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계년사 8
소명출판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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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부터 1907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대표 사건들을 정리해보자.

1906년 2월 17일 밤11시 군부 대신 이근택 집에 자객 세 사람이 뛰어들어와 한 사람이 이근택을 칼로 찌르자 이근택이 촛불을 껐다. 이에 자객들은 이근택을 칼로 머리와 왼쪽 어깨 등 및 팔에 여러 곳에 상처를 입혔다. 이때 안방 근처에 있던 우리나라 병사와 순검과 일본 헌병 및 순사들이 초인종 울리는 소리에 달려왔으나 자객들은 이미 도주한 뒤였다. 이근택은 중상을 입고 한성병원 특별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한달 기간 치료하여 죽지 않게 되었다. 이로부터 박제순 이지용 등 다섯 대신의 집에는 우리나라 병사들이 총을 메고 경계하며 지키고 엄중한 경호를 하게 되었다.

1906년 6월 4일 최익현이 제자 수십 명과 선비 임병찬과 몇몇, 병사 수백 명을 거느리고 의병을 일으켰다. 6월 13일 궁중에서는 궁내부 특진관 정2품 최익현을 해임하고 법부에 명령하여 그를 붙잡아 가두라고 했다. 결국 최익현 임병찬 등 13명이 붙잡혀 서울로 압송되어 올려지고 많은 사람들에게는 흩어져 돌아가게 되었다. 최익현은 처벌로 쓰시마 섬으로 유배가 보내졌다. 쓰시마 섬에 갇히자 우리나라의 양식과 반찬거리를 마련해 가지고 갔다. 먹을거리가 다 떨어졌는데 일본이 주는 음식을 먹을 수가 없어 마침내 단식했다. 최익현의 아들과 조카가 부산으로 돌아와 곡식과 반찬거리를 사가지고 미처 되돌아가기 전 12월 30일 최익현은 숨을 거두었다.

"나 최익현은 비록 세상 돌아가는 것은 잘 모르지만, 나라에 충성하고 남을 사랑하며 믿음을 지키고 의리를 밝히는 도리는 익숙히 익혀 왔습니다. 나라와 인민에 닥친 재앙이 그지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눈으로 보고서, 오직 죽을 자리를 얻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여긴 지 오래되었습니다. 수십 명의 동지들과 함께 죽을 것을 결의하고, 장차 병든 몸을 이끌고 서울로 올라가 이토 히로부미, 하세가와 요시미치 등과 한번 만나서 하고 싶은 말을 남김없이 다 하고 죽으려고 합니다. 이에 백성 가운데 함께 죽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또 약간 있습니다." - P42

이 때 재정이 고갈되어, 정부는 일본 흥업은행에서 1천만 원을 빌렸다. 3월 16일 그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이자는 매회 1백 원, 연 이자는 6푼 5리. 국내 해관을 담보로 하여 10년을 상환기간으로 하고 5년 내에는 상황을 하지 않으며, 발행가격은 1백 원당 90원만 받기로 했다.) 단지 관리 및 초빙 고용한 일본인들의 봉급 비용에 쓰기 위해서였다. 1907년 1월 국채가 1백30만원이었는데 정부에서 갚을 대책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1월 29일 대구에 사는 전 주사 최상돈은 국민들이 국채 보상을 담당한자는 말을 앞장서서 부르짖었고 서울과 지방의 벼슬아치, 백성들이 그 주장에 호응했다.

전 주서 나인영, 전 주사 이기, 전 의관 윤주찬, 전 주사 오기호 등이 박제순 등을 죽이려 했으나, 실패했다.

나인영은 글을 작성하여 여러 사람들을 격려했다. "여러분! 오늘의 일은 실로 대한의 독립을 유지하는 데 첫째 가는 요체입니다. 그리고 이는 우리 2천만 민중들의 생사가 달린 문제입니다. 있는 힘을 다하고 죽음을 각오하는 뜻으로, 이 다섯 역적들을 처단하여 나라 안의 화근을 제거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된다면 우리들 및 우리 자손들은 독립된 세상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줄줄 흐르는 눈물에 잠기고 뚝뚝 떨어지는 피를 걸러내어 마음을 바쳐 복수를 맹세하고, 엉금엉금 기어와 몸을 숙여 엎드리어, 이처럼 의로운 임무를 혈기와 의협심 그리고 슬기와 용기를 지니고 있는 우리 여러분의 가슴 앞에 내어놓습니다. 여러분! 각자 순결한 애국심을 힘껏 발휘해, 나라를 팔아먹은 흉악하고 완고한한 역적들을 서둘러 처단함으로써, 우리나라로 하여금 세계 위에 독립된 나라로 우뚝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 P69

