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서유기 1 대산세계문학총서 21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이 오래된 구전 설화에 무슨 할 말이 더 있을까? 많은 이가 돌 원숭이 미후왕 손오공과 저팔계 그리고 사오정의 모험 이야기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자부했던 사람이다. 하지만 진정 ‘잘’ 아는가? 결론부터 말하겠다. 나는 이제야 총 10권으로 구성된 완역본 시리즈의 단 1권만을 읽었을 뿐이지만, 내가 지금껏 알던 이야기는 극히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총 10권 중 1권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삼장이 아직도 떠날 생각을 하지 않으니 말이다.


1권은 전체 이야기의 아주 극 초반, 일부분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손오공의 탄생기부터 이 원숭이 요괴가 온갖 술법을 익혀 옥황상제의 역린을 건드렸다가 석가여래에게 찍혀 오행산에 갇히는 과정, 여기에 관음보살이 석가여래의 법지를 받고 서천 여정에 오를 이를 위한 채비를 하는 과정, 더불어 진현장의 출생과 관련된 가문의 슬픈 이야기 그리고 용왕으로부터 시작된 당태종의 기이한 저승 왕래기까지. 


이렇게 크게 세 명의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손오공, 진현장, 당태종)되는데, 당태종이 어째서 진현장을 선택했는지, 진현장은 무엇 때문에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불경을 찾으러 가는지 등 축약본만 읽었다면 몰랐을 법한 맥락이 여러 군데 드러난다. 동시에 역자인 임홍빈의 친절한 주석과 더불어 원전에 실린 한시(漢詩)가 중간마다 삽입되어 있어 읽는 맛을 한층 돋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완역본이라는 사실에 지레 겁부터 먹고 펼쳐 들었다가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즐거움을 맛봤다.


췌언이지만, 전체 이야기의 10%에 해당하는 이번 편으로 곧 등장할 주요 인물들의 특징과 사연을 짤막하게라도 모두 소개한다는 점에서 저자 오승은이 참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건 오늘날 할리우드 스토리 공학에서도 쓰이는 기법(궁금하다면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Save the Cat!』 시리즈를 읽어보시라)인데 말이다. 재능있는 이야기꾼들만의 본능인 걸까? 신기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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