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김은선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김은선 옮김, 에이지21 펴냄




12장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사업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라는 제목으로 경영전략의 최신이론이라 하는 ‘리얼 옵션’을 소개합니다. 이 장의 제목은 개인적으로 많이 흥미롭습니다. 기획관련 업무를 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 ‘불확실성’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참 난감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회사 내에 아무런 컨센서스가 없어서 서로 의견 충돌이 많이 일어나곤 했었습니다. 요새는 어느 분야이던 시장의 변화가 급격히 빨라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라는 푸념을 동료들끼리 나누곤 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이 챕터를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운 것이 비즈니스의 세계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며, ‘불확실성의 시대’ 에 ‘사업 계획을 세우는 방법’에 대한 경영전략론의 기본 개념 및 최신 주제를 소개합니다.


미국의 경영전략론 연구자는 콘텐츠파와 계획파의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합니다.


콘텐츠파 연구자는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를 연구하며, 마이클 포터가 대표적인 연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계획파 연구자는 ‘전략 및 사업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연구하는데, 콘텐츠파 대비 연구 성과가 부진하여 뒤로 밀려나 있는 상태라 합니다. 이고르 앤소프 등이 제창한 ‘계획주의’는 사업을 하려면 사전에 가능한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하며, 이를 PDCA 사이클 (Plan, Do, Check, Action)의 형식으로 반복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계획주의’가 통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학습주의’를 지지하는 학자 제임스 퀵과 헨리 민츠버그와 같은 학자도 있다 합니다. 이들은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목표 및 계획이 저절로 수립된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는 구글의 회사 발전 경로를 이러한 학습주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는 예로서 언급합니다.


계획주의와 학습주의의 논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최근 들어 이 두가지를 절충한 새로운 개념인 ‘리얼 옵션’이 주목을 끌고 있다고 합니다. ‘리얼 옵션’은 재무분야에서 사용되는 ‘사업 가치 평가 수단’으로서의 ‘리얼 옵션’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그 핵심은 ‘단계적 투자’라는 매우 심플한 개념이라 합니다.


불확실성으로 인해 전면적인 투자에는 리스크가 있을 경우, 단계적 투자를 통해서, 첫째 향후 시장 환경이 악화되었을 경우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둘째 바람직한 시장 환경이 실현되었을 경우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으며, 셋째 낯선 시장환경 자체에 대해 학습할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이를 통해 불확실성 자체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이러한 리얼 옵션의 개념은 기존의 시장 접근 전략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리얼 옵션이 기존의 프레임과 다른 점은 ‘높은 불확실성을 오히려 기회로 여긴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리얼 옵션은 불확실성이 클 수록 높은 수익을 얻을 기회도 커진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손실 가능성도 있지만 손실액 자체는 단계적 투자를 통해 제한할 수 있습니다. 단계적 투자를 검토하는 경우는 많아도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단계적 투자에 의해 어떠한 이점을 가져다줄 것인지 정량화하여 평가하는 경우는 드문듯 하다’고 합니다.


이러한 단계적 투자에 대한 두 가지 유용한 관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중 하나는 ‘가정은 가정일 뿐이라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리타 맥그래스와 이안 맥밀란이 1995년에 발표한 논문인 ‘Discovery Driven Planning’에서 소개한 관점이라 합니다.


신규 사업은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미래 시점에서의 사업 환경에 대한 여러가지 가정들을 하게 되고, 이러한 가정들 하에 사업 계획을 수립하게 됩니다이 연구자들은 ‘현실에서는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이러한 가정들이 어느새 기정사실화 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고 지적합니다. 연구팀은 이를 막는 방법으로 리얼 옵션 개념을 도입한 신규 사업 계획법으로 ‘가정 체크 리스트’를 만드는 것을 제안합니다. 모든 가정을 사전에 리스트화하고 투자가 진전될 때마다 ‘이정표 분석’을 실시하여 처음에 설정한 가정의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경우의 사업 계획이란 단순히 계획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미리 찾아내고, 가정은 어디까지나 가정이라는 인식하에 그것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나가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리얼 옵션에 있어서 두번째 중요한 관점은 불확실성을 구분하는 것이라 합니다. ‘내생적 불확실성’은 기업이 스스로 행동을 취함으로써 낮출 수 있는 불확실성을 말합니다. 이 경우에는 불확실성이 낮아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행동에 나섬으로써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반면 ‘외생적 불확실성’이란 기업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불확실성을 말합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야 말로 리얼 옵션의 관점에서 검토해야할 것입니다.


실제 상황에서는 이 두가지 관점을 모두 조합해야 하겠습니다. 실제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사업계획을 세워야 한다면, 첫째 모든 불확실한 요소를 리스트화 해야겠습니다. 둘째, 그러한 요소들 가운데 내생적 불확실성과 외생적 불확실성을 잘 구분해야겠습니다. 셋째, 내생적 불확실성을 적극적으로 없앨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넷째, 외생적 불확실성에 대해서는 리얼 옵션을 적용한 사업계획을 세웁니다. 다섯째, 사업이 시작된 이후에는 가정이 타당한지 꾸준히 체크하면서 실제로 불확실성이 낮아지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리얼 옵션은 단계적 투자라는 개념을 적용함으로써 ‘불확실성이 높을 때가 진정한 기회이므로 일부라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제가 느끼는 한국의 기업 문화와는 많이 이질적인 컨셉인 것 같습니다. 이게 정말 타당하다면,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이 한국 기업 문화의 한계일지 모르겠습니다.


(201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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