광무 2년 네덜란드 수도 헤이그 1차 회의가 열려 세계의 전쟁을 없애버리자는 큰 뜻으로 국제분쟁의 평화 처리조약(80조항)을 맺었다. 1907년은 제2차 회의를 여는 때였다. 황제는 5조약을 강제로 체결한 것을 분하게 여겨 전 의정부 참찬 이상설, 전 평리원 검사 이준을 밀사로 파견했다. 이상설에게 비밀 지령을 주어 헤이그에 가서 일본인이 강제로 맺은 조약을 맺은 것과 일본에 달라붙은 박제순 등이 정부 대신이 되어 우리나라를 억누르고 인민에게 잔인하고 포악하게 군 사실에 대해 만국평화회의에 호소하도록 시켰다. 이상설은 4월 20일 시베리아 철도로 러시아 수도에 이르러, 전 러시아 주재공사관 서기 이위종과 함께 헤이그로 갔다. 러시아 수도에 있던 네덜란드 신문사 통신원이 그 사실을 알고 6월 28일 이 내용을 본사에 전보로 알렸다. 그 신문사에서는 곧바로 한국의 밀사가 헤이그에 온다고 신문에 실었다. 7월 1일 헤이그로부터 미국의 신문사에 전보를 보냈다. 헤이그에 주재하던 일본 공사가 이 소식을 듣고 갖은 방법으로 힘써서 이상설 일행이 평화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준은 이위종에게 평화회의 간부를 방문하여 회의 참석에 대해 말하도록 했으나 간부는 그들의 회의 참석을 허락하지 않았다. 비록 발언권은 허락이 안되었으나 방청은 허락되어 회의장소로 갔다. 그곳에서 이준은 자결했다.
이토 히로부미는 궁중에서 밀사 파견을 이유로 이완용을 크게 꾸짖었다. 이완용은 7월 16일 회의에서 황제를 만나 이번 헤이그 평화회의에 위원을 보내 곤란을 당한 것을 벗기 위한 방책에 대해 말했다. 하나는 광무 9년 11월 17일의 새 조약에 옥새를 찍는 일, 둘은 황제 폐하의 섭정(대리인)을 추천하는 일, 셋은 황제 폐하께서 일본 황제에 직접 사과하러 가는 일이었다.

이완용 등은 황제에게 황태자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일에 대해 아뢰었다. 압박하는 분위기 속에서 황제는 오전 3시에 황태자 대리 명령 조서를 내렸다. 이완용 등은 그제서야 물러갔다. 황제는 수라를 들지 못한지 며칠이 되었고 이날 밤 밤새 잠을 자지 못했다. 대궐 안의 신하들과 대궐 사람들도 모두 잠을 자지 못했다. 이날 밤 11시 온 도성의 인민이 종로에 모여 결사회를 만들고 일곱 대신이 한 날치기 짓에 대한 상소를 적었다. 오전 4시 점포 상인들이 모여 황제가 대리 조서를 비로소 내렸다.

이완용이 이토 히로부미의 지시로 각 대신들과 함께 송병준 사저에 모여 남몰래 의논했다. 1907년 7월 24일 이완용이 이병무와 함께 황제를 만난 후 대궐에서 물러 나와 내각 회의를 열었다. 이완용과 송병준이 황제를 만나고, 대궐에서 물러 나와 통감 관저로 갔다. 임선준 고영희 조중응 이병무가 통감 관저로 가 이완용과 송병준을 기다렸다. 이토 히로부미 및 일본군 사령관 하세가와 요시미치, 외무성 대신 하야시 다다시와 함께 7조항의 협약에 조인했다.

"하나, 한국 정부는 시정의 개선에 관해서 통감의 지도를 받도록 할 일.
둘, 한국 정부의 법령 제정 및 중요한 행정상의 처분은 미리 통감의 승인을 거칠 일.
셋, 한국의 사법 사무는 보통의 행정사무와 구별할 일.
넷, 한국 관리를 임명하고 해임하는 일은 통감의 동의로써 이를 행할 일.
다섯, 한국 정부는 통감이 추천한 일본인을 한국 관리에 임명할 일.
여섯, 한국 정부는 통감의 동의 없이 외국인을 초빙하여 고용하지 않을 일.
일곱, 메이지 37년 8월 23일에 조인한 한일협약 제1항은 폐지할 일."
한일협약 제1항의 내용은 "대한 정부는 대일본 정부가 추천한 일본인 1명을 재정고문으로 대한 정부에 초빙해 고용하되, 재정에 관한 사항은 일체 그의 의견을 묻고 시행할 일." 이었다. 조약의 끝에 기록했다.
광무 11년 7월 24일 내각 총리대신 이완용 인
통감 후작 이토 히로부미 인

