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
김효정 지음 / 일리 / 2010년 2월
품절


사하라 사막마라톤에서 나는 달리지 않았다. 솔직히 달릴 수 있을 만큼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렇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는 달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충분히 중종걸음 치고 있지 않은가? 아니, 정확히는 남들보다 앞서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리고 있지 않는가? 속도에서 뒤지고, 순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말이다.

그렇기에 열망하던 사막까지 와서 경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으로 사하라를 밟고 싶지 않았다.

단지 사막의 뜨거운 태양, 부드러운 모래, 시원한 바람, 그리고 반짝이는 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뛰지 않고 걸었다. 걸으면서 태초의 적막만큼이나 고요한 사막과 저마다 꿈을 안고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기도 했다.
-13쪽

나는 2005 고미 마치에서는 물집이 세 개밖에 생기지 않았다. 신발 선택을 잘한 덕이었다.

살로몬 트레킹 슈즈였다. '고어텍스 엑스에이 프로3D 울트라GTX.' 고심끝에 고른 신발이었다.

보통 한국 참가자들은 사막레이스에 참가할 때 메시 소재를 신는다. 메시는 특성상 발이 시원하긴 하지만, 모래가 많이 들어와 자주 신발을 벗어 모래를 털어줘야 하는 담점이 있다. 그 반면 고어텍스는 메시보다 땀이 좀 더 차는 편이긴 하지만, 미세한 사막 모래도 들어오지 않는 장점이 있다. 모래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발목 게이터만 제대로 하면 온종일 모래 걱정을 안해도 될 정도였다.
-127쪽

물집 방지에는 발가락 양말이 효과적이다. 미국제 마라톤용 인진지(Injinji) 발가락 양말이 대표적 브랜드이다. 인지지는 쿨맥스 소재여서 땀을 빨리 흡수하고 또 빨리 증발시킨다. 발가락 양말이기 때문에 발가락끼리 스쳐 마찰을 일으키는 걸 방지해 준다. 인진지를 신으면서부터 나는 물집 걱정을 크게 하지 않게 됐고 주변 참가자들에게도 권했다.

.................

레이스 기간 중 양말은 두 컬레면 충분하다. 뜨거운 태양 덕에 빨면 금세 마른다. 나는 체크포인트에서든, 캠프에서든 빨아 신었다. 작은 비누 하나도 무게를 무시할 수 없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나는 마시는 물을 조금 아껴서 조물조물 빨았다.
-128쪽

2005 고비 마치에서 만난 폭 30센티미터 내외의 칼 능선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가면서도 발을 헛디딜까 조마조마했다. 숨죽이며 1킬로미터가 넘는 칼 능선을 무사히 넘고 캠프에 도착하자, 모두 그날의 초대 난코스 칼 능선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

김경수님은 나중에 "양 옆이 낭떠러지인 칼 능선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어."라고 털어놓았다. "말하면 바짝 긴장할 게 뻔한데.... 다 말할 필요는 없잔아....."

두려움을 혼자 감내하며 온몸에 힘을 꽉 주고 레이스를 했을 김경수 님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196쪽

그들은 모두 뛰어서 사막을 건너는가. 사막마라톤, 사막레이스라고 불이우는 탓에 순위경쟁, 기록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각자 자기 능력에 맞춰 뛰고 걷는다. 레이싱더플래닛이 4대 사막레이스 참가자들을 분석한 결과 전 코스를 뛰어 완주하는 사람은 참가자의 2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또 60퍼센트는 뛰고 걷기를 반복했다. 20퍼센트는 순전히 걸어서 완주했다.

제한 시간이 있지만, 주최 측은 걸어서도 완주할 수 있도록 제한시간을 항상 여유있게 설정한다. 또 경기 당일의 날씨, 기온 등에 따라 운영책임자가 임의로 연장할 수도 있게 되어 있어,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

사막마다 기록이 다소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선두권은 25시간대에 주파하며, 최하위 그룹은 80시간쯤 걸려 완주한다. 모로코 사하라 마라톤의 경우는 참가자의 10퍼센트는 순전히 걷기만 했으며, 나머지 90퍼센트는 걷기도 하고 뛰기도 했다. 평균적으로 가장 빠른 참가자들은 최고 시속 14킬로미터로 뛰고, 또 가장 느린 참가자들은 최저 시속 3킬로미터로 걷는 것으로 조사됐다.


