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요즘 가장 인기있는 일본작가 중의 한 사람이 온다 리쿠일 것이다. 야단법석인 이유가 궁금했다.

나는 이 책이 무엇을 말하는지, 무슨 내용인지도 전혀 모른채 '제목만 보고' 구입을 했다.

제목이 주는 느낌은 아련하지만 격한 감정이나 사건이 있을 것 같은 느낌? 고등학생들이 나오는 것을 알았을 땐, 조금 실망도 했다. 에이, 성장통을 겪는 성장소설이잖아 하고 말이다. 

 

이런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알 수 없이 긴장을 했고, 심장박동이 빨라졌으며, 뒤가 쭈뼛쭈뼛 섰다. 이거 암만해도 스릴러물인가보다. 괜히 자꾸만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얘네 혹시 그 집에서 한 사람씩 죽이는 그런 이야기 아니야? 하며 괜한 상상을 하게 만들만큼 - 무서운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 자꾸 긴장을 했다. 온다 리쿠는 그렇게 나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역시 뛰어난 가독성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 이것이 일본소설이 많이 읽히는 첫번째 이유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다. 

 

고등학생이 등장하는 성장소설쯤이라고 이름 붙여야 할까?

어린 시절 겪었던, 어떤 사건에  얽힌 아이들이 다시 모였다.

10살 미만의 아이들이 겪기엔 충격적인 사건이었으며, 그로 인해 이러저래 아직까지 거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아이들.

한여름의 짧은 합숙기간동안, 그들은 열병을 앓듯이 아파하고 그로 인해 그들의 가슴에 얹혀져 있던 원죄를 비로소 내려놓게 된다.

 

마리코와 요시노, 마오코, 그리고 가스미가 차례로 자신의 입장에서 독백하듯 이야기하는 구조가 좋다. 마음 속에 숨겨놓은 그들의 감정들, 입 밖으로 말하지 못하는 비밀스런 그네들의 마음을 나에게만 털어놓는 듯한 느낌, 그 아이들과 나만 비밀얘기를 주고받는 강한 유대감 이랄까 그런게 생기는 듯 했다.

 

열일곱의 소녀와 친구가 되면서,  아련했던 고교시절의 나를 되돌아보게 된다. 남자친구를 사귀기 전의 나, 여자들끼리만의 우정, 우리끼리 뭉쳐서 돌아다녔던 그 때의 나를..

 

오랫만에 돌아간 고교시절이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때문에 신경쓰이고, 나와 친한 친구가 나 아닌 다른 친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서 괴롭고, 부모님 곁을 떠나서 '우리끼리'만 보내는  밤은 또얼마나  즐거웠던지...그 밤이 가는게 아쉬워서 은밀할 것도 없는 비밀들을 늘어놓았던, 그 시절의 나를 오랫만에 떠올려본다. 너무 오래되어 잊고 지냈던 사소한 감정들(그때는 너무나도 중요한)을 끄집어내게 된다.

 

스릴러물도, 차례로 자기들끼리 죽이는 이야기도 아닌 굽이치는 강가에서, 우리의 친구들은 이제 소녀에서 여자로, 소년에서 청년으로 자랄  것이다. 그들이 지난 날의 아픔을 털고 일어나서, 건강하게 잘 자라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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