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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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하나 매장시키는 건 너무나 우습다. 결론이 있고 그것에 사실들을 꿰맞추어나간다. 시류에 편승하여 발을 빼는 사람들. 대중 언론에만 눈과 귀가 열려 있는 사람들. 소수 언론은 거들떠 보지 않는 사람들. 가장 큰 문제는 잘못된 보도를 내보내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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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12-19 1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시무시한 소설이죠!!

거리의화가 2022-12-20 09:15   좋아요 1 | URL
괭님도 읽어보신 책이군요. 최근 저자의 책을 찾아보다가 이 책이 대표작이기에 읽어보았는데... 여러 모로 한국근현대사에서 치안 유지라는 명목 하에 억울하게 끌려간 이들이 생각나더군요. 그냥 죄를 뒤집어씌우고 사람 하나 잡아 가두는 건 일도 아니었겠다 싶은 것이. 짧지만 강렬한 소설이었습니다!

레삭매냐 2022-12-19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론이 사실 보도에 집중해야 하는데
아예 뉴스를 만드는 플레이어가 된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더 이상 제 기능을 못하게 된
시절이 하 수상하기만 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12-20 09:18   좋아요 0 | URL
요즘은 SNS 뉴스가 근거 없는 유포를 만들어내는 온상이 되기도 하죠. 자극적인 제목과 선정적인 사진 선택으로 이목을 끌어서 돈을 벌어보겠다는 심산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어느 나라건 마찬가지겠지만 대표 언론들이 정권 나팔수처럼 흘러가는 건 문제라고 봅니다.
 

24

내가 만든 것이 이 세상을 모두 파괴시킬 힘을 가진 물질이라면?

I now know what Lita meant when she said someone‘s bloodwas boiling. Even if Javier doesn‘t remember, I‘m not leavinghim here so he can die serving these people. - P222

"Better to eliminateall threats now for what may come, even if it is units and unitsaway."
Everything Dad said was true. To achieve their goals-tohave no starvation, or war-they are willing to do the worstkind of evil. - P225

I can‘t tell him yet his poison was the deadliest ever created,
but once I get us out of this, I will tell him how truly brillianthe is. Even though he could‘ve potentially ended humanity aswe know it. How could he know the "dangerous creatures" theywant to exterminate are passengers like us and our parents? - P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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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 두려움을 직면하라
두려움의 실상의 진실이 밋밋하고 차가운 것이며 확신하지 못하는 것에 우리가 불안해하며 시달린다는 것을 표현한다. 그런 것들에 씨름하지 말고 경악에서도, 공포에서도 해방되자 말하고 있다. 그것을 유쾌하게까지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만큼 그녀의 정신력은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Tis so appalling-it exhilarates-

‘Tis so appalling-it exhilarates-
So over Horror, it half captivates-
The Soul stares after it, secure-
To know the worst, leaves no dread more-

To scan a Ghost, is faint-
But grappling, conquers it-
How easy, Torment, now-
Suspense kept sawing so-

The Truth, is Bald, and Cold-
But that will hold-
If any are not sure-
We show them-prayer-
But we, who know,
Stop hoping, now- - P117

Looking at Death, is Dying-
Just let go the Breath-
And not the pillow at your cheek
So slumbereth-

Others, can wrestle -
Yours, is done-
And so of Woe, bleak dreaded-come,
It sets the Fright at liberty-
And Terror‘s free-
Gay, Ghastly, Holiday! - P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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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12장 루시 스노의 파묻힌 삶

『빌레트』는 여러가지 면에서 샬럿 브론테의 가장 명백하고절망적인 페미니즘 소설이다.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교수』와『셜리』는 여성성의 불안에 대한 강한 집착을 냉정한 가짜 남성외관 뒤에 숨기면서 적어도 다른 의도가 있는 체했다. 『제인 에어』는 암시적으로 반항적인 페미니즘 소설이라 할 수 있지만일종의 동화 구조를 이용해 심지어 남성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에 관한 작가의 깊은 비관주의를 작가 자신에게조차 감추고었다. 그러나 브론테의 다른 어떤 여자 주인공보다 나이가 많고현명한 『빌레트』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루시 스노는 처음부터끝까지 아무것도 없는(바깥 사회에서도 가진 것이 없고, 부모도 친구도 없고, 육체적 정신적 매력도 없고, 돈도 자신감도 건강도 없는) 여자다. 루시 스노의 이야기는 아마도 지금까지 여성의 박탈을 다뤄왔던 이야기 중 가장 감동적이며 무시무시한 이야기일 것이다. - P698