-204쪽

지프를 타고, 낙타를 타고, 안전하게 사막을 여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관광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온몸으로 부딪혀야만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작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사색기행]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육체의 여행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직접 그 공간에 몸을 두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감동을 맛보려면 바로 그 순간에 내 육체를 그 공간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내 몸을 그곳으로 이동시켜야만 비로소 가슴 뛰게 하는 무엇인가를 볼 수 있다. 그런 삶을 살려면 안전만을 좇을 수는 없다. 인생은 모험이 따라야 짜릿하다. 나는 아직 젊고, 내 심장은 거친 박동을 견뎌낼 만큼 튼튼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
-210쪽

개담스(레이싱더플래닛 창업주)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막레이스를 한 다음에 인생관이 바뀌었다는 참가자들의 편지를 많이 받고, 나중에 더 크고 더 멋진 도전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먼저 몸을 만든 후 참가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준비라는 건 없으니 당장 시작하라."고 충고했다.
-213쪽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

공식 홈페이지 : http://www.darbaroud.com/index_uk.php
한국 에이전트 : http://www.mdsasia.co.kr

레이싱터 플래닛
공식 홈페이지 : http;//www.racingtheplanet.com
한국 에이전트 : http://www.runxrun.com
-301쪽

필수장비

20리터 정도면 충분하다. 나의 몰트렉은 무게가 420그램이다. 이 작은 배낭에 일주일이나 견딜 식량과 장비를 넣을 수 있을지 의심하지 말자. 이 작은 배낭에 일주일이나 견딜 식량과 장비를 넣을 수 있을지 의심하지 말자.

..........

350그램짜리 여름용 오리털 침낭이 무난하지만, 칠레 아타카마까지 도전할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겨울용을 장만하는 것이 좋다.

...........................

옷핀 10개가 필수장비에 포함돼 있지만 쓸 일이 없다. 제일 작은 걸로 준비하라.....옷을 살 때 라벨에 붙어 있는 미니 옷핀을 모아두면 유용하다.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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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 석면 청구가 무엇인지요?  

 보낸 메일   

 391페이지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보면....
 
...사실 그 증권들은 석면 청구보다 우선권이 앞서죠.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석면 청구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고 싶어 메일 드려봅니다.  
 
그럼 답장 기다리겠습니다.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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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  

안녕하세요. 이콘출판 담당자입니다.

문의하신 사항은, 저희가 조금 더 충실하게 번역을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생긴 혼란 같습니다. (기업의 개별적 상황과 결부하여 논의하는 것인데 책의 성격상 일일이 주석이나 부연 설명을 달지 못했던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적하신 부분의 원문을 살펴보면, 문의하신 문장의 앞 문장 번역에서 실수가 있었습니다.

원문은, "No matter what happened to USG, there's no way the senior notes will ever be subordinated to asbestos claims. Indeed, they're likely to get paid before the asbestos claimants."

직접적인 번역은 'USG에 무슨 일이 벌어지든, 우선채권이 석면 소송 청구에 밀리는 일은 없습니다. 실제, 석면 소송 청구인보다도 먼저 변제 받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의 해석이 될 것 같습니다.

간단히 배경을 설명드리자면, USG Corp는 미국의 건축 자재를 만드는 회사이고, 석면이 문제가 된 이후 많은 석면 관련 소송과 법률 제정이 있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마틴 휘트먼은 심각했던 소송을 언급하면서 채권의 우선순위를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금, 번역에 부족함이 있었던 점,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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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이콘출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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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고전 번역을 찾아서 - 우리말로 옮겨진 고전, 무엇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교수신문 엮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7월
품절


고전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보편적인 지혜가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하나의 생각이 보편성과 대표성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우연에 의지할 수 없습니다.

시대의 전후를 꿰뚫는 역사의식과 인생의 음양을 통찰하는 지성의 힘 위에서 고전은 창작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고전의 메시지를 반복해서 읽고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변화하는 세상은 그리 두렵거나 불확실한 존재는 아닐 것입니다.