1907년 7월 31일 오전 군부 대신 이병무와 일본군 사령관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이토 히로부미 통감 관저에 모여 우리나라 군대를 해산하기로 논의해 결정했다. 오후 9시 40분 총리대신 이완용, 법부 대신 조중응이 황제에게 아뢴 뒤에 조서를 내렸는데, 아직은 반포하지 말도록 했다. 8월 1일 7시,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우리나라 각 대대의 영관 위관 장교 및 전직 대장들을 불러모았다. 각 부대 장관은 자기 부대로 돌아가 군사들에게 맨 손으로 훈련원으로 가서 훈련을 하도록 꾀어 서로 통솔하여 갔는데, 일본군이 좌우로 호의하며 갔으니 훈련원에서 해산식 거행을 위한 것이었다. 8시에 일본 장교는 각 부대가 텅빈 틈을 타 전동의 시위 3대대 부대와 정동의 숙위소로 가서 점거하고 9시에 흥화문 앞 징상대 부대를 빼앗고 무기를 모두 거두어들였다.


을사오적에 대한 분노로 인한 줄곧은 상소와 암살 시도. 헤이그 만국회의에 밀사 파견과 그 후폭풍. 한일신협약과 군대 해산. 고종의 강제 퇴위로 인한 사회적 혼란이 등장한다.

어느 것 하나 분노하지 않을 것이 없지만 을사오적과 한일신협약을 강제로 맺은 정미칠적의 안하무인은 기가 찰 노릇이었다.
국민을 가벼이 여기고 이토 히로부미라는 권력에 빌붙어 오만하기 짝이 없는 행동을 일삼는 무리들에 가슴 속으로는 여러 번 단칼을 날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당시 백성들과 일부 관리도 수없이 그들의 집과 가옥을 불태우고 암살을 시도하기도 하는 등 수많은 행동이 있었다.
결코 가만히 그들 손에 놀아나려하지 않았다. 그들도 백성들의 눈치를 살폈고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왜 아니 그럴까. 가다가 돌 맞아 죽을까봐 두려워한 적도 많았을 것 같다.
실제로 그들은 강제 협약을 맺고 나서 이토 히로부미와 일본군의 비호 아래 자택과 가족을 단단히 보호했다.

수많은 의병들이 강제 조약과 군대 해산, 고종의 강제 퇴위로 들불처럼 들고 일어났다.
고종은 그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순종도 마찬가지였다.
을사늑약 이후에는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와 일부 대신들이 비밀리에 국정을 협의한 내용들을 고종에 통보하여 재가를 받는 식으로 이루어지다보니 그들의 입맛대로 정리될 수 밖에 없었다.

통탄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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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니 ‘비체abject’, 즉 어떤 규정된 대상이 아니라는 말은 참 유용한 언어였다. 어떤 존재를 무엇이다(A)라고 규정하지 않고, 무엇이 아니다(~A)라고 말하는 방식은 그 존재를 어떤 경계에 가두기보다 그 여분의 공간, 경계의 열림에 위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페미니즘의 역사는 남성이 정해놓은 위치를 벗어나 경계를 넘나들었던 여성들, 항상 흐르고 있기에 개념적으로 잡힐 수 없는 ‘비-체’가 되었던 여성들에 의해 쓰인 것이었다. 그녀들이 비판받거나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기존의 언어나 질서로는 파악되지 않는 ‘알 수 없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포감을 주는 대상이자, 곧 더러운 존재로 여겨진 ‘비체’였다. - P15

페미니즘이 결국 갇혀 있던 타자를 해방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다면, 페미니스트들은 지금 부상하는 비체의 해방적 잠재성에 주목해야 한다. 그녀들의 급진적 타자성을 마주하면서 그동안의 언어들을 점검하고 수정할 필요가 있다. - P16

"결혼을 구성하는 총체적 교환관계는 한 남성과 한 여성 사이에서가 아니라 두 집단의 남성들 사이에서 성립되며, 여성은 한 사람의 파트너가 아니라 교환 대상의 하나로 성립된다."(주석:1 게일 루빈, 신혜수/임옥희/조혜영/허윤 옮김, 『일탈』, 현실문화, 2015, 114쪽.)

