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운다, 개정증보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지음, 김태언 외 옮김 / 녹색평론사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신영복선생의 강의에 소개된 오래된 미래를 꼭 읽어야겠다 생각했다. 오래된 미래. 언어의 모순이라 했던가. 오래된 과거도 앞으로 다가올 미래도 아닌 오래된 것에서 미래를 이끌어내겠다는 의미 혹은 앞으로의 미래를 잃어버린 과거에서 되찾겠다는 의미쯤 될까?

 

내 어린 시절을 떠올리기도, 더 오래된 어머니의 과거쯤을 떠올리게도 하는 책이다. 아주 멀지 않은 과거의 모습이 아직도 남아 있는 라다크. 서양인의 눈에서 지켜 본 라다크의 모습. 그 전통이 허물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픔이 고스란히 책에 녹아 있었다.

전통을 버리고 라다크인이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개발의 밑바닥에서 가난한 후진국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개발이 되어갈수록

"라다크인 한사람은 이제 8억분의 1이고, 지구경제의 부분으로서는 수십억분의 1이 되었다." 그럼으로써,

"현대적 부분에서 일하고 있는 전인구의 10퍼세트 남짓한 라다크 사람들만이 직업에 따라 나열되어 있고, 주부와 전통적인 농부로 구성된 나머지 90퍼세트는 '비노동자'로 분류되어 있다. 이것은 사람들의 자기자신과 다른 사람들에 대한 태도에 영향을 미치고,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은 명백히 깊은 심리적 충격을 준다. 여자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농부들도 열등한 사람으로 비쳐지게 되고, 그들 자신이 눈에 띠게 안정과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저자가 걱정한 많은 부분들이 라다크에선 현재진행형이다. 그것도 너무 급한 속도로...발전이 가속화된 서구에서 산 헬레나에겐 모자라고 부족하지만 소박한 그네들의 삶이 무너지는 것이 안타까웠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예전에, 우리 엄마는 겨울이 오기 전, 광에 그득하게 들여놓은 연탄과 김장김치와 쌀가마니이면, 한 겨울 든든하게 날 수 있다고 좋아하셨다. 이젠, 단지 등따시고, 배부른 몇가지만 마련했다고 잘 살아갈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 예전보다 더 많이 벌고, 더 풍족하고, 더 누리고 사는데도 덜 행복하고, 덜 감사하며 산다. 더 외로우며, 한 아파트에 다닥다닥 붙어 살아도 이웃이 누구인지도, 관심조차 갖지 않고 살아간다. 세상은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데 그전보다 더 외로운 '익명의 섬'에서 외롭게 살아가니.... 이런 것을 경험하며 살아온 저자의 눈에 라다크가 빠른 속도로 현대적인 삶에 동화되어 가는 것이 안타까운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책 중간에 나오는 사진들에서의 그네들은 어쩜 그렇게도 맑고 순수한지...저런 웃음을 잃고 살아가는 우리에겐 한 템포 쉬어가게 하는 노스텔지어이다.  한편으론 그네들의 웃음을 앞으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고...

 

우리가 살아나가야 할 미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SF영화에서와 같은 고도로 발전된 기계문명의 삭막한 모습일까? 그러기가 쉬울게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따뜻한 인정과 사랑과 배려를 잃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꿈꾼다. 사람은 관계를 끊고서는 살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리라. 그 관계가 온전하게 회복되기를 바라는 것...그것이 오래된 미래에서 배운 교훈이다.

 

글 중간 어디쯤에 나오는 "모든 사람이 우리처럼 행복하지 않단 말입니까?" 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힘든 것은 내가 너무 많이 누리고 살면서도 감사하지 못하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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