고전 속에는 경쟁 패러다임 그 자체를 성찰하는 시각이 들어 있고, 실패한 자와 성공한 자의 삶이 동시에 조명되어 있으며, 삶이 중요한 만큼 죽음도 중요하게 다루어 현재에 강하에 얽어매어진 우리를 되돌아보는 성숙한 시선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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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경제학 - 위기의 시대, 유쾌하게 푼 경제의 진실
조준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1월
품절


진정한 자본주의 정신이란 이익을 좇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이익을 위하여 타인을 해치지는 않는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것처럼 빵집 주인은 인류를 굶주림에서 구하겠다는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이익을 위하여 빵을 판다. 미국산이든 호주산이든.....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를 걸어놓고 한우라고 속이거나 양 대가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팔지는 않는다. 이것이 자본주의 정신이다.

시장에는 '원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먼저 '윤리'가 있기 때문이다. -32쪽

어떤 사람들은 시장을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 주는 '전능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시장을 '모든 악의 근원'으로 여긴다. 그러나 시장은 천국도 지옥도 아닌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곳일 뿐이다.

보통 사람들은 시장에서 포르노를 구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통사람들만이 모인 시장은 늘 평화롭고 안전하고 행복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시장과 극장을 혼동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시장은 긴장과 흥분이 교차하는 모험과 활극의 세계이다. 가령 투기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그렇다.

그러니 주의하라. 모험이 당신의 안전을 망칠 수도 있다.
-62쪽

신의 성실의 원칙에는 정보제공의 의무가 포함된다. 시장에서, 한쪽은 상품이나 시장 환경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으나 다른 쪽을 그렇지 못한 경우를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생산자나 판매자에 비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아파트 분양회사와 소비자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상품에 대한 정보가 피룡하다. 충분한 정보가 없다면 그만큼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자신의 정보가 불충분하다면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할 권리가 있고, 판매자는 성실히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65쪽

등록비나 보험료만큼의 권리를 부여받는다면 나도 의무를 다하겠다? 그러나 이미 자동차를 탄다는 것 자체가 권리이다. 여기서 문제의 핵심이 '등록비가 비싸다 아니다'가 아니라 '왜 등록비를 내야 하는가? 에 있음을 명심하자. 자동차 - 이륜차든 사륜차든 -를 타는 이유는 그럼으로써 타지 않는 것보다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동차를 타고자 한다면 당연히 돈을 지불하거나 다른 물건 또는 노동을 제공함으로써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에는 자동차 주인에게 지불할 자동차 가격뿐만 아니라 공공의 비용으로 건설된 도로를 사용하고, 있을 수 있는 교통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등록비와 보험료 등도 포함된다. 만약 자동차를 타다가 사고를 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해놓고 보험이 없어서 다친 사람에게 아무런 치료를 못해 주었을 때도 "나는 의무를 다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78쪽

자동차의 가격만큼 행복하지 않다면 타지 않으면 그만이다. 아무도 그에게 자동차를 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왜 자동차를 사는 데 돈을 내야 하지요? 먼저 차를 타보고 그 돈만큼 행복하면 그때 돈을 내겠습니다."

아무도 이렇게 주장하지 않는 이유는 자동차를 타는 것 자체가 지불해야 할 비용보다 행복이 더 크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등록비가 비싸다면 안 타면 그만이다.

그런데 자동차는 타면서 등록비는 내지 않겠다니, 공짜로 남의 자동차를 들고 가겠다는 도둑놈 심보와 다르지 않다.

.........

그러나 등록비는 내지 않아도 자동차를 탈 수 있다. 교통경찰에게 잡히지만 앟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자동차를 훔치는 데에는 죄책감이 따르지만 등록비용을 내지 않는 데에는 자기변명이 따르는 것이다.

-79쪽

Ajumma : A term used to address an adult female individual of married age and/or runs a business or restaurant. The sterotypical 'ajumma' image is that of a short, stoky, tough old woman who wears purple pants and permed hair, and has sharp elbows on the subway. The word ajumma is also used to call older women when in a restaurant or simply when getting a person's attention, but ti is best to only call older women this as women of a somewhat younger age may not think of themselves as ajummas yet, especially if they aer in their 30s and maybe even early 40s. A simple 저기요 is often a safer bet.

