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돈의 경제학 - 삶을 바꾸는 작은돈의 기적
장순욱 지음 / 살림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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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카페에서, 새책이라며 이벤트 서평을 한 것이 얼마 전인데, 어느새 1+1의 덤으로 주는 책이 되었다.  

 

그래도, 내용이 궁금했다.

책에서 강조한, 푼돈의 대표주자 세가지. 담배, 커피, 택시비.

물론, 나에게 가장 약한 부분은 커피다. 어느날, 인터넷에서 별다방, 콩다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된장녀라고 하더라는 말을 남편에게 한 적이 있다. 남편왈, 바로 너네. 라고 할 정도로 나는 별다방 콩다방을 자주 이용한다. 점심 먹고 친한 친구(물론, 아줌마다)와 가끔 마시기도 하고, 남편과 커피와 케잌을 주문해 놓고 수다를 떨기도 한다. 그 커피를 줄이라고 줄기차기 말하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커피 한 잔의 가격으로 행복한 수다를 떨었다면 어느 게 더 효용이 큰 것일까를 생각해보기도 했다.

 

외국 생활을 하면서, 가장 관리가 어려운 부분은 역시나 푼돈이다. 아직도 원으로 계산될 때의 느낌과 같은 가치이지만 달러로 표시되는 금액은 다르게 다가온다. 또한, 적금이란게 한국처럼 발달되어 있지 않으니, 한푼 두푼 아껴서 작은 금액을 불려나가는 재미도 잃어버렸다. 그래서인가 푼돈에 대해 많이 무뎌졌다.  사실 몇 푼 아끼는 것보다, 환율이 좋을 때를 눈여겨 보았다가 재빠르게 송금을 하는게 나에겐 더 큰 재테크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작은 돈을 귀하게 여기지 않고 살아온 나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작은 경고의 종을 울려준 것. 이 책을 읽고 얻은 가장 큰 소득이다. 그럼, 무엇을 줄여야 하나? 애석하게도 커피가 첫번째이다(줄여질지는 모르겠다^^;;). 아이에게 사주는 비슷한 장난감들..정도일 것이다.  

 

작가의 글 중에 그래도 공감이 가는 것은, 담배 값을 아껴서, 커피 값을 아껴서, 두세정거장을 걸어서 버스비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작은 돈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일 것이다. 복권당첨처럼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갈 확률이 높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푼돈을 차곡차곡 모아서 목돈을 만들었다면, 그 돈은 복권당첨등으로 받은 돈과는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돈에 대해 남다르게, 인내하고 절제하는 것과 같은,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게 푼돈의 경제학이리라.

 

나에게 낭비라고 생각하는 소비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마도 복권을 위한 소비일 것이다. 커피 값은 동의할 수 없지만, 복권을 사는 행위는 올바른 소비가 아닐 것이다. 확률적으로 계산해도 당첨될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울테니 그돈은 정말 아까운 돈이다. 1/2의 확률도 어려운데 몇 만 혹은 몇 십만의 확률을 바라고 복권을 사는 돈은 얼마나 아까운가? 

 

대박을 바라지도, 요행을 바라지도 않은면서 성실하게 한 발 한 발 우직하게 나가자고  주장하는 작가의 글은- 여러번 반복되어서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 소비가 미덕이고, 한방을 믿는 사회로 가는 분위기에선, 귀담아 들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걸 배웠다면, 이 책은 푼돈을 아껴서 구입할 가치가 충분한 걸까?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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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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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가장 인기있는 일본작가 중의 한 사람이 온다 리쿠일 것이다. 야단법석인 이유가 궁금했다.

나는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지,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모른채 '제목만 보고' 구입을 했다.

제목이 주는 느낌은 아련하지만 격한 감정이나 사건이 있을 것 같은 느낌? 고등학생들이 나오는 것을 알았을 땐, 조금 실망도 했다. 에이, 성장통을 겪는 성장소설이잖아 하고 말이다. 

 

이런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알 수 없이 긴장을 했고, 심장박동이 빨라졌으며, 뒤가 쭈뼛쭈뼛 섰다. 이거 암만해도 스릴러물인가보다. 괜히 자꾸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얘네 혹시 그 집에서 한 사람씩 죽이는 그런 이야기 아니야? 하며 괜한 상상을 하게 만들만큼 - 무서운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 자꾸 긴장을 했다. 온다 리쿠는 그렇게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역시 뛰어난 가독성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 이것이 일본소설이 많이 읽히는 첫번째 이유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고등학생이 등장하는 성장소설쯤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어린 시절 겪었던, 어떤 사건에  얽힌 아이들이 다시 모였다.

