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김은선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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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김은선 옮김, 에이지21 펴냄


8장, 9장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세 가지 '소셜'이란?> 제목으로 사회적 관계와 그 형태, 종류가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경영학에서는'소설'을 분류하는 세 가지 프레임으로 분류합니다. 1) 사회적 자본, 2) 관계성의 소셜 네트워크, 3) 구조적 소셜네트워크


'사회적 자본'이란 '사람과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음으로써 생성되는 편익'이라 할 수 있으며,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자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콜먼이라는 경영학자에 따르면 사회적 자본의 정의에는 두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비롯되어야 한다는 것, 둘째 그 관계성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형적인 사례는 '계'라는 이전 시대의 금융시스템입니다. "친밀한 인간관계에서는 '자신이 타인에게 좋은 일을 베풀면 어떤 형태로든 그것이 되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상대편을 합리적으로 신뢰"하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상대를 배신하면 자신에게 보복이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것도 포함됩니다.


'관계성의 소셜네트워크' 분야의 그라노베터는 '유대관계가 약한 네트워크가 유대관계가 강한 네트워크보다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유대관계는 정보 전달의 효율성이 높을 뿐 아니라 강한 유대관계 보다 폭넓은 네트워크를 생성할 수 있기에 보다 다양한 정보들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의 한 연구소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약한 유대관계를 주로 형성하는 사람일 수록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연구성과를 더 많이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콜먼이 제창한 사회적 자본은 사람 사이의 강한 유대관계에서 비롯되는 편익을 말합니다. 그라노베터가 제창한 약한 유대관계의 힘이란 약한 유대관계의 네트워크가 다양한 정보를 보다 효율적으로 전파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두가지 유형의 사회적 관계는 조건에 따라 그 유용성이 다릅니다. 경영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중요한 조건 세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 조건은 사회적 관계를 활용하는 목적입니다. '하나의 주제에 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얻는데에는 강한 유대관계가 효과적이며, 반대로 다양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수집하는 데에는 약한 유대관계가 더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조건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 얻고자 하는 지식 및 정보의 질입니다. 사내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필요한 것이 다양한 지식의 효율적 습득이라면 약한 유대관계의 네트워크가 유용하지만, '주고받아야 하는 지식이 언어화 되기 어려운 지식이나 노우하우라면 약한 유대관계는 오히려 프로젝트의 성공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조건은 사업 환경 입니다. 1990년대 반도체 및 철강업체 내에서 이루어진 기업간 업무 제휴(합작투자, 공동연구 개발 등)의 성과를 분석한 연구팀의 결론은 반도체 산업에서는 '약한 유대관계'에 기초한 업무 제휴를 주로 실시하는 기업의 이익률이 향상되는 반면, 철강 산업에서는 '강한 유대관계'에 기초한 업무 제율를 주로 실시하는 기업의 이익률이 향상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두 산업을 둘러싼 사업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혁신의 속도가 빠르기에 기업으로 하여금 적극적 혁신을 요구하게 됩니다. 이 경우 '지식의 탐색'이 중요하고 이 경우 '약한 유대 관계'에 기초한 네트워크가 유용합니다. 반면, 철강산업은 있는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기에 '지식의 심화'가 중요하게 됩니다. 이 경우 강한 유대관계에 기초한 네트워크가 유용하게 됩니다.


'소셜'의 세가지 부류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것은 '구조적 소셜 네트워크'로, 네트워크 전체의 구조에 주목하여, 네트워크 상의 한 지점에서 정보를 독점하는 사람이 생겨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한 독점은 네트워크의 연결선에 빠진 부분이 있기 때문이며, 이를 '구조적 공백'이라 합니다. 오래 전 동서양을 연결하던 실크로드의 상인들에서부터 이러한 구조적 공백을 이용한 경우는 많이 있습니다. 조직 내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공백의 우위를 차지한 사람들이 연봉도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렇듯 사회적 관계의 세가지 부류는 각각 상황에 따라서 조건에 따라서 그 유용성이 다릅니다.


10장은 '일본인은 정말 집단주의 성향이 강할까? 그러한 성향은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까?' 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국민성에 대한 글로벌 지수를 소개하며 그 활용도를 논의 합니다.