『빌레트』에 대해 현대 비평가들은루시 내부에 있는 자제와 열정, 이성과 상상력 사이의 갈등을인식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의 정신분열증에 해당하는 증상을 객관화하기 위해 소설의 다른 등장인물들을 동8
원하는 방식이다. 루시 스노는 에밀리 디킨슨의 ‘우리는 방이 - P704

될 필요가 없다-유령이 출몰하는ㅡ‘에 숨겨진 진실의 좋은예이기 때문이다. - P705

폴리가 황량한 땅들, 훌륭한 영국의 선교사, 중국 여성의 전족, 얼음과 눈의 나라들을묘사할 때 루시는 열심히 듣는다. 이것은 루시처럼 제한된 운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충만한 삶에 대한 반항적인 갈망 사이에서 분열되어 있는 자들 앞에 놓여 있는 시련이기 때문이다. 그 책은 결국 두 소녀들이 경험해나갈 추방, 그러니까 신 - P706

같은 치료자와 특히 이국적 형태의 억압, 여성의 생존을 위협하는 추위에 시달려야 하는 추방을 예언해준다. 루시는 이국 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녀는 영국에서조차 비유적으로는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집이 없는 루시는 나라도 공동체도 없는 여성인데, 이후의 이민자 신분이 그것을 시사한다. - P707

치명적인 사랑의 상징인 마치몬트는 크리스마스이브에 잃어버린 연인을 애도하며 영원한 독신녀로, 하지만 어떤 종교적 위안도 받지 못하는 수녀처럼 살아간다. 그녀는 하느님의 방식을 이해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마치몬트는 사랑이 고통을 가져다주었으며, 그 고통은 사랑스러운 본성을 순화시켜 성자처럼 만들수도 있고 악마적인 악령으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한다. [4장] 수녀로 변했든 마녀로 변했든, 마치몬트의 이야기는 여성이 사랑을 경험하기로 마음먹으면 배반당하고 파멸하는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 P708

루시는 스스로 선택한 살아 있는 죽음의 상태에서 발작적으로 깨어나는데, 이때 루시는 그림 형제의 백설공주에서 케이트 쇼팽의에드나 폰텔리에에 이르는 모든 여자 주인공을 닮았다. 이들의각성은 위험하다. 각성한 여자 주인공들은 리치의 말처럼, ‘살아 있다는 거짓말의 진실에 이보다 더 가까이 간 적이 없다‘는것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루시가 마담 베크의집으로 가는 길을 우연히 발견하는 그 집이 바로 자신의 자아의집이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문을 통해 마술처럼 들어와 방문자를 놀라게 하는 마담 베크는 효과적으로 루시를 정탐할 수 있다. 마담 베크는 루시의 마음속에 살면서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히는 많은 목소리 중 하나다. - P712

루시는 교실에서 마담 베크의 억압적인 방침을 흉내 낼 뿐만 아니라, 마담 베크가 존 박사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억제하는 방법에 찬사를 보낸다. ‘역시 훌륭하세요, 마담 베크!
당신은 편애의 악마인 아폴리온과 겨루어 좋은 싸움을 했고 이겨냈어요!’[11장] 루시는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 자신의 자기 억제에 대한 헌신과 자기 감시를 향한 충동을 찬양하는 것이다. - P713

마담 베크의 코앞에서 두 번의 비밀스러운 연애를 벌인 지네브라는 방종과 자유에 매혹당하는 루시를 가장 잘 구현한 인물이다. 지네브라의 풍자적인 위트와 루시의 냉소적인 정직함 사이에는 유사점이 있다. - P714

‘이성‘과 ‘상상력‘은 루시가 의식적인 자기 억압과 무의식적인(그녀가 두려워하지만 또한 희 - P716

망하는) 성적 욕망 사이의 갈등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들이다. 그러나 의미심장하게도 루시는 자신을 이 두 힘에서분리된 존재로 인식하고, 이성과 상상력 둘 다에 희생되었다고느낀다.
(루시가 영국의 오래된 가시나무 곁에서 빛나던 것으로 기억하는) 초승달과 별들 아래, ‘금지된 통로‘의 감추어진 좌석에 앉아 루시는 자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억압해왔던 그 위험한 감정을 경험한다. - P717

