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홍은택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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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납동으로 이사온 뒤에 한강 둔치를 끼고 삼성동까지 자전거 출퇴근(이른바 자출)을 하고 있는 나에게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은 각별한 경험을 맛보게 해주었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한 운동효과와 더불어 운송비 절감을 통한 용돈 확대 등를 꾀하고 있는 나에게 있어 자전거는 소중한 운송수단 이상의 것이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을 라이더라 부르는데, 바로 라이더의 세계에 입문하게끔 해주는 훌륭한 입문서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을 발견한 것이다.  

건강을 위해 한때 달리기에 도전한 적이 있었다. 그 때 나를 달리기의 세계로 입문하게 했던 책이 바로 요쉬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이다. 달리는 것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와 함께 그의 생생한 체험이 한번쯤 해볼만한 도전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번째로 옮긴 직장에서의 생활은 달리기가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끔 해주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발견한 것이 바로 자.전거.

인간이 만들어낸 발명품 가운데 가장 환경친화적이며 지구를 살릴 수 있는 불가사의한 7가지 것들 가운데 하나인 자전거. 페달을 밟는 수직운동이 바퀴의 순환운동으로 전환되고, 다시 자전거의 수평이동으로 바뀌는 과정을 거쳐 나를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켜 주는 고마운 존재 자.전.거.

홍라이더는 인간의 두발만을 이용해서 가야 하는 그 소박한 이동수단을 타고서, 80일 동안 6400킬로미터를 가로지며, 해발고도 0미터에서 3463미터의 높이를 체험했고, 시간대가 다섯번 바뀌었고, 페달은 한 150만번 쯤 돌려서 미국 횡단을 이뤄낸 것이라고 그는 소박(?)하게 설명한다. 

아침 30분과 저녁 30분 라이딩만으로도 오롯한 한시간 짜리 나와의 대화를 즐기게 되는데, 그는 80일 동안 스스로와의 속이 나눴던 소중한 언어들을 살포시 보여준다. 그걸 읽고 있노라면 평원을 가로지르는 바퀴살의 노래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가 여행을 통해 들려주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음미하는 페달질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바로 지금. 그러면 체인이 두바퀴 사이에서 당신의 다리에서 나오는 힘을 골고루 전달해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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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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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길위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장소는 태국의 카오산. 배낭여행을 시작하는 사람과 배낭여행을 마치는 모든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곳. 그곳만의 독특한 향취가 태국의 다른 지방과는 전혀 다른 이국적인 풍경을 만들어내는 곳이란다.

우리에게는 아직도 낯선 장기해외여행이라는 걸 하는 여행객들이 생각하는 여행과 생각 그리고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다. 책 속에는 인터뷰 당하는 여행객 14명과 마지막에는 인터뷰를 진행했던 글쓴이를 스스로 인터뷰 했다.

여행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15개의 대답들을 쏟아낸다. 각 대답마다 향기가 묻어난다. 그건 아마도 여행이 주는 선물일 듯. 15개의 답변 속에서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들을 만큼 쉬운 답은 없다. 아니 모든 대답이 다 쉬워보인다. 하지만 답들이 가볍지만은 않은 것은 그 답속에 녹아든 그네들만의 깨달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8시30분 출근, 6시 30분 퇴근의 쳇바퀴 도는 일상 속에서 일주일간의 여름휴가를 가는 것마저도 눈치가 보이는게 팍팍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6개월 이상의 아무런 목적없이 떠나는 장기해외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은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되어준다.

바람과 같은 그네들이 쳇바퀴 속의 나의 마음을 흔들고 간다. 솔직히 부럽다. 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히 솟아난다. 하지만 뒷방에서 우는 아기의 울음과 내가 책임져야 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선뜻 발걸음을 떼기 어려운 현실의 무게를 느낀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카오산이 아주 상업지역이 되더라도, 마눌과 딸과 함께 그곳에 가보고 싶다. 그 곳에서 나도 다른 이들의 들려주는 자유로운 영혼을 만끽해보고 싶다.

무덥고 습한 한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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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나무 2006-07-1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떠나야만 하는 건 아닐 겁니다. 일상에서 벗어나야만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건 아닐 겁니다. 땀흘리는 생활 속에서 우린 아름답지 않은가요? 꼭 카오산에 가야만 하는 건 더더욱 아닐 겁니다. 언젠가 한번 자연스레 길 위에서 서성거릴 날이 오면 현실의 무게를 조금은 덜어내시기 바랍니다...


동대장 2006-07-19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기해외여행이란 생소한 단어에 너무나 익숙한 그들이 부러워서 해본 말인데요...뭘...친절한 댓글에 감사 드립니다.
 
아빠 빠빠 - 어린 딸을 가슴에 묻은 한 아버지의 기록
저우궈핑 지음, 문현선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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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짧은 다큐멘타리 한편을 보고난 느낌이었다. 짧은 영상이 주는 감동이 제법 묵직했다. 그건 아마도 18개월 된 딸을 키우는 아빠이기 때문에 더 진한 감동이었을 것이다. 천상 소시민인지라 우선은 내딸이 건강하게 태어난 것에 다시금 감사를 하게했고, 저 하늘나라로 간 뉴뉴가 그곳에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진심으로 기원했다. 