10살 미만의 아이들이 겪기엔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며, 그로 인해 이러저래 아직까지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아이들.

한여름의 짧은 합숙기간동안, 그들은 열병을 앓듯이 아파하고 그로 인해 그들의 가슴에 얹혀져 있던 원죄를 비로소 내려놓게 된다.

 

마리코와 요시노, 마오코, 그리고 가스미가 차례로 자신의 입장에서 독백하듯 이야기하는 구조가 좋다. 마음 속에 숨겨놓은 그들의 감정들, 입 밖으로 말하지 못하는 비밀스런 그네들의 마음을 나에게만 털어놓는 듯한 느낌, 그 아이들과 나만 비밀얘기를 주고받는 강한 유대감 이랄까 그런게 생기는 듯 했다.

 

열일곱의 소녀와 친구가 되면서,  아련했던 고교시절의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남자친구를 사귀기 전의 나, 여자들끼리만의 우정, 우리끼리 뭉쳐서 돌아다녔던 그 때의 나를..

 

오랫만에 돌아간 고교시절이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때문에 신경쓰이고, 나와 친한 친구가 나 아닌 다른 친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괴롭고, 부모님 곁을 떠나서 '우리끼리'만 보내는  밤은 또얼마나  즐거웠던지...그 밤이 가는게 아쉬워서 은밀할 것도 없는 비밀들을 늘어놓았던, 그 시절의 나를 오랫만에 떠올려본다. 너무 오래되어 잊고 지냈던 사소한 감정들(그때는 너무나도 중요한)을 끄집어내게 된다.

 

스릴러물도, 차례로 자기들끼리 죽이는 이야기도 아닌 굽이치는 강가에서, 우리의 친구들은 이제 소녀에서 여자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자랄  것이다. 그들이 지난 날의 아픔을 털고 일어나서,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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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나비 - 3~8세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10
이엘라 마리 외 지음 / 보림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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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가 하나도 없는 그림책을 받아들고 처음엔 너무 난감했다.

이 책을 어떻게 읽어주어야 하나...걱정이 먼저 앞섰다.

으~ 뭐야, 정말 한 글자도 없잖아!!!

이런 엄마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25개월 아들놈은 너무 좋아했다.

 

팔랑거리고 날아다니는 나비를, 하얀눈이 좋아 쫓아다니는, 바둑이처럼 쫓아다니니 나비 나오는 그림도 당연히 좋아한다.

하긴, 글자모르는 녀석의 입장에선, 그림도 그림이요, 글씨도 그림이니 그림만 있는 그림이 대수롭지 않은게 당연한거다.

그림만 받아들었을 때의 난감함은 이로써 나만의 고민으로 남는다.

어떻게 읽어주나....고민이 시작되었다.

 

사과씨속에 나비알이 있다.

요놈이 점점 자라서 사과를 뚫고 대롱대롱 줄을 메달고 쭈~욱 내려오더니 나뭇가지에 쿵하고 떨어진다. 그러더니, 애벌레는 자기 몸을 친친 감는다. 

초록 나뭇잎은 갈색이 되고, 겨울이 된다.  

새싹 돋아나는 봄이 되자 번데기 속의 고놈이 나비가 되는 부분에서 언제나 나오는 아들의 감타사 한마디 와~.

팔랑이며 날아다니던 나비가 사과꽃속에 빨간 점의 알을 낳는다. 그리고, 사과꽃은 사과가  된다. 

콩알만한 사과알이 점점 자란다. 사과속의 애벌레도 점점 자란다.

그리고, 그림 속 이야기는 끝~

 

지극히 단순한 그림과, 초록,빨강, 검정, 갈색으로만 표현된 그림은 간결하면서도 깔끔하다.

아들은 글씨도 없는 그림책을 매일 읽어달라고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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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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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선생의 강의에 소개된 오래된 미래를 꼭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오래된 미래. 언어의 모순이라 했던가. 오래된 과거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아닌 오래된 것에서 미래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미 혹은 앞으로의 미래를 잃어버린 과거에서 되찾겠다는 의미쯤 될까?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더 오래된 어머니의 과거쯤을 떠올리게도 하는 책이다. 아주 멀지 않은 과거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는 라다크. 서양인의 눈에서 지켜 본 라다크의 모습. 그 전통이 허물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픔이 고스란히 책에 녹아 있었다.

