다. 이 영혼 또는 우리 내부의 삶은 우리 바깥의 삶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만약 용기 내 영혼에게 무엇을 생각하는지 물으면 영혼은 항상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의 정반대로 말한다. 예를 들면, 다른 사람들은 늙고 허약한 신사들은 집에 머물면서부부의 충실한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우리를 교화해야만 한다고 오래전에 결론지어 버렸다.  - P328

반대로, 몽테뉴의 영혼은 나이가 들면 우리는 여행해야만 하며 정확히, 사랑에 기초하는 경우가 매우 드문 결혼 생활은 인생의 종말로 가면서 끊어지는 게 더 나은 형식적인 구속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에 관해서도 정치인들은 항상 제국의 위대성을 찬양하고 미개인들을 문명화하는 도덕적 의무를 설파한다. 하지만 몽테뉴는 분노를 터뜨리며 멕시코 속 스페인 사람들을 보라고 외쳤다. "너무 많은 도시가 파괴됐고 너무 많은 민족이 몰살됐으며...... 세계의 가장 풍요롭고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 진주와 후추 - P328

를 운송하기 위해 다 뒤집어 엎어졌다! 무정한 승리들!" 그러고는 농부들이 찾아와 상처로 죽어 가는 한사람을 발견했는데 재판관이 그들에게 죄를 묻는 건 아닐까 두려워서 그를 버려 두었다고 말했을 때, 몽테뉴는 이렇게 물었다.

내가 이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는가? 이러한 인류애적인 임무는 그들을 곤란에 빠뜨렸을게 분명하다... 법률처럼 그토록 많이, 그토록 심하게, 그토록 일상적으로 결함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 P329

여기서 몽테뉴의 영혼은 침착성을 잃고 그에게 더욱 감각할 수 있는 형태의 큰 걱정거리들, 즉 인습과 예법을 맹렬히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주된 건물로부터 떨어져 있지만 사유지 전체가 보이는 넓은 전망을 지닌 탑의 안쪽 방에서 영혼이 불을 지키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그 영혼을 주의해서 보라. 실제로 영혼은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생명체다. 그것은 영웅적이기는커녕 풍향계처럼 변덕스럽고 "수줍어하면서 무례하고, 정숙하면서 욕정이 가득하고, 재잘재잘 지껄이면서 말이 없고, 근면하면서 섬세하 - P329

고, 기발하면서 진지하고, 우울하면서 유쾌하고, 거짓말하면서 진실하고, 아는 게 많으면서 무지하고, 자유로우면서 탐욕스럽고, 방탕하다." 한마디로, 너무 복잡하고 너무 불명확하며 사람들 있는 데서 그녀를 대신해 의무를 다하는 버전과 거의 일치하지않으므로 어떤 사람은 그녀를 찾아내려고 애쓰는데만 그의 평생을 보낼 수도 있다. 그 추적이 주는 즐거움은 세속적인 전망에 끼칠 수 있는 어떤 피해보다 더 많이 보상해 준다.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은 이후로는 독립적이다. 그래서 그는 결코 지루할 틈 없이 삶이 그저 너무 짧을 뿐이며 깊지만 온화한 행복에 푹 젖어 있다.  - P330

다른 사람들은 예법의 노예로서 일종의 꿈속에서 삶이 그들을 슬쩍 빠져나가 버리도록놔두는 동안에 그는 혼자 살아 있다. 일단 순응하면,
다른 사람들이 그걸 한다는 이유로 그들이 하는 걸하면 혼수상태가 영혼의 모든 예민한 신경과 기능에 몰래 스며든다. 영혼은 순전히 외면적인 쇼가 되고내부는 텅 비어 있게 된다. 둔하고 무감각하며 무관심해지는 것이다.
그러니 만약 우리가 이 삶의 예술에 있어서 위대한 장인에게 그의 비밀을 말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 P330

그는 우리에게 우리 탑의 안쪽 방으로 물러나서 거기서 책들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공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굴뚝 위로 올라가듯이 공상들을 계속 좇으며 세상의 통치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라고 조언할게 분명하다. 물러나기와 명상하기, 이런 게 그의 처방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들인게 틀림없다. 하지만 아니다. 몽테뉴는 결코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무거운 눈꺼풀이 덮인 두 눈에 꿈꾸는 듯 야릇한 표정을 한 그 미묘하며 반쯤 웃고 반쯤 우울한 남자로부터 명백한 대답을 끄집어내는 건 불가능하다.
- P331

책과 채소와 꽃과 함께하는 전원에서의 삶은 지극히 따분한 게 사실이다. 그는 자신의 녹색 완두콩이 다른 사람들의 완두콩보다 훨씬 더 낫다는 사실을 알수 없었다. 파리는 그가 온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장소였다. "그 결점과 흠까지도." 독서에 관해 말하자면, 그는 어떤 책도 한 번에 한 시간 이상 읽을수 있는 경우가 드물었고 기억력이 너무 나빠서 이 방에서 저 방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의 마음속에 무엇이 있었는지 잊어버렸다. 책으로 학습하는 일은 전혀 자랑할 만한 게 아니다. 학문적 성취의 경우, 어느정도에 달할까? 그는 항상 똑똑한 사람들과 어울렸 - P331

고 그의 아버지는 그들에게 긍정적인 존경심을 품었다. 하지만 그는 비록 그들에게 그들의 뛰어난 순간들과 열정적인 표현, 그리고 그들의 비전이 있을지라도 가장 똑똑한 사람들도 어리석음의 가장자리에서 흔들린다는 사실을 관찰해 왔다. 당신 자신을 관찰해 보라. 한순간 당신은 높이 상승한다. 다음 순간 깨진 유리가 당신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극단적인 건 모두 위험하다. 아무리 진흙투성이더라도 바퀴 자국이 흔한, 길의 가운데에 있는 게 최상이다.
글을 쓸 때 평범한 단어들을 선택하고 열광적 문장과 웅변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시는 감미로우며 최고의 산문은 주로 시로 가득찬 게 사실이다. - P332

따라서 우리는 민주적인 단순성을 목표로 하려는듯 보인다. 우리는 채색된 벽과 널찍한 책장이 있는, 탑 안의 우리 방을 즐길 수 있지만 아래 정원에서는 오늘 아침 자기 아버지를 묻은 한 남자가 땅을 파고 있다. 그리고 진정한 삶을 살고 진정한 언어를 말하는 이는 바로 그 남자나 그와 동류인 사람들이다. 확실히, 그 안에는 진실의 요소가 있다. 테이블 아래쪽에서는 사건들이 아주 세세하게 말해진다. 어쩌면 많이 배운 사람들보다 무지한 사람들 사이에 중 - P332

요한 자질들이 더 많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또, 하층민은 얼마나 비열한가! "무지와 부정, 그리고 변덕의어머니. 현명한 사람의 삶이 바보들의 판단에 의존해야만 한다는 게 타당한가?" 그들의 정신은 약하고안이하며 저항의 능력이 없다. 그들이 무엇을 알아야 편리한지 말해 줘야만 한다. 그들은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 않는다. 진리는 오직 "고귀하게태어난 영혼"만 알 수 있다. 그런데 몽테뉴가 좀 더 정확하게 우릴 깨우치려고 한다면 우리가 본받아야하는, 이 고귀하게 태어난 영혼들은 누구인가? - P333

하지만 아니다. 그는 "나는 가르치지는 않고 이야기할 뿐이다."라고 한다. 사실, 그가 자기 영혼에 대해 "혼동도 혼합도 없이 완전히 단순하고 확실하게한마디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을 때, 실제로 자기영혼이 자신에게 매일 점점 더 어둠 속에 있게 될 때그가 다른 사람들의 영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어쩌면 한 가지 특성 또는 원칙은 있을지 모른다. 그것은 바로 규칙을 정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16세기 프랑스 수필가 에티엔드라보에티처럼, 우리가 닮고 싶어 하는 영혼들은 언제나 가장 유연한 영혼들이다. "단 하나의 방식에 구속되고 필요 - P333

로 인해 강요받는 건 존재하는 것이지 살아 있는 건아니다." 법률은 인습일 뿐이지 인간 충동의 광범위한 다양성과 혼란을 따라갈 능력은 전혀 없다. 습관과 관습도 자기 영혼에게 자유로운 놀이를 허락해줄 용기가 없는 소심한 기질의 사람들을 지지해 주기 위해 고안된 편의일 뿐이다. 하지만 사적인 삶을 살면서 그런 삶을 우리 소유물 중 가장 사랑하는 것으로 한없이 여기는 우리에게는 점잔 빼는 태도만큼 의심스러운 게 없다. 우리가 확언하고 점잔 빼고 법률을 정하자마자 우리는 사라져 버린다. 우리는 남들을 위해 살고 있지 우리 자신을 위해 살고 있지 않다.  - P334

우리는 공적인 업무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고 명예롭게 여기고 그들이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한 타협을 허용한 걸 가엾게 여겨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 자신의 경우엔, 명성과 명예, 남들에 대한 의무 아래 놓인 모든 임무를 날려 버리자. 우리의 헤아릴 수 없는 가마솥 위에 우리의 매혹적인 혼란, 충동의 잡동사니, 끊임없는 기적을 부글부글 끓이자, 영혼은 매초 경이로움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움직임과 변화는 우리 존재의 핵심이다. 경직성은 죽음이다. 순응성은 죽음이다. 우리 머릿속에 떠 - P334

오르는 것을 말해 보자, 우리 자신을 그대로 말해보자, 우리 자신을 반박해 보자, 가장 무모하고 터무니없는 생각을 뱉어 보자, 그리고 세상이 행동하거나생각하거나 말하는 걸 신경 쓰지 말고 가장 환상적인공상들을 쫓아가 보자. 삶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물론 질서가 있다.
이 자유는 우리 존재의 본질이지만 통제돼야만한다. 그런데 우리를 돕도록 어떤 권위에 호소해야할지는 알기 어렵다. 개인적 의견이나 공적 법률의모든 규제가 조롱받아 왔고 몽테뉴는 인간 본성의비참함과 나약함, 그리고 그 허영심에 대해 경멸을퍼붓길 그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쩌면우리를 안내하도록 종교에 의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어쩌면‘은 몽테뉴가 매우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다. ‘어쩌면‘과 ‘내 생각에는‘, 그리고 인간적 무지의경솔한 가정들을 제한하는 그 모든 단어가 그런 표현들이다. 그런 단어들은 대놓고 말하기에는 매우무분별할 수 있는 의견을 감추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모든 걸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암시만 하는게 적당한 일들이 있다. 우리는 이해할수 있는 아주 소수의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 분명히,

