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조건 Philos 시리즈 14
도리스 컨스 굿윈 지음, 이수연 옮김 / arte(아르테)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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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2007년도에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 떠올랐습니다.

링컨 대통령에 대한 책입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기 전 이 책을 탐독했었다고 합니다.
민주당 경선에서의 라이벌이었던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끌어들인 것도 이 책의 영향이었다고도 하지요.

하워드 진 같은 미국의 진보 역사학자는 링컨에게도 날선 비판을 던지지만, 그럼에도 링컨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대통령을 19세기에 이미 뽑았던 미국 민주주의 체제의 오랜 역사가 새삼 부럽다는 생각이 오늘 불현듯 들었습니다.


아래는 2008년도 10월에 써 놓았던 후기 입니다. 
(2007년도에 구매, 2008년 1월에 완독, 후기는 10월에 썼네요. 당시 싸이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개인적인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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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조건 (Team of Rivals)
도리스 컨스 굿윈 (Doris Kearns Goodwin) 저
이수연 역
21세기 북스 간 (829p)

링컨.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우리나라에도 별로 없다. 140여년 전의 미국의 대통령의 이름을 아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느껴지는게 생각해보면 도리어 이상하다. 그렇게 이름은 잘 알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정말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그가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는지 나는 잘 모르고 있었다.

신문의 신간안내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책. ‘권력의 조건’ 이라는 우리말 제목은 영어원제와는 사뭇 다르지만, 책의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 책의 부제는 ‘라이벌까지 끌어 안은 링컨의 포용 리더쉽’이다. 영어 원제는 ‘Team of Rivals’.

이 책의 저자인 도리스 컨스 굿윈에 대해서 소개된 바는 하바드 대 박사 출신으로, 린든 존슨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10년간 하바드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으며, 역사 관련 베스트셀러 서적을 몇 권을 집필했고, NBC 방송에서 정치분석가로서 활동하기도 했다. 독특한 경력이 아닐 수 없다. 학교에서 강의도 하면서 실제 정치에서도 활동하면서, 동시에 역사 관련 서적도 집필하는 등 활동의 폭이 크다. 이런 경력의 사람이 쓰는 책이라면, 학문적으로 엄밀한 역사서적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의도와 주제에 맞게 역사적 사실을 취사 선택해서 강한 방향성을 가지는 책이 될 가능성이 클 것 같이 보인다. 의도가 앞서기 때문에 대체로 일차사료보다는 2차, 3차 사료를 애용하게 되는 경향도 클 것 같다. 그런데 이 저자는 그렇게 쉬운 길로 가지는 않은 것 같다. 우리말 번역으로도 800여페이지에 이르는 이 방대한 내용의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다른 링컨의 전기에서 흔히 인용하지 않은 자료를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슈어드 가족의 편지만 5000통, 슈어드의 딸 패니가 쓴 일기 800 쪽, 체이스가 남긴 수천통의 편지와 일기. 스탠턴의 편지와 그의 누이의 회고록 등등, 일차사료의 범위와 양이 매우 넓어 보인다. 그러한 넓이는 본문 여기저기서 확인이 가능하다. 그러한 사료들을 바탕으로 10년을 집필한 책이 이 책이라 한다.

저자는 링컨을 기존의 시각과는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관찰해 나간다. 링컨이라는 인물의 생애를 기술하면서 1860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공천 당시 그의 라이벌이었던 명사들의 이야기를 한데 엮어 나간다.

“뉴욕 주 상원의원이었던 슈어드, 오하이오 주 지사였던 체이스, 미주리 주의 저명한 노 정치가 베이츠가 그의 라이벌이었다. 링컨이 공천을 받았을 때, 그의 라이벌들은 모두 사람을 잘못 뽑았다고 생각했다.”

“링컨은 대통령에 당선된 후, 유능한 라이벌들을 내각에 끌어들이기로 결정했다. 이 유례없는 결정은 링컨이 엄청난 자신감과 관대함을 지니고 있다는 증거였다. 슈어드는 국무장관, 체이스는 재무장관, 베이츠는 법무장관에 임명되었다. 링컨은 민주당 출신의 세 사람에게도 나머지 장관직을 제안했는데, 기디언 웰스는 해군장관, 몽고메리 블레어는 우정장관, 에드윈 스탠턴은 전쟁장관이 되었다.”

“ 링컨이 임명한 내각의 장관들은 모두 링컨보다 더 유명하고 더 많은 교육을 받았으며 공직생활 경험도 풍부했다. … 막강한 경쟁자들은 처음에는 링컨이 경험도 없고 무식하다고 멸시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와 함께 위태로운 조국을 이끌어 암울한 시대를 헤쳐나가는 충실한 친구가 되었다.”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링컨은 공화당 후보로서 대통령이 되었는데, 경선에서 자신의 경쟁자였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반대쪽 정당인 민주당 인물들까지도 자신의 내각에 포함시켰다. 그것도 아주 중요한 자리들에 말이다. 아주 유능하고 유력한 인물들이었지만, 라이벌들인 그들 모두를 하나로 묶어 나가면서, 미국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시기를 헤쳐나간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어려울 때일 수록 가장 가까운 친구들 사이도 흔들리기 쉬운 법, 그런데 라이벌들하고 한 팀이라면, 더더욱 어렵지 않았을까

흥미로운 접근을 보여주는 책이지만, 취미 삼아 읽는 독자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단점도 많은 책이다. 먼저 상당히 길다는 점은 (800여페이지) 이 책을 선택할 때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름이 한 번 이상 나오는 등장인물도 수십 명에 달하기 때문에 읽다가 보면 혼란에 빠지기도 한다. 책 뒤의 영문인명록 페이지 수만 15페이지에 달한다. 미국의 지리와 역사에 생소하면 지도가 책 내에 여러장 있음에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야말로 시간 순서대로 써내려간 역사책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사건의 앞뒤가 잘 연결이 안될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바는 책 내용을 통해서 진솔하게 볼 수 있었다.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전문 역사가의 책에서만 볼 수 있는 직접적인 자료들, 증언들로 인해, 링컨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해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고, 마치 소설을 읽는 듯이 등장인물들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더러 보게 되었다. 가슴이 턱 막히는 감동적인 순간도 꽤 있었고, 눈물이 솟아나오는 대목도 여럿 있었다.