-95쪽

아줌마 : 가게나 식당 등에서 일하는 기혼 여성 또는 그 연령의 여성을 부르는 용어. 지하철에서 팔꿈치로 밀고 들어가는 파마 머리에 보라색 몸빼를 입은 작고 땅딸막한 나이든 여성을 가리킨다. '아줌마'는 식당에서나 어디서든지 나이든 여자를 부르거나 주의를 끌기 위해 부르는 데 사용된다. 그러나 30대나 심지어 40대 초반의 여성들도 자기는 아줌마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쉬우므로 이럴 때는 그저 '저기요'라고 부르는 것이 가장 좋다 - Galbijim Wiki, http://wiki.galbijim.com/Ajumma-95쪽

우리가 시장에서 구입하는 상품들은 '경합성'과 '배제성'을 가진다. 경합성이란 내가 그 상품을 이용하면 다른 사람든 그 상품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며, 배제성이란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서는 그 상품을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유료도로는 배제성을 가지지만 무료도로는 비배제적이다. 막히는 도로는 경합성을 가지지만 한가한 도로는 비경합적이다. 무상의료, 의무교육, 국방 및 치안 등과 같은 공공서비는 비배제적이고 비경합적이다. 이런 종류의 서비스나 재화를 경제학에서는 '공공재'라고 부른다. 반면에 비배재적이지만 경합성을 가지는 재화나 서비스도 있다. 누구나 이용할 자격이나 기회는 똑같이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먼저 이용하면 이용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공유자원이다.

공유자원의 비극은 남용된다는 데 있다. 공공으로 사용하는 목초지나 삼림은 개인이 소유한 것에 비해 더 빨리 황폐화된다. 모든 가축 주인들이 가축들에게 자기 땅의 풀보다 공유지의 풀을 먼저 먹이기 때문이다.

..... 공유지의 비극이다. -96쪽

시장은 현실에서 가장 좋은 시스템이다. 그러나 시장은 현실을 개혁하지는 못한다. 시장은 어린이들이 강제 노동을 해야 하는 현실 안에서는 그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런 현실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자신의 합리성을 과신하다가 '미친놈'이 되고 마는 이유도 바로 이것이다. 장기매매나 성매매를 하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현실을 바꾸려는 생각 없이, 그런 현실 속에서 무엇이 합리적인가 하는 것만 생각하다 보면 장기매매를 허용해야 한다거나 성매매 노동자의 근로 환경을 개선하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어설프지만 잠시 마르크스를 흉내 내보자.

"지금까지 경제학자들은 세계를 해석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세계를 변혁하는데 있다."
-110쪽

이명박 정부의 '경제 살리기'가 그다지 미덥지 않은 이유는, 경제 살리기의 본질이 '사람 살리기'임을 모르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경제를 살리자면서 정작 우리 사회의 숱한 안토니오들은 모른 척하기 때문이다. 기륭전자의 안토니오들, 이랜드의 안토니오들, KTX의 안토니오들은 그대로 둔 채 무슨 경제를 얻허게 살리겠다는 것인가?

-120쪽

먼저 모든 학문과 이론이 그렇듯이 케인스의 경제 이론에도 일정한 전제가 있음을 이해하자. 케인스가 자신의 이론을 '일반이론'이라고 부른 것은 그 이전의 경제학이 경제가 매우 호황인 '완전고용'이라는 특수한 조건에서만 성립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자신의 이론은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케인스의 이론 역시 암묵적으로 경제가 불황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경제가 호황이거나 후진국의 경우에는 그의 이론도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경제성장이란 국민소득이 늘어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때의 국민소득이란 국민총생산(GNP)이든 국내총생산(GDP)이든 생산의 개념이다. 즉 생산이 늘어나면 경제가 성장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본이나 노동과 같은 자원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문제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 자원은 언제나 유한한다는 데 있다.