오르는 것을 말해 보자, 우리 자신을 그대로 말해보자, 우리 자신을 반박해 보자, 가장 무모하고 터무니없는 생각을 뱉어 보자, 그리고 세상이 행동하거나 생각하거나 말하는 걸 신경 쓰지 말고 가장 환상적인 공상들을 쫓아가 보자. 삶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질서가 있다.
이 자유는 우리 존재의 본질이지만 통제돼야만한다. 그런데 우리를 돕도록 어떤 권위에 호소해야 할지는 알기 어렵다. 개인적 의견이나 공적 법률의 모든 규제가 조롱받아 왔고 몽테뉴는 인간 본성의 비참함과 나약함, 그리고 그 허영심에 대해 경멸을 퍼붓길 그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우리를 안내하도록 종교에 의지하는 게 좋지 않을까? ‘어쩌면‘은 몽테뉴가 매우 좋아하는 표현중 하나다. ‘어쩌면‘과 ‘내 생각에는‘, 그리고 인간적 무지의 경솔한 가정들을 제한하는 그 모든 단어가 그런 표현들이다. 그런 단어들은 대놓고 말하기에는 매우 무분별할 수 있는 의견을 감추는데 도움이 된다. 우리는 모든 걸 말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암시만 하는게 적당한 일들이 있다. 우리는 이해할수 있는 아주 소수의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 분명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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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를 써서라도 신적인 인도를 구해야만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적인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감시자, 내면의 보이지 않는 검열관, 즉 ‘마음속의 주인‘이 있다. 그는 진실을 알고 있으므로 그의 비난은 다른 어떤 비난보다 훨씬 더 두렵다. 그가 인정해주는 소리는 그 무엇보다 더 감미롭다. 이게 우리가 복종해야만 하는 재판관이다. 이게 우리가 고귀하게 태어난 영혼의 은총인 그 질서를 달성하도록도울 검열관이다. "이게 절묘한 삶, 개인적인 생활속에서도 질서가 유지되는 삶"이기 때문이다. 하지만이 마음속 검열관은 자기만의 빛에 따라 행동할 것이고 어떤 내적 균형에 의해 위태롭고 변화무쌍한 평형을 달성할 것이다. 이 평형 상태는 통제하는 반면 영혼이 탐색하고 실험하는 자유는 전혀 방해하지않는다. 다른 안내도 없고 선례도 없어 확실히 공적인 삶보다 사적인 삶을 사는게 훨씬 더 어렵다. 그것은 각 사람이 따로따로 배워야만 하는 예술이다. 어쩌면 고대인 중에 호머와 알렉산더 대왕, 에파미논다스, 그리고 근대인 중에 보에티 같은 두세 사람의 사례가 우릴 도울 수도 있다. 그것은 하나의 예술이 - P336

다. 그리고 그 예술이 효과를 발휘하는 재료 자체가변화무쌍하고 복잡하며 한없이 신비롭다. 바로 인간본성이다. 우리는 인간 본성과 가깝게 지내야만한다. "...... 살아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야만 한다." 우리를 동료 인간들과 끊어 놓는 어떤 기이한 행동이나 고상한 태도를 두려워해야만 한다. 이웃 사람들과 자신의 운동이나 건물, 또는 다툼에 관해 편하게 담소를 나누고 목수와 정원사의 이야기를 정말로 즐기는 사람은 축복받았다. 소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주된 본분이다. 교제와 우정이 우리의 주된 기쁨이다. 독서는 지식을 획득하거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시대와 지역 너머까지 우리의 교제를 확장하려는 것이다. 그런 기적들이 세상에 있다. 어쩌면 평화를 불러오는 신화속 새들과 미지의 땅들, 가슴에 개의 머리와 눈을 가진 남자들, 그리고 법률과 관습이 우리 자신보다 훨씬 우월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는 이 세상에서 잠들어 있는 것 같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는 결핍된 어떤 감각을 지닌 존재들에게는 명백하게 보이는다른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 모든 모순과 모든 제한에도 불구 - P337

하고 확실한 무언가가 있다. 이런 산문들은 한 영혼을 소통하려고 시도한다. 최소한 이 점에 있어서 그는 분명히 말한다. 그가 원하는 건 명성이 아니다. 앞으로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이 그를 인용하게 되는것 역시 아니다. 그는 시장 한가운데 동상을 세우고있는 게 아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영혼을 소통하길 바랄 뿐이다. 소통은 건강이고 소통은 진리며 소통은 행복이다. 나누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의무다. 가장 병들어 있는 감춰진 생각들로 대담하게 내려가거기에 불을 밝히는 것,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것, 아무것도 가장하지 않는 게 우리 의무다. 만약 우리가그렇게 말할 수 있도록 무지하다면, 만약 우리의 친구들에게 그걸 알게 할 정도로 그들을 사랑한다면 말이다.

...... 왜냐하면 내가 아주 확실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듯이, 우리의 친구들을 잃었을 때 가장 다정한 위안이 되는 건 우리가 그들에게 해야 할 어떤 말도 잊지 않았고 그들과 완벽하고 완전하게 소통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 P338

여행할 때 "알지 못하는 공기의 전염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면서" 침묵과 의심으로 자신을 감싸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저녁 식사할 때 집에서 먹는것과 똑같은 음식을 먹어야만 한다. 모든 풍경과 관습도 자기 마을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다면 나쁘다.
그들은 오직 되돌아오기 위해 여행한다. 그것은 여행을 출발하는 완전히 잘못된 방식이다. 우리는 밤을 어디에서 보낼 건지, 또는 언제 돌아오자고 제안할지 아무런 고정된 생각 없이 출발해야만 한다. 그 여행만이 전부다. 무엇보다 가장 필요하지만 가장 드문 행운으로서, 출발하기 전에 우리는 우리와 함께 가고 우리 머릿속에 처음 떠오르는 대로 말할 수있는 우리와 같은 종류인 어떤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즐거움은, 우리가 그것을 나누지 않는다면, 제 맛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감기에 걸리거나 두통이 생길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있긴 하지만 즐거움을 위해서 약간의 질병에 대한 위험을 무릅쓰는건 언제나 가치 있다. "즐거움은 수익의 주요 종류중 하나다." 게다가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한다면 우리는 항상 우리에게 좋은 걸 하는 것이다. 의사들과 현명한 사람들이 반박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 P339

음울한 철학에 내버려두자. 평범한 남자와 여자인 우리는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감각 중 하나를 사용해서 자연에게 그 너그러움에 대해 감사를 되돌려주자. 가능한 한 많이 우리의 상태를 바꿔주고 지금은 이쪽을, 지금은 저쪽을 번갈아 따뜻하게 해주며 해가 지기 전에 젊은이의 키스와 로마 서정시인 카탈루스를 노래하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메아리를 충분히 만끽하자. 모든 계절이 좋아할 만하다. 비가 오든 맑든, 적포도주 든 백포도주 든, 함께든 혼자든 삶의 기쁨을 한탄스럽게 단축하는 잠조차도 꿈들로 가득차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산책, 담소, 자기 과수원에서의 고독처럼 가장 흔한 행동들도 정신과의 결합으로 고양되고 빛나게 될 수 있다.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으며, 아름다움은 선함에서 고작 손가락 두개 너비만큼 떨어져 있다. 그러므로 육체적 정신적ㅈ건강의 이름으로 여행을 끝내는 걸 숙고하지 말자.
양배추를 심고 있든 말 잔등에 타고 있든 우리에게 죽음이 찾아오게 하자. 또는 어떤 오두막으로 몰래들어가 거기서 낯선 사람들이 우리 눈을 감게 하자. 하인 하나가 흐느끼거나 손길 하나가 닿아서 우리는감정을 주체 못하게 될 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 P340

것으로, 우리가 전혀 항의하지 않고 애통해하지도 않는 소녀들이나 좋은 친구들과 함께 있고 우리가 평소 업무를 보고 있을 때 죽음이 우리를 발견하게 하자. "게임과 축제, 농담, 흔하고 인기 있는 대화, 음악, 그리고 사랑의 시를 즐기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하자. 하지만 죽음 얘기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중요한건 삶이다.
이 산문들이 그 끝에 도달하지 않고 전속력으로 질주하다가 중단되면서 점점 더 명확히 드러나는 것은 삶이다. 죽음이 다가오면서 우리의 자아, 우리의 영혼, 존재의 모든 사실을 점점 더 열중시키는 게 삶이다. 여름과 겨울에 실크 스타킹을 신는 것, 포도주에 물을 타는 것, 저녁 식사 뒤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 정해 놓은 유리잔으로 마셔야 하는 것, 안경을 써 본적 없는 것, 목소리가 큰 것, 한 손에 잘 휘는 나뭇가지를 들고 있는 것, 혀를 깨무는 것, 발을 안절부절못하는 것, 귀를 긁는 습관이 있는 것, 맛이 변하기 시작한 고기를 좋아하는 것, 냅킨으로 치아를 문지르는것(감사하게도 치아들에는 좋다!), 침대에 커튼을 달아야만 하는 것, 그리고 좀 별나게도 처음엔 무를 좋아했다가 싫어하게 됐고 이제 다시 좋아하는 것 등 모 - P341

든 사실을.
어떤 사실도 손가락들 사이로 빠져나가게 할 만큼 지나치게 작지 않으며, 사실 자체의 흥미 외에도 우리는 상상력의 힘으로 사실을 바꿀 수 있는 이상한 권능이 있다. 어떻게 영혼이 항상 자신의 빛과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실체적인 것을 텅 비게 만들고 약한 것을 견실하게 만드는지, 드넓은 대낮을 꿈들로 채우는지, 현실만큼 환영들로도 잔뜩 흥분하는지, 그리고 죽음의 순간에도 사소한 것으로 장난치는지 관찰해 보라. 영혼의 이중성과 복잡성도 관찰해 보라. 영혼은 어떤 친구의 상실에 대한 소식을 듣고 동정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슬픔 속에서 달콤씁쓸하고 심술궂은 즐거움도 느낀다. 영혼은 믿음을지니면서 동시에 믿지 않는다. 특히 젊은 시절에 영혼은 기분에 대단히 영향을 받기 쉽다는 걸 관찰하라. 부유한 사람도 소년일 때 그의 아버지가 돈을 부족하게 주었기 때문에 도둑질한다. 이 벽은 그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의 아버지가 건축하길 좋아했기 때문에 세운다. 한마디로 영혼은 자신의 모든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신경과 동정심으로 온통 꾸며져 있다. 하지만 1580년 당시에도 영혼이 어떻게 작 - P342

동하는지 또는 영혼이 무엇인지에 관해 어떤 분명한 지식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무엇보다 영혼이 가장 신비롭고 우리의 자아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괴물이며 기적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우리는 그렇게 겁쟁이고 평탄하고 인습적 방식들을 좋아한다. "나 자신을 더 추적하고 알수록 내 결함이나를 더욱 놀라게 하고 나 자신을 더 이해하지 못하게된다." 관찰하라, 끊임없이 관찰해 보라, 그러면 잉크와 종이가 존재하는 한 몽테뉴는 "그침 없이 애쓰지도 않고" 글을 쓸 것이다.
하지만 이 삶의 예술에 대한 위대한 장인에게 우리가 던지고 싶은 마지막 질문이 하나 남아 있다. 짧고 끊어진, 길고 박식한, 논리적이고 모순된 진술들로 된 이 빼어난 전집 안에서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거의 투명해지는 베일을 통해, 매일 매년 계속 울리는 영혼의 맥박과 리듬 소리를 들었다. 여기에 삶이라는 모험적인 일에 성공했던 어떤 사람이 있다. 그는 자기 조국에 봉사한 뒤 은퇴해 살았으며 지주이자 남편, 그리고 아버지였다. 왕들을 즐겁게 했고 여성들을 사랑했으며 옛 책들을 읽으며 홀로 몇 시간동안 명상에 잠겼다. 가장 미묘한 것들에 대한 끊 - P343