미국의 남북전쟁시기는 막연하게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이슈들로 얽혀 있던 시기였다. 다양한 이해관계의 스펙트럼이 존재했으며, 남북 뿐 아니라 동서에 걸쳐서도 서로 의견들이 달랐었다. 경제적 이해관계 뿐 아니라, 인종적 문제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이 복잡하게만 얽혀 있던 당시의 사람들에게 노예해방과 남북재통합이라는 일은 빠른 시일 내에 같이 이룰 수 있는 일이 도저히 아닌 것처럼 보였었다. 하지만 링컨이라는 걸출한 지도자로 인해 그 두가지는 모든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성취되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그러한 링컨의 위대한 리더십의 본질은 라이벌들을 자신의 팀으로 만들 수 있는 그의 자질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 링컨을 알고는 있었지만,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링컨과 같은 리더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 자체가 내겐 놀라운 발견이 되었다. 링컨의 그 놀라운 리더십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바탕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면서, 그것이 정말 이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과 다르지 않다는 것, 내게도 절실하게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덮고 나니 링컨은 기록이 존재하는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리더로 내겐 다가온다.
그 혼란스럽고 어려운 상황 가운데에서 그가 이루어낸 일들을 생각할 때 그러하다.

무엇보다 그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끌어모은 그의 리더십.

똑같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전이 되고, 지침이 되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이유들로 인해 이 책은 2007년도에 읽은 가장 감명깊은 책이다.
읽을 수 있어서 행복했던 책이다.

책에서 특히 눈에 띄었던 부분들을 요약해 본다.

– 링컨은 기하학, 천문학, 정치경제학, 철학을 혼자서 공부했다.

– “링컨은 노예소유주들을 비난하는 대신, 감정이입을 통해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 했다. “협박은 협박을, 비난은 비난을, 저주는 저주를” 낳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여러분의 대의에 사람들을 동참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의 이성으로 가는 가장 확실한 길인 그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것이 승리, 즉 “이 당에 노예나 음주가가 존재하지 않는” 영광의 날을 향한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그는 ‘통합’의 지도자였다.)

– 1855년, 그는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으로 출마했다. 1차 투표에서, 세명의 후보 중, 링컨은 가장 많은 표인 47표를 얻었지만, 과반수에는 못 미쳤다. 다른 후보는 노예제를 찬성하는 측이었고, 링컨과 같이 노예제 반대측인 또 다른 한 후보는 5표 밖에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 5표가 있으면 링컨의 당선이 확정될 수 있었는데, 그 후보 측은 끝까지 양보하지 않고 있었다. 부동표가 마지막 순간에 노예제 찬성측 후보로 몰릴 것을 우려한 링컨은 5표 밖에 얻었던 그 후보에게 자신의 지지표를 몰아주는 결단을 내린다. 그의 지지자들은 반대하였지만, 링컨은 고집을 부렸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승리가 아니라, 대의의 승리라고 하면서. “링컨은 패배에서 친구를 얻었다. 트럼벌도 (그 후보), 저드(지지자)도 링컨의 관대한 행동을 잊지 못했다. 실제로 두 사람은 모두 1858년에 링컨이 상원의원으로 출마했을 때 그를 도와주었고, 저드는 1860년에 링컨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대의 정치인들에게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모습이다.)

– (시카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지명전에서 승리한 후) “그는 자신의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하며, 언어를 신중하고 정확하게 사용했기 때문에, … 모든 극단적 견해를 회피하고 지켜낸 그의 중도적 입장은 … “평정을 잃지 않는 침착한 성격과 공정한 정신”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였다. … 링컨의 깊고 고결한 야망, 페렌파처의 말을 빌리면 “편협함과 적개심, 탐심이 없는 야망”…. 링컨은 다른 라이벌만큼이나 강렬하게 출세를 바랐지만, 공직에 대한 야망 때문에 친절함과 관대함을 잃은 적이 없었따. 그는 지지자와 경쟁자를 똑같이 공정하게 대했으며, 노예제 반대 운동에 한결같이 적극적이었다. 시카고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을 지목한 이들은 이 모든 자질을 인식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라를 뒤흔드는 크나큰 난제를 해결하는 데 더 없이 적합한 인물을 선택했다.” (그의 치우치지 않는 중도적 노선은 남북 전쟁 당시의 미국에게 가장 필요한 바였다.)

– (대통령 당선 후) “링컨은 종이에 (내각 구성원으로) 원하는 일곱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목록에는 대통령 후보 공천 당시 그의 경쟁상대였던 슈어드, 체이스, 그리고 베이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 밖에, 옛 민주당원인 몽고메리 블레어, 기디언 웰스, 노먼 저드와 옛 휘그당원인 뉴저지 주의 윌리엄 데이턴이 목록에 포함되어 있었다…. “링컨은 .. 과거의 경쟁자들을 “자신의 공적인 집안”으로 끌어들여 “탄탄한 조직”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분명히 밝혔다. … 훗날 <시카고 트리뷴>의 조지프 메딜은 링컨에게 왜 정적과 적수로 구성된 내각을 택했느냐고 질문했다. 특히 공화당 공천 과정에서 가장 큰 라이벌이었고, 여전히 이전 패배에 분노하고 있던 세 사람을 선발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링컨의 대답은 간단하고 솔직하며 날카로웠다. “내각에는 당에서 가장 유능한 사람들이 필요합니다. 우리들은 단결해야 합니다. 당을 잘 살펴본 나는 이들이 바로 그 유능한 사람들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나라에 공헌할 수 있는 기회를 내가 빼앗을 권리는 없습니다.” ”

– (해임 후 부정부패가 드러나 비난을 받게 된 캐머런이라는 사람을 위해) “ (의회에 보낸 편지에서) 자신과 내각 전체가 모든 잘못이나 실수, 오류에 대해” 캐머런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책임이 있따고 사과했다. 캐머런은 이 관대한 행동을 잊지 못했다. 모두가 자신에게 등을 돌린 상황에서 비난을 함께 짊어지는게 링컨에게는 큰 용기였을 거라며 고마워 했다. 링컨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임을 지기보다는 무고한 사람이 고통받든 말든 나 몰라라 했을 것”이라고 캐머런은 기록했다. 링컨은 그런 많은 사람들과 달랐고, 신임 전쟁장관을 포함해 모든 각료가 그 사실을 깨달았다.