경영학에서는 국민성에 관련한 연구 주제를 'National Culture' 라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연구 주제가 있다는게 그럴 듯하면서도 신기합니다. 어떻게 정량화를 할 것인지. 해외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에 있어서 해당 국가의 국민성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할 것임에도서일본에서는 그리 심각하게 다루어 지지 않는 것 같다라는게 저자의 인식 입니다.


하버드 대학의 게마와트는 200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CAGE' 라는 4가지 실용적인 기준을 마련했습니다.  CAGE란 (1) 국민성의 거리 Cultural, (2) 행정 절차의 거리 Administrative, (3) 지리적 거리 Geographic, (4) 소득 격차의 거리 Economic 등 4가지 항목의 머리 글자를 모은 것입니다. 이 4개 항목 가운데 (3) 지리적 거리와 (4) 소득 격차의 거리는 비교적 수치화가 용이하고 (2) 행정 절차의 거리는 상대국의 행정 절차를 숙지하는 것은 당연하며, 이룰 정량화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러나 (1) 국민성의 거리는 나머지 항목에 비해 대단히 모호하게 다가옵니다. 경영학계는 국민성을 수치화 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그 중에 가장 유명한 지표는 '홉스테드 지수' 입니다. 70년대 후반, 거대 다국적 기업인 IBM의 전 세계 40개국 직원 11만 명에게 질문지를 보내 그 응답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국의 국민성을 분석하였습니다.


주요한 4가지 지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개인주의 vs 집단 주의 : 개인을 중시하는지, 집단의 정체성을 중시하는지

- Power Distance : 권력의 불평등을 수용하는 지를 나타내는 지표

- Uncertainty Avoidance :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 Masculinity : 경쟁 및 자기 주장을 중시하는 등 ' 남성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190년에 처음으로 발표된 홉스테드 지수는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개정되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일본인의 경우 집단주의 성향이 한국이나 중국 보다 오히려 낮다는 결과 입니다. 일본인이 집단주의 성향이 강하다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해서일 것입니다.


이러한 4가지 차원의 지표를 바탕으로 국민성의 거리를 제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일본과 가장 가까운 나라는 헝가리 이며,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한국, 중국 등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이 도리어 거리가 먼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진출 대상국과 자국의 국민성 거리가 멀수록 기업의 해외 진출 리스크도 커진다. 그러므로 자국과 국민성 거리가 먼 나라에 진찰하려는 기업은 인수와 합병 중 투자비용이 적은 합병을 선택해야 한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미국계 기업 506개사를 대상으로 통계 분석을 실시한 결과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얻었다 한다.


홉스테드 지수의 한계는 수차례 개정되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의 데이타라는 점입니다. 시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경영학계에서 홉스테드 지수와 더불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수는 GLOBE 지수 입니다. 전세계에서 170명의 공동 연구자를 모집, 62개 국가 및 지역의 951개 기업의 관리직 사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국민성을 9가지 차원에서 분석하였습니다. 홉스테드 지수와 GLOBE 지수 어느 쪽이 더 유용한지는 아직도 고민의 대상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여기서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문제로 돌아갑니다. '집단주의는 그룹의 이익을 중시하고 구성원간의 결속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그룹 밖의 사람들과 협력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서는 심리적인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하며, '반대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그룹에 얽매이지 않으므로 외부인과도 거리낌 없이 협력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일본, 한국 중국,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미국 등 6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파트너를 얼마나 신뢰하고 있는지'를 검증한 연구결과는 외부인을 가장 쉽게 신뢰하는 국민은 개인주의 성향이 가장 강한 미국인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반대로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이 외부인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들 나라의 사람들과 서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11장은 <기업가정신 활동의 국제화 요인> 이란 제목입니다. '기업가정신 활동'이라니 뭔가 일본스러운 한자어 같습니다. 저자는 최근에 창업 초기 부터 빠른 속도로 국제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세계로 전개하다' 전 이 표현은 일본식 표현이라고 느껴집니다.) 기업을 '태생적 국제화 기업' 이라하며 이러한 기업을 세우는 사람들을 '국제 기업가'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기업과 기업가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경영학에서 국제기업론이 새로운 연구 영역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기업활동이 국제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업가 및 기업가정신 활동에 대한 연구 분야에서 학자들간의 합의가 이루어진 한가지는 '기업가 및 벤처캐피탈리스트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 합니다. 그 전형적인 예는 실리콘 밸리입니다. 그 외에 미국 보스턴이나 인도의 벵갈루루 같은 도시도 그런 경향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처럼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이유에 대해서 경영학계에서 주목하는 두 가지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 번째로 기업가들이 지리적으로 밀집해 있을 때 경영자본을 획득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사업에 필요한 인적 자본 및 지식과 정보도 중요한 자본이 됩니다. 코굿과 알메이다라는 경영학자의 반도체 관련 특허 보유자 438명의 20년간의 근무지 변경내역을 추적한 결과 특허 보유자의 이동이 역내에서 이루어지는 지역으로 지식이 집중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는 '지식은 사람 안에 내재되어 있으며, 지식을 보유한 사람이 한 곳에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이 형성되어 있는 지역으로 지식이 집중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두 번째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지리적으로 가까운 스타트업기업에 투자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 합니다. '그만큼 자주 방문할 수 있어서 경영에 필요한 조언을 하는 것과 투자처의 경영 상황을 파악하는 일이 보다 수월해지기 때문'이겠습니다. 


