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집 - 茶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0
라오서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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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문학으로 희곡 작품은 처음 읽게 되었는데 참 인상적이었고 재미나게 읽었다.

청말 시기부터 중국 항일전쟁 이후 미군이 들어와 있을 시기까지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한다.

1막의 배경은 청말 원명원이 서양 세력에 의해 불태워지면서 ‘이러다 청나라 망하는 것 아니야?’란 소리가 나올 정도로 혼란스럽던 때였다. 말 한 번 잘못했다가 언제끌려갈지 모를 혼란스러움이 느껴졌다. 한편으로는 전통을 고수해야 한다는 보수주의자들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서양 문물을 받아들이고 개혁해야 한다는 ‘유신’의 입장으로 갈려 있었다.

2막의 배경은 원세개가 죽고 난 뒤 온갖 군벌들이 할거하며 내전을 일으키던 때다. 이 때도 ‘개량(개혁)’을 해야 하느냐 ‘보수’를 내세워야 하느냐로 갈등이 심화될 때다. 내전으로 민심은 흉흉해지고 공포와 두려움, 불안감이 팽배하다. 양분으로 나뉘어진 시기에 적당히 시류를 타는 이들이 이런 혼란한 시기에는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회색분자는 안 좋은 늬앙스가 담겨 있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들이 오래 살아남을지도…

3막의 배경은 항일전쟁 이후 미군이 북경에 들어오고 국민당과 공산당 간의 충돌이 있던 때다.
반동으로 몰리면 재산이 몰수되거나(사실 갖다 붙이기 나름인 ‘반동’이지만) 잡혀가서 처형되기도 하던 무서운 시절이었다.

주인공인 왕이발이 경영하던 유태찻집은 시류에 맞게 계속 찻집을 변화시켜갔다. 그런데 그 끝은 참. 사람이 먹고 살기 위해 못할 것은 없을 것이다. 살다 보면 싫은 소리도 해야 할 때가 있고 반대로 그런 소리를 듣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럴 때마다 ‘더러워서 못해먹겠네!’라는 이야기를 되뇌이게 되기도 한다.

100년 전의 중국을 무대로 한 극의 내용이지만 오늘날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이 많다.

“나랏일은 이야기하지 맙시다.” 라는 찻집의 글은 꼴도 보기 싫은 요즘의 정치를 생각하게 하기도 하고.

”우리에게 밥 먹여주는 이에게 충성을 바치자!“라는 말에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서민들은 그저 밥 먹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해서 공감이 갔다.

”우리 이 예술이 몇 년만 더 지나면 모두 사라져 버릴 것 같다는 거지!“ 라는 말에서는 오래된 것은 무조건 낡은 것으로 치부하고 폐기하는 인식에 대한 세태 풍자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는 비단 예술 뿐 아니라 구식 건물을 부수고 아파트나 주상 복합건물을 짓는 대한민국이 생각나서 씁쓸함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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