– (게티즈버그에서의 그 유명한 연설) “하나님의 은총 아래 이 나라는 새로운 자유를 낳을 것입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지상에서 멸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남북전쟁은 세계최초의 대통령제 민주주의 정부에 닥친 첫번째 시련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이 마지막 문장이 얼마나 그들의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남북 전쟁의 가장 큰 대의는 ‘노예 해방’이기도 했지만, 남북이 다시 통합되어 다시 제대로 민주주의 국가로 남을 수 있는가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했다.)

– (재무장관으로 임명되었던 체이스는 스스로 대통령이 되고 싶은 야망으로 인해 링컨과의 관계가 그리 좋지 못했다. 체이스는 사직서를 무기로 링컨을 흔들었었는데, 네번째의 사직서 제출을 링컨이 결국 수리해버리고 만다. 상황을 놀란 주변 사람에게 설명하고 나서 링컨은 말을 이었다. ) “ “하지만 체이스만큼 대법원장의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사람은 연방에 없습니다. 기회가 있다면 난 그를 미합중국의 대법원장으로 만들 겁니다.”라고 말했다.” 링컨이 이처럼 자신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사람에게 조금도 복수심을 품지 않았다는 것은, 그가 자잘한 복수심보다는 더 숭고한 동기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고 치텐든(그 주변 사람)은 말했다.” (실제로 체이스는 나중에 대법원장이 되었다.)

– “몽고메리 블레어는 3년 전 프레몽에게 보냈던 자신의 편지가 공개되었을 때, 거기에 링컨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는데도, 그를 편들어준 링컨을 잊지 못했다. 또 링컨은 블레어 부자가 사적인 면담을 요청했을 때 한 번도 거절하지 않았으며, 누이 엘리자베스도 늘 백악관에서 환영받았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이 국회에서 급진파들과 싸우는 동안, 링컨이 프랭크에게 보내주었던 지지에도 언제나 감사했다. 이처럼 링컨의 자비롭고 친절한 행동은 블레어 가족과의 친분을 더욱 두텁게 만들었고, 몽고메리가 어쩔 수 없이 사임했을 때도 그 관계는 깨지지 않았다. 결국 링컨은 보수적이고 유력한 블레어 가문의 애정과 지지를 잃지 않고도 프레몽의 출마포기와 급진파의 지지를 얻었다.” (블레어 가문은 민주당으로서 링컨과 정치적 노선이 많이 달랐지만, 링컨이 그의 능력을 아껴서 내각에 참여시켰었다.)

– (재임을 위한 선거에서) “군인들이 보여준 압도적인 지지는 감동적이었다. 그는 서부 군대에서는 80퍼센트의 표를 얻었고… 군인들은 링컨을 지지하면 전쟁이 연장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이 사랑하는 대통령이 구현하고자 하는 대의에 진심으로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그들이 사랑했는지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80퍼센트의 표는 많은 것을 얘기해 준다.)

– (1865년 3월 4일의 취임식에서) “남이나 북이나 모두 같은 성경을 읽고 같은 하나님에게 기도 했으며, 상대측에 불리하도록 하나님의 도움을 구했습니다…. 우리가 심판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을 심판하지 말아야 합니다. 양쪽 모두의 기도가 응답받을 수는 없습니다. … 전능하신 하나님은 나름의 목적을 갖고 계십니다… 우리는 모두 전쟁이라는 이 큰 벌이 빨리 지나가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50년간 노예들의 보답없는 노동으로 쌓아온 모든 부가 소멸될 때까지, 그리고 칼을 든 가해자가 채찍을 맞아 흘린 모든 핏방울을 보상할 때까지 이 전쟁을 지속시키는 게 하나님의 의지라면, 3000년 전에 말해졌듯이 ‘주님의 심판은 전적으로 진실하고 마땅하다.’라고 여겨야 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원한을 품지 말고,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풉시다. 또한 하나님께 보여주신 정의에 대한 굳은 확신으로 지금 우리에게 맡겨진 일을 끝내고, 이 나라의 상처를 꿰매며, 전쟁에서 싸운 이들과 그 미망인과 고아들을 돌보기 위해 노력합시다. 그리하여 우리들 가운데, 그리고 온 나라에 정의롭고 영원한 평화를 두기 위해 매진합시다.” (너무나 잔혹했던 남북 전쟁을 보면서, 기독교인이라면 고민했을 법한 부분들이 보인다. 왜 이런 전쟁이 우리에게 닥쳐와야만 하는가,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야만 하는가 등등의 질문이 꼬리를 물고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 하나님은 도대체 어디에 계신가? 라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링컨 자신만의 답을 얘기하는 것 같다. 링컨이 독실한 기독교인이 아닌 것 같이 책의 저자는 군데군데 언급해 놓았지만, 이 연설에서 나는 그가 깊은 신앙을 가지고 있었던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취임식 연설 이후) “극단적 분리주의 (링컨의 절대적 반대편이라는 얘기) 신문인 <찰스턴 머큐리>의 평가, “… 그는 모든 주위 사람들에게서 힘과 에너지, 두뇌, 열정을 모았다. 그는 분명 통치자로서 우리의 존경을 받을 것이다.”