따라서 루빈은 여성교환이라는 개념이 여성억압의 사회적 구조를 설명하는 핵심이라고 본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여성은 교환되기 시작한 순간 대상화되었으며, 여기에 여성억압의 기원이 있다. - P19

이리가레는 여성교환을 통해 남성들의 연대가 지속되는 경제를 "남성경제"라고 불렀다. 남성경제는 "남성이 자기와 유사한 존재인 남성을 번식"시키려는 욕망, 또는 여자들을 통해 "남자들 사이의 관계", "남성 위주의 동성애"를 가능하게 만들고자 하는 욕망을 따른다. 남성경제에서 거래의 주체가 되는 것은 욕망을 가진 남성이다. 여성은 남성의 욕망에 부합하는 대상이자 남성의 욕망에 따라 교환되는 자리에 놓이게 된다.
남성경제의 정치경제학에서 분명한 것은 어머니든, 처녀든, 창녀든 모든 여성들은 남성경제 안에서 거래되는 상품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 세 가지 상품들에는 남성의 욕망에 따라 서로 다른 사회적 가치가 매겨진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소유물이 된 "번식의 도구"(주석:2 뤼스 이리가레, 이은민 옮김, 『하나이지 않은 성』, 동문선, 2000, 240쪽.)로서 이미 유통이 끝난 상품인 반면, 창녀는 재생산의 가치를 갖지는 않지만 쾌락의 가치에 따라 현실적으로 교환되고 있는 상품이다. 가장 높은 교환가치를 지니는 상품은 "순수한 교환가치"(주석:3 같은 책, 241쪽.)를 지니는 처녀이다. - P19

남성은 소유자로서의 남성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여성을 대상으로 만들어 멸시할 수밖에 없다. 여성도 이 구조에서 예외가 아니다. 여성에게 여성혐오는 ‘자기혐오’로 나타난다. 딸은 어머니의 무력함도 증오하지만, 어머니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남성의 힘을 빌려야만 한다는 사실, 즉 자신이 결국 남성의 대상이 ‘되고 싶은 욕망’을 경유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도 절망한다. 따라서 여성은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 - P21

남성들은 재생산용 여성과 쾌락용 여성을 이분화하여 소유함으로써 여성혐오의 지배 구조를 더욱 확고하게 만든다. 성녀와 창녀, 결혼 상대와 놀이 상대 등의 이분법은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다. 여성들은 모두 대상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기혐오라는 공통점을 갖지만, 성녀와 창녀의 이분화는 여성들의 연대를 매우 힘들게 만든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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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3-09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 열심히 독서 중이시네요. 화이팅! 저도 이 책 다시 읽어보려고 어제 주문했어요.

거리의화가 2022-03-09 17:52   좋아요 0 | URL
네. 이 책 읽으니 좀 개념이 잡히는 것 같아요. 얇아서 더 좋네요!ㅎㅎ 감사합니다!
 

SF 공포 영화(<에일리언>, <괴물>, <신체 강탈자의 침입>, <상태개조)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다른 형태의 성교나 생식에 대한 상상력 속에서 출산장면과 같은 원초적 장면을 재가공하는 것이다. - P47

어머니의 형태로 존재하는 어머니라는 존재 역시 중요하다. 원초적 어머니는 단위생식을 하며, 근원적인 혼돈으로서의 어머니이자 시작과 끝의 장소다. - P48

프로이트에 따르면 모든 아이들은 부모님의 성교장면을 목격하거나 그 행위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있다. 이 판타지는 기원에 대한것이다. 원초적 장면은 아이에게 부모의 성교 안에 존재하는 자신의기원을 의미하며, 이 유혹의 판타지는 성적 욕망의 기원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거세판타지는 성적 차이의 기원을 보여준다. - P48

<에일리언>은 원초적 장면의 다양한 재현을 보여준다. 이 각각의장면 뒤에 원초적 어머니, 즉 모든 삶의 유일한 기원으로서의 어머니에대한 이미지가 숨어 있다. - P49

