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김은선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5장은 <'자원기반 관점'은 경영이론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으로, 자원기반 관점, 간략히 'RBV'를 소개합니다. RBV는 가장 유명한 경영학 이론 중 하나로 MBA 경영전략론 강의에서 반드시 다루어야할 필수 이론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1년 <미국 경영학회보>에서는 이 RBV를 둘러싸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이유는 프림과 버틀러라는 경영학자가 'RBV에는 경영이론이 갖추어야할 본질이 결여되어 있다'는 논문을 게재했고 이에 대한 반박 논문들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이 논쟁을 통해 저자는 경영이론 구축의 과제를 돌아보고자 합니다.


기업은 유형, 무형의 다양한 자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재, 기술, 브랜드, 내부축적된 지식 등은 대표적인 경영자원입니다. RBV는 기업이 좋은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내부 자원에 주목해야 한다는 발상입니다. 워너펠트는 1984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마이클 포터의 SCP 패러다임을 기업 자원의 분석에 응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SCP가 제품과 서비스에 주목한 경영전략 이론이라면, RBV는 경영 자원에 주목했습니다. 제이 버니는 1991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경영자원이 기업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간결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명제로 잘 정리해서 경영학의 새 지평을 여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명제 1 : 가치가 있고, 희소성이 인정되는 자원을 보유한 기업은 경쟁 우위를 획득한다.

명제 2 : 다른 기업은 해당 자원을 모방할 수 없고, 또한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없을 때 기업은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획득할 수 있다.


수많은 경영 이론 가운데 이토록 간결하면서도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명제는 드물것이라 합니다.


그런데, 2001년 프림과 버틀러는 RBV에 대해서 비판하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두 사람은 여러 각도에서 RBV를 비판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가장 첨예하게 충돌했던 부분을 살펴 보겠습니다.


명제 1에서 '경쟁 우위'라는 용어는 '경쟁사가 흉내낼 수 없는 가치 창조 전략을 도입하는 능력'으로 정의됩니다. 이 정의에서 '흉내낼 수 없는'이라는 말은 '희소성'과 통합니다. 또한 '가치'라는 말은 명제의 앞부분에도 있지만, 경쟁우위의 정의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말을 살짝 바꿔서 명제 1을 다시 쓰자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명제 1: 가치가 있고 희소성이 인정되는 자원을 보유한 기업은 가치있고 희소성을 지닌 전략을 도입할 수 있다.


프림과 버틀러가 제시하는 비판의 요지는 명제 1은 '동어 반복'의 오류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학 이론의 규범을 확립한 칼 포퍼에 의하면 과학 이론의 중요한 조건은 반증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명제가 옳지 않을 가능성이 이론적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론 명제는 반증이 가능할 때만 그것이 현실 세계에도 해당하는지를 검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어 반복과 같은 본래 참인 명제는 실증적으로 증명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과학적인 이론 명제가 될 수 없습니다.


<미국 경영학회보> 측에서 프림과 버틀러의 논문 게재가 결정된 시점에서 버니에게 반론 논문을 요청하여 2001년 <미국경영학회보>에는 비판 논문과 반론 논문이 같이 게재되었습니다. 버니는 '단어 바꾸기'자체를 비판했습니다. 문장의 논리성을 확인하는데에는 유용한 방법인 듯이 보이지만, 이 방법은 결국 경영학의 모든 이론 명제가 동어 반복의 오류로 판정해 버린다고 합니다. 버니는 그 예로서 마이클 포터의 SCP 명제 또한 동어 반복이 될 수 있음을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현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실증 분석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합니다. 버니는 경영학 이론에 있어 중요한 것은 '단어 바꾸기'가 아니라 '이론 명제의 실증 연구'가 가능한가, 즉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치화할 수 있는가'하는 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밀러와 쉠시라는 학자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 산업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영화 산업의 어떠한 자원이 영화사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지를 도출하고, 그것이 경쟁환경의 변화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RBV의 실증 분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서 제시되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프림과 버틀러는 재반론 논문을 <미국경영학회보>에 게재합니다. 프림과 버틀러는 '이론'과 '실증 연구'는 구분해서 생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버니가 이 둘을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회과학에서는 '자원'이나 '경쟁 우위'와 같은, 이론에 사용되는 추상적인 개념을 '구조 개념(Construct)'이라 합니다. 개념은 현실에 실존하는 것이 아니기에 실증 연구를 실시할 때는 구조개념을 현실로 옮겨놓은 개념인 '변수 (Variables)'를 만들어야 합니다. 구조 개념은 추상적이라서 데이터화할 수 없지만, '영화사와 계약을 맺은 배우의 수'는 데이터화할 수 있으므로 변수에 해당하며 실증 연구도 가능하게 됩니다.


프림과 버틀러는 자신들이 RBV의 동어 반복을 지적한 것은 이론 세계에서의 구조 개념의 관계가 동어 반복이라는 뜻이었고, '이론 세계에서 발생한 문제는 이론 세계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증 세계에서 데이터화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이론 세계에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사회과학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증거'일 뿐이라고 합니다.


이 논쟁은 이 재반론 논문을 끝으로 일단락 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논쟁이 경영학을 사회과학으로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영학 연구의 흥미로운 점은 실증 연구에는 수학 지식을 필요로 하는 통계 분석을 주로 사용하는 반면, 이론 수립에는 자연어(영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경제학은 이론 모델을 구축할 때 수학 표기를 사용함으로써, 논리의 모호함을 가능한한 배제하고 이론 모델이 수학적 오류를 일으키지 않고 해석되도록 한다고 합니다. 경영전략 및 조직론 등에서는 대부분 자연어를 사용하여 이론을 기술합니다. 매우 학제적 학문인 경영학에서 다양한 이론적 관점을 가진 연구자들이 소통하기 위해서는 자연어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겠지만 자연어로써 치밀한 논리를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훨신 어려운 일이라고 합니다.


자연어를 사용하여 과학적인 논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반증 가능성뿐만 아니라 구조 개념과 변수의 차이 등 논리학이나 과학철학 같은 다른 영역의 기본 지식이 필요합니다. 저자는 경영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논리학 및 과학철학을 바탕으로 하는 자연어의 사용법을 보다 철저히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이 장 및 Part 2를 마칩니다.


(201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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