-170쪽

후진국이나 선진국이나 경제가 호황일 때는 자원의 부족이 더 심각하게 마련이다. 애덤 스미스가 저축을 강조한 것은 절약하여 부족한 자원을 모으자는 뜻이다. 초등학교 때 교실 뒤 게시판에 빨간 막대기로 내 저축이 얼마인지 그려본 분들은 모두 이해하실 것이다. 그러나 케인스의 경제학은 대공황이라는 혹독한 불황의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자원이 아니라 투자나 소비가 부족하여 자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시기 말이다. 그래서 케인스는 저축은 '누출'이며 소비가 '미덕'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경기가 호황이든 불황이든 모든 경제문제의 근본은 바로 '희소성의 원칙'에 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희소성은 골동품이나 미술픔과 같이 매우 드물다는 의미가 아니라 '유한하다'는 뜻으로,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필은 그다지 희손한 물건은 아니다. 하지만 연필도 유한한 재화이며 따라서 우리는 연필 한자루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인가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171쪽

많은 사람들이 시장을 동물의 왕국이나 조폭의 세계로 생각한다.

그러나 시장은 사람들의 거주지 가운데서는 가장 조화로운 질서가 존재하는 곳이다. 정글은 시장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을 뿐이다.
-215쪽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있는데, 시장에 맡긴다는 말은 결코 '내 멋대로 한다'는 게 아니다.

시장에서는 권리와 의무가 항상 같이 간다. 빵을 원하면 빵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빵은 먹고 싶지만 그 대가는 지불하고 싶지 않다. 학생 선발권은 가지고 싶지만 기득권은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것은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아니라 사기꾼, 도둑놈, 조폭이다.

하기야 대한민국의 기득권 계층과 조직 폭력배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내 '나와바리'를 건드리는 놈은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는 바로 그것 아니었던가? -26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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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세부터 시작하는 장기투자 - 사와카미 아쓰토의
사와카미 아쓰토 지음, 유주현 옮김 / 이콘 / 2008년 3월
절판


투자란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그뿐이다. 이런 단순한 작업에 주가전망이나 실적 동향, 투자 이론 등을 끌어들일 것까지는 없다. 인생경험을 통해 쌓아온 상식과 균형 감각을 소중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싼 것은 모두가 팔려고 하기 때문에 싼 것이고, 비싼 것은 모두가 사들이기 때문에 비싼 것이다. 이런 것은 일부러 공부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쌀 때는 더 싸질 것 같아 좀처럼 살 수 없고 비쌀 때는 더 비싸질 것 같은 욕심이 앞서 도저히 팔 수 없다.

그래서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럴듯하게 말하자면 선견지명과 결단력, 그리고 담력이 합쳐진 것이 곧 투자이다.
-6쪽

기업은 소비자의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그 노력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순식간에 낙오된다. 성숙경제는 커다란 우상향 삼각형을 그리지 않는다. 예측 불허한 수요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사회 동향을 정확히 포착하는 경영 능력이 필요하다.
-54쪽

발전 경제의 우상향 삼각형 안에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별로 없다. 어느 회사나 크면 근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존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본, 노동, 기술, 설비, 조직 등의 경영 자원은 각각의 기업 내에 고정되어 재분배되는 일이 거의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새로 창업하는 경우에는 무엇이든 처음부터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반면, 성숙 경제에서는 도태되는 기업이 많기 때문에 발전하는 회사의 입장에서는 기회가 넘쳐난다. 성장에 필요한 경영 자원을 낙오한 회사에서 취할 수 있기 때문에 급성장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

성숙경제에서는 회사들이 자꾸 낙오하는 한편, 그렇게 사라지는 기업의 경영 자원이 재분배됨으로서 급성장하는 회사가 등장하게 된다. 기업의 신구 교체와 적자생존이 급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에 상황은 놀랄만큼 역동적이다.
-54쪽

제 1단계 : 법인 주주들의 보합과 정책 보유

전체 발행 주식 수의 72%를 보유하는 법인 주주들에게는 순수 투자 이외의 보다 큰 목적이 있었다. 예컨대 주식을 상호 보유하는 보함을 하면 서로 '배당을 줄이자'는 암묵적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이익 배당률을 낮추면 이익 계상을 적게 할 수 있고, 이익 계상이 적으면 그만큼 확실히 절세가 가능하며, 절세한 만큼 사내 유보를 많이 할 수 있다.

