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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서유기 3 ㅣ 대산세계문학총서 23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마지막 동료 사오정이 드디어 합세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무려 3권에서!) 모 애니메이션의 영향 때문인지 사오정을 그저 웃기기만 한 캐릭터로 알고 있던 나로서는 그야말로 선비와 다름없는 원작의 그를 보니 영 적응이 안 된다. 어떤 면에서보면 사오정은 매우 억울한 인물이기도 한 것이, 명색이 옥황상제를 호위하던 권렴대장이었는데 일개 술잔 하나 깨뜨렸다고 태형 800대를 맞고 지상으로 쫓겨났다는 사실이 참.... 21세기 관점에서는 이해가 되질 않는 것이다.
재밌었던 부분은 삼장 일행과 관세음보살의 관계다. 이건 흡사 게임 개발자와 게이머의 관계가 아닌지? 일테면 몇 차례를 싸워도 잡히지 않는 사오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결국은 관세음보살을 찾아간다거나 인삼과 나무를 쓰러뜨린 오공이 선계 신선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다 또 결국에 찾는 인물이 바로 관세음보살. 마치 게임이 너무 어려워 개발자에게 하소연을 하는 유저들의 모습이 떠올라 절로 웃음이 나온다. 또 재밌는 게 관세음보살이 그런 오공을 꾸짖으면서도 정성을 다해 도와주는 장면(츤?)들이다. 일견 귀엽기도 하고 오늘날로 따지면 캐릭터를 잘 만드는 작가 오승은의 솜씨라 보면 되겠다.
아무래도 손오공과 여의금고봉이 신경쓰인다. 여의금고봉은 생김새나 쓰임새나 어딜 봐도 남근(권력)을 상징하는 것 같다. 예컨대 이런 대사. “이까짓 문짝 여는 것쯤 가지고 뭐 그리 대단하다는 거야? 하늘의 남천문도 철봉으로 가리켰다 하면 활짝 열릴 텐데…….”(p.225)를 보면 이건 영락없는 권력욕이 아닌가? 그리고 손오공. 태생부터가 ‘돌’ 과 얽혀 있기 때문인지 수명과 관련된 욕심이 크다(애초에 그가 화과산을 떠나게 된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까불이 시절 저승을 찾아가 살생부에 적힌 자신의 이름을 지우는 모습이나 제천대성 신분으로 반도원 복숭아를 먹어치우는 모습, 이번 편의 인삼과까지. 손오공은 결국 죽음을 두려워하고 영생을 얻으려 하는 인간의 욕심을 상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좀 더 넓게 보자면 삼장 일행 자체가 저마다 인간이 가진 어떤 욕망들을 상징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특히 저팔계의 상징(성욕, 식욕)은 너무 뚜렷해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듯싶고 삼장은 과한 예측일지도 모르겠지만 안전 욕과 자아실현 욕, 사오정은 애정과 존경 욕(그렇다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이다....)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예상 자체가 섣부른 판단일 공산이 크지만 어쨌든 3권을 읽으면서 인물마다 하나씩 무언가를 상징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