다큐멘타리의 주인공은 지은이가 45세에 얻은 어린 딸 뉴뉴. 다큐멘타리의 내용은 간단하다. 태어날 때부터 안구암을 가진 딸을 냉정하게 치료하자고 하지 못한 결정으로 인해 고통을 받는 아버지가 서서히 죽어가는 딸에 대한 투병기를 정말이지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후회를 할 수 밖에 없는 힘든 상황 속에서 아버지는 결국 치료를 미루고만다. 평생 장애를 가지고서 힘들게 살아갈 딸을 보기보다는 기적에 희망을 가진 것인데......이 짧은 다큐멘타리를 보는 동안 내가 그의 위치에 있었더라면이라는 가정을 무지하게 많이 했다. 하지만 내가 그 위치에 있었더라도 다른 결정을 내리긴 힘들었을 것이다. 평생 장애를 가지고 힘들게 살아가야 하는 미래와 평생 치료를 받아도 완치가 어려운 질병, 그 사이에서의 위험한 줄타기로 인해 하루하루가 힘들었을테니까 말이다.

환자가 아닌 애정을 가지고 돌봐야하는 하나의 소중한 생명체로 봐야한다는 진부한 말과 함께, 더 높은 의학지식을 가지고서 제발 만에하나 발생할지도 모를 위험을 감수한 위험한 진료행위가 사라져주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힘든 아픈 부분을 드러내보여준 지은이와 저 하늘에 머물고 있을 뉴뉴, 그리고 몸으로 뉴뉴를 기억하고 살아갈 위얼 모두에게 애정어린 안부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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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화가에게 말 걸다
최병수.김진송 지음 / 현실문화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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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화가에게 말걸다'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머리속에 떠오른 단어가 바로 386이었다.

 

386은 처음에는 최신형 컴퓨터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286과 486 사이에 존재했던 기종으로 당시에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환상(?)의 성능을 갖춘 최신 기종이었다. 물론 486이 출시되면서 구식으로 전락되긴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386이란 단어가 다른 뜻을 품게 되었다. 80년대 학번, 30대의 일군의 젊은 세대를 기성세대들이 구별지어 부르기 시작하면서 한 세대를 지칭하는 보통명사가 되어버렸다. (물론 이러한 구별짓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대다수가 사용하는 그 단어의 함의에는 동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386이란 단어를 사용한다)

 

목수이자 화가인 이 책의 주인공 최병수는 그러한 진퉁 386이 아니다. 그는 전수학교를 다녔을 뿐, 미술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다 연행되면서 경찰에 의해 짝퉁 386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했다 뿐인 그에게 삶의 체험을 통해 체득한 소중한 경험은 그의 미술활동의 소중한 자양분이 되어준다. 제도권 교육을 뛰쳐나가 몸뚱아리 하나로 밑바닥 세상의 각가지 직업을 몸소 겪어내온 경험이야말로 현장에서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게 해준 원천적인 힘이 되어주었던 것이다. 그 결과, 누가 봐도 피를 끓게 만들었던 "한열이를 살려내라!"라는 그림과 장산곶매 등등 80년대의 치열한 현장의 배경그림을 도맡아 제작하기에 이른다.

 

역사의 종언이라는 어느 학자의 건방진(?) 주장이 세상을 횡횡하고, 후일담류의 고백들이 넘쳐났던 시대를 지나, 여전히 현장을 지키고 있는 그에게서 80년대 치열했던 고민과 성찰이 어느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나아가고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어 좋다. 더불어 살아가야 함에는 인간과 자연,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목수였다가 관제 '화가'가 되어버린 최병수와 이 글을 쓴 화가였다가 '목수'가 되어버린 김진송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된 점은 덤이었다. 목수와 화가의 건강이 더욱 나아지길 바라면서 소감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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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
경향신문 특별취재팀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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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은 경향신문에서 연재하던 특집기사를 모은 책이다.  

이책의 미덕을 꼽으라면 기사를 모아놓은 것이기에 쉽게 읽힌다는 점과 최신 사례를 몇몇 만나볼 수 있다는 점 정도일 것이다. 

신문기사체 문장은 쉽게 읽히나, 한정된 지면에 연재되어야 운명적인 제약으로 인해 세밀한 설명보다는 대표적인 에피소드 나열로 그친 부분이 상당히 아쉽다. 그러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마련한 각 기사 꼭지 말미의 전문가 평(설명)을 달고 있긴 하지만 그 평도 일정한 수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도 아쉽다. 심지어 어느 기사 꼭지에는 전문가 평이 없기도 하다(진짜 그 부분에는 전문가라고 내세울만한 전문가란 사람을 찾지 못했던 것일까).

책에 대한 아쉬움이 강하게 묻어나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도 몰랐던 한국의 힘이라는 거창한 주제에 비해 다루고 있는 내용이 너무 얄팍해서 나타는 현상이 아닐까 싶다. 

소위말해 세계 일류라는 잣대를 견주어, 그 잣대를 통과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세계일류 상품들과 그러한 상품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우리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을 단순히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세계일류라는 잣대 자체가 우리의 잣대가 아닌 타자의 잣대이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한번 다르게 바라보기에 그칠뿐이다.

역시 특집기사도 기획력의 힘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준 조금 마니 아쉬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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