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유일(25일)에 황제가 재상에게 말하였다.
"듣건대 조정에는 서로 사귀며 붕당을 만들고 서로 헛된 칭찬을 하면서 빨리 승진하여 쓰이기를 구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들뜨고 경박한 풍조는 자라게 해서는 안 될 것이요."
마침내 조서를 내려서 경고하고 어사대가 이를 규찰하도록 명령하였다.

경서전운부사·태상박사·직사관인 미산(眉山, 四川省 眉山) 사람인 주태부(朱台符, 965~1006)가 말씀을 올렸다.
"폐하께서 천명을 받으시고 사물과 더불어 다시 시작하는데, 이계천에게 절월(節鉞)을 수여하고 여환(黎桓)에게 왕작을 덧붙여 주고68 모두 사자에게 명령하여 그 지역을 진무(鎭撫)하시었지만 오직 저 거란만이 아직 악택(渥澤, 은택)을 입지 않은 것은 왕도(王道)가 치우침이 없게 한다는 까닭이 되지 않습니다. 신은 어리석으나 마땅히 이때를 이용하여 문무에 재주와 지략을 가지고 변경에 관하여 아는 인사를 선택하여 한 명의 경개(耿介)한 신하로 삼으시어 제위(帝位)를 이으시고 상복(喪服)을 벗고69 나서 예(禮)로서는 마땅히 수호(修好)하여야 합니다. 그들과 더불어 전에 있었던 악연을 다 버리고 다시 옛날의 맹약을 찾아 회복하여 재화(財貨)를 가지고 이롭게 하고 관시(關市, 국경무역)를 허락하여 태조시절의 고사(故事)처럼 하여서 두 나라가 이미 화평하게 되면 북쪽을 돌아보는 걱정거리가 없게 되고 오로지 서쪽에 힘을 쓸 수 있으니 이계천은 마땅히 스스로 마음을 고쳐먹고 손을 맞잡을 것인데 이는 한 번 거동(擧動)하여 두 가지를 얻는 것입니다."

경인일(7일)에 유사에게 조서를 내렸다.
"역역(力役)하는 것 가운데 명목이 없는 것과 영선(營繕)을 하는 것 중에 급하지 않은 것은 모두 이를 철폐하라."

"이들은 모두 선량한 사람들이 아니고 단지 스스로 승진하고자 하는데 그치고 있으니 마땅히 견책하여 이를 경계해야 하오."
이항이 나아가서 말하였다.
"조정에서는 최근에 언로(言路)를 열었는데 만약에 말한 것이 이치에 맞는다면 의당 표창하고 상을 주어야 하며 아니라면 조정에 남겨 두면 됩니다. 하물며 신 등은 재주에 맞지 않게 태보(台輔, 재상)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만약에 파직되거나 면직된다면 마침내 일을 말한 사람이 조정에 보충함이 있을 것입니다."
황제가 말하였다.
"경을 정말로 어른 같은 사람이요."

병자일(24일)에 황제가 보필하는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일반 관리 가운데서 재간에서는 모자람이 없는데 덕행을 물어 보면 그에 적당한 사람이 아주 적다. 무릇 덕(德)이란 모든 행동의 근본이며 덕을 실천한 집안에는 반드시 충신과 효자가 있을 것인데, 어찌 덕행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그 충성과 효도를 온전히 할 수 있겠는가? 또 일반 관리가 관장하는 업무는 대부분 제대로 처리하지 아니하면서 다른 부문의 이해를 주워들어가지고 진급하려고 도모한다. 만약에 스스로 본래의 부문을 잘 처리할 수 있다면 모든 직책이 엄숙하게 하지 아니하거나, 또 어찌 정사(政事)가 굽어지고 더러워 질 것을 걱정하겠는가?"

장영이 말하였다.
"전당(錢唐, 浙江省 杭州市)지역에는 10만 가구가 있는데 굶주린 사람이 8만~9만이니 만약에 소금을 가지고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여 어느 날 벌 떼처럼 일어나서 도적이 된다면 그 걱정거리는 깊다. 가을까지 기다리게 되면 마땅히 옛날 법을 준용하게 될 것이다."

일찍이 조서를 내려서 백성들이 거마하(拒馬河)86를 건너서 거란에 가서 말을 사는 것을 허락한 일이 있는데, 하승구가 말하였다.
"연변전도사(緣邊戰櫂司)87는 도하(淘河)88에서 니고해구(泥姑海口)89까지는 굴곡(屈曲)으로 9백여 리 정도인데, 천연적으로 험하고 굳어서 정말로 지리적으로 이로운 곳입니다. 태종께서는 28개의 채(寨)90에 125개의 포(鋪)를 설치하고 정신(廷臣) 11명과 수졸 3천 명에게 명령하여 배 1백 소(?)를 거느리고 왕래하면서 순찰하고 경계하여 간사함을 막아 완급으로 대비하였으니 대단한 요해처입니다. 지금 공사(公私)의 무역을 허락하여 주시어서 사람과 말이 바꾸어 물을 건너게 하는 것은 대단히 편리하거나 마땅하지 아니합니다. 만약에 그러하다면 채(寨)와 포(鋪)는 헛되이 설치한 것이 됩니다."
황제는 그 말을 받아들여서 바로 전에 내린 조서를 중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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