임없는 실험과 관찰로써 그는 마침내 인간 영혼을 구성하는 이 모든 변덕스러운 부분들에 대한 기적적인 조정을 해냈다. 그는 자신의 모든 손가락으로 세상의 아름다움을 붙잡았다. 그는 행복을 성취했다. 그가 말하길, 만약 자신이 다시 살아야만 했다면, 또 똑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의 두 눈 아래 공공연히 살아 있는 영혼의 매혹적인 장관을 지켜보면서 질문이 저절로 만들어진다. 즐거움 이 모든 것들의 목적인가? 영혼의 본성에 대한 이 압도적인 관심은 어디에서 오는가? 남들과 소통하고 싶은 이 지배적인 욕구는 왜 생기는가? 이 세상의 아름다움으로 충분한가, 아니면 저기 다른 어딘가에 이 신비에 대한 어떤 설명이 있는가? 이에 대해 어떤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 없다. 오로지 "나는 무엇을 아는가?"라는 질문이 하나 더 있을 뿐이다. -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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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톤 체호프(1860-1904).
러시아의 따간로그에서 태어났다. 모스끄바대학 의학부를 졸업한후 의사로 일하며작품들을 집필했다.
러시아가 낳은 최고의 단편작가이자 극작가로 꼽힌다.
대표작으로「개를 데리고 다니는부인」, 「6호 병동」, 「벚꽃동산」등이 있다.

병원의 마당에 그리 크지 않은 별채가 있다. 우엉과 엉겅퀴와 야생 대마의 무성한 수풀이 별채를 둘러싸고 있다. 별채의 지붕은 녹이 슬어 적갈색이고, 굴뚝은 반쯤 주저앉았고, 입구의 계단은 썩어 잡초로 뒤덮여 있으며, 벽에 바른 석회는 흔적뿐이다. 별채의 앞면은 병원과 마주 보고있고, 뒷면은 벌판을 향해 있다. 별채와 벌판 사이에는 못이 박힌, 병원의 회색 울타리가 쳐 있다. 날카로운 끝이 위를 향하고 있는 못들과 울타리, 그리고 별채 자체의 불길하고 음침한 외관은 이 나라의 병원과 감옥의 건물에서만볼수 있는 것이다.
당신이 만일 엉겅퀴에 찔리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면, 함께 좁은 오솔길을 걸어 별채로 가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들여다보자. 첫 번째 문을 열면 우리는 현관에 들어서게 된다. 이곳의 벽과 뻬치까 옆에는 병원의 허섭스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매트리스, 파란 줄무늬가 그려 - P9

진 낡고 찢어진 환자복의 윗도리와 바지들, 닳아 해진 신발들, 이 모든 누더기들이 구겨지고 엉킨 채 산더미같이쌓이고 썩어서 질식할 듯한 악취를 풍기고 있다.
이 허섭스레기 위에 언제나 문지기 니끼따가 입에 파이프를 물고 누워 있다. 니끼따는 색 바랜 견장을 달고 있는, 늙은 퇴역 군인이다. 여위고 험상궂은 얼굴, 초원의 양치기 같은 인상을 주는 처진 눈썹, 붉은 코, 그리고 그리 크지않은 키에 마른 데다가 힘줄이 불거져 있으며, 태도는 매우 위압적이고 주먹은 단단했다. 그는 세상 그 무엇보다도질서를 사랑해서 <그들>은 맞아야만 한다고 확신하는, 그런 단순하고 적극적이며 맹종하고 우둔한 부류의 사람에속한다. 그는 얼굴이건 가슴이건 등이건 닥치는 대로 두들겨 패면서, 그렇지 않으면 질서가 유지되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 P10

당신이 더 들어가면, 현관을 제외한 별채 전체를 차지하는 크고 넓은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곳의 벽에는 지저분한 파란색이 아무렇게나 발려 있고, 천장은 굴뚝 없는농가에서처럼 그을음투성이다. 겨울이면 분명히 뻬치까의 연기로 자욱해질 것이다. 창문마다 안쪽에 쇠창살이 보기 흉하게 설치되어 있다. 바닥은 회색이고 군데군데 갈라져 있다. 소금에 절인 양배추와 램프 심지의 그을음이 있고 빈대와 암모니아의 악취 때문에 막 방에 들어서면 당신은 동물 우리에 들어간듯한 착각이 들 것이다. - P10

그의 외모는 무디고 거친 농부 같다. 얼굴 생김새, 턱수염, 헝클어진 머리카락, 건장하고 투박한 체격은 배가 불룩하고 절제할 줄 모르며 고집이 센, 대로변에 있는 선술집의 주인을 연상시킨다. 얼굴은 험상궂은 데다 파란정맥이 드러나 있고 눈은 작고 코는 빨갛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으며 손과 발은 거대하다. 그 주먹으로 한 대 맞으면 정신이 나갈 것 같다. 그런데 그의 발소리는 조용하고 걸음걸이는 조심스러우며 알랑거린다. 좁은 복도에서 마주치면 그는 언제나 먼저 멈춰 서서 길을 내주고, 기대되는 굵은 목소리가 아닌 높고 가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실례합니다! 하고 말한다. 그의 목에는 조그만 혹이 있어 풀 먹인빳빳한 칼라가 달린 옷을 입지 못하고 늘 부드러운 리넨이나 면으로 만든 셔츠를 입고 다닌다. 그래서 그의 모습은 의사답지 못하다. 10년째 언제나 같은 양복을 걸치고다닌 탓에 유대인 가게에서 산 새 옷도 그가 입으면 헌 옷처럼 낡고 구깃구깃해 보인다. 그리고 언제나 똑같은 프록코트를 입고 환자를 보고 식사를 하고 초대받은 곳을 다니는데, 그것은 그가 인색해서가 아니라 외모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 P31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으셨나요? 당신의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것은 여기서 달아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래 봐야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다시 붙잡힐 테니까. 사회가 범죄자나 정신병자와 같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고 들면, 그것을 이겨 낼 수 없답니다.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가지, 여기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일입니다.」「여기에 있어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소.」「감옥과 정신병원이 있는 한, 누군가 거기에 갇혀 있어야 합니다. 당신이 아니라면 나라도, 내가 아니면 다른 누구라도 기다려 봅시다. 먼 미래에 감옥과 정신 병원이 존재하지 않게 되면, 창문의 쇠창살과 환자복도 사라지겠죠.
물론, 그날은 빠르든 늦든 올겁니다.」 - P57

들에게 하느이반드미뜨리치가 눈을 반짝거리며 일어나 창문을 향해 두 팔을 뻗고 격앙된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철창 안에서 그대들을 축복한다! 정의 만세! 나는 기쁘도다!
「내가 보기에는 기뻐할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지 않소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말했다. 이반 드미뜨리치의 동작이 연극적으로 여겨졌지만, 그러면서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감옥과 정신 병원이 사라지고, 당신의 말처럼정의가 승리한다고 해도, 사물들의 본질은 변하지 않고 자연의 법칙은 그대로일 겁니다. 사람들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프고 늙고 죽을 겁니다. 찬란한 서광이 당신의 삶을 비춘다 해도 결국은 관 속으로 들어가 땅속에 묻히게 될 겁니다.」「그렇지만, 불멸은?」「오, 불멸이라니!」「당신은 믿지 않지만, 나는 믿소.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인지 볼테르의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작품 속의누군가가, 신이 없다면 사람이 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지. 만일 불멸이 없다면 사람의 위대한 지성이 언젠가 불멸을 발명해 낼 거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소.」 - P58

「당신이 언급하는 스토아 철학자들은 뛰어난 사람들이었지만, 그들의 학설은 2천 년 전에 이미 폐기되어 조금도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고, 또 앞으로도 진전이 없을겁니다. 그것은 실용적이지 못하고 또한 전혀 생명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학설이라고 하면 무조건 탐닉하고 연구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서만 성공을 거뒀을 뿐, 대다수의 사람들은그것을 이해하지도 못했습니다. 부와 쾌적한 생활에 대한무관심, 고통과 죽음에 대한 무시를 가르치는 그 학설은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전혀 이해되지 않지요. 왜냐하면 우선,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도 쾌적한 생활도 알지 못하기때문입니다. 그리고, 고통을 경멸하라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삶 자체를 무시하라는 뜻이 됩니다. 사람이라는 존재 자체는 굶주림, 추위, 모욕, 상실, 죽음에 대해 햄릿처럼 공포를 느끼도록 이뤄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느낌안에 삶 자체가 있습니다. 삶을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지만,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그렇기때문에, 다시 말하지만, 스토아 학설은 결코 미래를 가질수 없습니다. 당신도 알다시피, 삶이 시작된 이래로 지금 - P68

까지 투쟁, 통증에 대한 민감한 반응, 자극에 반응하는 능력 등등이 진보하고 있습니다......」 이반드미뜨리치가 갑자기 생각의 끈을 놓쳐서 하던 말을 그치고 짜증스럽게 이마를 문질렀다.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생각이 나질 않는군. 그가 말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그렇지! 내가하려던 말은, 스토아 학파의 누군가가 가까운 사람이 팔리지 않게 하려고 자기 자신을 노예로 팔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바로, 스토아 철학자도 자극에 반응을 보였다는 뜻입니다. 가까운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낮추는 그런 고결한 행위를 하려면 분노하는 마음, 동정하는 마음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공부한 모든 것을 이곳 감옥 안에서 잊어버렸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좀 더 기억해 냈을텐데. 그렇지, 그리스도는 어땠습니까? 그리스도는 울기도 하고, 미소 짓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하고, 아니면 괴로워하기도 하면서 현실에 반응했죠. 그분은 고통을 미소로 맞이하지 않았고, 죽음을 무시하지도 않았으며, 겟세마네 동산에서는 <이 잔을 거두어 주소서> 하고 기도드렸습니다.」 - P69

