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브젝시옹이라 불렀던 주관성의 한계라는 열광적인 상태와 이야기가 충돌하는 경우, 이야기는 공포와 고통의 비명이라는 주제 앞에서 굴복하고 만다. 왜냐하면 공포와 고통에 사로잡힌 주제는 이야기의재현 안쪽의 아브젝시옹 상태에 대한 최후의 증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아브젝시옹의 가장자리로 조금 더 다가서려 할 때는 더 이상 이야기도 주제도 발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저 시의 폭력과 침묵만이 존재하는 통사와 어휘의 끊임없는 수정만을 발견할 따름이다. - P214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은 오로지 갈고 닦는 것이다. 스스로를 방어하는 또 다른 방법은 선험적인 것이 아닌 신비로운 단축이다. 셀린은 신비적이라는 단어를 다음과 같이 사용한로라의 육체로의 여행은 "신비로운 해부학의 모험이다" "그들(우리가 두려워하는 인간들의 행동은 당신을 약하게 만들고, 시간을 빼앗았던 그 더럽고 신비스러운 매력을 더 이상 발휘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여인의 신비함과 더러운 인간들의 신비함은 어떤 내세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각각 그 역할을 판단하고 결국하나의 아브젝시옹으로 귀결되는 그러한 것이다. 한편은 지상적인것으로 나를 붙들고 또 내가 붙드는 타자의 담화, 즉 자연 · 육체·내부라면, 다른 한편은 정신적인 것으로 타인이나 외양과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진실은 지상적인 낮은 것에 있다. 벌거벗겨진 면, 그럴 듯함이 제거된 가식 없는 오염되고 죽은, 불편함과 질병·공포에 있는 것이다. - P217
셀린의 세계는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측은히 여기는 조롱 속에서 간헐성과 지속성을 통해 밖의 존재를 담지한다. 결국 그 자신을 위해 셀린이 선택한 길은 공포 속에 침잠하는 것과그에게 가장 필수적인 혐오의 마음 자체로부터 극소의, 동시에 무한함을 지닌, 말하자면 아주 약간의 거리를 두고서 구별하고 기록하는 일이다. 표면적으로 그의 글쓰기는 성욕이나 그것의 등가물을 그리고 있지만, 결국은 어린이를 위한 숭고한 사랑인 글쓰기의승화로 열린다. 그 가장자리에 여성들이 있다. - P219
이야기의 저편에서 현기증은 자신의 언어를 발견한다. 그것은 어머니와 죽음의 목소리가 웅크리고 있는 상상적인 라 - P221
이벌의 은유일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숨결 같고 문장의 리듬 같은음악이다. - P222
그곳에서 내밀한‘ 고통은 육체적이고 동시에 정신적이어서 성적인 넘쳐남과 만난다. 이같은 본능의 벌거벗은 장면 속에 흥분시키거나 매료시키는 그 어떤 외설성도 없다. - P224
우리는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알고 있지만, 셀린이 그리는 전쟁세계는 전쟁의 기록 자체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셀린이 몰아내고 추적하고 펼쳐 보이는 것은 시체 앞에서의 도취와 기질 속에깃든 사랑과 죽음인데, 이것은 내가 존재하고 다가설 수 있는 바와는 다른 것이며, 이 공포와 또 이 공포 속에 사는 관능성인 또다른 성(性)과 나는 더 이상 의사 소통조차 할 수 없다. 다만 나의동일성이 형언할 수 없음 속에서 전복되는 지점에서 내가 보유하고 나를 넘쳐나고 내 속에 사는 것이다. - P227
셀린의 글쓰기는 고통이 극대화된 장소인 죽음에서 죽음이 촉발하는 공격성에, 결국은 공격성으로 야기되는 전쟁 속에서 그의 밤과 최후의 지지를 길어 올린다. 아브젝시옹은 살해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살해를 멈추게 하는 힘은 아브젝시옹이다. ******************************** - P228
셀린이 보기에, 나약한 문화에서 거의 전능에 가까운 위력을 지닌 고통과 살해라는 면모는 인간 종족의 진실인 것이다. 즉 작가에게 있어 의미의 실마리와도 같은 글쓰기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셀린의 관점이 묵시록적인 것이어서 불가능한의미(선이나 권리에 대한)의 진리로서 그 신비적인 강조점을 악에고정한다 할지라도 말이다. 어쨌든 만약 묵시록이 인식론적인 하나의 세계관을 의미한다면, 철학적 진리 (aletheia)와는 반대되는미로 그것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인간 모두 세계적인 붕괴의명 속에서 벌벌 떨거나 화염 속에서 터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사실과 누구나 부족한, 홈이 팬 실추한 묵시록적 존재라는 사실을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P233
해산이란 삶과 살육의 극치이자 머뭇거림(안/밖, 나/타자, 삶/죽음), 공포와 아름다움, 성욕과 성적인 것을거칠게 부인하는 것들이 함께 타오르는 순간이다.
여성의 입구나 아브젝시옹의 입구에서 우리는셀린과 더불어 파시즘의 ‘충동적 기반‘이 가장 대담하게 투시된 사건 속에 있게 된다. 왜냐하면 파시즘과 나치즘의 가장 중요한 리비도적인 형태는 공포와 고통의 체제이고, 그 체제가 가장 합리화되고 가동된 형태가 나치즘과 파시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론적인이념이나 가벼운 형태의 예술이 아닌 욕망과 쾌락의 일시성이 지배하는 이같은 체제는 아브젝시옹을 포착할 수 없다. - P2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