이러한 기존의 연구 결과와 '기업가 정신 활동이 국제화 되고 있는 현상'과 모순이 되는 것은 아닐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저자는 '초국가 커뮤니티'의 역할을 제시합니다. 관련 산업의 벤처캐피털리스트, 글로벌 대기업 종사자, 개발자, 대학의 연구자 등이 참여한 비공식 국제 커뮤니티를 통해 단순한 인터넷으로는 입수하기 어려운 지식 및 정보의 공유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어서 '기존에는 멀리까지 확산되기 어려웠던 고급 지식 및 정보가 활발한 국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국경 너머로 전파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초국가 커뮤니티를 통한 지식의 공유는 일방적인 '두뇌 유출'의 형태가 아니라 '두뇌 순환'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커뮤니티는 스타트업 기업의 국제화 및 벤처캐피털리스트의 해외 투자도 촉진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따고 합니다. 


저자는 아직 일본에서는 이러한 초국가 커뮤니티의 형성이 대만이나 인도 만큼은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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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김은선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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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김은선 옮김, 에이지21 펴냄


제목부터 흥미로운 이 책의 저자는 이리야마 아키에라는 일본인으로 현재 뉴욕 주립대학 버펄로 캠퍼스의 비즈니스 스쿨에서 조교수로 재직중이라 합니다. 특히 관심이 갔던 것은 U of Pittsburgh에서 박사과정을 했다는 것인데, 그 기간이 제가 그 도시에 있었던 시간하고 겹쳐서 입니다. 한두다리 건너 아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미국의 경영학계의 최신 흐름을 요약해서 일본에 낸 책으로 일본어 책이 원본입니다. (그러므로 여기서 '해외'라 함은 일본 기준에서의 '해외'입니다. 물론 한국 기준에서의 '해외'와 많이 다르지 않겠지만, '해외'에 대응하는 '국내'가 한국이 아니라 '일본'입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이 책을 쓰게된 이유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경영학과 해외의 경영학계에서 발전하고 있는 경영학 사이에 큰 차이가 있음을 느껴서, 해외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이 어떻게 발전해 가고 있는지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합니다.


Part 1의 3개장에 걸쳐서 저자는 경영학에 대한 오해를 열거하고 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학문으로서의 경영학'에 대해 설명합니다. 이어 Part 2에서는 12개 장에 걸쳐서 세계 경영학계 최신 동향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Part 3에서는 2개장에 걸쳐서 경영학의 미래에 대해서 얘기하고 에필로그를 통해 정리하는 것으로 책을 마칩니다.


일본인들이 가지는 경영학에 대한 큰 오해로서 저자는 피터 드러커와 HBR (Harvard Business Review)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미국의 경영학자는 피터 드러커를 읽지 않는다'라는 도전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면서 그 이유를 '대부분 드러커의 저서를 학문으로서의 경영학 서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드러커의 사상 역시 그들의 연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라고 합니다. '학분으로서의 경영학'에 대해 저자는 '세계의 경영학자는 경영학을 사회과학의 일부로 인식하는 시각을 중시한다. 보다 정확하게는 '사회과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연구자들이 밤낮으로 고군분투하는 발전 단계의 학문'이 바로 경영학' 이라고 합니다. 드러커의 말은 '감동을 주긴하지만, '이론적으로 구축된 것도 아니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된 것도 아니다' 라고 합니다.