의사는 걸어다니며 구경하고 먹고 마시기도 했지만, 그의 감정은 단 하나, 미하일 아베랴니치에 대한 불편함뿐이있다.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친구로부터 벗어나 쉬고 싶었고 그를 떠나 숨고 싶었지만, 친구는 그에게서 한 발짝도떨어지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볼거리가 없을 때에는 이야기로즐겁게 해주려고 했다.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이틀은 참았지만, 사흘째 되는 날에는 몸이 좋지 않아 하루 종일 숙소에 있겠다고 친구에게 선언했다. 친구는 그렇다면 자신도숙소에 남겠다고 말했다. 사실,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다. 쉬지 않고는 다리가 견디지 못할 것이다.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얼굴을 등받이 쪽으로 돌리고 소파에 누워, 이를 악물고 친구의 말을 들었다. 미하일 아베랴니치는 프랑스가조만간 독일을 박살낼 거다, 모스끄바에는 사기꾼들이 많다, 말의 외양만 봐서는 말의 장점들을 판단할 수 없다고 열심히 이야기했다. - P89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창문으로 가서 벌판을 바라보았다. 이미 어둠이 내렸고, 지평선 오른쪽에서는 자줏빛의차가운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병원 울타리에서 가까운, 1백 사전이 채 되지 않는 곳에 돌로 된 벽으로 둘러싸인높고 흰 건물이 서 있었다. 감옥이었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무서워졌다.
달도, 감옥도, 못이 박힌 울타리도, 멀리 보이는 화장터의 불길도 무서웠다. 등 뒤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안드레이 에피미치가 뒤를 돌아보니, 빛나는 별 모양의 훈장을 가슴에 단사내가 미소를 지으며 교활하게 눈을 찡긋했다.
그것도 무서웠다. - P111

들어와, 바닥에 그물 같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섬뜩했다.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숨죽이고 누워 있었다. 다시 얻어맞을까 봐 공포에 떨었다. 마치 누군가 낫을 들고 와 그의 몸을 찌르고, 가슴과 창자를 여러 차례 비트는 것 같았다. 고통스러워서 그는 베개를 이빨로 악물었다. 혼란스러운가운데, 불현듯 견딜 수 없이 무서운 생각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와 같은 고통을, 희미한 달빛을 받아 검은 그림자처럼 보이는 이 사람들이 몇 년이나 매일같이 겪었을 것이틀림없다. 어떻게 2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이런사실을 알지도 못했고 또 알려고 하지도 않았단 말인가. 그는 고통을 몰랐고, 또 고통에 대한 개념조차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의 잘못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니끼따처럼 완고하고 투박한 양심이 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서늘하게 만들었다. 그는 벌떡 일어났다. 온 힘을 다하여 소리를 지르며, 니끼따와 호보또프와 사무장과 보조의사를 죽이고 자살하고 싶었다. 그러나 가슴속에선 작은소리도 나오지 않았고 다리도 꿈쩍할 수 없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셔츠와 환자복을 잡아 찢다가, 의식을 잃고 침대에 쓰러졌다. - P116

저녁 무렵,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뇌일혈로 죽었다. 처음에 그는 심한 오한을 느꼈고 구역질이 났다. 뭔가 혐오스러운 것이 몸속 전체로, 심지어 손가락 끝까지 뚫고 들어오는 듯했다. 그리고 그것이 위장에서부터 머리로 뻗치더니 눈과 귀로 넘쳐흐르는 듯했다. 눈앞이 파래졌다.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자신에게 마지막이 찾아온 것을 알았다. 그리고 이반 드미뜨리치, 미하일 아베랴니치와 수백만의사람들이 불멸을 믿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이 든 것일까? 하지만 그는 불멸을 원치 않았다. 그는 아주 잠깐 불멸에 관해 생각했을 뿐이었다. 이전에 책에서 읽은 아주 아름답고 우아한 사슴떼가 그의 옆을 뛰어지나갔다. 아낙네가 그에게 등기 우편을 쥔 손을 내밀었다. 미하일 아베랴니치가 뭔가를 말했다. 그리고 모든것이 사라졌고, 안드레이 에피미치는 의식을 영원히 잃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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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쓰고 있어요. 세 번째로 문장을 시작합니다. <올랜도》에 너무 몰두해 있어서 다른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는 게 사실이에요. 《올랜도》가 로맨스와 심리, 그리고 그 끔찍한 책의 나머지 부분을 완전히 쫓아내 버렸죠. 내일 나는 바이올렛 트레퓨시스와 당신이 얼음 위에서 만나는 장면을 묘사하는장을 시작해요. 모든 게 철저히 자세하게 얘기돼 - P183

야만 해요. 나는 아이디어들로 가득해요. 당신이 어떤 종류의 싸움을 했는지 약간 힌트좀 줄래요? 어떤특별한 특징 때문에 그녀가 처음 당신을 선택했나요? 여기를 보세요. 사진 몇 장을 고르려면 내려가서 당신을 만나야 해요. 내겐 제임스 1세 시대 젊은 남성 색빌 사진 한장, 그리고 조지 3세 시대 젊은 여성 색빌사진 한장이 필요해요. 제발 내 계획에 당신을 빌려 주세요. 이건 많아야 3만 단어 정도인 작은 책이될 거예요. 그리고 열광적인 현재 속도면 (나는 하루종일 다양한 겉모습을 한 당신, 그리고 바이올렛과 얼음, 그리고 엘리자베스 여왕과 조지 3세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요) 크리스마스까지는 완성할 거예요. 다시 말해, 우리가 러시아에 가지 않는다면요. 당신은 내가 러시아에 가면 좋겠어요? 우리는 한 달 동안 혁명 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무료로 거기가도록 요청받았어요. 내가 이 기회를 붙잡아 모피도 사고추위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당신이 생각하는 걸 말해 줘요. 화요일까지 결정해야만해요.
《올랜도>는 사진들과 지도 한두 장이 들어간 작온책이 될 거예요. 나는 이걸 밤에 침대에서, 거리를 - P184

걸으면서, 어디에서나 구상해요. 등불 아래에 있는당신을, 에메랄드 옷을 입은 당신을 보고 싶어요. 사실지금보다 더 당신을 보길 원했던 적이 없어요. 그저 앉아서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이 말하도록 하고는 빠르고 몰래 어떤 의문스러운 점들을 정정하려고요. (...) - P185

이번 가을에 《댈러웨이 부인>을, 그리고 나중에 《등대로)를 출판하려고 해요. 하지만 모든 소통은 커티스 브라운을 통해서 해야만 하죠. (…)

《올랜도》가 완성됐어요!!!

지난 토요일(3월 17일) 한시 5분전에 마치 당신의 목이 부러지는 듯한 일종의 강한 끌어당김을 느꼈나요? 그때 올랜도가 죽었어요. 또는 세 개의 작은 점 ‘...‘과 함께 말하기를 멈췄죠. 이제 모든 단어가 다시 쓰여야만 할 거예요. 그래서 9월까지 끝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일관성 없고, 참을 수 없고, 불가능한 그런 단어가 사방에 널려 있어요. 그래서 지긋지긋하죠.
이제 질문은 ‘당신에 대한 내 감정이 바뀔 것인가?예요.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당신 안에서 살다가 나왔죠. 당신은 정말 어떤 사람인가요? 당신은 존재하나요? 내가 당신을 만들어 냈나요?(...). - P187

(...)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 주요한 점은 당신이 그걸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게 언어로는 건널수 없는 만의 머나먼 저편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끼는 거라고 믿어요. 오직 숨 막히는 고뇌를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사실을요. 자, 내가 논설 한 편을 쓰려고 자리에 앉으면 그 아이디어를 설명할 언어의 망을 반드시 한 시간 정도 안에 갖게 되죠. 그러나 내 - P188

가 말했듯이, 소설이 훌륭하려면 그걸 쓰기 전에는쓰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면서도 오직 눈에 보일뿐인 무언가여야 해요. 그래서 9개월 동안 절망속에살다가 내가 의도했던 걸 잊어버렸을 때에야 그 책이 참을만해 보이죠. 내가 장담하는데, 내 모든 소설은 그것들이 쓰이기 전에는 일류였어요. (...) - P189

상상적인 작품을 쓰려면 말하기를 멈춰야만 해. 네 그림은 어때? 그리고 삶은 어때? 나는 탄성 베일 속을 방황하면서 지금 런던 도서관으로 향하고 있어. 그건 내가 ‘나방들‘ (《파도》)이라고 부를 것 같은 책에 관해 생각하기 위해서야.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책이지. 하지만 그 책은 결코 내 머릿속에서 아직 쓰이지않은 지금 상태만큼 좋지는 않을 거야.
우리는 새 차를 샀어. 제발 네가 어디에 있든지네 머릿속에 무슨 생각이 들든지 지금 바로 편지해주렴. - P191

책이 온화하게 조절됐다고 생각하신다니 정말 기뻐요. 내 피는 이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끓는 경향이 있거든요. 마치당신의 피가 원주민이나 전쟁에 대해서 그런 것처럼요. 그래서 그렇게 되길 바라지 않았죠. 나는 젊은여성들을 격려하고 싶었어요. 그들이 심하게 우울해하는 것 같아서요. 또한 나는 토론을 유도하고 싶었어요. 말해질 수도 있는 것, 그리고 말해지지 않은것이 아주 많습니다. 양성적 정신이 그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교육도 그렇습니다. 비록 나는 완전한 아웃사이더이지만, 이대로 두는 건 남녀 모두에게 옳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내가 여기너무 오래 머문 것 같아요. 며칠 전 밤에 나는 당신의BBC 청취자 중 하나였고 당신이 계속 진행했더라면 좋아했을 거예요." (이런 일이 내게는 거의 일어나지 않거든요. 내 말은 일반적인 강의의 경우에요.) 그래서 나는 크게웃었답니다. - P197

다만 나는 마치 숨을 헐떡이는 고래처럼 수면 위로 올라오는 정직한 작가죠. 그게 내게는 문구를 발견하는 노력과 고뇌인데 (그게 내가 말하려는 뜻이에요)사람들은 내가 글을 아름답게 쓴다고 말해요! 나는언제나 아직 말해지지 않았고 처음으로 정확하게 말해져야만 하는 무언가를 말하려 하고 있는데 어떻게 아름답게 쓸 수 있을까요? 그래서 나는 아름다움을 포기하고 아름다움은 다음 세대에게 유산으로 남겨 줍니다. 내 역할은 아마도 그들이 거래할 저장물을 늘려주는 것인가봐요. (...) - P205

하지만 만약 당신이 읽은 그 발췌문이 당신을 기쁘게 했다면 내가 생각했던 대로 그건 그렇게 공허한 몸짓은 아니겠네요. 한편으로는 나 자신의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서, 한편으로는 다른 어떤것도 쓸 수 없었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썼습니다. 그리고 비록 지금 아무런 영향력도 미치지 못할까 걱정되지만 어쨌든 당신이 읽은 내용을 좋아했다는 사실이 내 두려움을 어느 정도 덜어 줍니다. 그래서 당신이 편지로 그렇게 말해 준 데 대해 정말 감사하고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그 아웃사이더 아이디어로 정말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나는 그저 그 아이디어와 여러 다른 아이디어들의 표면을 스치듯 훑기만 했죠. 하지만 당신이 당신 자신을 아웃사이더라고 부르다니 정말 기쁩니다. 당신이 가장 먼저 그 이름을 따랐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 P265

