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나는 길위에 서 있다.
태양은 뜨겁고, 다리는 무겁다. 땀이 흐른다.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오백원짜리 동전 하나와 담배 한 갑.
오백원 짜리 동전으로는 버스도 타지 못한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걷기 시작한 지 한 시간쯤... 흐르는 땀에 옷이 젖어 불편하다.
목은 마르고 다리는 이제 옮기는 것조차 힘들다.
태양은 뜨겁고, 길은 조용하다.
오백원 짜리 동전으로 무엇을 할까 생각한다.
아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니 무엇을 살까 고민한다.
물 한통도 살 수 없다.
한 시간이 또 지났다.
앉아서 쉬는 빈도가 잦아진다.
오백원짜리 동전을 만지작 거린다. 어떻게 할까...
결국 가게로 간다.
아무리 둘러봐도 오백원짜리 동전으로 살 수 있는게 없다.
딱 오백원인 음료수 하나 발견!
마신다.
2.
나는 오백원짜리 동전이다.
나는 오백원의 값어치 밖에 못한다.
내가 아무리 더 많은 능력과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나는 오백원이다.
왜냐하면 내 등에 500이라는 숫자가 있으니까...
그래도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맘대로는 안된다.
사람들에 의해 나는 의지가 없으며, 오백원 짜리로 규정되어 졌다.
나는 슬프지 않다.
비록 오백원 짜리지만....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비록 오늘은 음료수와 교환되었지만,
음료수는 마시고 버려질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3.
나는 백만장자다.
나는 내 힘으로 백억이라는 재산을 모았다.
어떤 부정한 행위도 없이 지금에 이르렀다.
내 주머니에는 오백원 짜리 동전이 있다.
나는 항상 이 오백원을 지니고 다닌다.
만지고, 꺼내 보기도 한다.
이 오백원이 지금의 백억을 만들었다.
오백원은 유혹이다.
배가 고프면 허기를 때울수도 있다.
더우면 아이스바 하나를 사서 더위를 잠시 잊을 수도 있다.
목을 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난 그 유혹과 싸워왔다.
오백원으로는 허기를 잠시 때울 수 있지만,
계속 배부르게 할 수는 없다.
오백원 짜리 동전을 남에게 보여 주면 오백원일 뿐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 오백원 짜리 동전은
그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