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S 1
마츠모토 토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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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하고 귀여운 사랑 이야기. 딱 10대 취향의 이야기지만 주인공 하나 하나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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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츠바랑! 1
아즈마 키요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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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릴 적 나는 꽤나 솔직한 아이였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좋은 감정을, 싫어하는 사람 앞에선 싫은 감정을 잘 숨기지 못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떡볶이를 앞에 두면 늘 꼬랑지를 흔드는 강아지 모양으로 신났었고, 만화책을 펴면 밥도 내팽개치고 매달렸다.

 그런데 학교를 다니면서 그런 내 성격이 사회생활을 하기엔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친구들도, 어른들도 잘 드러내는 아이보다는 잘 감추는 아이를 좋아했다. 학교 생활을 시작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나는 분명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말수가 점점 적어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빨강머리 앤’처럼 공상하길 좋아하던 내가 그 즈음 했던 상상이 아직도 기억난다. 나는 사람들이 유리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겉과 속이 다를 수 없는 유리 인간. 생각을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투명한 뇌를 가진 유리 인간. 그런 사람들이 사는 곳에 가면 나도 여기보단 행복할 것 같았다.

 

 삼십여 년을 잊고 살았던 내 어릴 적 상상이 다시 떠오른 건 ‘요츠바랑’ 때문이다.   

 요츠바와 요츠바랑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족, 이웃들, 그 애를 감싸고 있는 모든 세상은 내가 어린 시절 상상했던 유리 인간들의 세상이었다.

 아무도 거짓을 얘기할 수 없고, 얘기할 필요도 없는 세상. 마치 사랑이 사람을 잇는 유일한 감정인 양 보이는 세상. 마음껏 미워하고, 마음껏 시기하고, 마음껏 삐뚤어져도 그 감정이 투명하게 내비쳐 오해 살 일이 없는 세상. 막연하게 상상으로만 존재하던 그 세상에 요츠바가 이사를 왔다.

 요츠바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다. 좋아하는 것을 한없이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아름다운 것이라면 미워하는 것을 한없이 미워하는 것도 아름다운 마음이다. 요츠바는 그걸 알고 있다. 그 둘 다 솔직한 감정이니까 문제될 게 없다고.

 

 요츠바의 이웃들도 요츠바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사람들이다. 이웃집 아이가 냉장고를 뒤져도 화내지 않는 엄마. 숙제를 방해해도 즐겁게 같이 놀 줄 아는 여자아이. 동네 아이들을 모아 매미를 잡으러 가는 점보 아저씨...  

 

 그런데 요츠바를 읽다보니 내 어린 시절도 가끔씩 겹쳐 떠오른다. 책이 많았던 이웃집으로 눈만 뜨면 책을 읽으러 다녔고, 그 집 아줌마가 해주는 아침을 얻어먹었고, 우리 오빠 언니들은 동네 뒷산에 놀러갈 일이 있으면 그 집 꼬맹이들을 자전거에 태우고 같이 다녔다. 텃밭에서 키운 깻잎을 같이 따 먹었고, 마당에서 수박을 자르면 옆집 아저씨, 아줌마와 그 꼬맹이들도 당연히 평상에 함께 앉았다. 어른들의 세세한 속내 따윈 짐작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 어린 시절엔 이웃과는 내남없이 그렇게 넘나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이웃보다는 보험을 믿어야 하고, 친구보다는 돈을 먼저 믿어야 하고, 내 소유를 축내는 그 어떤 행위도 비난받아 마땅한 세상. 이웃집 아이와 놀아줄 시간에 공부 한 자라도 더 해서 1등을 해야 하고, 아이와 놀아줄 시간에 더 열심히 일해서 부자 아빠가 되어야 인정받는 세상.

 

 세상이 순식간에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다니... 

 

 요츠바와 요츠바의 이웃들이 사랑스러운 것은 그들의 사유가 솔직하고 여유롭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세상에선 누구도 ‘누구답다’에 얽매이지 않는다.

 요츠바는 참으로 ‘아이다운’ 행동을 하지만 ‘착한 아이다운’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어른들이 정해 놓은 틀 안에서만 놀지도 않는다. 그 대가로 다치고, 길 잃고, 울지만 그게 뭐 대수랴. 행복하게, 신나게 오늘 하루 또 잘 살았는데.

 아빠는 또 어떤가. 아빠다운 근엄한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툭 하면 팬티 차림으로 이상한 놀이를 하고, 일을 하지만 일의 노예로 살진 않는다. 

 아빠의 친구인 점보 아저씨는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꽃집에서 꽃을 다듬고. 이웃에 사는 세 딸의 엄마는 큰딸이 자신의 하드를 먹었다고 실패작이라고 중얼거린다. 

 개개인의 모습 뿐 아니라 그들의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엄마, 아빠, 아이들로 그려지는 가정 따윈 애초에 중요하지 않다. 자상한 엄마, 근엄한 아빠, 천진한 아이들 따위의 도식은 오히려 불필요해 보인다. 요츠바의 엄마는 처음부터 없다. (어디에 있을까, 궁금하지도 않다.)

 

 요츠바와 이웃들은 모두 이 현실의 세상에서는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소수자로 살아갈 사람들이다.

 이 세상은 소수자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할 수 있다고 마치 선심 쓰듯 동정을 베푼다. (인권법안 논란을 보고 있자니 그나마도 안 되더라만.) 장애인이라도 행복할 수 있고, 한부모 가정이라도 행복할 수 있고, 동성애자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그러나 장애인이라서 행복하고, 한 부모 가정이라서 행복하고, 동성애자라서 행복하면 안 되는 것일까?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더 행복하면 안 될까? 한 부모 가정은 ‘두 부모 가정’보다 행복하면 안 될까? 동성애자는 이성애자보다 더 행복하면 안 될까?

 이 세상에선 안 된다. 다수는 소수자들의 행복에 대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한 건 용납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건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요츠바의 세상에선 그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행복하다.

 "그래,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행복하면 안 되나? 뭐가 문제지? 그렇다고 '정상'이고 '다수'인 너네들의 행복이 닳는 것도 아닌데. 

 

 단지 억울한 거잖아. 그 '정상'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했는데, 얼마나 많은 고통을 참았는데, 왜 '비정상'인 너네가 더 행복하냐고 말하고 싶은 거잖아.

 하지만, 누가 그렇게 살라고 했나? 누가 그렇게 포기하라고 했나? 결국은 자신의 선택이잖아."

 

 아, 요츠바의 동네로 이사 가고 싶다. 나도 요츠바의 이웃이 되어서 이른 새벽 우유 배달을 오는 이웃집 꾜맹이와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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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해 2009-01-03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에 공감합니다.
마음이 찡해져서 리뷰 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산딸나무 2009-01-0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찡해지도록 감동받아주시니, 감사합니다.
 
호두나무 왼쪽 길로 1
박흥용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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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이렇게 자라지. 아픔을 꼭꼭 가슴에 묻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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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문제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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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복잡한 가정사의 원인은 결국 사랑? 해결책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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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메모리즈
심승현 글, 그림 / 홍익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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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따뜻한 이야기. 적당해서 조금 아쉬운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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