나는 어느 아침에 대해 써 보려고 해요. 내가 텅 빈 진공 속에서 글을 쓴다고 느끼자 이상했어요.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에요. 나는 청중이 사라져 버렸다고 느껴요. 하지만 정말 기이하게도 한 가지 생각이 드는데, 진공 상태에서도 내 두뇌를 회전시켜야만 한다는 사실이에요.
그건 그렇고 당신에 대해 알고 싶어요. 비타는오고 있었는데 마지막 순간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죠. 폭탄들이 시싱허스트 여기저기에 떨어지고 있어서 좀 더 머물러야 한다고 했어요. 그녀는 구급차를 운전하니까요. 로즈 매콜리도 런던에서 같은 일을 하고 있죠. 그 점을 정말 많이 존경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일관성 없이 기복이 심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조카 한명이 여기 머물고 있고 다른 한 명은 오두막에 있어요. 그들은 공군에 친구들을 모았죠. 축제가 열렸어요. 마을 연극도 상연됐고요. 도중에 사이렌 소리가 들렸죠. (...) - P304

오랜 세월 런던내기로 살아온 뒤 시골 여성이 되다니 얼마나 이상한지요! 내 인생에서 거의 처음으로 런던에 침대가 없어요. 내일은 내가 뭘 하고 있을지 아세요? 런던 브리지에 갈 거예요. 그런 다음 템스강을 쭉 따라서 내가 자주 가곤 했던 곳 안팎으로 산책할 거예요. 그렇게 템플 지역을 통과해 스트랜드로올라가고 옥스퍼드 스트리트로 들어가 거기서 마카로니를 사고 점심을 먹을 거예요. 아뇨, 당신과는그 위대한 도시에 대한 내 열정을 전혀 공유한 적이없죠. 하지만 그게 내가 꿈꾸는 정신의 어떤 구석진곳에서 초서와 셰익스피어, 그리고 디킨스를 대표하는 거예요. 이게 내 유일한 애국심입니다.(...) - P312

사랑하는 언니,
내가 언니의 편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언니는생각할 수도 없을 거야. 하지만 이번에는 다시 돌아오기엔 내가 너무 멀리 가 버렸다고 느껴. 나는 지금내가 다시 미치고 있다고 확신해. 맨 처음 그랬던 것과 똑같이 나는 늘 목소리들이 들려. 그리고 이젠 그걸극복할수 없으리란 걸 알아. - P315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레너드가 매일, 항상, 정말놀라울 정도로 잘해 줬다는 게 전부야. 다른 누구도 나를 위해 그가 한 것보다 더 할 수 있었다고는 상상할수 없어. 이 공포가 시작된 지난 몇 주 전까지 우리는 완벽하게 행복했어. 언니가 그에게 이걸 확신시켜줄래? 나는 그가 해야할 일들이 정말 많고 내가 없다면 그가 더 잘 그 일들을 해 나갈 거라고 느껴. 그러니 언니가 그를 도와줘.
더 이상 나는 거의 선명하게 생각할 수 없어. 할수만 있다면 언니와 언니의 아이들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언니한테 말하고 싶어. 나는 언니가 알고있다고 생각해.
나는 이 질병과 싸워왔지만 더 이상은 못하겠어.


버지니아 - P316

사랑하는 레너드,
당신이 내게 완전한 행복을 줬다고 말하고 싶어요. 아무도 당신이 한 것보다 더 할수는 없었을 거예요. 제발 그걸 믿어줘요.
하지만 내가 결코 이걸 극복할 수 없을 거란 걸 알아요. 그리고 내가 당신의 삶을 낭비하고 있죠. 이광기 때문에요. 그 누가 어떤 말을 해도 나를 설득할 수 - P319

없어요. 당신은 일할 수 있고, 내가 없으면 훨씬 더 잘할 거예요. 내가 이 편지조차 쓰지 못하는 걸 당신은알죠 이런게 내가 옳다는 걸 보여 줘요. 내가 말하고싶은 건 이 질병이 찾아오기 전까지는 우리가 완벽하게 행복했었다는 게 전부예요. 모두 당신 덕분이었어요. 바로 첫날부터 지금까지, 그 누구도 당신이그랬던 것만큼 그렇게 친절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모든 사람이 그걸 알아요.


V. - P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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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자신과 같은 성별을 사랑하는 것에 대해어떤 견해든 갖고 있나요? 모든 젊은 남성이 그런 경향이 있고 나는 그것이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지 않올수 없어요. 비록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요. 우선 첫째로, 요즘은 모든 젊은 남성이 어떤 이유 때문인지 예뻐지려 하고 여자처럼 되려는 경향이 있어요. 그들은 색조 화장도 하고 분도 발라요. 이런게 우리 시대 케임브리지에서의 스타일은 아니었습니다. 내생각에 이건 사람에 대한 약간의 의존성을 암시하는것 같아요. 며칠 전에 색빌웨스트라 불리는 작은 애완견이 나를 보러 찾아왔어요. (내 귀족의 사촌이 대저택놀을 상속받을 거래요.) 그러자 내 요리사가 "거실에있는 부인은 누구죠?"라고 말했죠. 그는 소녀 같은목소리에다 온통 하얗고 진지하며 큰 보라색 눈과폭신한 볼살을 지닌 페르시안 고양이 같은 얼굴을 - P127

지녔어요. 당신은 그와 같은 생명체의 연애 사건들은 존중할 수 없겠죠. 그런데 젊은 여성들도, 자기보호로 또는 모방으로, 또는 진심으로 곧잘 자기 성별을 좋아해요. 나의 귀족은 (아, 하지만 내가 당신에게 얘기해줄 귀족이 두세 명은 있어요. 그들은 내게 흥미로워요)지독하게 동성애적이에요. 그래서 한 여자 사촌에대한 열정에 사로잡혔고 그들은 함께 티롤이나 산악휴양지로 도망쳤는데 그들의 남편들이 비행기로 쫓아갔대요. 두 여성의 어머니들은 이 일을 깊이 마음에 두었다고 합니다. 나는 이런 일탈 중 어느 것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없어요. 당신에게 비밀 하나를 말하자면, 나는 내 귀부인이 다음번에는 나와 함께 달아나자고 부추기길 원합니다. 그러면 당신에게내려가 그에 관한 모든 걸 말해줄게요. (...) - P128

동정심의 결여에 관해서는 아마 당신이 옳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자기방어 차원에서 나는 그 방법의 기이함이 당신이 그렇게 느끼는데 일부 책임이 있다고 말해야겠습니다.우선, 실험의 기술적인 특성들을 느끼는 게 어떤 감정을 얻는 것보다 훨씬 더 쉽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당신이 체호프에 대해 한 말에 동의합니다. 다만 러시아작가들은 우리보다 엄청난 이점을 갖고 출발합니다. 그들은 자신들보다 오래된 문학적 배경이 없으며 묘사하기에 훨씬 더 단순한 사회라는 점에서요.
하지만 이런 것들은 변명이며 당신의 비평 속에상당한 진실이 있다는 사실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사실, 이런 실험들로 당신을 괴롭히는 이유는 내분석적인 두뇌를 작동시키는 대신 내 동정심을 해방시킬 어떤 방법을 발견할 때까지는 평화롭게 누울수가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지금 소설가가 그렇게하기 힘들게 됐습니다. 어쨌든 영국에서는요.
와서 만나요. 말로그 질문에 대해 논쟁합시다.
아무튼 당신의 편지는 내게 커다란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편지 써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 P130

어쩌면 내게 좋은 책 쓰기를 어렵게 만드는 건이러한 비평의 부족, 또는 오히려 내가 다양한 사람들에게 매우 다양하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인 것 같아요. 나는 언제나 어쩌면 모건 포스터를 제외한 누구도 내가 해낸 걸 파악하지 못한다고 느껴요. 사람들의 의견은 막연하게 충돌해요. 그래서 나는 매번 - P132

나 자신을 위해서 그 전체를 새롭게 다시 창조해야만해요. 아마 모든 작가가 지금 같은 배를 타고 있을거예요. 이게 전통과 결별하기 위해 우리가 치르는형벌이며 그 고독이 비록 흥미롭게 읽히지는 않더라도 더욱 흥미로운 작품을 만듭니다. 어쩌면 나는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내 언어들과 혼자 살아야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런 말은 별로 진심이 아니에요. 토론되고 칭송받고 비난받는 건 커다란 자극제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의 편지를 간직해서몇달후에 아주 주의 깊게 읽어볼 거예요. 지금은 다양한 의견들이 쌓이도록 놔두고 있어요. (여기 대단히 지적인 사람들이 보낸 두 통의 편지가 있어요. 하나는 모든 관심이 셉티머스와 레치아에게 집중돼서 댈러웨이 부인 자신이 실패자라고 말하는 리튼 스트레이치가 보낸 편지입니다. 다른 하나는 나더러 좀 더 체호프처럼 글을 쓰라고 간청하고 내가 ‘게으른 부자들의 생활을 깊이 응시한다‘는 사실을 한탄하는 찰스 생어의 편지입니다.) 그런 다음 모두가 잠잠할 때 나는 내 구멍에서 기어 나와 그 의견들을 종합할 거예요. (...) - P133

하지만 당신에게 간청하는데, 사물이 중요하지않고 사물이 기록되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당신의 신조를 나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어떻게 내가 그걸 믿는다고 비난할 수 있죠? 나는 당신이 어떤 상상의 작품에서 표현을 사유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고 생각지않습니다. 어떤 사물이 더 잘 표현될수록 그건 더 완전하게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내게 로버트 스티븐슨은 서툰 작가예요. 그의 사유가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비록 그가 아무리 기교를 부려도 그의스타일은 몹시 불쾌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당신은 내용으로부터 분리된 기교를 즐길 수 있는지 난 모 - P138

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당신을 잘못 표현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당신이 의미하는 걸 모르겠어요.
그러나 비평은 얼마나 어려운가요! 단 하나의 단어도 두 사람에게 동일한 의미를 지니지 않습니다. 내 작품에 도움을 받는 것에 대해서는 모든 희망을 포기했습니다. 비난은 불쾌하고 찬사는 유쾌하지만 어느 쪽도 내가 하고 있는 것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늘 주장하듯이, 스스로가 느끼는 즐거움만이 유일한 길잡이이며, 그 즐거움이 현재 네 권의책을 더 계획하도록 저를 이끌고 있습니다.
우리 정원은 서섹스에서 선망의 대상입니다.
(...) 정말로, 나는 무더운 날의 정원만큼 사랑스러운건 없다고 생각해요. 중년의 나이인 나는 이런 단순하고 평범한 것들을 심오한 신념으로 말합니다.
이제 나더러 비평을 써서 내 영혼을 판다고 말하며 내 모든 에너지를 영원히 소설 쓰기에 헌신하길 소망하는 한 (서른세 살) 여성으로부터 나를 지켜야겠습니다. 아, 당신들 독자들이란!
- P139

나는 여전히 지독한 두통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해서 글을 쓰는 대신 글쓰기에 대해 생각해야만 하고 이 모든 문제가 끔찍이 어렵다는 걸 깨닫습니다. 형식은 무엇일까? 인물은 무엇일까? 소설은 무엇일까? 나를 위해 이런 것들을 곰곰이 생각해 주세요. 물론 사람들이 시에 관해 생각하듯이 아무도 100년동안소설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숨통이 짓눌린 채 잠에서 깨어나 완전히 어둠 속에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하지만 당신도 인정하겠지만, 흥미로운 시대입니다. 단지 소설가에게만 혼란스럽죠. 당신이 나이가 많은 빅토리아 시대 작가들, 그리고 젊은 조지 왕조 시대작가들로 분류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 모두가 내가 객실로 가서 새벽까지 일어나 앉아 논쟁해야만 한다는걸 증명합니다. 엠피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 P143