HBR에 대해서도 여러가지 최신 동향을 알기 쉽게 전하긴 하지만 학술지로서 간주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은 자세한 과학적 분석 기법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기 때문이라 합니다. HBR에 게재하는 것이 미국 경영학자의 본업은 아니라고 합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결국 경영학도 '과학'이다라는 점입니다. 경영학 역시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이론 분석과 실증 분석을 거친다고 합니다. 이론 분석은 그 원리를 이론으로 설명하여 '경영의 진리가 담긴 법칙일지도 모르는 가설'을 도출하는 과정이라 합니다. 이러한 가설이 가능한 많은 기업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실증분석이라는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수백이나 수천, 혹은 수만개 기업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가설을 통계적으로 검증한다고 합니다.


즉, 경영학에서도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에서와 유사하게 현상 관찰 -> 가설 수립 -> 가설 검증 -> 일반적 법칙으로 인정 등의 과정을 거친다는 얘기입니다.


저자는 경영학의 연구 영역을 소개하고, 경영학의 3대 유파인 경제학 유파, 인지심리학 유파, 사회학 유파 등을 소개하고, '기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4대  관점의 포인트인 '효율성', '기업의 파워', '경영 자원', '구성원의 정체성' 등을 경영학의 3대 유파와 어떤 관계인지를  설명하면서 각 유파의 특성과 방향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는 것으로 Part 1을 마칩니다.


Part 2는  4장에서 15장까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4장에서는 저명한 경영학 교수인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을 언급하며, '이 시대는 더 이상 포터의 이론만으로는 이 시대의 경쟁전략을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합니다. 포터의 이론은 '지속적인 경쟁 우위' 를 지속하려면 차별화를 통해 경쟁을 피하는 것이 좋다라고 하는데,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속적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기업은 2~5%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소수이며, 현재 잘나가는 기업은 일시적인 우위를 쇠사슬처럼 연결시킴으로써 장기간에 걸쳐 높은 실적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이라고 합니다. 또한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울 정도의 무한 경쟁 시대에는 일시적인 우위의 연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보다 적극적인 경쟁 행동을 취하는 기업이 높은 실적을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포터의 이론이 주장하는 "'방어적 전략'과 새로이 제시된 경쟁 역학이 주장하는 '공격적 경쟁행동'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양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저자의 의견을 제시하며, 이 이슈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과제라고 합니다.


5장에서는 인간의 집합체인 조직은 어떻게 학습을 하는지에 대한 최근의 동향을 소개합니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조직에도 학습곡선이 있지만, 조직학습은 개인적 차원, 팀의 차원 전체 조직의 차원에서의 학습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사례분석을 통해 얘기합니다. 대체적으로 학습효과가 높은 기억이 이익률도 높은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조직의 학습 효과와 관련이 있는 주요 주제로서 '조직의 기억력'을 제시하며, 개인의 기억 메카니즘과 조직의 기억 메카니즘의 차이는 '분산기억'이라고 합니다. "조직의 기억력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조직 전체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들이 서로 '누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라고 합니다. 분산기억의 흥미로운 특징들을 소개한 다음, "실제 사회에서 어떠한 조직이 뛰어난 분산기억 능력을 가지는 지를 밝혀내는 것이 앞으로의 연구과제'라고 하면서 5장을 마무리 합니다