– (남부의 수도 리치먼드로 가는 길에) “잠시 후 해안에 상륙하자마자, 링컨은 “하나님을 찬미하라! 위대한 메시아가 오셨다!, 영광! 할렐루야!”라고 외치는 흑인 노동자들에게 둘러싸였다. 몇몇 흑인들이 무릎을 꿇었다. 링컨은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게 무릎을 꿇지 마십시오. 그건 옳지 않습니다. 하나님께만 무릎을 꿇고 지금부터 여러분들이 누릴 자유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십시오.” 흑인들은 몸을 일으켜 손을 맞잡고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 (1865년 4월, 링컨이 저격을 당하고 사망한 직후) “스탠턴은 며칠동안 지칠 줄 모르고 수도를 방어하고 음모자들을 체포하려고 노력하면서도 걷잡을 수 없이 슬퍼했고, 누군가 링컨의 이름을 꺼내기만 해도 주저앉아 통곡했다고 한다. 그간 스탠턴에게서 무뚝뚝한 모습만 봐왔던 사람들은 이토록 슬퍼하는 그의 모습에 당황했지만, 존 헤이는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 “사망했습니까?” 체이스가 묻자, 필드가 대답했다. “예” 체이스의 눈이 충혈되고 얼굴이 일그러졌다. 얼마 후 체이스는 … 예전의 정적이었던 몽고메리 블레어, 그리고 그 아버지와 마주쳤다. 체이스는 아버지 블레어의 손을 잡고 슬픈 눈으로 “블레어 씨, 오늘부터 우리 사이의 모든 분노와 고통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라고 말했다.” (체이스는 링컨과 계속 불화했었던 사람이었다. 일은 잘했는지 모르지만.)

– “남부 출신인 블레어 가족은 … 이번 암살이 남부에 큰 불행임을 알고 있었다.  “남부의 지지자들은 이제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을 보호하고 지켜주던 친구들을 잃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다시는 그런 사람을 찾지 못하겠지요. 그들도 우리만큼 진심으로 슬퍼하고 있습니다.” 라고 엘리자베스 블레어는 그날 늦게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말했다.” (남북전쟁 종료 후, 링컨은 남북의 참된 통합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풉시다.’라는 취임연설의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었다.)

– “5월 마지막 주까지 미합중국의 수도에는 계속 반기가 펄럭였다. 곧 해산에서 집으로 돌아갈 약 20만 연방군인들의 고별행군을 보기 위해 전국의 시민들이 워싱턴으로 몰려들었다. “워싱턴 역사상 그때만큼 많은 방문객은 없었다. … 그 따뜻한 봄날 펜실베이니아 가를 행진했던 군인들은 자신들이 역사를 영원히 바꿀만한 일을 완수했음을 알고 있었다. … 기디언 웰스는 이 행사에 워싱턴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이 참석했다고 서글픈 듯 말했다. “모두가 바로 그 자리에 있었다. 하지만 에이브러햄 링컨은 없었다. 모두가 그 사실을 느끼고 있었다.” 누구보다 각료들이 링컨의 부재를 가장 뼈저리게 느꼈다.”

– “링컨은 평생 친절하고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았고, 사람들의 기억에 자신을 각인시키고 싶다는 야망을 가졌다. 그랬기 때문에 그는 예전에는 적대적이었던 사람들에게서 우정과 협조를 이끌어 내었고,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으며, 더 중요한 문제를 위해 작은 것을 양보할 수 있었다.”

– “헤이는 1905년 66세를 일기로 사망하기 직전, 이렇게 기록했다. “백악관으로 돌아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꿈을 꾸었다. 그 대통령은 바로 링컨이었다. 그는 친절하고 사려 깊게 내 병을 걱정해 주었다. 그가 중요한 편지 두 통을 주며 답장을 보내라 했다. 나는 그 작은 지시를 받으며 기쁨을 느꼈다.” 이 때는 사랑하는 대통령이 암살된지 40년이 흐른 뒤였다. 헤이는 그 꿈을 꾸고 “겉잡을 수 없는 슬픔”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40년 전에 같이 일했던 직장 상사를 이렇게 기억할 수 있다니. 책의 마지막 부분인 이 대목에서 읽는 나도 알 수 없는 슬픔에 눈물이 솟아 올랐다. 타이타닉의 마지막 장면도 이만큼 내 맘에 울림을 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 (저자의 마지막 문단) “1860년 5월 18일 슈어드와 체이스, 베이츠, 그리고 링컨은 각자의 집에서 시카고에서 열린 전국 공화당 전당대회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라이벌들은 링컨이 승자로 떠오르자 당황하고 분노했다. 이들은 격동의 1850년대 노예제에 대한 갈등이 탈퇴와 내전으로 치닫는 동안, 저마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링컨은 다른 라이벌들보다 더 재능이 있거나, 많은 혜택을 누리고 살아온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라이벌보다 더 치열한 인생을 살아왔고 동시에 천성적으로 고귀한 인품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덕에 라이벌 중 가장 보잘것 없었던 링컨이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그는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느낌을 공감하며, 그들의 동기와 욕망을 이해할 줄 아는 남다른 재능을 가졌기에 승리할 수 있었다. 그가 적수들을 한데 모으고, 역사상 가장 기이한 내각을 구성하고, 연방의 보전과 전쟁의 승리를 위해 그들의 재능을 결집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능력들 덕분이었다. 링컨은 무능한 장군들과 적대적인 의원들, 소란스러운 내각에 대처해 길고 무시무시한 싸움을 벌였다. 그는 결국 장애를 극복하고 경쟁자들의 존경을 받았고, 슈어드처럼 끝까지 곁을 지켜주는 충성스러운 친구를 만났다. 이 책은 링컨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했던 여러 사람의 인생을 다루면서, 링컨이 어떻게 사람을 다스렸고, 어떻게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으로 길이 남을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고자 집필되었다.”

– (옮긴이의 말) “근 1년 가까운 세월 동안 늘 이 책 <권력의 조건>… 마지막에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 세상을 떠날 적에 그 동안 그들에게 쌓인 미운 정과 고운 정 때문에 눈물 흘리던…” (어떤 감동적인 영화의 끝장면도 이 책의 끝부분만큼은 아닐 것 같다. 절절한 실화였고, 한 두명의 주인공 만에 대한 얘기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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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국도 이런 대통령을 많이 누리지는 못했지요. 그럼에도... 오늘의 우리를 보니, 그 오래전의 미국하고도 비교할 수 없는 현실이 마음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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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김은선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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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제 마지막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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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경영학의 미래 는 16장 < 경영학은 과연 유용한 학문일까?> 와 17장 <그래도 경영학은 진화한다>의 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경영학의 국제 표준화가 이어지고 있다> 는 에필로그로 이 책은 마무리 됩니다.


