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
김효정 지음 / 일리 / 2010년 2월
품절


사하라 사막마라톤에서 나는 달리지 않았다. 솔직히 달릴 수 있을 만큼 준비를 하지 못했다.

그렇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나는 달리고 싶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충분히 중종걸음 치고 있지 않은가? 아니, 정확히는 남들보다 앞서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리고 있지 않는가? 속도에서 뒤지고, 순위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말이다.

그렇기에 열망하던 사막까지 와서 경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마음으로 사하라를 밟고 싶지 않았다.

단지 사막의 뜨거운 태양, 부드러운 모래, 시원한 바람, 그리고 반짝이는 별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었다.

뛰지 않고 걸었다. 걸으면서 태초의 적막만큼이나 고요한 사막과 저마다 꿈을 안고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기도 했다.
-13쪽

나는 2005 고미 마치에서는 물집이 세 개밖에 생기지 않았다. 신발 선택을 잘한 덕이었다.

살로몬 트레킹 슈즈였다. '고어텍스 엑스에이 프로3D 울트라GTX.' 고심끝에 고른 신발이었다.

보통 한국 참가자들은 사막레이스에 참가할 때 메시 소재를 신는다. 메시는 특성상 발이 시원하긴 하지만, 모래가 많이 들어와 자주 신발을 벗어 모래를 털어줘야 하는 담점이 있다. 그 반면 고어텍스는 메시보다 땀이 좀 더 차는 편이긴 하지만, 미세한 사막 모래도 들어오지 않는 장점이 있다. 모래가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발목 게이터만 제대로 하면 온종일 모래 걱정을 안해도 될 정도였다.
-127쪽

물집 방지에는 발가락 양말이 효과적이다. 미국제 마라톤용 인진지(Injinji) 발가락 양말이 대표적 브랜드이다. 인지지는 쿨맥스 소재여서 땀을 빨리 흡수하고 또 빨리 증발시킨다. 발가락 양말이기 때문에 발가락끼리 스쳐 마찰을 일으키는 걸 방지해 준다. 인진지를 신으면서부터 나는 물집 걱정을 크게 하지 않게 됐고 주변 참가자들에게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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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스 기간 중 양말은 두 컬레면 충분하다. 뜨거운 태양 덕에 빨면 금세 마른다. 나는 체크포인트에서든, 캠프에서든 빨아 신었다. 작은 비누 하나도 무게를 무시할 수 없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나는 마시는 물을 조금 아껴서 조물조물 빨았다.
-128쪽

2005 고비 마치에서 만난 폭 30센티미터 내외의 칼 능선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가면서도 발을 헛디딜까 조마조마했다. 숨죽이며 1킬로미터가 넘는 칼 능선을 무사히 넘고 캠프에 도착하자, 모두 그날의 초대 난코스 칼 능선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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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님은 나중에 "양 옆이 낭떠러지인 칼 능선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어."라고 털어놓았다. "말하면 바짝 긴장할 게 뻔한데.... 다 말할 필요는 없잔아....."

두려움을 혼자 감내하며 온몸에 힘을 꽉 주고 레이스를 했을 김경수 님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196쪽

그들은 모두 뛰어서 사막을 건너는가. 사막마라톤, 사막레이스라고 불이우는 탓에 순위경쟁, 기록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여기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각자 자기 능력에 맞춰 뛰고 걷는다. 레이싱더플래닛이 4대 사막레이스 참가자들을 분석한 결과 전 코스를 뛰어 완주하는 사람은 참가자의 20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또 60퍼센트는 뛰고 걷기를 반복했다. 20퍼센트는 순전히 걸어서 완주했다.

제한 시간이 있지만, 주최 측은 걸어서도 완주할 수 있도록 제한시간을 항상 여유있게 설정한다. 또 경기 당일의 날씨, 기온 등에 따라 운영책임자가 임의로 연장할 수도 있게 되어 있어,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완주할 수 있다.

사막마다 기록이 다소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선두권은 25시간대에 주파하며, 최하위 그룹은 80시간쯤 걸려 완주한다. 모로코 사하라 마라톤의 경우는 참가자의 10퍼센트는 순전히 걷기만 했으며, 나머지 90퍼센트는 걷기도 하고 뛰기도 했다. 평균적으로 가장 빠른 참가자들은 최고 시속 14킬로미터로 뛰고, 또 가장 느린 참가자들은 최저 시속 3킬로미터로 걷는 것으로 조사됐다.


-204쪽

지프를 타고, 낙타를 타고, 안전하게 사막을 여행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관광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온몸으로 부딪혀야만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작가 다치바나 다카시가 [사색기행]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육체의 여행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가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 직접 그 공간에 몸을 두어 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이 많다."

감동을 맛보려면 바로 그 순간에 내 육체를 그 공간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내 몸을 그곳으로 이동시켜야만 비로소 가슴 뛰게 하는 무엇인가를 볼 수 있다. 그런 삶을 살려면 안전만을 좇을 수는 없다. 인생은 모험이 따라야 짜릿하다. 나는 아직 젊고, 내 심장은 거친 박동을 견뎌낼 만큼 튼튼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
-210쪽

개담스(레이싱더플래닛 창업주)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막레이스를 한 다음에 인생관이 바뀌었다는 참가자들의 편지를 많이 받고, 나중에 더 크고 더 멋진 도전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먼저 몸을 만든 후 참가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준비라는 건 없으니 당장 시작하라."고 충고했다.
-213쪽

모로코 사하라 사막마라톤

공식 홈페이지 : http://www.darbaroud.com/index_uk.php
한국 에이전트 : http://www.mdsasia.co.kr

레이싱터 플래닛
공식 홈페이지 : http;//www.racingtheplanet.com
한국 에이전트 : http://www.runxrun.com
-301쪽

필수장비

20리터 정도면 충분하다. 나의 몰트렉은 무게가 420그램이다. 이 작은 배낭에 일주일이나 견딜 식량과 장비를 넣을 수 있을지 의심하지 말자. 이 작은 배낭에 일주일이나 견딜 식량과 장비를 넣을 수 있을지 의심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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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그램짜리 여름용 오리털 침낭이 무난하지만, 칠레 아타카마까지 도전할 생각이라면 처음부터 겨울용을 장만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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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핀 10개가 필수장비에 포함돼 있지만 쓸 일이 없다. 제일 작은 걸로 준비하라.....옷을 살 때 라벨에 붙어 있는 미니 옷핀을 모아두면 유용하다. -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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