6장의 제목은 <'그럴 듯한 경영 효과'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으로 다소 특이합니다. 특정한 기법이나 경영전략이 과연 얼마나 해당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주는지 판단하려면 매우 신중해야 함을 얘기합니다. 결론적으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를테면, 독자적인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기업이 그러한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자기자본을 투입하여 사업 다각화를 했고, 그 다각화로 성공을 했다면, 이는 자기 자본에 의한 다각화에 의한 성공이 아니라, 기술적 우위에 기반한 성공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기술적 우위의 측면을 배제한 채로 자기 자본을 투입하는냐, 아니냐의 이슈로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오류라고 합니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의 존재는 '내생성'이란 용어로, 그 영향은 '조절효과'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현실에서의 인과 관계를 최대한 면밀히 검토하라고 하며, 벤치마크 조사를 할 때는 실적이 우수한 기업 뿐 아니라,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도 조사를 하여 두 회사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같이 분석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7장은 혁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합니다. 'Disruptive Innovation'으로 잘 알려져 있는 클레이 크리스텐슨의 '혁신 기업의 딜레마'를 언급하며, 이와 비교되면서 최근에 보다 많은 연구가 이루어 지고 있다 하는 '양손잡이 경영'을 소개합니다. 먼저 혁신의 본질로서 지식과 지식의 조합이 중요함을 지적하며, 지식의 범위와 깊이가 각각 기업의 혁신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최근의 결과를 소개합니다. 지식의 범위는 너무 적어서도 안되지만 너무 넓은 것도 비효율적이라 합니다. 지식을 넓히기 위해서 지식의 탐색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어느 단계에서는 지식의 심화 또한 중요합니다. 혁신적인 성과를 지속하려면 지식의 탐색과 심화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런데 기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지식의 심화'에 치우쳐 '지식의 탐색'을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지식의 탐색은 과정의 어려움에 비해 성과가 불확실한 반면 자식의 심화는 기존 제품의 개량과 개선으로 이어져 비교적 안정적으로 수익을 추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둘 수록 지식의 탐색을 게을리 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중장기적인 혁신이 정체되는 리스크'를 '경쟁력의 함정'이라고 합니다. 이는 조직에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크리스텐슨이 말하는 혁신의 딜레마와 비슷한 모습이 있지만, 크리스텐슨은 문제의 본질을 경영진이 경영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을 문제의 본질로 보고 있다는 점이 차이가 됩니다. 저자는 문제의 상황에서는 두가지 원인을 모두 살펴 보아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양손잡이 경영'은 이처럼 조직 차원에서 '경쟁력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지식의 탐색과 심화를 모두 높은 수준으로 균형 있게 실현하는 것이 핵심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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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개의 심장 열린책들 세계문학 213
미하일 불가꼬프 지음, 정연호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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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얼마 전에 차일드 44를 읽었습니다. 50년대 러시아가 배경이지요.

약 2년 전에는 불가꼬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읽었기도 하구요.


뭔가 이 소설이 배경으로 하던 시대와 그리 멀어보이지 않습니다. 

1920년대의 러시아.


볼세비키 혁명 뒤의 러시아 사회의 혼란을 작가가 상상력을 풍성히 발휘하여 그려낸 작품이지요. 거장과 마르가리타에서 보이는 환상과 현실이 경계없이 막 섞여 있는 모습이 이 두 작품들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런 환상들을 통해서 작가는 이면에 흐르는 뭔가를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개의 심장에서는 특별한 개를 통해 인간의 추악함을 볼셰비키 혁명 직후의 사회상에 얹어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혼란스러운 사회상 가운데서 드러나는 개개인의 욕망이 적나라합니다. 혁명의 원래 목적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고 너무나 큰 대의는 이제는 개개인을 옥죄는 모습이 되는 그 모습이 이 소설에도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악마의 서사시에서 힘없는 개인은 희생자가 되고, 눈먼 시스템은 그런 희생자를 양산합니다.


불가꼬프는 어떻게 그 당시의 소련에서 이런 체제비판적인 소설을 써낼 수 있었을까요. 그 용기와 굽히지 않는 신념이 보통이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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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2월 10일 : TENTH OF DECEMBER
조지 손더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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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4>



10. 12월 10일
이 단편집의 마지막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 단편집에서 이 10번째가 최고 입니다. 최고. 

짧은 단편에 삶의 여러 모습들, 여러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참 잘 구겨 넣었습니다. 그 모습 하나하나는 어찌보면 우리 모두 아주 익숙한 단면들이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디서 들은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친숙함은 지루하거나 상투적으로가 아니라 친근함으로 다가오고 작가에 대한 감정 이입의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이 작가가 가지는 소설 구성의 탁월함을 느끼게 합니다.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장면, 아름다운 문장들이 쏟아지네요. 장면이 아름다와서 문장이 더 아름답습니다. 장면이 아름다운 것은 그 인물의 아름다움이 반영이 되어서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슬퍼서 더 아름다운 지도 모르겠습니다.