16장에서 저자는 현대 경영학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를 제시합니다. 그 중의 첫 번째로 지나친 이론 중시 경향으로 인해 새로운 이론은 한없이 생산되고 낡은 이론은 발전없이 방치된 결과 온갖 이론이 난립하는 이른바 '이론의 사파리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때로는 사실 법칙 자체의 발견도 중요하지만,  이론적인 메커니즘을 우선시 하기에 사실 법칙에 대한 연구들은 학술지에 게재되지 못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재미'만을 추구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재미'가 연구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절대적 척도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재미있다'라는 것은 그동안 상식으로 여겨졌던 이론을 완전히 뒤집거나 지금까지의 연구와는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거나 혹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무언가를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합니다.


그러나 '재미있다', 즉 기존의 상식을 뒤집는다는 기준은 과연 경영학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저자는 질문을 던집니다. 2000년도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가득찬 <미국경영학회보>에 게재된 이론 가설 가운데 추후 실증 연구가 이루어진 가설은 전체의 9%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제는 통계학이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평균 분포인 가우시안 분포를 중심으로 통계적 분석을 하는 것이 경영학에서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독창적인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음에도 눈부신 성공을 거둔 기업은 평균적인 경향을 분석하는 것이 목적인 가우시안 통계로는 분석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가우시안 통계를 활용여부는 먼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느냐에 있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합니다. 때로는 가우시안 통계 이외의 방법을 모색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17장에서는 이렇게 16장에서 제시한 세가지 과제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학계의 최신 흐름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과제 1 : 경영학의 이론 편중 현상은 이론의 난립을 초래했다.

과제 2 : 재미 있는 이론에 대한 집착은 중요한 경영 사실 및 법칙의 분석을 저해한다.

과제 3 : 평균에 입각한 통계 방법은 독창적인 경영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의 분석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이론 중심의 동향에 비판하는 흐름으로 '증거기반 경영'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였습니다. 증거 기반 경영이란 여러 실증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경영 법칙, 즉 '정형화된 사실 법칙'을 기업 경영 실무에 그대로 응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정형화된 사실 법칙'을 분간해 내기 위한 연구 방법으로는 '메타 분석'이라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데이터 대신 그동안 축적되어 온 연구 결과를 통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아 법칙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이 두 방법은 모두 사실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경영학의 과제로 제시된 세 가지 중 첫번째와 두번째에 대한 대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인 통계 관련한 과제에 대해서는 기업의 내부 상황을 심도 있게 분석하는 케이스 스터디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한 평균에 입각한 통계 방법을 극복하기 위해  '베이즈 통계'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합니다. 이 방법은 각 기업의 특성을 분석에 반영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합니다.


'복잡계 (Complex System)' 이라는 개념을 응용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복잡계는 본디 경영 현상에 안정적인 평균이란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대단히 극단적인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음을 전제로 하는 개념입니다. 이를 '멱법칙 (Power Law)'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영어 단어의 사용 빈도입니다. 수많은 영어 단어가 존재하지만, 영어 단어에는 '평균적인 사용 빈도'라는 개념이 통용되지 않습니다. 일부 극소수 단어가 극단저긍로 높은 빈도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에서 매출 상위 20%의 제품이 해당 분야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이른바 '80 대 20'의 법칙 또한 이와 관련 있습니다.


이러한 멱법칙을 활용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멱법칙의 활용이 경영한 연구의 진전에 도움이 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단계라고 합니다.  이렇듯 여러 가지 실증적인 연구 방법 가운데 과제 3에 대한 해결책도 나오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렇게 남은 과제들에 대한 동향을 소개하면서, 경영학의 연구 방법에 대한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경영학의 연구 방법 및 기본 개념, 투고 대상 학술지, 참가해야할 학회 등에 관한 국제 표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면서, 본문의 '세계의 경영학'이란 '전 세계의 모든 경영학자가 연구하는 학문'이라기 보다는 '상당수 나라에서 급속한 표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경영학'을 말한다고 합니다. 


또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경영학은 '규범적'인 측면 보다는 '실증적'인 측면에 무게를 두었다는 것을 강조하며, 이 책을 읽고 난 후 '경영학은 이러이러 해야한다'라고  단정하는 것이 이 책의 취지가 아님을 밝힙니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경영학의 지식'이 얼마나 방대한지 느꼈기를 바란다고 하면서 책을 마무리합니다


*****************

개인적으로 매우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드러커나 포터 같은 거창한 이름들에 얽매이지 않고 실증적인 연구 결과들을 인용하면서 현대 경영학의 다양한 주제를 리뷰한 이 책은 경영 관련 업무를 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 삶의 일상에 여러 측면에 대해 한층 더 깊은 시각을 가지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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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김은선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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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은 <'자원기반 관점'은 경영이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자원기반 관점, 간략히 'RBV'를 소개합니다. RBV는 가장 유명한 경영학 이론 중 하나로 MBA 경영전략론 강의에서 반드시 다루어야할 필수 이론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1년 <미국 경영학회보>에서는 이 RBV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이유는 프림과 버틀러라는 경영학자가 'RBV에는 경영이론이 갖추어야할 본질이 결여되어 있다'는 논문을 게재했고 이에 대한 반박 논문들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이 논쟁을 통해 저자는 경영이론 구축의 과제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기업은 유형, 무형의 다양한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재, 기술, 브랜드, 내부축적된 지식 등은 대표적인 경영자원입니다. RBV는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내부 자원에 주목해야 한다는 발상입니다. 워너펠트는 198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마이클 포터의 SCP 패러다임을 기업 자원의 분석에 응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SCP가 제품과 서비스에 주목한 경영전략 이론이라면, RBV는 경영 자원에 주목했습니다. 제이 버니는 199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경영자원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간결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명제로 잘 정리해서 경영학의 새 지평을 여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명제 1 : 가치가 있고, 희소성이 인정되는 자원을 보유한 기업은 경쟁 우위를 획득한다.

명제 2 : 다른 기업은 해당 자원을 모방할 수 없고, 또한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없을 때 기업은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획득할 수 있다.