그러나 보유자가 순수 투자자일 경우 '배당금을 늘려달라'고 하면 상장 기업은 이익 계상을 적게 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세금을 많이 내야 하며 그만큼 사내 유보는 줄어든다.

......

법인 주주에게 있어 보합과 정책 보유는 캐피털게인(자본이득, 즉 시세차익)이나 인컴게인(배당 수입)을 노리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점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보통 투자자가 기대하는 캐피털게인이나 인컴게인, 그리고 근간에 있는 이익 성장 따위는 다음, 그 다음의 문제인 것이다.
-62쪽

2단계 : 운용을 알지 못함으로 인한 비극

그러나 버블이 붕괴되자 일본 주식시장의 법인 보유자들은 각각의 경영판단과 재정 형편으로 인해 서둘러 매각에 나섰다......앞다툰 매각 행위로 일본 경제 전체가 장기 불황, 디플레이션의 심화 등 온갖 부정적인 요소들을 끌어안게 된 것이다.

......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는데 무리해서 팔려고 들면 스스로 자기 목을 조르는 결과일 뿐이다. 그럼에도 법인 주주들은 매도를 멈추지 않았고, 이렇게 일본 주식은 폭락했다. 결국 일본 주식시장은 12년 동안 침체기를 겪으며 평균 주가가 최고치에서 5분의 1 수준으로까지 추락했다.

28%의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자로는 도저히 일본 주식시장을 지탱할 수 없었기에 이것은 어쩌면 뻔한 결과였다.

주가나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초래한 디플레이션 현상은 금융기관이나 버븝 기업을 비틀거리게 만들었다.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를 조금이라도 빨리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초저금리 정책과 제로금리 정책은 가계로부터 300조엔을 넘은 이자 수입을 앗아갔다.
-62쪽

3단계 : 마침내 시장 기능이 움직이고 있다

동시에 일본 주식시장의 밑바닥에서부터 커다란 구조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 54%를 점하고 있던 보합과 정책 보유는 이제 13% 전후로, 기관투자자가의 보유를 더해도 40% 정도이니, 버블 전까지의 72%에서 크게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50% 이상이 지금은 외국인 투자자나 개인 투자자의 몫이다.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 투자가가 주식을 투자 하는 목적은 예나 지금이나 캐피털게인이나 인컴게인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연금이나 투신 등도 서서히 '기업 집단의 논리'에서 벗어나 뒤늦게나마 기관 투자가로서의 얼굴을 보이고 있다. 순수하게 투자 수익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순 투자자'가 일본 주식 보유 비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과거에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던 캐피털게인과 인컴게인의 가능성, 즉 기업 수익의 향상이 이제 일본 주식시장의 최고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64쪽

그렇다면 사람들의 생활을 기초로 무엇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경제는 앞서 말한 대로 보다 큰돈이 흘러가는 쪽으로 확대되고 발전해간다. 우리는 매일 돈을 쓴다.

그런데 유심히 짚어보면, '어떤 생활을 하고 싶다' '이런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모두가 바라는 방향으로 보다 큰돈이 흘러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사회의 방향, 보다 큰 돈이 향하는 방향을 따라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 또는 그 방향으로 조준을 하고 있는 기업이 발전하고 성장한다.
-77쪽

투자라는 것은 쌀 때 사서 비쌀 때 파는 것이 전부이다. 이 원칙을 '어떠한 사회를 만들어갈 것인가'에 적용하면 장기 투자는 이미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다.
-77쪽

주위의 손가락질을 받을 정도가 장기 투자자에게 꼭 맞는 행동

.............

장기 투자자는 언제나 '장래의 납득' '장래 가치의 고양'을 위하여 '지금으로서는 납득하지 못할' 행동을 한다.

자신이 행동하려고 할 때 주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거나 맹렬히 반대를 하고 나설 정도가 딱 좋다. '그만 둬, 손해만 볼 뿐이야' '미친 거 아냐, 이런 상황에서 매수에 들어가다니, 손해 봐도 몰라' 하고 화를 내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손가락질을 한다면 딱 좋다. 왜냐하면 그것이 투자 운용에서 성공하기 위한 철칙이기 때문이다.
-109쪽

투자라는 것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일 뿐이다. 주변 사람들이 그만두라며 충고하거나 바보라며 비웃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같은 상황에서 이쪽은 사려고 하는 것이니 혼자서 싸게 살 수 있는 셈이 된다.

