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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 ㅣ 아틀라스 역사 시리즈 5
김호동 지음 / 사계절 / 2016년 1월
평점 :
중앙유라시아사, 유목제국사 관련 책들을 몇 권쯤 읽었다. 그러나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고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우리 역사와 연관이 있는 나라는 그나마 덜한데 서북쪽으로 갈수록 아무래도 친숙하지가 않은 탓이 큰 것 같다. 얼마 전 이동하면서 종종 가는 유튜브 구독 채널의 컨텐츠에서 몽골사 이야기가 주제로 다뤄졌는데 그때 이 책이 언급되었다. 지도, 그림 등이 많아 나와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설명을 갖추고 있는 책이라고 했다. 그동안 아틀라스 시리즈는 읽어볼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호기심이 갔다. 이미 도서관에 갖춰져 있을 것 같아 역시나 있었다. 아쉽게도 내가 사는 구역 도서관에는 없었으나 다른 구역에는 있어 상호대차로 읽을 수 있었는데 이 책이 도착했을 때쯤 마침 읽던 책을 딱 마무리했을 시점이었다.
중앙유라시아에는 유목민의 역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유목민과 정주민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었다. 사막 사이 존재하는 곳곳의 오아시스를 바탕으로 정주민들이 존재했고 목축 등 이동 생활을 하는 유목민들도 존재했다. 오아시스는 건조한 사막지대에 비가 내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지하수나 하천으로 형성된 촌락이나 도시다. 또 스텝의 초원 지대가 있는가 하면 도시나 촌락 주변에는 사막이 초원과 함께 있는 반사막이 있기도 했다.
고대 유목국가는 기원전 7세기부터 시작하여 기원후 5세기까지를 기준으로 한다. 기원전 4세기 인도유럽어족이 동쪽으로 이동하는데 기원전 2세기가 되면 이들이 유라시아 곳곳에 정착하게 된다(책에서는 인도유럽어족을 인구어족이라고 하는데 입에 잘 붙지는 않았다^^;). 유목민은 말을 길들이고 재갈을 발명하고 이륜마차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동 생활이 자유롭게 되었다.
고대 유목국가하면 역시 스키타이와 흉노를 빼놓을 수가 없다. 스키타이는 역사상 최초의 유목국가였는데 우리에게는 스키타이 원정으로 익숙할 것이다. 스키타이 문화는 시베리아 남부에서 형성되어 마구, 무기 등을 전파하며 서방으로 이동했고 서아시아의 흑해 북쪽 문화와 더해져 중앙유라시아를 넘어 중국, 한반도까지 유입되었다.
흉노는 유라시아 동부 초원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유목 국가다. 중국의 진나라가 전국을 통일할 무렵 흉노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흉노가 북방 유목민을 통합하면서 중국의 한나라와 충돌하게 되었는데 한 고조와의 싸움에서 승리 후 화친 조약을 맺으며 재정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흉노 제국의 영역은 중앙과 좌방, 우방으로 크게 구분된다. 선우가 중앙을 직접 통치하고 좌방에는 좌방왕장들이, 우방에는 우방왕장들이 배치되었다. 이러한 삼분 체제는 후일 다른 유목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 P38~39
흉노는 이후 서부로 진출하여 제국을 확장시켰다. 그러나 계승 분쟁이 일어나며 북흉노와 남흉노로 분리되었다. 남흉노는 한에 복속했지만 북흉노는 서쪽으로 계속 이동하였으나 결국 한나라에 패배하기에 이른다.
6세기가 되면 돌궐이 알타이 산맥 부근에서 유목 제국을 건설한다. 돌궐은 중국의 당, 유럽의 비잔티움, 페르시아의 사산왕조와 교류할 정도로 광범위한 교류를 했다. 이때 중앙아시아 오아시스 도시 인근에 있던 소그드인들은 유목민과 교류하며 유라시아 전역을 상대로 무역 활동을 펼쳤다.
소그드인들의 활동 시기는 중국에서 수당 시대에 해당되는데 당시의 기록에서는 이들을 ‘호胡’라고 총칭했다. 중국에서 활동하던 소그드인들은 출신 도시마다 독자적인 성을 채택하여 ‘구성호’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는데, 사마르칸드 출신은 ‘강‘康’, 부하라는 ‘안‘安’, 타쉬켄트는 ‘석‘石’ 등의 성을 붙였다. 안녹산의 본명은 강녹산, 즉 사마르칸드 출신의 록샨(‘광휘’)이었으나, 모친이 부하라인에게 재가하여 안씨로 바뀐 것이다. - P88
741년 돌궐 제2제국이 무너지고 카를륵 카간이 막북 초원을 통합하며 탄생한 위구르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서진하는 당에 팽팽히 맞서며 위구르는 국가 체제를 잘 유지했다. 그러나 아랍에 아바스 왕조가 들어선 뒤 아랍 세계와 당군이 충돌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751년 여름 당과 아랍의 군대가 탈라스 강가에서 만나 전투를 벌였다. … 닷새간 대치하던 중 당군의 일부를 구성하던 카를룩 유목민들이 배반하여 아랍 측으로 넘어갔고, 그 결과 당군은 좌우로 협공을 당하여 참패하고 말았다. … 탈라스 전투(751년)는 장기적으로 볼 때 중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이슬람권의 정치문화적 영향력이 증대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다. - P94~95
이후 당에 안사의 난이 벌어지자 위구르는 당군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그러나 9세기 중반 위구르 제국이 붕괴되고 당 제국도 붕괴되었으며 아바스 왕조도 쇠퇴한다. 이후 투르크 민족이 패권을 쥐던 시대는 끝나고 대규모의 민족 이동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10세기부터 14세기는 그야말로 유목 민족이 흥성하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10~11세기 거란, 12세기 여진, 13~14세기 몽골 제국이 연이어 등장한다. 거란은 스스로를 키탄이라고 불렀고 키타이라고 불러지기도 했다.