수많은 경영 이론 가운데 이토록 간결하면서도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명제는 드물것이라 합니다.


그런데, 2001년 프림과 버틀러는 RBV에 대해서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두 사람은 여러 각도에서 RBV를 비판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가장 첨예하게 충돌했던 부분을 살펴 보겠습니다.


명제 1에서 '경쟁 우위'라는 용어는 '경쟁사가 흉내낼 수 없는 가치 창조 전략을 도입하는 능력'으로 정의됩니다. 이 정의에서 '흉내낼 수 없는'이라는 말은 '희소성'과 통합니다. 또한 '가치'라는 말은 명제의 앞부분에도 있지만, 경쟁우위의 정의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을 살짝 바꿔서 명제 1을 다시 쓰자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명제 1: 가치가 있고 희소성이 인정되는 자원을 보유한 기업은 가치있고 희소성을 지닌 전략을 도입할 수 있다.


프림과 버틀러가 제시하는 비판의 요지는 명제 1은 '동어 반복'의 오류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학 이론의 규범을 확립한 칼 포퍼에 의하면 과학 이론의 중요한 조건은 반증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명제가 옳지 않을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론 명제는 반증이 가능할 때만 그것이 현실 세계에도 해당하는지를 검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어 반복과 같은 본래 참인 명제는 실증적으로 증명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과학적인 이론 명제가 될 수 없습니다.


<미국 경영학회보> 측에서 프림과 버틀러의 논문 게재가 결정된 시점에서 버니에게 반론 논문을 요청하여 2001년 <미국경영학회보>에는 비판 논문과 반론 논문이 같이 게재되었습니다. 버니는 '단어 바꾸기'자체를 비판했습니다. 문장의 논리성을 확인하는데에는 유용한 방법인 듯이 보이지만, 이 방법은 결국 경영학의 모든 이론 명제가 동어 반복의 오류로 판정해 버린다고 합니다. 버니는 그 예로서 마이클 포터의 SCP 명제 또한 동어 반복이 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실증 분석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합니다. 버니는 경영학 이론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단어 바꾸기'가 아니라 '이론 명제의 실증 연구'가 가능한가, 즉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밀러와 쉠시라는 학자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화 산업의 어떠한 자원이 영화사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도출하고, 그것이 경쟁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RBV의 실증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서 제시되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프림과 버틀러는 재반론 논문을 <미국경영학회보>에 게재합니다. 프림과 버틀러는 '이론'과 '실증 연구'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버니가 이 둘을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회과학에서는 '자원'이나 '경쟁 우위'와 같은, 이론에 사용되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조 개념(Construct)'이라 합니다. 개념은 현실에 실존하는 것이 아니기에 실증 연구를 실시할 때는 구조개념을 현실로 옮겨놓은 개념인 '변수 (Variables)'를 만들어야 합니다. 구조 개념은 추상적이라서 데이터화할 수 없지만, '영화사와 계약을 맺은 배우의 수'는 데이터화할 수 있으므로 변수에 해당하며 실증 연구도 가능하게 됩니다.


프림과 버틀러는 자신들이 RBV의 동어 반복을 지적한 것은 이론 세계에서의 구조 개념의 관계가 동어 반복이라는 뜻이었고, '이론 세계에서 발생한 문제는 이론 세계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증 세계에서 데이터화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이론 세계에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사회과학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증거'일 뿐이라고 합니다.


이 논쟁은 이 재반론 논문을 끝으로 일단락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논쟁이 경영학을 사회과학으로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영학 연구의 흥미로운 점은 실증 연구에는 수학 지식을 필요로 하는 통계 분석을 주로 사용하는 반면, 이론 수립에는 자연어(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경제학은 이론 모델을 구축할 때 수학 표기를 사용함으로써, 논리의 모호함을 가능한한 배제하고 이론 모델이 수학적 오류를 일으키지 않고 해석되도록 한다고 합니다. 경영전략 및 조직론 등에서는 대부분 자연어를 사용하여 이론을 기술합니다. 매우 학제적 학문인 경영학에서 다양한 이론적 관점을 가진 연구자들이 소통하기 위해서는 자연어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겠지만 자연어로써 치밀한 논리를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훨신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자연어를 사용하여 과학적인 논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반증 가능성뿐만 아니라 구조 개념과 변수의 차이 등 논리학이나 과학철학 같은 다른 영역의 기본 지식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경영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논리학 및 과학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어의 사용법을 보다 철저히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장 및 Part 2를 마칩니다.


(201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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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김은선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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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김은선 옮김, 에이지21 펴냄




12장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사업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라는 제목으로 경영전략의 최신이론이라 하는 ‘리얼 옵션’을 소개합니다. 이 장의 제목은 개인적으로 많이 흥미롭습니다. 기획관련 업무를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참 난감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회사 내에 아무런 컨센서스가 없어서 서로 의견 충돌이 많이 일어나곤 했었습니다. 요새는 어느 분야이던 시장의 변화가 급격히 빨라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라는 푸념을 동료들끼리 나누곤 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챕터를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운 것이 비즈니스의 세계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며, ‘불확실성의 시대’ 에 ‘사업 계획을 세우는 방법’에 대한 경영전략론의 기본 개념 및 최신 주제를 소개합니다.


미국의 경영전략론 연구자는 콘텐츠파와 계획파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합니다.


콘텐츠파 연구자는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를 연구하며, 마이클 포터가 대표적인 연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획파 연구자는 ‘전략 및 사업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콘텐츠파 대비 연구 성과가 부진하여 뒤로 밀려나 있는 상태라 합니다. 이고르 앤소프 등이 제창한 ‘계획주의’는 사업을 하려면 사전에 가능한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하며, 이를 PDCA 사이클 (Plan, Do, Check, Action)의 형식으로 반복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계획주의’가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학습주의’를 지지하는 학자 제임스 퀵과 헨리 민츠버그와 같은 학자도 있다 합니다. 이들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목표 및 계획이 저절로 수립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구글의 회사 발전 경로를 이러한 학습주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예로서 언급합니다.