전통을 버리고 라다크인이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개발의 밑바닥에서 가난한 후진국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개발이 되어갈수록

"라다크인 한사람은 이제 8억분의 1이고, 지구경제의 부분으로서는 수십억분의 1이 되었다." 그럼으로써,

"현대적 부분에서 일하고 있는 전인구의 10퍼세트 남짓한 라다크 사람들만이 직업에 따라 나열되어 있고, 주부와 전통적인 농부로 구성된 나머지 90퍼세트는 '비노동자'로 분류되어 있다. 이것은 사람들의 자기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명백히 깊은 심리적 충격을 준다. 여자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농부들도 열등한 사람으로 비쳐지게 되고, 그들 자신이 눈에 띠게 안정과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저자가 걱정한 많은 부분들이 라다크에선 현재진행형이다. 그것도 너무 급한 속도로...발전이 가속화된 서구에서 산 헬레나에겐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소박한 그네들의 삶이 무너지는 것이 안타까웠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예전에, 우리 엄마는 겨울이 오기 전, 광에 그득하게 들여놓은 연탄과 김장김치와 쌀가마니이면, 한 겨울 든든하게 날 수 있다고 좋아하셨다. 이젠, 단지 등따시고, 배부른 몇가지만 마련했다고 잘 살아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예전보다 더 많이 벌고, 더 풍족하고, 더 누리고 사는데도 덜 행복하고, 덜 감사하며 산다. 더 외로우며, 한 아파트에 다닥다닥 붙어 살아도 이웃이 누구인지도, 관심조차 갖지 않고 살아간다. 세상은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데 그전보다 더 외로운 '익명의 섬'에서 외롭게 살아가니.... 이런 것을 경험하며 살아온 저자의 눈에 라다크가 빠른 속도로 현대적인 삶에 동화되어 가는 것이 안타까운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책 중간에 나오는 사진들에서의 그네들은 어쩜 그렇게도 맑고 순수한지...저런 웃음을 잃고 살아가는 우리에겐 한 템포 쉬어가게 하는 노스텔지어이다.  한편으론 그네들의 웃음을 앞으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고...

 

우리가 살아나가야 할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SF영화에서와 같은 고도로 발전된 기계문명의 삭막한 모습일까? 그러기가 쉬울게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따뜻한 인정과 사랑과 배려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꿈꾼다. 사람은 관계를 끊고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그 관계가 온전하게 회복되기를 바라는 것...그것이 오래된 미래에서 배운 교훈이다.

 

글 중간 어디쯤에 나오는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단 말입니까?" 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힘든 것은 내가 너무 많이 누리고 살면서도 감사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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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 줘! 웅진 세계그림책 29
제즈 앨버로우 지음 / 웅진주니어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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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아줘, 안았네. 보보야. 엄마아~  이 책에 나오는 한글은 이게 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따뜻한 책이다. 글자수는 적지만, 아이와 할 말이 너무 많아서, 책장을 넘기기가 힘들다.

아이들은 다 비슷한게, 안아줘를 동네아이들과 같이 읽은 적이 있는데, 다른 책을 읽을 때는 책을 읽거나 말거나 신경도 쓰지 않던 녀석들이 이 책을 읽어주니, 신기하게도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집중해서 책을 본다.  별 내용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안아줘~ 안았네하며 흐뭇하게 웃는 이쁜 녀석들의 얼굴.

아기 원숭이 보보가 길을 가다가 보니, 기린도, 사자도, 하마도, 코끼리도 모두 안았는데, 자기만 혼자이다.

처음엔 서로 안아주는 모습에 보보도 마음이 좋지만, 자기만 혼자라는 사실에 괜히 시무룩해져있다.

두 팔 벌려 엄마와 보보가 따뜻하게 안겨 있는 모습은 저절로 웃음이 난다.

말미에, 여러동물이 서로서로 안아주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은 서로 안아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그냥 눈으로 알게 한다.

그냥 안아주는 것,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를 알아가는 첫걸음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폐해가 있다면, 조금만 걷다가도 '안아줘'를 시도때도 요구하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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