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12월 10일 : TENTH OF DECEMBER
조지 손더스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2015.07.14>



10. 12월 10일
이 단편집의 마지막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 단편집에서 이 10번째가 최고 입니다. 최고. 

짧은 단편에 삶의 여러 모습들, 여러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참 잘 구겨 넣었습니다. 그 모습 하나하나는 어찌보면 우리 모두 아주 익숙한 단면들이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디서 들은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친숙함은 지루하거나 상투적으로가 아니라 친근함으로 다가오고 작가에 대한 감정 이입의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이 작가가 가지는 소설 구성의 탁월함을 느끼게 합니다.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장면, 아름다운 문장들이 쏟아지네요. 장면이 아름다와서 문장이 더 아름답습니다. 장면이 아름다운 것은 그 인물의 아름다움이 반영이 되어서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슬퍼서 더 아름다운 지도 모르겠습니다.


1) A breeze sent down a sequence of linear snow puffs from somewhere above. Beautiful. Why were we made just so, to find so many things that happened everyday pretty?
저 위 어딘가에서 산들바람이 끊임없이 눈가루를 날려 보냈다. 아름다웠다. 왜 우리는 일상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하도록 만들어진 걸까?
(오 멋진 문장. 하지만 아름다움에 '왜'라는 질문을 잘 던져 본 적은 없는데...뭔 의미일까)

2) It was something. Every second was something. (중략) Oh, Lord, there was still all that to go through.
놀라웠다. 매 순간이 놀라웠다. (중략) 맙소사, 결국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 문장에서 살짝 감동. 그래 이 정도 감동이야, 뭐 이게 처음은 아니지)

문제가 하나도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음을 깨달았지만, 그래도 주인공은 아래와 같이 말합니다.

3) He saw that there could still be many - many drops of goodness, is how it came to him - many drops of happy - of good fellowship - ahead, and those drops of fellowship were not - had never been - his to withhold.
아직 쥐어짤 수 있는 행복이, 그에게 선함으로 다가올 행복이, 그리고 유대감이 앞으로도 많이 남아 있으며, 그런 유대감은 예나 지금이나 그가 막을 수 있는게 아니라는 것을 이제 깨달았다.
(오, 멋진 데, 근데 이게 무슨 말인지 잘 감이 안오는데..)

4) That was a reason. To stay around. 그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남아야 하는.
(그래, 맞아. 분명 이런 이유들도 존재하지. 좋아, 좋아)

5) Ha, wow, Allen. There was man. (중략) I'll try to be like him.
하, 이런, 앨런, 그는 진정 남자였다. (중략) 그분처럼 되려고 노력해보자
(아... 그래 앨런은 정말 초인적인 노력을 했구나. 그리고 그 모습이 이렇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구나. 가슴이 먹먹하다.뭐야 이거 눈물이 나서 읽을 수가 없네. 잠깐 먼 산이라도 봐아겠어...)

6) Overriding everything else in that lovely face was concern. 
그 사랑스런 얼굴에서 걱정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하고 있었다.
(아....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먼 산 바라보자.. 그래도 눈물이 멈추지 않네....어쩌라고...)


1)번 문장의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2)에서 부터 두루뭉수리하게, 하지만 차근차근 제시되는 것 같습니다.

2)번은 아직 명확하게 의식이 돌아오기 전의 단순한 상태로서 현실에 뿌리내리지 못한 가벼움이 특징입니다. 이 깨달음이 현실과 맞부딪힐 때 어떻게 될까하는 것이 관전포인트가 되지만, 그 깨달음은 현실의 엄숙함을 다시 인지한 뒤에도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더 강렬해집니다. 

3)은 이 뒤로 이어지는 깨달음의 전체적인 윤곽이 되는 것 같습니다.

4)는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작은 깨달음. 첫번째 작은 이유.

5)에서 표현되는 과거의 재발견은 새로운 깨달음이 됩니다. 그와 비슷한 처지의 앨런의 모습에서, 그 아름다움에서 또 하나의 이유를 발견 합니다.

6)의 문장이 보여주는 가슴 먹먹한 아름다움은 절대 흘려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왜'라는 질문 자체가 이미 무게를 잃습니다. 

1)번 문장의 답은 그런 아름다움들을 붙잡고 끝까지 버티고 살아 남으라는 것이겠지요~?

다 이해하지못한 말이지만, 지금보다 어두운 시절을 직접 겪어내며 살았던 위대한 작가 도스또예프스끼가 했다는 말이 생각이 납니다. (아직 못 읽은 '백치'라는 작품에서 나오는 말이라 합니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밤이라 그런지 약간 센치해지는 듯합니다. 이 소설 때문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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