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일까? 어떤 이는 보이는 것만 보고, 어떤 이는 보이는 것도 보지 못하고, 어떤 이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보이는 것만 보면서 살아온 나의 경우, 보이지 않는 것을 예리하게 바라보고 더 나아가 그것을 못 보는 이들의 눈을 뜨게 해주는 사람들이 신기하게만 느껴진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눈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일까?’라고 의문을 가진 것은 이 책을 덮고 나서도 며칠이 지나서다.

세상을 지배하는 ‘힘’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이 가진 자들에게는 유리하게, 못 가진 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 힘의 논리에 지배받으면서 살아가는 많은 개체들은 좀처럼 그것을 의심하려 하지 않는다.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이고, 많이 갖고, 강해지기 위해서만 노력한다. 도태되지 않고, 낙오되지 않는 것이 그들의 희망일 뿐이다. 순수함을 잃은 그들의 모습은 가지지 못한 이와 약한 이에게 의도 한 혹은 의도하지 않은 칼날이 된다.

 

“나는 내 발바닥 굳은살로는 건너갈 수 없는 사람들의 세상에 가슴이 저렸다.”

 

제 자신이 가진 무게만큼의 힘을 감당해야 하는 많은 것들은 굳은살(흔적, 상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굳은살의 두께는 충격을 버틸 수 있도록 도와줄 뿐, 행복과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고통이 희망을 낳을 수 있다면 온 발바닥이 굳은살로 뒤 덮인다 해도 행복할 수 있으련만 굳은살이 많아질수록 고통의 크기만 자라난다. 그래서 오늘도 울고, 내일도 운다. 아무도 들을 수 없다할지라도, 아무도 알아듣지 못한다 할지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쉽지가 않으므로, 온 마을의 개들이 따라서 짓을 때까지, 인간이 인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될 때까지 나는 짖고 또 짖을 것이다.”

 

그의 울부짖음을 알아들을 수 있는 이들이 하나, 둘.. 생겨날 때, 우리는 비로소 본연의 아름다움을 되찾을 수 있을까? 가슴이 저린 이유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그래도 그의 울부짖음을 따라서 나도 울어본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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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6-11-07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을 아주 많이 받았나 보구나. 그래도 좀 쓸쓸하지?
참, 영화 <마음이>봤나? 좋을 것 같던데...
글구, 여행은 잘 갔다 왔나?^^

잉크냄새 2006-11-0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굳은살에 대한 사유가 돋보이네요.
그리고 마지막 울음소리는 늑대 울음소리인데...

가시장미 2006-11-08 0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형. 어딘가 허전한 리뷰에요. 쓰고나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여행이요..? 예전에 잘 다녀왔죠. :)

잉크님. 으흐흐 그러게요. 사실, 제가 여우의 탈을 쓴 늑대예요~~~ 아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