자아라는 집 내부의 갈등 속에서 루시안의 서로 대립하는 존재들은 루시의 내면이 파편화되었음을보여준다. 결국 이 파편화는 루시를 완전한 신경쇠약으로 내몰고 말 것이다.
모든 여자들이 공통적으로 존 박사에게 매혹됨으로써 연결되고 규정되고 자극받는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존 박사는 폴리의 책에 나오는, 빛나는 머리칼을 가진 영국인 선교사이고, 영국의 치료 기술에 책임감을 지닌 사람이며, 황금 갈기가 있는강력한 표범이고, 태양의 신 아폴로일 뿐만 아니라 에밀리 디킨슨이 ‘정오의 남자‘라고 불렀던, 두려울 만큼 강력한 연인이다. 모든 여성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존 박사에게 구애한다. - P719

적극적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루시의 갈망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은 루시가 학교의 연극에서 역할을 맡는 장면이다.
‘루시는 무대 위에서 완전히 남자처럼 옷 입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자신이 맡은 남성 인물을 나타내는 단지 몇 개의 아이템만을 선택함으로써 자신만의 역할을 소화한다. 동시에 루시는 - P720

자신이 선택한 남성 복장 덕택에 자유로워진다. 이런 점에서 루시는 남성으로 위장함으로써, 혹은 더 빈번하게 남성 권위의 상징을 복장 도착으로 패러디함으로써 예술적 독립성을 알리는모든 여성 예술가를 상기시킨다. 비록 남성의 복장을 입는 것이 자기 분열적이기는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은 자기 증오에서 여성을 해방시킬 수 있고, 다른 여성에 대한 사랑을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해준다. - P721

성모 마리아의 자비는 교회를 매우 모성적인 공간으로 보이게 한다. 하지만 루시에게 그것은 순간일 뿐이다. 루시는 사제가 원하는 것은 열성에 ‘불을 붙여 분발케 하는 것임을, 그것은 그녀가 ‘이교도적인 서사를 쓰는 대신 카르멜수녀원의 방에서 묵주를 세고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임을인식하고 있다. - P724

루시의 갈등은 감추어져 있다. 우리가 살펴보았듯 루시는 자신의 갈등을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화자인 동시에 소설 속 인물인 루시는 자신의 이야기만 아니라면어떤 이야기라도 할 수 있는 듯 보인다. 폴리 홈, 미스 마치몬트, 마담 베크, 지네브라는 각각 루시 자신보다 훨씬 더 상세하고 더 분석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 - P725

브론테도 루시 스노의 역사를 통해 자신의 개인적 경험을이야기하면서 회피와 폭로의 방법을 사용한다. 브론테가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기 위해 과거를 수정하는 것처럼, 루시도 자신의 ‘이교도적인 서사‘를 양면적으로 바라봄으로써 [15장] 많은것을 침묵 속에 남겨둔다. 분명 루시의 설명에는 현저하게 구체성이 결여되어 있다. 어린 시절의 공포, 부모의 상실, 존 박사에 대한 짝사랑, 긴 방학 동안 이어진 악몽의 공포는 이상할 정도로 암시적으로만 제시된다. - P726

길 잃은 작은 소녀 (폴리)도, 교태부리는 여자(지네브라)도, 유사 남성(마담베크)도, (정원에) 묻힌 수녀도 아닌루시는 자신에게 가능한 역할을 찾을 수 없고, 그들에게서 자유롭지도 못하다. 이 모든 여자들은 그녀의 일부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 여자들이 맡고 있는 역할 중 어떤 역할도 주도권과 지성, 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성을 여자에게 부여하지않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화자로서 회피하는 방식을 택한 루시는 그녀가 (그리고 모든 여자들이) 침묵의 복종에서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그리고 목소리를 찾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많이 남았는지 보여준다. 루시는 자 - P730

신이 이어받은 모든 형태의 감금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신화적인 일(자기 자신의 적절한 허구를 창조하려는 시도)을 하고 있는 것이다. ************************************ - P731

‘모든 재능의 강탈‘에 저항하는 와스디는 여성 예술가의 곤경을 (이들은 여자 주인공의 섹슈얼리티를 혼란과 고통의 원천이라고 주장하는 예술 혹은 그렇게 주장하지는 않았어도 그런 의미를 암시하는 예술이 여성에게 강요하는 순종의 교훈을 전복시키려고 애쓴다) 보여준다. - P738