1) A breeze sent down a sequence of linear snow puffs from somewhere above. Beautiful. Why were we made just so, to find so many things that happened everyday pretty?
저 위 어딘가에서 산들바람이 끊임없이 눈가루를 날려 보냈다. 아름다웠다. 왜 우리는 일상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도록 만들어진 걸까?
(오 멋진 문장. 하지만 아름다움에 '왜'라는 질문을 잘 던져 본 적은 없는데...뭔 의미일까)

2) It was something. Every second was something. (중략) Oh, Lord, there was still all that to go through.
놀라웠다. 매 순간이 놀라웠다. (중략) 맙소사,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 문장에서 살짝 감동. 그래 이 정도 감동이야, 뭐 이게 처음은 아니지)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음을 깨달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은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3) He saw that there could still be many - many drops of goodness, is how it came to him - many drops of happy - of good fellowship - ahead, and those drops of fellowship were not - had never been - his to withhold.
아직 쥐어짤 수 있는 행복이, 그에게 선함으로 다가올 행복이, 그리고 유대감이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으며, 그런 유대감은 예나 지금이나 그가 막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오, 멋진 데, 근데 이게 무슨 말인지 잘 감이 안오는데..)

4) That was a reason. To stay around.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남아야 하는.
(그래, 맞아. 분명 이런 이유들도 존재하지. 좋아, 좋아)

5) Ha, wow, Allen. There was man. (중략) I'll try to be like him.
하, 이런, 앨런, 그는 진정 남자였다. (중략) 그분처럼 되려고 노력해보자
(아... 그래 앨런은 정말 초인적인 노력을 했구나. 그리고 그 모습이 이렇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구나. 가슴이 먹먹하다.뭐야 이거 눈물이 나서 읽을 수가 없네. 잠깐 먼 산이라도 봐아겠어...)

6) Overriding everything else in that lovely face was concern. 
그 사랑스런 얼굴에서 걱정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하고 있었다.
(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먼 산 바라보자.. 그래도 눈물이 멈추지 않네....어쩌라고...)


1)번 문장의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2)에서 부터 두루뭉수리하게, 하지만 차근차근 제시되는 것 같습니다.

2)번은 아직 명확하게 의식이 돌아오기 전의 단순한 상태로서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한 가벼움이 특징입니다. 이 깨달음이 현실과 맞부딪힐 때 어떻게 될까하는 것이 관전포인트가 되지만, 그 깨달음은 현실의 엄숙함을 다시 인지한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강렬해집니다. 

3)은 이 뒤로 이어지는 깨달음의 전체적인 윤곽이 되는 것 같습니다.

4)는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작은 깨달음. 첫번째 작은 이유.

5)에서 표현되는 과거의 재발견은 새로운 깨달음이 됩니다. 그와 비슷한 처지의 앨런의 모습에서, 그 아름다움에서 또 하나의 이유를 발견 합니다.

6)의 문장이 보여주는 가슴 먹먹한 아름다움은 절대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왜'라는 질문 자체가 이미 무게를 잃습니다. 

1)번 문장의 답은 그런 아름다움들을 붙잡고 끝까지 버티고 살아 남으라는 것이겠지요~?

다 이해하지못한 말이지만, 지금보다 어두운 시절을 직접 겪어내며 살았던 위대한 작가 도스또예프스끼가 했다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아직 못 읽은 '백치'라는 작품에서 나오는 말이라 합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밤이라 그런지 약간 센치해지는 듯합니다. 이 소설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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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12월 10일 : TENTH OF DECEMBER
조지 손더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2015.07.14>



스포는 최대한 줄이려 했지만, 작은 힌트 조차 스포가 되기도 하더군요. 순서를 7,8,9 가 아니고 제 글이 짧은 순서로 9,8,7로 재배열 했습니다.



9. 나의 기사도적인 대실패

이건 그냥 웃고 넘어갔습니다. 무슨 깊은 의미가 더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8. 집

미국은 다른 선진국들과는 좀 다른 면이, 어디에선가 항상 전쟁, 전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차 대전 뒤에도 수많은 전쟁/전투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War Veteran이라고도 하는 실전에 참전했던 참전용사들이 많습니다. 사회적인 분위기는 이들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우대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그들도 매우 잘 훈련되어 있고 규율이 있습니다. 