아, 내가 전례없이 지금 글을쓸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였죠. 이게 50페이지를 쓰는동안 내내 나를 따라다니고 있는 환상이에요. 하지만 내가 글을 빠르게, 순식간에 쓰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그러고는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제 끝났습니다, 라고 느끼죠. 하지만 한 가지, 나는 당신이 나를 자기중심주의자로 만들도록 놔두지는 않겠어요. 결론은, 당신의 글에 대해서는 왜 얘기하지 않는 거예요? 왜 언제나 내 글, 내 글, 내 글이죠? 이런 이유로, 내 생각에 당신은 아주 여러 방식으로 풍부하고 나는 단지 막대기에 묶인 완두콩 같아요. (…) - P145

(...) ‘적확한 단어‘에 관해 말하자면, 당신이 정말틀려요. 스타일은 아주 단순한 문제예요. 그건 순전히리듬이죠. 일단 당신이 리듬을 얻기만 하면, 당신은잘못된 단어를 쓸 수가 없어요. 그러나 반면에 나는적절한 리듬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전의 절반이 지나도록 아이디어와 비전으로 가득한 채 여기에 앉아있고 그것들을 몰아내지 못하고 있죠. 이제 이것, 즉 - P150

리듬이 무엇인가는 매우 심오하고 단어들보다 훨씬더 중대합니다. 어떤 광경, 어떤 감정은 마음속에 이런 파동을 창조해요. 파동이 그것에 딱 맞는 단어들을 만들기 훨씬 이전에요. 그래서 나는 글을 쓰면서(이게 내 현재 믿음이에요) 이 파동을 다시 포착해 작동하도록 설정해야만 합니다. (이런 게 단어들과는 아무상관이 없어 보이죠.) 그런 다음 이 파동이 마음속에서부서지고 요동치면서 그것에 딱 맞는 단어들을 만듭니다. 하지만 분명 내년에 나는 다르게 생각하겠죠. 그리고 내 캐릭터에 관해 말하자면, (나자신에 관한 질문에만 답변해서 당신은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겠네요) 쾌활한 범속함이 부족하다는 데 동의해요. 하지만 내가 어떻게 자라왔는지 생각해 보세요! 학교에 가지도 못하고 내 아버지의 책들 사이에서 혼자 멍하니 보냈죠. 학교에서 진행되는 모든 과정을 익힐 기회라고는 전혀 없었어요. 공 던지기, 장난, 비속어, 천박함, 소란스러운 싸움, 질투 같은 거요. 나는 그저 내 의붓오빠들에게 분노하고 내 아버지 손에 이끌려서 펜타인 호수 주변을 지치도록 걸었을 뿐입니다. - P151

(…) 그래요, 난 당신이 좋은 시를 쓰는 게 좋아요. 나의 고별 강연은 그다지 일관성이 없었어요. 나는 감정, 아이디어 같은 어떤 것이 되기 이전의 사물 그자체에 대한 무언가를 말하려고 했어요. (신의 선물이긴하지만) 전통과 그 모든 말들에 대한 감각을 지닌 당신에게 위험성은 이게 너무 쉽게 나타나도록 한다는거예요. 내 말은 과시적으로 표현적으로 쓰기 위해 - P155

무리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단지 사물이 스스로 보이게 만들 수 있을 때까지 양손을 모으고 바깥에 서있어야만 한다는 뜻입니다. 우리, 타고난 작가들은, 은수저를 지닌 채 너무 일찍 준비된 경향이 있어요. 나는 당신이 지금까지 드러나게 해 온 것보다 더 기이하고 더 깊고 더 모난 생각들이 당신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당신은 호손든상을 받을 거죠, 아 그래요, 그럼 나는 약간 질투 나고 자랑스럽고 메스꺼울 거예요....... - P156

그리고 내 펜을 잉크에 살짝 담갔다가 깨끗한 종이 위에 마치 저절로인 듯 이런글자들을 썼어요. ‘올랜도: 전기‘ 이걸 쓰자마자 내 몸은 황홀함으로, 그리고 내 두뇌는 아이디어들로 넘쳐흘렀죠. 나는 열두 시까지 빠르게 썼어요. 그런 다음 한 시간 동안 로맨스를 썼죠. 그래서 매일 아침 열두 시까지 소설(나만의 소설)을 쓰고 한 시까지 로맨스를 쓰려고 해요. 하지만 잘 들어 봐요. 올랜도가 비타로 밝혀진다고 가정해 보세요. 모두가 당신과 당신 육체의 욕망, 그리고 당신 정신의 유혹에 관한 거예요. (당신에게 마음은 없죠. 메리 캠벨과 함께 시골길을 따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으니까요.) 내 인물들에게 때때로 달라붙어 있는 일종의 현실의 희미한빛이 있다고 가정해 보세요. 마치 굴 껍데기 위의 광택처럼요. (그런데 그건 또 다른 메리, 즉 메리 허친슨이 생각나게 하네요.) 내 말은, 시빌 콜팩스 가 내년 10월에 - P181

"버지니아가 비타에 관한 책을 썼어요."라고 말하면, 오지가 친구들과 장황하게 지껄이고 바이어드가 깔깔댈 그 모습을 상상해 보라고요. 괜찮겠어요? 그렇다. 또는 아니다, 라고 말해 주세요. 하나의 주제로서 당신의 탁월함은 대개 당신이 귀족 출생이라는 점으로부터 발생해요. (하지만 400년 동안 내내 귀족이면 어뭘까요? 그리고 그 덕분에 화려한 묘사적 문구들을 위한 기회가 엄청 풍부하게 주어지는 거죠. 또한 나는 당신 안의 어떤 아주 이상하고 불일치한 가닥들을 풀었다가 다시 꼬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인정할게요. 캠벨에 관한 문제를 자세히 논의하는 거죠. 그리고 당신에게 말했듯, 내가 하룻밤에 전기를 혁명할 수 있는 방법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그래서 만약 당신이 동의한다면 나는 이걸 공중으로 던져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보려고 해요. (...)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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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척 많은 글을 써왔어요. 언제나 당신의 엄격한 시선이 세상 어디에서나 나를 찾아내는 가운데요. 당신이 여기에서 격려해 주면 좋겠어요. 내가 끄적이는 글에 아무도 진심으로 관심을 갖지 않아요. 그들이 왜 관심을 갖겠어요? 당신 생각에는 내가 언젠가 정말 훌륭한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나요? 어쨌든 나는 전보다는 더 잘 해낼 수 있어요. 비록 여전히 끔찍이 헐벗고 불모인 조각들이지만요. 또 독서를 많이했어요. 주로 18세기 작품들이에요. 그게 내 약점이었죠. 글쓰기는 신성한 예술이에요. 내가 더 많이 쓰고 읽을수록 글쓰기를 더 많이 사랑하게 돼요. p24


아마도 바네사에게 사랑에 빠진 것 같아요. 누가 알겠어요? 그게 조용히 많은 걸 배우는 과정이 되겠죠. 하지만 내 생각에 그들은 아주 많은 걸 느낄 만큼 충분히 원기 왕성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 나와 맞는 건 여성들이지 이런 생기 없는 생명체들은 아니에요. (...)
나는 무척 많은 글을 써왔어요. 언제나 당신의 엄격한 시선이 세상 어디에서나 나를 찾아내는 가운데요 당신이 여기에서 격려해 주면 좋겠어요. 내가 끄적이는 글에 아무도 진심으로 관심을 갖지 않아요. 그들이 왜 관심을 갖겠어요? 당신 생각에는 내가 언젠가 정말 훌륭한 책을 쓸 수 있을 것 같나요? 어쨌든 나는 전보다는 더 잘 해낼 수 있어요. 비록 여전히 끔찍이 헐벗고 불모인 조각들이지만요. 또 독서를 많이했어요. 주로 18세기 작품들이에요. 그게 내 약점이었죠. 글쓰기는 신성한 예술이에요. 내가 더 많이 쓰고 읽을수록 글쓰기를 더 많이 사랑하게 돼요. - P24

내가 왜 이런 건지는 외부적인 이유들로 조금은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교육과 생활방식 같은 것들이요. 그러니 어쩌면 내가 나이가 들면서 더 나은 무언가를 얻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지 엘리엇이 그녀의 첫 소설 《성직자 생활의 풍경 Sceneof Clerical Life》을 썼을 때, 그녀는 마흔 살에 가까웠던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 현재의 느낌은 사랑이나 마음, 또는 열정이나 성이 없는 이 모호하고 꿈같은 세계가 내가 정말 관심 있고 흥미롭다고 여기는 세계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비록 그것들이 당신에게는 꿈이고 내가 그것들을 전혀 적절하게 표현하지는 못 하더라도 이런 것들이 내게는 완벽하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발 내가 만족스러워하거나 내 견해가 어떤 전체를 포함한다고는 한순간도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다만 내가 정말 느끼는 것들에 대해 글을 쓰는게 솔직히 내가 조금도 이해하지 못 하는 것들 속에서 흙투성이가 되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 내게는 그게 문학에서 무시무시하고 용납할 수 없어 - P26

보이는 어리석은 실수 중 하나입니다. 이는 감정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것에 젖어 있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그래서 그건 그저 동물적이고 흉측하죠. 하지만 물론 어떤 위대한 작가는 그들을 다루어 아름다워지게 만들고 조각상을 남자와 여자로 변화시킵니다. 당신이 나의 까다롭고 미성숙한 정신을 이해하는지 궁금합니다. 내가 당신에게 보낸 글들은 단지 실험일 뿐이었어요. 그래서 그 글들은 결코 내 완성된 작품으로서 내세우지 않으려고 해요. 그것들은 책상 위에 놓여 있다가 불태워질 거예요! 그러나 당신이 무척 솔직해서 나는 매우 기쁩니다. 왜냐하면 나는 내 작품에 대한 비평이 너무 적어서 내가 어떤 인상을 주는지 정말 모르겠거든요. 하지만 제발 기억해주세요. 만약 내가 글을 쓸 때 무정하다면, 실제로는 내가 무척 감상적이며 그걸 표현할 방법을 알지 못할 뿐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당신과 아기들에게 헌신적이며, 단지 착한 어린아이처럼 취급받고싶을 뿐이라는 것을요. - P27