브론테의 여배우도 성경 속의 여왕처럼 자신이 대상으로 취급받는 것을 거부하며, 예술의주체나 관중을 비인간화시키는 예술을 의식적으로 거부한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 개인과 예술가, 예술가와 예술 사이의구분을 초월함으로써 와스디는 남성 문화의 닫힌 형식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성경 속 여왕의 저항처럼 와스디의 저항은 그녀가 소유한 영지를 상실하고 왕의 시야에서 추방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리고 ‘한마디 말이나 한 번의 손길에도 / 대가가, 매우 큰 대가가 따른다‘고 불길하게 경고하는 사악한 레이디 나사로처럼 와스디는 열광적으로 공연한다. 그 공연은 사회질서를완전히 전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극장에 진짜로 불이 나서모든 부자 후원자들은 살기 위해 밖으로 뛰쳐나간다. 와스디의드라마는 가부장적 문화에 대한 대안을 제안할 때도, 여성의 예술적 재능이 불러오는 고통과 여성의 저항이 지닌 복수의 힘을 규정한다. - P739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브론테의 소설에서 다시한번 여자 주인공의 내밀한 욕망의 투사로 나타나는데, 이 경우에는 무화되고자 하는 루시의 욕구가 투사된 것이다. ***************************** - P740

여자들은 자신들이 죄의원천이라는 말을 충분히 들어왔다. 따라서 여자들이 회개의 필요성을 받아들인다면 응당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한 여자들은 사회의 중요한 과정에서 자신들이 불필요한 존재라는사실을 효과적으로 배워왔기 때문에 스스로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살고 있다고 느낀다. 그러므로 수녀는 침묵 속에 순종하며, 감금을 받아들이고, 어두운 검은색 옷을 입고, 얼굴을 감추고, 자신을 무성화시키고자 하는 루시의 욕망이 투사된 결과일뿐 아니라, 루시에게 수녀의 방식은 독신 여자들에게 유일하게사회적으로 용인된 삶(봉사와 자아 포기, 그리고 정절의 삶)의상징이다." - P741

루시의 수녀는 더이상 매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 수녀가 전설 속의 수녀라면 이야기대로 남성의 불의에 저항하여 다락방에 출몰할 것이다. 수녀는 매장된 상태로 남아 있기를 거부한다. 이는 루시가 수녀원 같은 죽음 속의 삶을 어떤 식으로든 거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 P742

루시는 사랑하는 것도사랑을 받는 것도 자기중심주의에서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것, 예를 들면 실러의 시를 암송하는 폴리의 무신경함에서 우리를 지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런 무신경함은 루시가 겪은 바로 그 고통을 감상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자신은 독신녀로서 수녀(아무것도 아닌 사람)라는생각에서 루시를 해방시켜주는 것은 폴리를 통해 새롭게 얻은그녀 자신에 대한 인식이다. ************************ - P745

간단히 말해 폴은 루시가 밀턴의 유순한 딸들처럼 되기를 원한다. 즉 폴은 루시가 자신의 작업을 필사하는 비서나 정해진주제를 프랑스어로 바로 말할 수 있는 작가가 되어 자신의 명령을 수행하기 바란다. 당연히 루시는 자신이 폴의 피조물이 된다는 생각에, ‘연단에 앉아서 보여주기 위해 주문에 맞추어’ 글을 쓴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친다. - P747

『빌레트』에서 마담 발라펜스의 악의도 저스틴 마리의 자멸적인Con수동성의 다른 면이다. 디킨슨의 시(「우리 뒤에 숨겨져 있는 우리가 가장 놀라게 한다ㅡ」)의 핵심적 진실을 극화하는 양,
브론테는 그 마녀가 바로 수녀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미스 마치몬트의 초기 판단이 정당화되고 있는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 - P751

서 마녀나 수녀가 되지 않은 여자들은 루시처럼 마녀와 수녀 모두에게 시달린다. - P752

가부장제를 거부하는 여자는 타자의 통제를 통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의 해방을 통해서 권력을 찾고자 한다.
여자들에게 권력 자체는 치명적이지 않아도 위험한 것처럼 보인다. 사회에 수용될 수 있는 통로를 제공받지 못한 독립적이고창조적인 여자는 교활한 마녀로 낙인 찍힌다. 만약 그녀가 예술가가 된다면, 그녀는 자아 파괴의 가능성에 직면하고, 만일 그녀가 예술가가 되지 않는다면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파괴할 것이다. 와스디가 여성의 예술성이 불러올 고통을 구현하고 있다면, 마담 발라펜스는 예술가가 되지 못하고 불구의 ‘비여성화된’역할에 갇힌 자의 무시무시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 P753

