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감수성은 서로 모순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관되어있는 두 충동 사이에서 움직인다. 이국적이고 낯선 타자에 굴복하려는 충동과 이국적인 것을 주로 과학을 통해 길들이려는 충동이다.
철학자들이 이런 정신적으로 집이 없는 상태를 표현하고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나(나는 그런 철학자들만이 우리의 관심을받을 자격이 있다고 본다) 시인, 소설가, 몇몇 화가는 이 고통스러운영적 충동을 의도된 광기, 자기 유배, 강박적인 여행 등을 통해 진정으로 살아냈다. 이 밖에 삶의 조건상 낯선 것에 대한 아찔한 매혹을 증언하게 된 다른 직업인도 있다. 조지프 콘래드는 소설로, T.E. 로런스와 생텍쥐페리와 앙리 드 몽테를랑은 글뿐만 아니라 - P110

삶으로도 모험가라는 일을 정신적 소명으로 승화했다. 35년 전 앙드레 말로는 고고학자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아시아로 갔다. 더욱최근에는 클로드 레비스트로스가 인류학자라는 직업을 발명해 창조적 예술가나 모험가나 정신분석학자와 비슷하게 정신적 헌신을요구하는 전인적인 직업으로 제시했다. - P111

사르트르가 계승한 철학 전통은 의식意識을 유일한 출발점으로 삼는 것이 특징이다. 존재의 가혹한 현실에 직면한 의식의 고뇌에 사르트르는 의식으로 세상을 삼키는 식계를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의식이 세계를 구성하는 동시에 세계를 삼키는 것으로 이해된다. 사르트르는 모든 관계를(특히 『존재와 무』의 가장 탁월한 부분에서는 성애적 관계를) 타자를 전유하여 끝없이 자기를 정의하려는 자아의 의식적 행위로 본다. - P149

작가들이 각각 "자기만의 현실의 파편을 드러내야" 한다면, 게다가 고래와 상어는 전부 분류되어 목록으로 만들어졌고 이제는 새로운종의 플랑크톤을 추적해야 한다면, 작가는 파편을 만들어내는 사람이자 자신에게 주관적으로 독창적인 것밖에는 내세울 수 없는처지가 되고 만다. 작가가 아주 작고 아직 분류되지 않은 해양생물 표본을 담은 병을 들고 문학의 장으로 들어온다면 그를 과학의 - P164

이름으로(해양 생물학자로서의 작가) 환영해야 할까, 아니면 스포츠의 이름으로(심해 다이버로서의 작가) 환영해야 할까? 이 사람에게귀를 기울일 이유가 있나? 소설의 독자에게는 얼마나 많은 현실의파편이 필요한가?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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