당신의 칭찬은 엄청나게 과장된 것 같아요. 내가추측하기에 당신이 나보다 극적인 본능을 더 많이지녔기 때문에 나의 장면들에서 그것을 간파하는 것같습니다. 하지만 칭찬을 무척 감사히 받겠어요. 그리고 내 모든 말들이 수증기가 아니라는 어떤 확신을 갈망합니다. 내 말들은 그런 덩어리 속에서 하나씩 쌓여갑니다. 만약 그것들이 단지 진흙탕에 불과하다면 끔찍한 일입니다. 나 스스로는 마지막 부분이 정말 최고라고 생각해요. 최소한 내가 훨씬 더 즐기면서, 그리고 내 눈앞에 그게 있다는 감각을 갖고그 부분을 썼어요. 언젠가 <멜림브로시아>가 당신 책장에서 먼지 쌓인 책이 되어 줄리언 벨이 읽으려고해도 읽을 수 없는 때, 이 편지가 얼마나 허영으로 보일까요! 하지만 내가 이 책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할 만한 많은 것들이 있어요. 우리가 언제나 후세대에 관해 생각하고 있을 필요는 없지요. 나는 서둘러이 편지를 씁니다. 옷을 차려입고 외출하기 직전에요. 나는 문장들을 보기 좋게 만드는 내 능력에 대한맹목적인 믿음이 있기 때문에 대담한 조각들도 제멋 - P33

대로 놔뒀다가 다음 겨울에 새롭게 윤을 내려고 한다는 걸 여기에 덧붙일 뿐입니다.
나는 당신이 타협에 대해 나를 비난할까 좀 걱정했어요. 하지만 나는 나대로 그 속편이 유일하게 가능한 거라고 꽤 확신했어요. 어떤 배경을 바탕으로살아있는 남자들과 여자들의 흔들림을 끌어내고 싶어요. 내가 그런 시도를 하는 건 매우 적절하지만 시도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아, 당신이나를 얼마나 격려해 주는지요! 이것이 전혀 달라지게 만듭니다. 정말로 흥미로운가요? 당신이 그렇게말하니까 그렇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때로는 이 책이 얼마나 창백하고 투명하게 내게 읽히는지 당신은전혀 모릅니다. 내가 충분한 열기를 가지고 쓰는데도불구하고요.(…) - P34

그래서 서평가들의 손에 의해 조금씩만 맛보고있죠. 하지만 지난주 당신들 칼럼 속 ‘상냥한 매‘의글은 찻숟가락만큼의 작은 양도 삼킬 수가 없습니다. 그는 지적 능력에 있어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는 사실이 ‘그에게 아주 명백하다‘고 말합니다. 이어서 그는 ‘아무리 많은 교육과 행동의 자유도 그것을 눈에 띄게 바꾸지 못할 것이다‘라는 베넷 씨의 결론에 동의합니다. 그러면 상냥한 매는 16세기보다17세기가 더 많은 뛰어난 여성들을 낳았고 17세기보다는 18세기가, 그 모든 30년보다 19세기가 더 많은 뛰어난 여성들을 낳았다는, 내게는 (어떤 다른 공정한 관찰자를 떠올려야만 했지만요) 명백한 사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까요? 내가 뉴캐슬 공작 부인을 제인오스틴과, 절세의 오린다를 에밀리 브론테와, 헤이우드 부인을 조지 엘리엇과, 애프라 벤을 샬럿 브론테와, 제인 그레이를 제인 해리슨과 비교할 때, 지적 능력의 발전은 내게 눈에 띌 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해보입니다. 남성과의 비교는 나를 전혀 자살로 이끌지 않아요. 교육과 자유의 효과는 과대평가될 여지 - P62

가 거의 없습니다. 한마디로, 비록 다른 성에 대한 비관주의가 항상 즐겁고 기운을 돋아 줄지라도, 자신들 앞의 증거에 대해 그토록 확신하며 거기에 탐닉하는 건 베넷 씨와 상냥한 매의 작은 낙천성 같습니다. 따라서 비록 여성들은 남성들의 지성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바랄 모든 이유가 있더라도 위대한 전쟁과 위대한 평화가 공급하는 것보다 더많은 증거를 얻을 때까지 그걸 사실이라고 발표하는건 현명하지 못한 일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만약 상냥한매가 위대한 여성 시인을 발견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면 어째서 오디세이의 작가가 여성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스스로 입을 막으려 들까요? 물론 베넷 씨와 상냥한 매가 아는 만큼 내가 그리스어를안다고 주장할 수는 없지만, 사포가 여성이었고,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녀를 호머와 아킬로쿠스와 함께 그 시대 가장 위대한 시인들 중 한 명으로 평가했다고 자주 들어왔습니다. 그러니 베넷 씨가 명백히 그녀보다 우월한 남성 시인들 50명을 댈 수있다는 건 반가운 놀라움입니다. 만약 그가 그 이름들을 출간할 거라면 나는 우리 성별에 그토록 소중한 복종의 행위로서 그들의 작품을 구매할 뿐만 아나라, 내 능력이 허락하는 한 외우겠다고 약속할 겁니다. - P63

우리는 그녀의 작품들이 완전한 형태로 알려졌던 당시 사람들의 견해로 우리의 판단을 보충합니다. 그녀가 2,500년 전에 태어난 건 진실입니다. 상냥한 매에 따르면 그녀와 같은 천재성을 지닌 여성시인이 기원전 600년부터 18세기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기간에 잠재적인 천재성의 여성시인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합니다. 따라서 그 기간 보통 정도의 실력을 지닌 여성 시인이 부재한다는 사실은 잠재적인 평범성의 여성 작가들이 없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사포는없었습니다. 하지만 또한 17세기나 18세기까지는 마리코렐리도 바클리 부인도 없었습니다.
좋은 여성 작가들뿐 아니라 나쁜 여성 작가들의 완전한 결핍에 대해 설명하려면, 나는 그들의 능력에 어떤 외부의 제약이 있었다는 것 외에는 다른 이유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상냥한 매는 2등급 또는 3등급능력의 여성들은 언제나 있어 왔다고 인정하니까요. 만약 그들이 강압적으로 금지되지 않았다면, 어째서 그들은 이러한 재능들을 글쓰기와 음악, 또는 회화에서 표현하지 않았을까요? 비록 너무 멀기는 - P66

하지만, 사포의 경우가 이 문제에 작은 불빛을 비춰준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A. 시먼즈를 인용합니다.

‘몇 가지 상황이 레스보스에서 서정시가 발전하도록 돕는 데 기여했다. 에올리언 사람들의 관습은 그리스에서 흔히 볼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사회적 · 가정적 자유를 허락해 줬다. 에올리언 여성들은 이오이아 여성들처럼 하렘에 갇혀 있지 않았고, 스파르타 여성들처럼 엄격한 규율에 종속되지도 않았다. 그들은 남성 사회와 자유롭게 섞이면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았고 사실 현재까지 역사상 다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는 데 익숙했다.

그리고 이제 사포에서 에델 스미스‘로 건너뛰겠습니다.
‘내가 알 수 있는 한, 예로부터 항상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하고 공부하는 여성들을 방해하는 건 지적인 열등성을 빼고는 다른 아무것도 없었다. 이들은 - P67

남성 못지않게 많은 음악가를 배출했다‘라고 상냥한매가 말합니다. 에델 스미스가 뮌헨에 가지 못하도록 방해한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까? 그녀 아버지로•부터 반대가 없었습니까? 그녀는 부유한 가정에서자기 딸들을 위해 제공하는 음악 연주와 노래, 공부덕분에 그들이 음악가가 되기에 적합해졌다고 여겼을까요? 에델 스미스는 19세기에 태어났습니다. 상냥한 매는 이제 회화가 여성들의 손이 닿는 범위 내에 있지만 위대한 여성 화가는 없다고 말합니다. 만약 그게 아들들이 교육을 받은 이후에도 딸들을 위해물감과 작업실을 허락할 만큼 충분한 돈이 있고딸들이 집에 머물기를 요청하는 가족의 명분이 없는것을 의미한다면, 회화는 여성들의 손이 닿는 범위에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내 생각에, 그들은 회화를 향해 돌진하며 남자가 상상할 수 있는 어떤 것보다더욱 기이하게 고통스러운 일종의 고문을 무시해야만 합니다. 게다가 이건 20세기의 일입니다. 하지만상냥한 매는 위대한 창조적 정신이라면 이런 장애물들을 극복할 거라고 주장합니다. 그가 예컨대,
아일랜드인 또는 유대인들처럼 교육이 제한되고 종속당한 국민 출신인 역사 속 위대한 천재 중 단 한 사 - P68

람이라도 들 수 있을까요? 셰익스피어를 존재할 수있게 해 준 환경은 자신의 예술에 선배들이 있었고, 예술이 자유롭게 토론되고 실천되는 한 집단의 일원이 되며 스스로 행동과 경험에 대한 최대한의 자유를 지닌 것이라는 사실은 내게 반론의 여지가 없어보입니다. 아마도 레스보스에서는, 이런 환경이 여성들의 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래로는 그런 적이 전혀 없었지만요. 그런데 상냥한 매는 가난과 무지를 극복한 몇 남성의 이름을 댑니다. 그의 첫 번째예는 아이작 뉴턴입니다. 뉴턴은 농부의 아들이었어요. 그는 문법학교에 보내졌죠. 그는 농장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어요. 목사인 삼촌이 그가 일을 면제받고 대학 갈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열아홉살에 케임브리지 트리니티 칼리지에 보내졌습니다. 말하자면 1920년에 뉴넘에 들어가길 소망하는 시골 변호사의 딸들이 직면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양의 반대에 뉴턴은 직면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좌절감은 베넷 씨와 오를로 윌리엄스 그리고 상냥한 매가 쓴 글들로 더 커지지는 않았 - P69

습니다.
그것은 제쳐 놓고, 내 요점은 엄청난 수의 더 작은 뉴턴들을 배출할 때까지는 큰 뉴턴을 얻지 못할거라는 사실입니다. 내가 라플라스, 패러데이, 그리고 허셜의 경력에 대한 탐문으로 당신의 공간을 차지하지 않더라도, 아퀴나스와 성 테레사의 삶과 업적을 비교하지 않더라도, 테일러 부인에 대해 오해한 것이 존스튜어트 밀이었는지 그의 친구들이었는지 결정하지 않더라도 상냥한 매가 나를 비겁하다고 비난하지 않길 바랍니다. 가장 이른 시대부터 현재까지 여성들이 우주의 전체 인구를 출산해 왔다는 사실은 우리가 동의할 거라 생각됩니다. 이 직업에는 많은시간과 힘이 들었습니다. 이 직업은 또한 여성들이 남성에게 종속되게 만들어 왔으며, 부수적으로 그들 안에 이 종족의 가장 사랑스럽고 존경할 만한 특성들을 자라게 했습니다. 상냥한 매와 나의 차이는그가 남성과 여성의 현재 지적 평등성을 부인한다는 - P70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베넷 씨와 더불어 그가 여성의 정신은 교육과 자유에 의해 현저히 영향받지 않는다고 단언한다는 점입니다. 여성의 정신은 최상의 업적을 낼 수 없으며 영원히 현재와 같은 상태로 남아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점입니다. 나는 여성들이 향상돼 왔다는 사실은 그들이 여전히 향상될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반복해야겠습니다. 나는 왜 119 세기가 아닌 19세기에 그들의 향상에 한계를 둬야만 하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필요한건 교육뿐만이 아닙니다. 여성들은 경험의 자유를 가져야만 합니다. 여성들은 두려움 없이 남자들과 달라야 하고 자신의 차이를 터놓고 표현해야만합니다. (나는 남성들과 여성들이 똑같다는 상냥한 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정신의 모든 활동성이 장려돼 남성들만큼 자유롭게, 그리고 조롱과 겸손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생각하고 발명하고 상상하고창조하는 여성들의 중추가 언제나 현존해야만합니다. 나의 정말 중요한 견해는, 이런 조건들이 상냥한 매와 베넷 씨가 한 말과 같은 진술들에 의해 방해받는다는 것입니다. 남성은 자신의 견해가 알려지고 존경받게 만드는 데 여성보다 훨씬 더 위대한 재 - P71