루시는 점점 더 자신을 그녀 자신의 몸과 동일시할 수 있음으로써 자신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사람이 자신을 모순적이며 무능력하다는 식으로 규정하는 정의에서 자유로워진다. 그리하여 루시는 존 박사, 홈 씨, 지네브라, 폴리조차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자신을 보았는지 이해하기 시작한다. 브론테는 드디어 루시가 ‘진리‘에 대한 상상적인 ‘투사’와이성적인 ‘이해‘는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거울은 실재를 반영하지 않는다. 거울은 실재를 해석함으로써 실재를 창조한다. 그러나 해석의 행위는 지각의 행위로 남아 있을 때만 포학성을 피할 수 있다. - P760

루시는 조상의저택에서도 수녀원에서도 탈출했다. 그리하여 루시는 이제 자신의 진실을 규정하는 그녀의 상상력을 상징하는 달빛 아래 서있다. 이런 루시는 셜리보다 더 행운아다.

그러나 여자들이 자신에 대한 완전히 통합된 인식, 경제적인 독립, 남자의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음에도, 그런 소망이 이미 성취된 사실로 왜곡될 수는 없다는 것을 브론테는 자각하고 있다. 『빌레트』 - P761

의 애매한 결말은 루시의 양면성, 즉 폴에 대한 그녀의 사랑과그녀의 인식, 말하자면 자신의 힘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는 것은 폴이 부재할 때뿐이라는 인식을 반영한다. 그것은 또한 전통적으로 여성을 희생시킨 독재적인 허구를 피하고자 하는 브론테의 결단을 반영한다. 다시 한번 브론테는 남성의 낭만주의의기를 꺾는다. 비록 루시의 연인이 폴앤드비르지니호를 타고 멀리 항해를 떠나지만, 비록 그녀의 소설이 베르나르댕 드 생 피에르의 소설처럼 난파로 끝나긴 하지만, 브론테는 모험하는 남자를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구속된 여자, 즉 루시라는 것을다시금 강조한다. 동시에 브론테는 사랑의 끝은 삶의 끝이 아니라는 점도 말한다. - P762

여자들은 자신을 대상으로서 경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죽음에서 깨어날 필요성과 깨어날 수 있는 능력을 둘 다 이해한다. 여성들은 그 능력과 필요성이 마술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마력이며, 박해하는고백적인 참회가 아니라 부활하는 고백적인 예술임을 알고 있다. 그것은 그들이 탈출했던 장소에 또 다른 타자를 옭아매지않으면서도 자신을 해방시킬 수 있는 예술이다. 시학의 정치를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브론테는 어떤 의미에서 (이성과 상상사이의 간극을 공격하고, 객관적인 예술 작품의 주관성을 주장하며, 그녀 소설의 주제로 대상화된 희생자들을 선택하고, 그녀와 함께 타자화된 사람의 내면성을 경험하도록 독자를 초대하는) 현상학자다. 이 모든 이유 때문에 브론테는 끊임없이 고통받았고, 그녀의 좀처럼 잊을 수 없는 예술의 정직성 덕분에을 얻었던 모든 여성들의 강력한 선구자로 남아 있다. - P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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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애인.불사조 심훈 전집 2
심훈 지음, 김종욱.박정희 엮음 / 글누림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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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이다지 굶주리고 헐벗었느냐??"
전 세계의 무산대중이 짓밟히는 계급이 모두 이 문제 밑에서 신음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 문제를 먼저 해결치 못하고는 결정적 답안이 풀려나올 수가 없다 하였다. 따라서 이대로만 지내면 조선의 장래는 더욱 암담할 뿐이라 하였다.
(...)
과학적으로 또는 논리학적으로 설명은 되지 못하여 대단히 간단하나마 그럭저럭하여 그 당시 그 곳에 재류하던 일부의 지도자들과 또 그들을 따르는 청년들은 앞으로 나아갈 목표를 바꾸고 의식을 전환하였던 것이다.
그 새로운 길로 매진하기 위하여는 무엇보다도 굳은 단결과 의식을 전환하였던 것이다.(P81~82)

심훈의 대표작은 「상록수」와 「그날이 오면」 정도일 것이다. 심훈 사후 80주년이 되는 2016년 심훈 전집 시리즈가 기획되었는데 이 책에 실린 「동방의 애인」과 「불사조」 는 각각 1930년, 1931년에서 1932년 조선일보에 연재된(그러다 중단) 소설이었다.