반대로, 모두가 확실하다고 납득하고 모두가 대단하다고 칭찬해주는 것은, 거기에는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만 있을 뿐 가격 하락 리스크 따위는 전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모두가 거기에 참가하고 있다는 말로 주가는 이미 높을 대로 높다. 이미 비싸진 시점에서 매수에 들어가면서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다.
-110쪽

몰론, '분산투자로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 확실하게 이익을 얻읍시다'라고 하면 심정적으로도 끌리는 법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안심할 수 이쓴 어떠한 제안이나 좋은 것처럼 생각되는 이야기도 대부분은 '현재의 납득'에 지나지 않는다. 장래에 대한 납득은 보장되지 않는다.

장기 투자자들이 봤을 때 이것은 운용이 아니다. 운용 상품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뿐, 결국 원금 보장형 이자 상품과 아무 차이가 없다.

'안전하고 확실하게 가자'는 것은 예금과 마찬가지이며 투자 운용다운 수익을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이다.

운용의 본질을 생각할 때 '리스크를 줄입시다' '안전하게 갑시다' '확실하게 합시다'라는 것은 그와 반대로 실제 리스크가 많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111쪽

공급 측의 투신은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벌려고 하며, 벌기 위해서 되도록 대량으로 자금을 모으려 한다.

최대한의 운용 성적을 내려 한다면, 투자 운용의 철칙에 따라 되도록 바닥 부근에서 펀드에 가입하면 된다. 그런데 시세가 한창 내려가는 중, 또는 계속 침제되어 있는 때에는 아무리 영업을 해도 투신의 판매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영업 효율은 지극히 나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시장이 상승 추세에 들어가 활황을 띄게 될 때에 새로운 펀드를 내면, 모두가 사고 싶어 안달이니 효율적인 대량 판매가 가능하다. 되도록 '벌자'고 하는 논리로 대량으로 펀드를 팔기 위해서는 영업 효율이 좋은 타이밍에서 펀드를 설정하고자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의 많은 펀드는 시세의 정점 부근에서 대량 설정되어, 왕왕 상투를 쥐게 된다.

펀드가 상투를 쥔다고 해도 공급 측 투신이 곤란할 일은 없다. 상투를 쥐어 해약이 쇄도하고, 펀드 잔고가 축소되어도 판매 수수료와 신탁 보수는 이미 잔뜩 벌어놓은 상황이다. 투자 고객 입장에서는 '너무 하다'고 불평이라도 한마디 하고 싶어질 것이다.
-124쪽

2050년이 되어도 일본은 1억명의 인구가 사는 세계 15, 16위의 당당한 인구 대국일 것이 틀림없다. 세계적으로 높은 생활수준을 보아도 2050년경에도 일본 경제는 뛰어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을 것이다.

.......

일본의 인구가 줄어든다고들 하지만 따져보면 매년 고작 0.4%씩 감소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정도의 인구 감소 속도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가난해지고 싶지 않다'는 욕구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나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금의 생활수준을 잃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모든 이의 바람이다. 그러한 한사람 한사람의 바람이 모여 경제가 이루어지므로 매년 0.4% 정도의 인구 감소를 흡수하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다.
-166쪽

하지만 점점 가속화하는 인구의 고령화와 그로 인해 초래되는 보살핌이 필요한 노인 인구의 급증에 대해서는 신속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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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0만명에서 8,000만명으로 줄어가는 청장년층 인구로 3,800만명이나 되는 노년 인구를 부양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지금도 충분하지 않은 간호 도우미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이것은 곧 사회문제가 된다.
-166쪽

이민 수용을 어떻게 매듭지을 것인가는 민감한 문제로 남지만 간호로봇의 보급은 이제 시간문제이다.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성능은 개선되고 가격은 내려간다. 로봇의 보급이 일반화되면 단지 노인 보호 문제를 해결하는 선에서 끝나지 않고 매우 다양하게 활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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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상용화를 현실화한다면 엄청난 규모의 수요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 즉, 거대한 수출산업이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다.
-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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