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서유기 4 대산세계문학총서 24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자금 홍호로(紫金紅葫蘆)와 양지옥 정병(羊脂玉淨甁)으로 유명한 금각대왕, 은각대왕 형제 그리고 말미에 잠깐 등장하는 우마왕과 나찰녀의 자식 홍해아 등. 슬슬 이름난 악당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대개는 3편에서 인삼과를 먹은 삼장을 잡아먹기 위해 일행을 공격하는 요괴(삼장법사를 잡아먹으면 불로장생할 수 있다는 소문이 요괴들 사이에 돈다)다. 재미있었던 부분은 이들이 관세음보살의 설계(?)라는 설정. 삼장 일행의 여정이 너무 쉬운 것(?)을 염려한 관세음보살이 일테면 난이도 조절을 한 셈. 3편에서 느꼈던 게임 개발자(관세음보살)와 게이머(삼장 일행)의 관계가 자꾸만 떠올라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 편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손오공이 별명을 바꿔가며 금각, 은각 형제를 속여먹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본래 별명 ‘손행자’를 행자손이니, 자행손이니 순서만 바꿔 삼 형제 행세를 하는데 금각과 은각은 이걸 또 곧이곧대로 믿어 버리는 장면에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다. 금각, 은각 에피소드의 전반적 분위기가 코믹 그 자체다. 손오공이 두 형제의 졸개를 속여 보배를 바꿔치기 하는 장면 역시 그렇다. 마치 한 편의 콩트를 보는 느낌이랄까? 그도 그럴 것이 두 형제는 원래 태상노군의 금로와 은로를 맡아 관리하던 동자들이었던 것. 꼬맹이들이 일으킨 소동답게 순박한 면이 있어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안타깝게도 금각, 은각 역시 관세음보살의 설계임이 드러난다. 그런데 이를 한탄하는 손오공의 모습마저도 참 재밌다.




원, 보살님도 너무하시지! 이 손오공을 풀어주실 때만 하더라도, 일심전력으로 당나라 스님을 안전하게 모시고 서천 땅으로 가서 경을 얻어오라고 하시며, ‘길이 험난하여 나아가기 어렵더라도 걱정하지 말아라. 위급한 지경에 처하게 되거든 내가 친히 가서 구해주겠다’ 하시더니, 이제 와서 도리어 요괴 마귀들을 시켜 우리 갈 길을 가로막고 이렇게 훼방을 놓을 수 있단 말이오? 이야말로 언어도단이고말고! 그러니 보살님도 어지간히 사나운 팔자를 타고나셔서 평생토록 남편감을 못 만나셨지 뭔가. 


p.290



사족 하나만 붙이자면 몇 편인지 가물가물한데 변신술을 쓰는 손오공에 대한 묘사가 ‘변검’과 매우 흡사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번 편에서도 역시 그 변검을 묘사한 듯한 ‘손바닥이 문지르고 지나간 자리에는 손행자의 본래 모습이 여실하게 드러났다.’(p.57) 같은 구절이 등장하길래 신기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변검술은 19세기에 와서야 등장한 중국의 가면극이란다. 오승은이 서유기를 쓴 시기가 16세기인데 어째서 소설 속에는 변검술처럼 보이는 장면이 등장하는 것일까? 역자 임홍빈 씨의 자의가 들어간 해석일까? 아니면 그저 신뢰성 떨어지는 인터넷 정보일 뿐일까? 누가 속 시원히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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