「동방의 애인」은 제목이 그다지 끌리지 않았으나 1920년대 상해를 배경으로 실존 인물인 박헌영, 주세죽, 김단야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라고 하길래 읽어보게 되었다.

박진은 인삼 장수 행세를 하면서 상해와 조선을 오가는데 정열과 모험심이 투철한 이다(그는 나중에 추천으로 군관학교에 들어가기도 한다). 배영숙은 기독교 장로의 무남 독녀로 남부러울 것이 없는 여인이다. 김동렬은 이지적이고 침착하며 치밀한 성격으로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다. 강세정은 학당의 학생으로 시위운동에 앞장을 서서 지휘하며 감옥을 오간다.

김동렬과 박진은 기미년 독립 운동으로 감옥에서 1년이 넘는 형기를 마치고 나온다. 그들은 조선이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며 상해로 떠날 결심을 하게 된다.

"넓은 무대를 찾자! 우리가 마음껏 소리 지르고 힘껏 뛰어볼 곳으로 나가자!"
하고 부르짖은 것은 서대문 감옥 문을 나서자 무학재를 넘는 시뻘건 태양 밑에서 두 동지가 굳은 악수로 맹세한 말이었었다. 그들의 가슴 속에는 정의의 심장이 뛰놀고 새로운 희망은 그들의 혈관 속에서 청춘의 피를 끓였다. (P36)

강세정은 둘이 상해로 훌쩍 떠난 것을 알고 편지를 보내 그 곳으로 갈 것을 예고한다.

저도 떠나겠어요! 당신네들이 의를 위하여 피를 흘리실 때면 붕대 한 조각이나마 감아드릴 사람도 필요하겠지요! 지난날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하여 당신의 뒤를 따른다는 것보다도 저는 이 땅의 이슬을 받고 자라난 한 사람의 여자로서 마땅히 밟아야 할 길을 찾기 위하여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P49)

강세정은 참으로 강단이 있는 여성이지 않을 수 없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고 판단하고 그 결심을 이행하는 모습이다. 아무튼 세 사람은 그렇게 상해에서 조우한다.
"지금 우리들은 지내는 게 말씀 아닙니다. 한 달이 넘도록 외상 밥만 무쪽같이 먹고···." (P64)
의기와 혈기로 호기롭게 떠난 청년들의 상해에서의 생활이란 기가 막힌 것이었다. 게다가 상해 임시정부는 내부 분열로 어지러운 상태였다.
"여기 형편이 그렇도록 한심한 줄은 몰랐어요. 무슨 파 무슨 파를 갈라 가지고 싸움질을 하는 심사도 알 수 없지만, 북도 사람이고 남도 사람이고 간에 우리의 목표는 꼭 한 가지가 아니에요? 왜들 그럴까요?" (P66)

배영숙은 야학에서 강세정을 만나게 된다. 강세정은 조선에서 학당 지휘로 동무들 사이에서 이미 유명했기에 영숙이도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영숙이는 세정이와 다르게 고생을 모르고 자라기도 했고 밝은 성격에 말이 많은 편이었다. 둘은 그렇게 연을 맺는다.

동렬이는 혁명이 우선이므로 사랑은 사치라고 생각하여 세정이에 대한 연모를 애써 외면하려 한다. 하지만 더는 그 마음을 거부할 수 없었고 결국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영숙이는 진이와 애정이 싹튼 상태였다. 하지만 둘은 환경이 너무도 달랐고 함께 영화를 보러 간 자리에서 서로의 차이를 확인하게 된다. 그리고 진이는 군관학교를 입학하게 되면서 둘은 헤어진다.

사진 속의 사관은 억지로 아내를 뿌리쳤다. 그때에 그의 인형과 같은 딸이 달려들어 아버지 무릎을 얼싸안고 앵두를 똑똑 따더니 (당신도 나와 같은 조그만 다른 계집애들의 아버지를 죽이러 가십니까?) 라고 쓴 자막이 비친다. 영숙이는 두 번 세 번 읽어보더니 진이의 소매를 끌어당기며 "박진 씨도 군인이 되시면 수많은 젊은 여자의 사랑하는 남편을 죽이시겠지요?" 진이는 소매를 뿌리치고 화를 더럭 내며 "그 따위 하나님 냄새 나는 인도주의는 걷어치우시오. 우리는 눈은 눈을 빼서 갚으면 그만이지요!" (P97)

동렬이는 국제당 청년대회에 참여할 조선인 대표로 뽑혀서 모스크바로 가게 된다.