능을 가졌으니까요. 분명 만약 미래에 그런 의견들이 만연하다면 우리는 반ㅡ문명화된 야만인들의 상태로 남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최소한 이것이 내가 한편으로는 지배의, 다른한편으로는 노예 상태의 영속성을 정의하는 방식입니다. 왜냐하면 주인이 되는 퇴보는 노예가 되는 되보와 그저 맞먹기 때문입니다. - P72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영어로 번역하는 스콧ㅡ몽크리프가 찬사의 어록에 내가 몇 마디 해 주길 원하네요. 당신도 함께하겠어요? 만약 그렇다면 나는 하겠어요. 그렇지 않다면 나도 안할거예요. 하지만 프루스트는 표현에 대한 나의 욕망을 너무자극해서 내가 문장을 시작하기가 힘들어요. 아, 내가 그렇게 쓸 수 있다면! 나는 외칩니다. 그리고 그가 놀라운 진동과 포화 상태와 강화를 획득하는 순간에 (그 안에는 성적인 어떤 것이 있어요) 나도 그렇게 쓸수 있다고 느껴서 펜을 잡지만 나는 그렇게 쓸 수가 없어요. 어느 누구도 내 안에 언어의 신경을 그로록 흥분시키지는 않아요. 일종의 집착이 돼 버렸어요. 하지만 나는 소설 속 스완에게로 되돌아가야만합니다.(...) - P79

(..) 당신이 소설쓰기에 관해 한 말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왔습니다. 내가 포기해야만 한다고 당신은 말•합니다. 내가 소설 쓰기보다 더 잘할 수 있는 게 있다고당신은 말합니다. 나는 전혀 이해되지 않습니다. 나는 책 안에 사람들 없이 책을 쓰는 방법은 알지 못 - P96

합니다. 아마 당신은 내가 어떤 ‘인생관‘을 시도하지말아야 한다는 것 같은데요? 나 자신의 감각으로 자신을 제한해야만 한다고, 내가 서정적이고 묘사적으로 해야만 한다고, 하지만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그들 안으로 들어가려 시도하며 그들에게 영향을주고 입체감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뜻 같은데요?
아, 하지만 나는 글렀습니다! 사실, 나는 우리 모두 그렇다고 생각해요. 내가 포기한다고 말하는 건 지금 가능하지 않고, 앞으로도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문학을 위해서도 좋지 않을 거예요. 이 세대는 다음 세대가 순조롭게 나아가도록 힘껏 노력해야만 합니다. 우리에 의해 아무것도성취되지 못할 것이라는 데 당신과 동의하기 때문입니다. 파편들, 문단들, 어쩌면 한페이지뿐. 하지만 더 이상은 없습니다. 내게는 제임스 조이스도 실패투성이로 보입니다. 당신이 알다시피, 나는 그의 승리를 볼 수도 없어요. 용맹한 접근, 그것만이 내게 명백한 전부예요. 그 외에 대개는 충돌과 조각들입니다(나는 그를 부분적으로 단 한 번 읽어 봤을 뿐입니다).
내가 보기에, 인간의 영혼은 때때로 자신을 새롭게다시 발명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어 - P97

요. 따라서 아무도 그걸 전체적으로 볼 수 없는 것이죠. 우리 중 최고의 작가는 코나 어깨, 또는 항상 움직이며 돌아서 버리는 무언가를 잠깐 스치듯 볼뿐입니다. 하지만 휴 월폴과 H. G. 웰스 같은 작가들과 눌러앉아 있는 것보다는 이렇게 언뜻 보고서 멋지고 살집 좋은 괴물들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전하게 거대한 유화로 그리는 편이 내게는 더 나아 보입니다. 물론, 이건 아직 서른 살이 안 된 당신에게는 적용되지 않아요. 당신에게는 더욱 완전한 어떤 게 주어질수 있어요. 만약 그렇다면, 그건 부분적으로는 나, 그리고 어떤 다른 작가들이 먼저 우리의 시도를 했기 때문일 겁니다. 요점에서 벗어났네요. 신경쓰지마세요. 전혀 읽지 않거나 이해하지 못할 당신보다는 스스로 즐기기 위해서 나는 그저 끄적이고 있을뿐입니다. 왜냐하면 나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가장호의적일 때조차도, 지나가면서 보내는 간헐적인 신호, 즉 배와 밤, 폭풍, 암초와 바위, 그리고 흐릿하고 무정한 달로 이어지는 감상적인 은유 이상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의 편지를 받길 소망합니다. 그래야 내가 더 나아갈수 있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이 덜커덕거리지 않고요. - P98

당신은 자신이 몹시 형편없다고 말했어요. 그랬죠? 당신은 자기 간이 썩어 가고 있으며 어떻게 밤새도록 문학의 선조들에 관해 읽고 나서 걷다가 새벽이 되었는지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비참했고 당신이 쓴 모든 걸 찢어 버렸으며 당신은 결코, 결코쓰지 못할 거라고 느꼈어요. 그리고 당신의 이런 상태를 당신이 상상하기에 안정적이고 기반이 탄탄하며 자애롭고 근면하지만(당신은 따분하다고는 말하지 않았어요) 도달할수 없고 어쩌면 비현실적인, 내 상태와 비교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내가 마흔살이라는 사실을 깊이 생각해야만 합니다. 게다가 나는 10년마다 즉, 스무살 때, 또 서른 살 때, 다른 종류들의 고뇌가 나를 몹시 사로잡아서 횡설수설과 읽기에 만족하지 못한 채 단호히 다 끝내 버리려고 했습니다. 만약 내가 한 돌판 대신 다른 돌판을 밟음으로써 서있는 그 자리에서 완전히 소멸될 수 있었다면, 오히려 그에 대해 종종 감사했을 겁니다. 나는 이걸 한편으로는 당신이 나를 무미건조하다고 여기지 않을 수있다는 허영심 때문에,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느끼고 숙고하는 우리 모두가 반복되는 대재 - P99

앙의 공포와 함께 그렇게 살아간다는 징표로서 말합니다. 고뇌 속에 한밤중이 시작되는 것이죠. 세월은10년마다 내 생각에 지금 인류에 보편적인 광대한성향과 맞먹는 개인적 성향 중 하나를 데려오는 것 같습니다. 삶이 허물 벗겨지고 직면되고 거절돼야만 하며, 그런 다음 황홀한 새 조건들을 받아들여야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계속됩니다. 당신이 마흔살이 될 때까지요. 그때까지는 어떻게 하면 삶을 더욱 꽉 움켜쥘 수 있을지가 유일한 문제인데 그래서 삶은 너무 빨리 빠져나가는 듯 보이고 그래서 또 무한히 욕망하게 됩니다.
글쓰기에 관해서라면, 서른 살에 나는 여전히 쓰고 읽고 부지런히 찢어 버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서평을 제외하고는) 단 한마디도 출판하지 못했죠. 나는절망했습니다. 어쩌면 그 나이에 가장 작가일 수도있습니다. 그런데 기술의 부족 때문이 아니라 대상이 너무 가깝고, 너무 광대하기 때문에 쓸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대상에 대해 펜을 들수 있기 이전에 멀어져야만 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스무 살, 서른살,
마흔 살에, 그리고 틀림없이 쉰, 예순, 그리고 칠순에도 내게는 그게 과업입니다. 내 경우로 보면, 특별 - P100

히 고결하거나 영웅적인 건 아닙니다. 내 모든 성향이 글쓰는 것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만약 단 한페이지 또는 한 문단을 성취할 수 있는 누군가가 나타나면 그가 내게는 숭배의 대상입니다. 당신이 말했듯 스승도 성인도 선지자도 좋은사람들도 없지만 예술가들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마지막 문장은 형편없이 난해하군요. 사실, 나는 내 편지 쓰는 역량의 끝에 도달하고 있어요. 나는 말할 게 더욱 많지만 그것들은 침대보 아래 웅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발상들이 내 안에서 새롭게 되거나 다시 한번 불가분해질 때까지 불을 응시하고 책을 손으로 만지는것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아요.
또한 나는 내 동료 피조물들 안에 많은 흥미와 재미, 순수한 즐거움과 뛰어난 재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당신의 산을 버리고 운에 맡긴 채 우정, 대화, 관계, 단순한 일상적 교류 같은 당신의 인간적능력을 발휘해 모험을 감행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째서 젊은 사람들이 눈앞에 책을 그토록 오래 들고 있나요? 프랑스 문학이 풍경위로 푸른색조처럼 떨어집니다.
그러나 내가 의미하는 바를 말하고 있는 것이 - P101

아니라 그만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만 당신은 내게다시 편지를 써야만 합니다. 당신에게 일어난 어떤 것이든요. 호가스 출판사를 위한 무언가는 어떤가요?
레너드가 미래에 대한 내 소망에 자신의 소망을 보탭니다.
당신의 버지니아 울프


추신
추신을 덧붙입니다. 내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겁니다. 내가 때때로 성취한다고 당신이 말한 그 아름다움은 오직 그것을얻는데 실패하는 것에 의해서 얻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부싯돌을 함께 갈고 수치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마주하면서요. (나는 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의도적으로 아름다움을 목표로 하는 것은, 이런 비정해 보이는 고투가 없다면, 그 결과가 작은 데이지와 수선화, 즉 멍청히 웃는 달콤함, 그리고 나비매듭으로 끝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내가 (우리 세대가) 더욱 위대한 아름다움의 성취는 결국 포기해 - P102

야만 한다는 사실에 나 역시 동의합니다. 《전쟁과 평화》, 스탕달, 제인 오스틴의 어떤 작품들, 그리고 로렌스 스턴 같은 책들 안에 있는, 완전함으로부터 오는 아름다움을 말하는 겁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작품 안에 그러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생각이 좀듭니다. 그의 책을 단 한 권만 읽어 보았지만요. 이 글을 쓰고 나서야 그 진위가 의심스러워집니다. 우리는 언제나 희망하고 있지 않나요? 그리고 비록 우리는 매번 실패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전체를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 우리가 실패했어야 할 만큼 완전히 실패한 건 아닌 게 분명해요. 나는 포기해야만 합니다. 책이 완성됐을 때요. 하지만 책이 시작되기 전에는 아닙니다. 계속 지루하게 해서 미안해요. 당신은 그런 종류의 말을 전혀 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나는 왜 내가 비록 때로는 잘하는 것에 나자신을 제한하려고 하지만 언제나 인간들에 의해 안전함의 작은 원 바깥으로 계속 끌어내져 소용돌이로 이끌리는지 스스로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가라앉을 때요.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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