거란족은 세력을 확장하며 중국의 후당 왕조를 무너뜨리고 전연의 맹을 맺으며 후진이 들어서게 했다. 여진은 스스로를 주르첸이라고 불렀고 금이라고 불려지기도 한다’(금’은 쑹화강 지류인 아르추카를 여진어로 부른 말). 이들은 거란족을 제압한데 이어 북송을 멸망시키기에 이른다. 그러나 병농일치 제도를 시작하고 북중국에서 거주하며 농경 정착 생활을 하면서 급격한 한화가 이루어졌다.
유라시아 서부에도 여러 왕조가 들어섰다. 가즈나, 셀주크, 호레즘 왕조, 델리 술탄국이 그렇다. 이들은 집단 이주를 통해서 이루어지기도 했으나 개별적으로, 그것도 노예 신분에서 힘을 키워 권력을 얻어 국가를 세우기도 했단다. 개별 이주가 집단이주의 형태보다 자연스럽겠지만 이것이 국가의 기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니 놀라웠다.
13세기 칭기스칸이 부족을 통일하고 몽골 제국을 세운다. 몽골의 울루스들의 연합체라는 구성적 원리인 ‘울루스 체제’는 14세기 중후반 제국이 붕괴될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다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들 울루스 상호 간의 역관계가 변화하면서 몇몇 대형 울루스들이 사실상 제국을 분할하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들 대형 울루스의 지배자들이나 거기 속한 몽골인들은 여전히 자기가 몽골 제국이라는 더 큰 정치체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몽골 제국의 4개의 독립적인 국가로 분열되었다고 보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 P142
몽골은 천호제와 케식 군을 이용해서 제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역참 네트워크와 은 본위 제도의 통일로 제국 안에서 활발한 무역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이무렵 세계지도를 바탕으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세계사도 쓰여졌다.
몽골은 칭기스칸 사후 계승 분쟁이 계속되었다. 이후 각자의 세력권에 따라 서아시아에는 주치울루스, 차가타이 울루스, 훌레구 울루스가 들어섰고 동북아시아에는 카안 울루스가 남게 되었다. 쿠빌라이는 사실상 카안 울루스의 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몽골 이후 유목 민족이 제국을 건설한 경우가 있나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서부에 오이라트가 있었다면 티무르 제국이 있었다. 15세기에서 16세기 사이에는 우즈벡이 남하하고 부하라, 코칸드 칸국이 있었다.
다만 서아시아에 들어선 왕조의 지배층이 정주화 경향이 강해지고 이슬람화되면서 유목성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17세기에 들어서면 청과 러시아가 중앙유라시아 지역으로 들어오며 원래 그곳에 살던 거주민과 유입된 이주민들을 복속해간다. 러시아는 시베리아를 시작으로 코칸드, 부하라, 히바 등 세 칸국을 병합한다. 시베리아라는 말은 시비르 강과 그곳에 있던 시비르 칸국의 이름에서 딴 것이다. 러시아는 이때부터 오호츠크 해에 도달할 때까지 동진을 계속하여 현재 러시아 영토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시베리아를 차지했다. - P196
청은 남아 있던 몽골 세력을 복속하고 준가르를 무너뜨린 후 티베트와 신장을 연이어 흡수했다.
얇은데 알찬 책이다. 매 페이지마다 정제되고 압축된 글과 함께 지도와 사진이 빠짐 없이 등장한다. 특히 지도가 놀라웠다. 저자의 후기를 보니 책을 위해 지도들을 다 새로 그렸다고 하는데 한땀 한땀 들어갔을 정성이 느껴졌다. 읽으면서 이 책은 다른 책들과 함께 보면서 참고할 때도 좋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단시간 내 이 책을 소화하기란 생각보다 정보의 양이 많아서 놀랄 수 있을 것 같다(나만 그런가?). 개인적으로는 서아시아 유목 왕조의 흥망성쇠에 대해서 복기하며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다. 주중부터 제대로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은 매 페이지마다 다른 내용이라 끊어서 읽어도 부담이 덜했다. 갑작스럽게 읽게 된 책이었지만 예상 외로 수확이 좋았던 책이다. 왠지 조만간 구비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