대회는 사흘 후 크렘린궁전 안에서 열렸다. 장내는 모두 새빨간 포장을 두르고 중앙에는 레닌과 마르크스의 사진을 건 것을 위시하여 각국 말로 쓴 슬로건이 빽빽하게 가로세로 붙었다. 모여든 대표는 일백오십명 가량인데 방청자는 세 갑절이나 되었다.
그들은 에스페란토로 혹은 제 나라 말로 그 나라 그 지방의 정세를 보고하고 장래의 방침과 전술에 관한 토론을 하느라고 사흘이나 보냈다. 나흘 되는 날 동렬이는 조선말로 간단명료히 보고와 격려하는 연설을 하였다. 동양대학의 교수가 통역을 하자 만장은 박수로써 알아들은 표시를 하였다. (P130~131)

박헌영과 주세죽은 실제 연인이었는데 소설에서 김동렬과 강세정에 해당한다. 박헌영은 말이 없고 다른 학생들과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으나 침착하고 사려가 깊었다고 한다. 심훈은 박헌영의 경성보고 동창생으로 4년 동안 같이 생활했고 상하이 시절 혁명운동에도 함께 했기 때문에 그를 잘 알았을 것이다. 세정은 소설 속에서 총명하다고 묘사되어 있는데 실제로 주세죽은 용모가 빼어났고 3.1 운동에도 참가했으며 상하이로 망명, 사회주의를 수용하여 비밀결사 고려공산청년회와 고려공산당 조직회에 가담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소설 속 박진은 김단야일 것이다. 동렬이의 성격과는 대조적으로 묘사된 박진의 모델 김단야도 실제로 3.1운동에 참여했고 상하이 망명 이후 중국의 무관학교에 입학하였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가 실제와 그대로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실제의 삶은 실제 역사를 통해서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불사조」는 함께 들어 있지 않았다면 솔직히 읽을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읽고 나서 친일파와 조선의 가부장제를 꽤나 잘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계훈은 조선의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날린다. 그의 아비는 장관이고 집안은 윤택하니 남부러울 것이 없다. 김계훈은 이미 정희라는 처와 아들인 영호가 있었으나 독일에서 유학을 하며 반주자로 줄리아라는 여자를 사랑하게 된 후로 조선에는 다시 돌아가지 않을 생각을 한다. 허나 스투핀이라는 연적이 나타나며 호시탐탐 줄리아를 노려대는 대는 통에 겸사 겸사 조선으로 들어오게 된다.

돌아온 뒤에 귀국 연주회를 하면서도 김계훈은 처와 자식을 볼 생각도 하지 않고 호텔에서 줄리아와 함께 지낸다. 정희의 오빠인 정혁은 김계훈에게 분노하고 그를 손보기로 결심한다.

'이제까지 우리의 목표는 너무나 컸다. 눈앞에 닥치는 조그만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엄청나게 큰 것만 바라보고 대들었다. 그 결과 상한 것은 내 몸뿐이다. 이를테면 사람 없는 벌판에서 맹수의 떼를 만났다고 하자. 우리는 눈앞에 달려드는 조그만 새끼 짐승은 업신여겨 내버려두고 큰 짐승이 웅거하고 있는 굴을 향해서 돌을 던졌다. 활의 시위를 당겼다. 그동안에 조그만 짐승들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눈은 아직도 먼 곳을 바라다보나 손발이 어느 틈에 꼼짝도 못하게 된 바에야 쓰러지는 수밖에 없다. 어리석었다! 과연 어리석었다!' 혁이는 저 혼자 흥분이 되어 지난 일을 뉘우쳤다.
'발등 위의 불부터 끄는 것이 순서다. 내 신변에 달려드는 놈은 크나 작으나 닥치는 대로 물어박질러야 한다. 큰 것만 바라다보고 주저하다가는 나 자신이 먼저 거꾸러진다.'
여기서 '우리'는 독립운동가들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이상은 컸을 것이다. 일제로부터 독립을 해야한다는 열망, 결의. 그러나 친일파들은 부를 늘리며 법 위에 잘만 살아가고 민중들은 점점 가난해지고 압박당하는 현실 속에서 그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이렇게 정혁은 먼 이상을 내려놓고 자신의 분노를 돌릴 대상을 찾게 된다.