(미국의 몰래카메라 같은데서 나온 장면인데, 어떤 가게에서 주인이 아랍인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물건 판매를 거부합니다. 그리고 욕을 하죠.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이 사람들 같은 나라 사람들 때문에 이 나라가 힘들다. 그런 난감한 말들을 모욕적으로 합니다. 그 대목에서 주변 사람들이 그 아랍인을 왕따하거나 이러는게 아니라, 물건 파는 주인을 비난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현직 군인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가장 적극적으로 그 아랍인 편을 들었습니다.

'내가 중동에서 싸우는 적은 적이고, 지금 여기 이 사람은 미국 땅에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에게는 우리 헌법이 규정한 자유와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뭐 이런 말을 하면서 아랍인 편을 들었습니다. 워낙 감탄스러웠고 멋졌으니, 바다 건너 저한테까지 알려졌겠지요.)

그런 배경에서 8번 단편 집을 보는데, 이런 참전 군인들이 겪는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네요. 맏아들인 주인공이 집을 비운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아직도 진행형으로 발생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닥쳐오는 일들이 자신의 통제 밖에서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에게 닥쳐왔을때 그가 보이는 반응이 안타깝습니다. 뭔가 아슬아슬한 상황들이 막판에 나오는데, 저자는 참전 군인들이 귀향후 겪을 수 있는 어려운 현실을 짚어 보려는 것 같습니다. 겉으로만 우대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얘기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조금 먼 얘기로 다가오기는 합니다.


7. 셈플리카 걸 다이어리

세 명의 아이들과 아내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배려하는, 평범한 중산층 가장의 이야기로 받아들여 집니다. 그런데 그 주위 이웃은 장난이 아니더군요. 초반에 나오는 생일파티 장면의 집은 미국의 0.1% 수준이더군요. 대저택이 줄지어 있다는 동부 해안 지역이 아닌가 싶네요. 라파예트가 들렀던 집이라 하는데, 미국 독립전쟁 시절 프랑스 지원군의 라파예트를 의미하는 건지... 세상에.

그러다보니, 사춘키의 큰 딸이 그런 부자 친구들 사이에서 당장 자신의 생일 파티에서는 어떻게 느낄지 이 아빠는 노심초사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매우 럭셔리한 생일파티를 열 수 있게 됩니다만, 불운 하게도 그런 어쩌다 한 번의 럭셔리함이 이 가족의 발목을 잡습니다.

아빠는 독백을 합니다. '아내와 그가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노력했는데 결국 이런 꼴이라니' 라며 한탄을 합니다.

정말 왜 그렇게 된 걸까요. 
앞으로 열심히 조심해서 살면, 이런 불운한 일이 반복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까요? 그럴까요?

이 아래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 단편에 대해서 작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쓴 것일까를 곰곰히 생각해 봤는데, 제 자신의 생각은 여러가지로 투영은 될 수 있었는데, 작가의 의도는 잘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완독 후에 뒤의 해설을 읽는데, 작가는 아니고, 작가를 인터뷰한 사람이 한 말 중에 제 생각과 많이 오버랩되는 말이 있더군요.

'우리 시대'를 (중략) '일부 사람들이 자식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자신과 가족의 자존심을 높여줄 몇 가지 물건들을 사기 위하여 절실하게 일자리를 찾고 있는 시대'로 (중략) 정의한다면 조지 손더스는 진정 우리 시대를 위한 작가이다.

이 문장이 이 단편 '셈플리카 걸 다이어리'의 등장인물들에게 작가가 가지는 문제의식이 이 인터뷰어의 의식과 공감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조금 다른 애기인데, 현대 경영학계의 구루 중의 한명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성공 기업의 딜레마 (또는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책에서 제시한 'Disruptive Innovation' 이란 개념이 있습니다. Innovation에는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disruptive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sustaining 한 것이라 합니다. 어떤 기업이 Sustaining Innovation만 가지고 열심히 연구개발하고 노력을 해봐야 그 시장에 Disruptive 한 기술이 들어오면, 그 열심과 노력이 더 기업의 실패를 확고히 한다는 사례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를 극복하려면 많은 것을 바꿔야 합니다. 기술과 시장을 보는 프레임, 또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PC의 시대가 도래할 때 수동 기계식 타자기를 더 열심히 만들었던 회사도 있습니다. 애플에 밀려 사라지다시피 한 노키아나 블랙베리도 이 경우로 해석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게 참 어렵습니다. 내가 뭔가 열심히 하면 할 수록 상황은 더 어려워지는 것. 그 열심이 도리어 상황을 빨리 악화시키는 것. 전 이 단편에 나오는 가족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열심히 노력 할 수록 더 어렵게 되는 상황 아닌가. 이 가족은 뭔가 삶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닌가.