계획주의와 학습주의의 논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들어 이 두가지를 절충한 새로운 개념인 ‘리얼 옵션’이 주목을 끌고 있다고 합니다. ‘리얼 옵션’은 재무분야에서 사용되는 ‘사업 가치 평가 수단’으로서의 ‘리얼 옵션’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그 핵심은 ‘단계적 투자’라는 매우 심플한 개념이라 합니다.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면적인 투자에는 리스크가 있을 경우, 단계적 투자를 통해서, 첫째 향후 시장 환경이 악화되었을 경우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둘째 바람직한 시장 환경이 실현되었을 경우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으며, 셋째 낯선 시장환경 자체에 대해 학습할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불확실성 자체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이러한 리얼 옵션의 개념은 기존의 시장 접근 전략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리얼 옵션이 기존의 프레임과 다른 점은 ‘높은 불확실성을 오히려 기회로 여긴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리얼 옵션은 불확실성이 클 수록 높은 수익을 얻을 기회도 커진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손실 가능성도 있지만 손실액 자체는 단계적 투자를 통해 제한할 수 있습니다. 단계적 투자를 검토하는 경우는 많아도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단계적 투자에 의해 어떠한 이점을 가져다줄 것인지 정량화하여 평가하는 경우는 드문듯 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단계적 투자에 대한 두 가지 유용한 관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는 ‘가정은 가정일 뿐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리타 맥그래스와 이안 맥밀란이 1995년에 발표한 논문인 ‘Discovery Driven Planning’에서 소개한 관점이라 합니다.


신규 사업은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미래 시점에서의 사업 환경에 대한 여러가지 가정들을 하게 되고, 이러한 가정들 하에 사업 계획을 수립하게 됩니다이 연구자들은 ‘현실에서는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이러한 가정들이 어느새 기정사실화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합니다. 연구팀은 이를 막는 방법으로 리얼 옵션 개념을 도입한 신규 사업 계획법으로 ‘가정 체크 리스트’를 만드는 것을 제안합니다. 모든 가정을 사전에 리스트화하고 투자가 진전될 때마다 ‘이정표 분석’을 실시하여 처음에 설정한 가정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의 사업 계획이란 단순히 계획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미리 찾아내고, 가정은 어디까지나 가정이라는 인식하에 그것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리얼 옵션에 있어서 두번째 중요한 관점은 불확실성을 구분하는 것이라 합니다. ‘내생적 불확실성’은 기업이 스스로 행동을 취함으로써 낮출 수 있는 불확실성을 말합니다. 이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낮아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섬으로써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반면 ‘외생적 불확실성’이란 기업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말합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야 말로 리얼 옵션의 관점에서 검토해야할 것입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이 두가지 관점을 모두 조합해야 하겠습니다. 실제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사업계획을 세워야 한다면, 첫째 모든 불확실한 요소를 리스트화 해야겠습니다. 둘째, 그러한 요소들 가운데 내생적 불확실성과 외생적 불확실성을 잘 구분해야겠습니다. 셋째, 내생적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없앨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넷째, 외생적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리얼 옵션을 적용한 사업계획을 세웁니다. 다섯째, 사업이 시작된 이후에는 가정이 타당한지 꾸준히 체크하면서 실제로 불확실성이 낮아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리얼 옵션은 단계적 투자라는 개념을 적용함으로써 ‘불확실성이 높을 때가 진정한 기회이므로 일부라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제가 느끼는 한국의 기업 문화와는 많이 이질적인 컨셉인 것 같습니다. 이게 정말 타당하다면,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 기업 문화의 한계일지 모르겠습니다.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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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의 책은 처음 읽어봅니다.















이 책은 원서인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 을 읽었습니다. 영어 때문에라도 꾸준히 원서를 읽으려 하는데, 원서를 읽으면 여러가지로 힘들기 때문에 게으른 마음에서 늘 선택을 주저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원서로 선택한 이유는...


1. 빌 브라이슨이 필력이 좋다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셔서, 그 영어문장은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2. 우리말 책보다 킨들 원서가 더 쌌습니다. 

3. 오더블이 있었습니다. 오더블로 들으면서 같이 읽으면 집중이 더 잘됩니다.


그렇게 11월 15일에 읽기 시작했는데, 14일이 걸려서 11월 29일에 완료했습니다.

물론 이 책만 읽은 건 아니고, 그 사이에 <배려>라는 책과 <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등도 읽고, 또 다른 영어 원서를 100페이지 정도 진도를 나가고 있었습니다. 이 책이 은근히 지루해서 자꾸 다른 책에 손이 가더군요.


네, 바로 그겁니다. 저는 좀 지루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고, 필력이 있다는데, 왜 저는 지루하게 느꼈을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를 한 문장으로 쓰자면,


이 책은 (알게 모르게) 기자 또는 기자 출신 작가가 쓴 티가 강합니다.


예전에는 이 점을 잘 인식하지 못했는데, 올해 들어 묘하게 공통점들이 느껴지더군요.


올해 읽은 책들 중에 다음과 같은 책들이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공유합니다. 대부분 필력들은 출중합니다. 특히 1, 4, 5번의 필력은 훌륭합니다.


1. 소셜 애니멀 - 데이비드 브룩스

2.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니콜라스 카

3. 생각은 죽지 않는다 - 클라이브 톰슨

4. 로봇 시대, 인간의 일 - 구본권

5. 회사의 언어 - 김남인
































이 책들 중에 저는 4번과 1번은 올해 읽은 그 분야의 책 중에서 거의 1순위로 좋은 책이라고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지금부터 얘기하고자 하는 다른 책들의 단점일 수 있는 특징을 가지지만, 단점을 거의 보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5번은 챕터 하나하나는 재미있는데, 결론이나 마무리 없이 갑작스럽게 책이 끝나버려서 당혹스러웠습니다. 이런 건 편집자가 잡아줘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2번과 3번은 중요한 얘기들을 제시하지만, 제시하면서 "이러니까 큰 일이야" 또는 "이러니까 괜챦아" 라는 정도로 끝납니다. 그런 얘기라면 각각의 책들의 절반 분량이어도 충분했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책들에 특징적이면서 단점이 되는 것을 무순위로 생각나는대로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 해당 사항은 파란색으로 표시했습니다. 검은 색은 다른 책들에서 느껴진 단점들입니다. 