비록 <에일리언>에서 원초적 어머니가 가시적으로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녀의 존재는 모든 사건의 발생에 광범위한 배경을 제공한다.
원초적 어머니는 출산의 이미지들과 원초적 장면의 재현들, 자궁과 같은 형상과 내부의 방들로 연결되는 길고 구불구불한 터널들, 부화되고있는 알들, 모선의 선체, 생명유지시스템의 목소리, 그리고 에일리언의탄생에 존재한다. 그녀는 생식하는 어머니이자 전 남근적 어머니이며,
남근에 대한 지식에 앞서 존재한다. 이 원초적 어머니는 크리스테바가설정했던 기호계의, 코라의 어머니와는 다소 다르다. 기호계적 코라의어머니는 가족과 상징계적 질서와의 관계 안에 존재하는 전 오이디푸스적 어머니이다. 단위 생식하는 원초적 어머니의 개념은 어머니의 모습에 또 다른 차원을 추가하며, 우리에게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어떻게여성의 영화적 재현 안에서 여성의 차이‘를 부인해 왔는지를 이해할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한다. - P52

드라큘라 영화 속에서 드러나는 원초적 어머니의 징후는 다음과 같다. 매우 작고 폐쇄적인 마을, 마치 탯줄처럼 성으로 연결되는 좁은 숲속의 길. 그리고 그 성은 구불구불한 계단과 거미줄, 어두운 회랑, 벌레 먹은 계단, 먼지투성이에 축축한바닥으로 이루어진 폐쇄된 중심공간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악독한 원초적 어머니의 이마고와 연결되어 있는 요소들이다. 이 한 가운데서드라큘라 자신이 현실화된다. 검은 망토와 뾰족한 이, (발기한 성기 같은 단단한 몸, 날카로운 눈과 꿰뚫을 것 같은 시선 등으로 치장된 그는페티시이다. 즉 ‘어머니의 페니스 대용‘인 것이다(bid, 52-5). - P53

『꿈의 해석』에서 프로이트는 계속해서 페니스 상징을 복제하는 것이 어떻게 거세불안을 없애려는 시도와 연결될 수 있는지 설명한다.
줄리엣 미첼은 이런 페니스 상징의 복제가 여성 거세콤플렉스의 징후라고 말한다. 계속해서 아이 - "작은 것들" - 를 낳는 꿈은 같은 의미를내포하기 때문에, 이것이 여성에게 지니는 중요성을 알 수 있다(미첼,
1985, 84). 이런 맥락에서, 여성 페티시즘의 한 국면은 상징계 안에서결정적인 위치를 점함으로써 남근을 계속해서 ‘가지고 있으려는 여성주체의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 P56

에일리언의 변화하는 모습은페티시 기획의 작용을 지시하는 남근의 복제 혹은 증식의 형태를 의미한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에일리언의 카멜레온 같은 성질은 또한 외부인(에일리언)‘ 혹은 외래적 형태로 드러나는 어머니의 페티시 대상을지시한다. 이것이 여성 주인공의 육체가 영화의 끝에서 그렇게 중요해지는 이유이다. - P58

크리스테바는 주체를 어머니의 환영과 같은 힘, 주체를 제거하겠다고 위협하는 그 힘으로부터 분리하기 위해서 비옥한 여성육체를 비체로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의한다. 불결하고 비옥한 (여성) 육체와 상징계적(남성) 육체와 연결된 순수한 발화사이에 대립항이 형성된다. - P62

신화는 <에일리언>에서도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문제가 분명하게 풀리지 않는다고 해도 오이디푸스 신화는 ‘하나로부터 태어났느냐아니면 둘에서 태어났느냐‘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다른 것으로부터 태어났느냐 같은 것으로부터 태어났느냐라는 파생적인 질문에 연결하는일종의 논리적 방법을 제공한다(레비스트로스, 1963, 216). 가부장제의상징 관습, 특히 공포영화 안에서 모든 생명의 원천인 여성의 신화적존재를 살펴보면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녀가 자신이출산한 생명을 다시 빨아들이겠다고 위협하는, 모든 것을 결합해버리는검은 구멍이자 심연으로만 독해되는 생식하는 어머니에 대한 공포와연결된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부정적인 존재로 재구성되거나재현된다.
원초적 어머니의 중요한 특징은 출산과 생식의 원칙에만 몰두한다.
는 것이다. 그녀는 모든 것을 혼자 수태하는 어머니이며, 독자적인 부모이고, 모든 번식의 신성이자, 생식의 기원이다. 그녀는 도덕과 법 외부에존재한다. - P64

원초적 어머니는 모든 공포영화에서 소멸의 암흑, 즉 죽음으로 등장한다. 자신이 출산한 것들과 재결합하겠다고 위협하는 힘인 원초적 어머니에 의해 깨어난 욕망과 공포는 죽음이 변함없이 그곳에 존재하기때문에 호러 텍스트에서 언제나 설득력이 있으며 포괄적으로 등장한다.
사물의 원초적인 단일성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망, 어머니/자궁으로돌아가고자 하는 욕망은 기본적으로 미분화에 대한 욕망이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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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괴물.