평생 죽어라 노력해도, 미국 0.1% 수준의 부를 소유한 집안을 이 가족이 쫓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 가족하고 비교하면서 스스로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해 뭔가 더 새로운 것을 구매해서 소유해야 한다면, 언젠가는 또 꺼꾸러지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단편의 끝에 나오는 사건만 아니었으면 큰 딸의 생일파티는 잘 땜빵했겠지요. 하지만, 그 동생들도 사춘기가 곧 찾아올 것이고, 생일파트는 매년 한 번씩 합니다. 이런 식이면 나중에는 프롬 (고등학교 졸업 축하 무도회) 까지도 지속되겠지요.

이게 적절하고 올바른 접근 방법일까요. 아빠로서 딸의 그 상처받기 쉬운 마음을 잘 다독이려 하기 위해 애쓰는 과정은 무척이나 안쓰럽고, 공감이 많이 되기는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그의 접근 방식은 그다지 지속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지속 가능성'이 없다는 것. 전혀 앞뒤 생각하지 않고 준비하면서도 뭐가 문제가 될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 안타깝더군요.

셈플리카 걸에 대한 그의 사고 방식은 그가 가지고 있는 그런 한계의 또다른 표현입니다. 그는 지극히 당연하게 셈플리카 걸의 존재를 합리화합니다. 그것이 그들을 위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 단편 속의 세계는 그런 억압구조를 지극히 당연하게 합리화 하고 있고, 이런 억압구조에 대한 표현으로서 셈플리카 걸, 그 낯설음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현실 속의 비슷한 억압구조가 혹시 너무 익숙한 나머지 그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합니다.

이 가족의 한계는 이 단편의 세계에서의 시대적, 사회적인 통념을 그와 그의 아내가 그대로 받아들이며 쫓아가려 하는 것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그 지배적인 통념 안에서 그것이 부추기는 대로 열심히 노력하면 할수록, 그런 통념에 대한 추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만족감, 높은 자존심은 오히려 점점 더 멀어질 뿐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보입니다.

자신의 외적인 것에서 행복과 자존감의 근원을 찾게 될 때, 이는 결국 그 외적인 것의 노예로 스스로를 종속시키게 되는 결과가 되고, 도리어 불행의 시작이 되게 됩니다. 이를 지극히 처절하게 그려낸게 반지의 제왕의 골룸의 모습이지요. 

자유는 그러한 욕구에 대해서 No라고 말할때 얻을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여러 책에서 나오는 얘기지만서도 심지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장인의 강한 의견은 지극히 적절합니다. 그가 단지 인색해서 도와주지 않으려 한건지 어떤지 모르지만, 도와줘 봤자 끝도 없이 반복될 것이기에 어느 시점에서는 끊어주는게 사실 미덕일 지도 모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저 가족은 어떤 길을 가야만하는가에 대한 작가의 시각, 작가의 주관은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그렇게 열어 두고 싶은 것 같습니다. 저도 거기까지 주워 섬기기에는 무리스러워서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
셈플리카 걸 관련 아티클들

Semplica girl에 대해 결국 소설 중간에 나옴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구글 검색을 했더니

Saunders 의 이 단편이 검색이 되더군요.

이건 어떤 다른 작가의 요약 및 평입니다.

이건 NPR의 기사인 것 같구요.

이건 New Yorker에 실렸던 본 소설의 거의 전문인 것 같습니다.

이건 이 단편 Semplica Girs에 대한 작가와의 인터뷰를 싣고 있습니다.
Section 명이 page turner 인가 봅니다~

아래 두개는 영문 비평 인 것 같습니다. 읽기 쉽지 않네요.

미국에서도 화제의 소설이었나 봅니다.
이 단편집 뿐만 아니라 이 Semplica Girl 이란 것 자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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