********************************


1. 책 전체 적으로 너무 많은 주제를 다룹니다.

  . 전체적으로 분량의 2/3만 되었어도 참 좋고 임팩트가 더 있었을 것 같습니다.

  . '많다'라는 주관적인 느낌이 나오게 되는 것은 각각의 주제의 상호 연관성이 떨어지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 이 책은 우주의 역사와 지구의 역사,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지질학, 대기학, 고생물학, 생물학. 인류학 등 많은 주제를 얕게 다룹니다. 많으니 얕을 수 있고,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양 과학책이니 얕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책을 보다 세분화 해서 물리학, 생물학, 인류학 등으로 나눠서 썼으면 각각에 대해서 통일해서 썼으면 어떨까 하는 느낌입니다. 


2. 1.번과 연결되면서 하나하나의 주제는 나열식이 되고 맙니다. 깊게 파고들어가는 맛이 없습니다. 

  . 하나의 주제에 해당된 분량에 한계가 있다 보니 그렇겠지 싶습니다.

  . 그 얘기는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 중에서 궁금하게 있다면, 다른 책을 찾아보는게 낫다는 것이지요.

  . 즉 이 책은 한 번 읽은 다음에 다시 읽을 필요는 별로 없을 수 있습니다.

 

  . 저는 양자역학 쪽이 전공이라서 그 쪽 부분을 어떻게 풀어서 설명했는지 좀 기대를 하고 봤는데,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정말 재미있게 얘기를 하려면 참 많은 얘기들을 할 수 있을 텐데, 전혀 없었습니다. 도리어 양자 역학을 얘기하다가 소립자 물리학으로 빠져버리더군요. 더 어렵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큰 의미도 거의 없는 분야인데 말이지요. 제가 잘 모르는 분야인 생물학에서도 그런 것은 아닌지 하는 의혹이 생기니 더욱 지루하더군요.


  2페이지 서문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우주가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아주 오랫동안 우주는 없었다"


 저는 이 말이 살짝 궤변이라는 느낌입니다. 마치 빅뱅 이전에는 우주가 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빅뱅 이전에는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오랫동안'이라는 말이 성립할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나중에 본문에서는 제대로 설명을 하는 것 같던데, 서문에서는 왜 저리 말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뭔가 기자 출신이다 보니 물리학의 기본적 부분에 대해서 혼란스러워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신의 마음이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470페이지가 넘는 책을 시작하는 2번째 페이지에서 말입니다. 



3. 각 챕터별로 각각의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갈 때, 제시하는 근거가 때로는 빈약하게 느껴집니다.

  . 여기저기서 인용을 하는데, 가끔 아니다 싶은 인용도 있습니다.

  . 인용을 제대로 하는지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자기 의견에 맞는 실험결과라고 갖다 붙이는 듯한 느낌이 들때가 있습니다.


  . 이 책은 과학사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학의 역사지요. 저자는 대부분의 경우에 매우 성실하게 여러 등장인물의 연관 관계, 뒷 이야기 들도 조사해서 배치해 놓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부분은 인정합니다 때로는 여러 저널의 주요 논문을 인용해서 그 분야의 학문의 흐름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가끔 이상하다 싶은 출처를 당당하게 근거로 내세웁니다. 몇번이나 저자는 Economist의 기사를 인용합니다. 저자가 기자 출신이어서 인정을 하는지 모르지만, 제대로 된 과학자라면 Economist를 인용하지 않습니다. 경제학자라면 Economist를 인용하겠지요. Economist를 인용하더라도, 어떤 아티클의 어떤 저자가 얘기했다는 것을 본문에서 인용하는게 맞습니다. 그 아티클의 저자를 먼저 언급하면서 인용해야 하는데, Economist만 인용하는 것은 저로 하여금 더 큰 불신에 빠지게 합니다. 저자 명과 아티클 제목이 주석으로 표현되었다 하더라도 본문에 인용할 때는 그 저자를 먼저 인용해야 하는데, 안 그러고 있으니.. 참...


  . 그리고 후반부로 갈 수록 인터뷰가 많아집니다. 구두 인터뷰 내용을 따옴표 치고 바로 인용하는데, 이 역시 저로서는 믿음이 가지 않는 인용입니다. 제 자신 누가 와서 구두로 인터뷰하다 보면, 제 전문분야라도 틀리기도 하고 실수도 하고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불완전해서 주관적인 인상이 언제라도 객관적인 데이타와 논리를 덮어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로 할 때에는 아무래도 글로 쓸 때보다 깊이 생각하지 않게 되고 책임도 무겁게 느끼지 않게 될 것 같습니다.


4. 하나의 통일된 주제를 가지는 책이 주는 기승전결의 구성이 전체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 저자가 제시한 주제가 좀 빈약하거나, 주제는 괜챦은데, 책의 구성 요소들이 그 주제를 제대로 지지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 마지막 챕터에서의 책의 결론은 저자 자신도 힘이 빠져 있습니다.

 

  . 마지막 챕터의 마지막 몇개 문단은 주제라고 느껴지기보다는 그냥 마무리 멘트로 느껴집니다. 저자는 We enjoy not only the privilege of existence but also the singular ability to appreciate it and even, in a multitude of ways to make it better. 라는 말을 하는데, 이 문장의 make better라는 부분은 사실 앞의 책 내용에 거의 언급이 없었습니다. 아무런 근거도 보여주지 않고 막연한 얘기를 하는 것이지요. 


이런 식의 마무리는 과학을 다루는 책, 역사를 다루는 책에 맞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신문 칼럼이나 에세이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러면 제목을 Essay on a short history on nearly everything 이라고 하는게 맞겠지요. 제목이야 어쨌든 저자는 이 책을 그냥 즐거운 이야기책으로 구성하려 한게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제가 너무 큰 기대를 했나 봅니다.

 

빌 브라이슨의 책은 자기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라면 입문서 정도로 읽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부분 두번 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기자 출신 작가분이 쓴 책은 신중하게 골라야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저하고는 잘 안 맞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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