저자인 크리스테바는 페미니즘 관점으로 대중문화를 분석해왔다고 한다.
이 책은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여성괴물에 대한 이야기가 주제이다.

공포영화 리스트 중 아는 것이라곤 아주 어렸을 적 본 에일리언 빼곤 없다.
잔혹영화를 싫어하며 공포영화도 거의 보질 않는다.

과연 이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리스트에 있는 영화 중 하나라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1. 아브젝션이란? 경계와 위치, 규칙을 존중하지 않으며 정체성과 체계, 질서를 교란하는 것. 한마디로 모호함이이다.

2. 공포영화에서 묘사하는 아브젝션
- 공포영화를 관람하면서 토하거나 배설하고자 하는 욕망
- 괴물은 상징계적 질서와 안정성을 위협하는 것 사이에 충돌을 일으키는 존재
- 한 개인이 어머니로부터 벗어나려는 최초의 시도


그런데… 비체라는 개념이 와닿지가 않는다.
읽다 보면 나아지려나.

모든 괴물들은 우리의 가장 깊은 내면에 존재하는 무의식적인 두려움들에 직접적으로 말을 겁니다. 여성괴물은 의심의여지없이 남성들의 여성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여성들의 그들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자의 재생산성, 월경혈, 그녀들의 숨겨진
질과 자궁, 그리고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하는 놀라운 힘에 대한 두려움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P10

괴물은 혐오감을 줌과 동시에 매력적입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로 하여금 일반적으로 터부시되는 것들과 대면할 수 있도록 해주기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괴물의 본질은, 터부의 내용이 상대적이고 사회마다 다르기 때문에 문화마다 달라집니다. 괴물들은 종종 사회가 차이를 부정하고 일치를 강조하기 위해 부과한 터부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제공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킹콩>은 소위 문명화된 사회의 비인간성과 야만성을 폭로합니다. - P12

나는 ‘여성괴물monstrous-feminine‘이라는 표현을 남자괴물male monste의 단순한 반대말인 ‘여자괴물remale monsite의 의미로 사용해 왔다. 여성괴물이 관객을 공포로 몰아넣는 방식은 남성괴물이 관객을 공포에 떨게하는 방식과는 매우 다르다. 이 차이점을 밝히기 위해 새로운 표현이필요하다. 처녀에서 창녀에 이르기까지, 여성성에 대한 다른 모든 정형과 마찬가지로 여성괴물 역시 그녀의 섹슈얼리티를 바탕으로 정의되었다. 여성괴물이라는 표현은 그녀의 괴물성 형성에 있어 젠더의 역할이핵심적이었음을 강조한다. - P24

남성괴물과 완전히 분리된 존재로서 여성괴물성을 정의할 수 있게 만드는 여성 자체의 그 무엇은 정확히 어떤 것인가?
윌리암스의 논의를 제외하고 위에서 논의된 거의 대부분의 논문이여성을 공포영화의 희생자로 다루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그들이 대부분 여성이 거세되었기 때문에 공포를 유발한다는 프로이트의 이론, 즉이미 여성을 희생자로 구성해 놓은 이론을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입장은 여성은 원래부터 희생자라고 말하는 본질주의적 관점을대변하고 또 지지하는 가부장적 정의를 강화할 뿐이다. 나는 공포영화에서의 여성 재현을 분석하고 여성이 다수의 공포영화에서 괴물로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장하려고 한다. 그러나 나는 단순히 여성괴물이수동적이 아니라 적극적인 형태로 재현되었다고 해서 이것이 페미니스트적‘이라거나 해방된 것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대중적인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여성괴물은 여자의 욕망이나 여성 주체성에 대해서이야기하기 보다는 남성의 공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재현은 확실히 남성 관객은 대체로 적극적이고 가학적인 위치에 있고 여성 관객은 언제나 수동적이고 피학적인 위치에 있다는 관점에 도전한다. 이런 특징에 대한 분석은 또한 프로이트 이론의 중심 내용을 재독해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 P31

