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코스모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드라마나 영화는 수없이 봤지만, 같은 '연기'를 하는 연극은 태어나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분명히 작정하고 갔으면 어느 작품 하나쯤은 봤겠지만, 왠지 이제까지 연극이란 장르에 관심은 없었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연극은 드라마나 영화보다 접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크겠고, 작품이 가진 다양성이 적다는 점과 상영료 등을 들 수 있겠으나 무엇보다 큰 이유는 '부담감'이다. 연극을 떠올리면 막연히 묵직한 작품성과 주제의식이 가진 심각성이 떠오른다. 자연스레 눈이 안 간다. 감상하며 즐긴다기보단 무언가 학습하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부담감 없이 보긴 어렵다.


 하지만 모든 건 연극을 체험해보지 못한 내 생각에 불과하다. 사실 지금 난 연극을 정말 보고 싶다. 온다리쿠의 <초콜릿 코스모스>는 이런 날 간절하게 한 작품이고.


 연극이, 무대의, 배우가 발산하는 열정과 에너지는 영화나 드라마에선 맛볼 수 없는 아름다움과 쾌감이 있다.무대에 선 배우와 객석에서 바라보는 관객이 서로 공유하는 설레임. 그것이 바로 연극이라는 것을 이젠 조금 알 것 같다.



눈 앞에 하나의 세계가 있다.  바로 저 앞에 있고, 같은 공기를 마시는데도 전혀 다른 세계가..



 이제까지 그저 단순하게만 생각하던 무대에 이젠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다. 객석과 무대의 거리는 불과 몇 미터 되지 않지만, 그곳엔 내가 가보지 못한, 체험할 수 없었던 미지의 공간이 있고 배우는 단순히 연기하는 게 아니라 실재하는 인물이 되어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되거나 때론 비극의 주인공이 되고 독이 든 사과를 건네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 마녀가 된다. 관객은 이 조그마한 공간에서 하나의 역사가 바뀌고 전설이 되는 영웅을 지켜보며 애절한 슬픔과 벅찬 감동 그리고 쓸쓸한 웃음을 맛본다.


 두 번의 오디션에 걸쳐 이뤄지는 두 천재 소녀의 성장 과정은 이 모든 감동을 담고 있다. 연예인 집안에서 성장한 교코는 비록 깨닫지 못했던 연기의 본질을 알아가고 선천적으로 타고난 연기 실력을 지닌 아스카는 이를 계기로 자아 확립을 하게 된다. 어느 시점에선가 난 관객의 입장이 되어 가미야가 느낀 충격과 다쓰마가 느낀 두근거림을 오롯이 맛볼 수 있었다. 정말 열정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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