어느 날 김계훈은 협박 편지를 받고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 생각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결국 아버지에게 SOS! 김장관은 집안의 뒷배를 봐주는 삼정 경부에게 은밀히 사정을 알아보게 한다.

강흥룡은 인쇄직공으로 일하며 인쇄직공동맹에서 열성적으로 일하는 조직원이다. 그는 정희 유모의 아들이었다. 덕순은 여직공 대표인데 흥룡과 서로 의지하며 사랑하는 사이다.

협박범이 알려온 장소에 삼정 경부가 나갔으나 놓치고 만다. 얼마 후 계훈의 음악회에서 정혁이 사회를 보던 날 일이 벌어진다. 갑작스레 바이올린 줄이 끊어졌고 공연이 중단되자 장내의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아까부터 제일 큰 목소리로 재훈이를 꾸짖던 젊은 사람은 돌아서며 선동연설이나 하는 어조로
"여러분! 저 따위 부르주아의 자식을···." 하다가 금세 말이 끊겼다. (P242)
삼정 경부는 부하와 함께 범인이 나타날 것이라는 짐작 하에 대기 중이었고 붙잡힌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줄리아는 김계훈에게 처자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조선에 대해서도, 그에게도 이미 어느 정도 실증이 난 상태였다. 김계훈은 그녀에게 빌어보았으나 어림없는 수작이었는데 그가 하는 넋두리라는게 어찌나 한심한지.
"내가 잘못된 것은 조선 놈으로 태어난 것뿐이요! 비극의 씨는 이십여년 전에 우리 부모라는 사람들이 뿌려 놓은 것이지 내야 무슨 잘못이 있고 죄가 있겠소?"
계훈이는 눈물 콧물이 뒤범벅이 된 얼굴을 쳐들고
"아 조선! 조선 놈!"
하고 부르르 떨며 제 나라를 저주하였다.
줄리아는 수건으로 더러운 것이나 묻은 듯이 얼굴을 닦으며 '흥 남은 제 고국이 그리워 죽겠다는데 조선이 싫으면 제가 어디로 갈 텐고' 하고 속으로 코웃음 쳤다. (P252)
참으로 너무 찌질해서 보기가 민망할 따름이다.

줄리아가 떠나간 뒤 계훈은 스투핀과 같이 있을 거라는 질투에 사로잡혀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 질투가 방아쇠가 되어 결국 둘이 함께 있는 현장을 급습하게 되고 몸싸움을 벌이다 자신의 방아쇠에 팔을 맞고 만다. 피아니스트에게 그것은 치명상이었고 회복된다고 해도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물론 소설 속에서 친일파 자식이 이런 일을 당했으니 고소는 하였으나 실제 이런 일이 일어났겠는가 생각하니 또 씁쓸해졌다.

감옥에서 취조 및 고문을 당하고 한참을 지나 강흥룡은 다리 병신이 된 채 출옥한다. 덕순은 그를 기다려왔고 그렇게 둘은 재회한다. 김계훈을 노린 것은 정혁이었지만 강흥룡은 음악회에서의 발언으로 괜히 고문을 받고 감옥 생활을 한 셈이었다. 억울할 법도 했을 것이다.
"정혁이란 인물은 우리 운동 선상에서는 벌써 과거의 인물인걸. 소 '부르'의 근성이 골수까지 밴 사람이라면 더 평할 여지가 없겠지요." (P403)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그는 이상론자에 가까웠던 것 같다. 독립에 대한 열망이 있기는 했지만 민중들 사이에서는 그도 같은 부류의 인물로 취급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 해도 시부모를 모시고 살며 아이를 낳고 홀로 키우던 정희가 계훈이가 자신에게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집을 떠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다행이었다.
이대로 격이 난 채로 지나다가는 앞으로 무슨 욕을 당할는지 모른다. 도둑질을 했다고 모함을 할 수도 있겠고 나중에는 무슨 음행이나 있는 듯이 뒤잡을 것 같으면 지금보다 몇 갑절 되는 치욕을 당할는지도 보증할 수 없는 노릇이라 하였다. '이 놈의 집에서 뭘 바라구 있었나? 본 건 다 보았다. 그러면 애매한 누명을 쓰구 쫓겨나기 전에 내 발로 걸어 나가면 고만이 아닌가' (P424)

불사조는 막장 소설 같아서 재미를 보장한다.

두 소설 다 연재가 중단되지 않고 마지막까지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아마도 대표작 만큼의 흥행이 보장되었을 것이고 또 현재의 우리에게도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었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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