비체의 장소는 ‘의미가 붕괴되는 장소’이며 ‘내’가 존재하지 않는 장소이다. 비체는 삶을 위협한다. 비체는 살아 있는 주체가 존재하는 장소로부터 급박하게 추방되어야만 하며 (크리스테바, 1982, 2) 육체로부터 내쫓겨서 자기the self를 위협하는 것으로부터 자기를 분리시키는상상계적 경계 반대편에 놓여야만 한다. 주체는 비체를 추방해야 하지만, 동시에 비체는 묵인되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삶을 위협하는 것이곧 삶을 규정함에 일조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추방의 행위는 주체가가
상징계 안에서 적절한 위치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위해필요하다. - P35

크리스테바에 따르면 모든 불결제의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오염시키는 것들은 두 개의 범주로 나누어진다. 첫째는외부로부터 주체성을 위협하는 배설이고, 다른 하나는 안으로부터 위협하는 월경이다. 오염시키는 것의 두 범주 모두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다.
월경혈과의 관계는 그 자체로 분명하다. 어머니와 배설과의 관계는 배변 훈련에서 어머니가 수행하는 역할로부터 비롯된다. 이 지점에서 크리스테바는 주체가 최초로 대면하는 ‘권위‘는 아이가 어머니와의 상호작용 안에서 몸의 형태, 깨끗함과 더러움, 몸의 적절한 부분과 적절하지않은 부분 등 자신의 몸에 대해 배워가는 과정에서 대면하게 되는 어머니의 권위라고 주장한다. 내가 공포영화에서 여성괴물에 대해 분석할때 거세를 이야기하면서 상징계까지 확장해 들어갈 것이 바로 이 ‘어머니의 권위‘라는 개념이다. - P41

비체를 상징계적 구조의 토대로 전락시킴으로써정화하는 것이 대중 공포영화의 핵심적인 이데올로기적 기획이다. 공포영화는 결과적으로 비체를 제거하고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다시그리기 위해 비체(시체, 신체적 배설물, 여성괴물)와 대면하도록 한다.
현대의 불결제의로서, 공포영화는 상징계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모든것, 그 중에서도 특히 어머니와 어머니의 세계가 의미하는 모든 것을 상징계적 질서로부터 분리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한 공포는 어머니 육체의 재현과 그와의 화해를 포함한다. - P44

크리스테바의 아브젝션에대한 이론에서 우리는 공포영화 속 여성괴물 재현을 여성의 재생산성및 어머니로서의 역할과의 관계 안에서 분석할 수 있는 이론적 틀을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아브젝션의 본질 자체는 매우 모호하다. 그것은혐오스러움과 동시에 매혹적이다. 어머니와 어머니의 우주를 상징계적질서로부터 분리해 내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혹은 결국은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괴물과 같은 어머니의 본질에 대해 깊이연구하다보면 그 어머니 역시 거세와 더불어 아이가 상징계적 질서로편입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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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자 시사IN 저널북 (SJB) 3
국승민 외 지음 / 시사IN북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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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선이 코앞이다. 

3월 4일부터 양일간 이루어진 사전 투표율이 총 36.93%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제 3일 앞으로 다가온 본선 투표를 합으로 대통령이 결정된다.


대선 전 20대 여성들의 생각을 면밀히 뜯어보자 생각했다.

이 책은 시사인에서 2021년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남녀 2천명을 대상(20대 600명, 30대 600명, 40대 이상 800명)으로 웹조사를 한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해 내놓은 책이다. 20대 여성을 알기 위해 세대별 조사를 한 것이 눈에 띄었다. 


책을 읽기 전 기대한 바는 20대 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이 1차적으로 궁금했고 20대 남성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같은 20대 여성이라도 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추가적으로 이들이 이번 대선에 어떤 선택을 할지 미리 추측해보려는 생각도 있었다.

책을 보면 느끼겠지만 화두를 페미니즘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았다.


왜 페미니즘인가?

20대 여성 10명 중 4명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응답자의 2배가 넘었다. 이것만 봐도 왜 페미니즘을 화두로 선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페미니즘의 정의는 정확히 어떤 것일까?

모두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지만 페미니즘에 각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20대 여성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이라는 질문이 중요한 이유다. '페미니즘은 남녀의 동등한 지위와 기회 부여를 이루려는 운동이다'는 페미니즘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정의로 꼽히기에 시사인은 이 질문을 선택했고 20대 여성의 66.9%가 동의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감정 온도(100이 긍정 0이 부정)나 타인이 페미니스트였을 때의 관계성 면에서 20대 여성은 53.3도로 우호적이었다. 반면 남성은 66.6%가 페미니스트를 받아들일 수 없고 페미니스트에 대한 감정 온도도 14.35도로 무척 낮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20대 여성에 대한 생각은 짐작한 대로였다. 20대 여성은 페미니즘이 지나치게 공격받고 있고 소수의 극단적인 주장으로 과대대표되고 있다고 인식했다. 20대 여성의 페미니즘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또래 집단과의 경험으로 비슷한 인식을 지니게 되었고 이것이 연대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대 여성은 사회구조적 차별이 존재한다고 느끼는데 이는 성별 임금 격차가 존재하며 능력에는 차이가 없거나 높은데도 취업의 문이 남성에게 더 유리하다 여기고 있다. 게다가 결혼 출산 등으로 경력 단절이 이루어진다는 인식 속에 결혼과 출산에 대한 20대 여성의 비율은 전 연령 통틀어 유일하게 한 자리수였다.


