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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18 - 장 담그는 가을날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7년 10월
평점 :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만화책은 일단 사서 본다. 특히 연재되는 작품들은 간간히 마음에 들지 않아도 끝까지 사서 보고 있다. 이 작품도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 권도 빼놓지 않고 구입하고 있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벌써 18권이 나왔구나.
일본 요리만화들에 너무 익숙해진 우리 정서를 익숙하면서도 색다르게 자극하는 맛이 있는 작품이다. 그러나 채식주의자인 내가 먹을 수 없는, 그 맛을 짐작하기도 힘든 요리들이 너무도 많이 나와서 한동안 좀 재미없게 읽었던 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 권에서 '아버지의 바다'를 보고 나는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갱국이 먹고 싶어졌다.
요리란 게 무엇인가? 돈 많은 이들에겐 돈을 들인 만큼, 아는 것이 많은 이들에겐 지식의 양만큼, 추억할 것이 많은 이에겐 그 추억의 깊이만큼 맛을 내는 게 요리가 아닐까?
그러나 진짜 요리는 추억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도 절실하고 가슴 아프게 맺힌 사랑이 있는 맛일 게다.
나 역시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요리 가운데 하나가 떡볶이다. 어릴 적 가난했던 시절, 특별한 날 엄마가 해 준 떡볶이의 맛을 나는 잊지 못한다. 배추 시래기가 가득하던 그 떡볶이. 그 떡볶이는 육남매가 둘러앉아 배를 채우기엔 늘 부족했기 때문에 큰언니부터 순서대로 젓가락을 놓았더랬다. 막내였던 나는 끝까지 젓가락을 들고 마지막까지 냄비를 긁었는데, 그때는 몰랐다. 나를 위해 언니 오빠들이 먼저 젓가락을 놓았다는 사실을. 겨우 세 살 위인 언니조차도 의젓하게 동생을 위해 떡이 몇 남지 않았을 땐 배추시래기만 건져먹었단 것을.
한 번도 마음껏 먹어보지 못한 떡볶이지만 한 번도 부족하지 않았던 것은 먹을 것을 앞에 두었을 때 사람이 가져야 할 예의와 마음가짐을 가르쳐준 어머니와 언니, 오빠들 덕이 아닐까.
'아버지의 바다'를 읽고 나서 절절하게 맺힌 그 사랑이 먹고 싶어졌다. 눈물을 한바탕 쏟아내고 나니 궁금해진다.
갱국은 어떤 맛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