20대 여성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은 무엇일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와 다양성(다문화주의) 등과 관련이 있었다. 다른 선택지는 '법과 사회질서 확립 우선'(권위주의), '정부 개입의 최소화 우선'(자유시장주의), '경제적 재분배 우선'(사회민주주의)이 있었다. 20대 남성은 지지 세력 1순위가 법과 사회질서 확립 우선이었다. 

성장보다는 복지를, 경제성장보다는 환경보호를 선택했다.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 허용에 대한 찬성 비율이 높았다. 

20대 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참여에 높은 열의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들의 요구를 정치권에서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땅한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할 곳이 없다는 이야기다.

20대 여성의 표심이 20대 대선에서 어디로 움직일지 이 부동층의 표심이 대선의 키가 될 수 있을까.


20대는 현재 사회적 갈등 중 어떤 것을 가장 심각하다고 느낄까? 예상하겠지만 젠더 갈등이다. 이는 20대 남성, 여성 모두 공통적이었다.(85.6%)

20대는 전통적 갈등인 진보/보수 갈등, 빈부 갈등, 세대 갈등보다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여성/남성 혐오 표현을 쓰는 친구와의 관계의 변화에 대해서 전체 조사 대상의 51.3%는 변한 적 없다 답했으나 20대는 44.5%가 변했다고 답했다. 

성범죄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여성들은 이에 대해 세대 불문하고 모두 공포를 가지고 있다 답했다.

하지만 20대 남성은 여자들이 실제보다 성범죄 위험을 과장한다 여겼다.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20대 여성은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20대 대선에 이재명을 지지하는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통계 결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본다면 먼저 연령별로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의 격차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40대 이상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 차가 뚜렷하지 않았는데 2019년 극단적 안티페미니즘 성향의 집단이 주로 20대에 남성에 나타났던 것이 비해 20대에는 못 미치더라도 윗세대에까지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한 해석은 세심할 필요가 있다)

또 젠더 갈등의 시야를 바깥으로 돌려 서유럽이나 미국의 인종 갈등에 대비한 것은 다소 무리는 있더라도 신선한 시각이었다고 생각한다. 서유럽이나 미국은 기존의 주류 집단이 정체되고 마이너리티화된다 느끼면서 인종 간 갈등이 격화되었고 백인의 분노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트럼프 현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정체성 정치로 젠더를 이슈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결론이다.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시사인이 정체성 정치를 젠더와 매치시킨 것은 어떤 집단이 힘을 잃는 동안 새로운 집단이 대두하면 기존 집단은 피해의식을 느끼기 쉽고 대표적으로 무임승차 등의 이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20대 여자 현상 표본 조사 연구를 위해 238개 항목이 최종 선택됐다. 300개가 훨씬 넘는 질문 중 많은 것들이 탈락되었는데 이 중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공표 불가 판정을 하여 다음 항목은 탈락했다고 한다.(세대별 가중치 배율 문제로)

- 대통령 선거 투표 의향

-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지지

- 차기 대통령 적합도

- 정당별 호감도

- 정당별 호감도 변화

- 대통령 및 주요 대권 주자 호감도

- 더불어민주당이 내부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보호 노력 시 지지 여부 변동

- 국민의힘이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 유지 시 지지 여부 변동

- 페미니즘 행보 강화 시 지지 변동 여부

- 현재 지지 정당


이번 대선과 연결된 핵심 질문들이 많아 만약 실렸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 너무 아쉽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성범죄 지지 여부 변동, 국민의 힘 페미니즘에 대한 지지 여부 변동 질문은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라 더욱 궁금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238개 질문을 통해 페미니즘이 젠더 문제가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페미니즘은 분배 노동 등 많은 영역에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고 지지 정당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

20대 여자 내부만이 아니라 20대 여자를 둘러싼 외부 변수들까지 다루어주어 더욱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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