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비행
5.숨

우리는 모두 이미지와이야기의 세계에 살고 있고, 대부분은 이런저런 이야기에 상처를입으며 살아간다. - P93

도서관은 세상으로부터 벗어난 성지이며 세상을 통치하는 지휘소다. 이 고요한 방들에 크레이지 호스와 아웅산 수치의 삶이있고, 백년전쟁과 아편전쟁을 포함한 추악한 전쟁이 있고, 시몬 베유와 노자의 사상이 있으며, 당신이 탈 배를 만드는 법과 결혼 생활을 잘 끝내는 법이 있고, 독자들이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있게 무장시켜 주는 허구의 세계와 책들이 있다. 도서관은 이상적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지만 일어났던 모든 일이 저장되어 기억되고 삶을 되찾는 장소, 종이가 가득한 상자에 세상이차곡차곡 담겨 있는 곳이다. 책 한 권 한 권이 다른 세상으로 이어지는 문이며, 어린이 책에서 말하는 마법이라는 것도 그에 대한 비유일지 모른다. 도서관은 세상으로 가득 찬 은하수다. - P99

우리가 책이라고 부르는 물건은 진짜 책이 아니라, 그 책이 지닌 가능성, 음악의 악보나 씨앗 같은 것이다. 책은 읽힐 때에만 온전히 존재하며, 책이 진짜 있어야 할 곳은 독자들의 머릿속, 관현악이 울리고 씨앗이 발아하는 그곳이다. 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 - P99

보이지 않는 힘이 짝으로 만나는 순간, 생명이만들어질 때의 온기가 있는 순간, 우리의 부모일지도 모를 알 수없는 이들 사이에서 은밀한 연애가 이루어지는 순간 그 순간 우리삶의 패턴은 완성된다. - P107

"마치 내 인생과 비슷한 것 같아. 이 살구 더미 말이야. 너무 많아서 다른 상황이었다면 엄격하게추려서 솎아 줘야 했겠지만, 지금은 진액이 방바닥에 흘러나오고냄새까지 나면서 조금 역겨워지고 있거든. 마치 덩어리 전체가 하 - P123

나의 유기체가 된 것 같아. 악취가 나는 덩어리가 살구 점령군처럼계속 늘어나면서, 마치 자신만의 규율에 맞춰 움직이는 것 같아이제 썩은 녀석들을 골라내는 건 도저히 불가능해." - P124

아마도 그의 시신은 참나무로 변할 것이다. 하지만 그 나무가 다시 그의 책이 되어, 분노에 차고, 파괴적이며, 생산적이었던 그의 삶이 사라지지 않게 지켜 줄 것이다. - P124

어제의 저녁 하늘, 사랑의 밤, 산속에흐르는 시냇물 소리, 내 정신에 불을 댕겼던 어떤 깨달음, 춤, 조화로웠던 어느 날, 근사한 구름이 있었던 수천의 나날, 결국 사라져버릴, 다시 볼 수 없을 그 순간들을 후손을 위해 유리병에 차곡차곡 담아 둘 수 있으면 좋겠다. 후손이 때때로 그것을 경외의 눈길로 바라보고, 필요할 때마다 다시 맛볼 수 있게 말이다. 꼭 나나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아름다운 구름과 나날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로서 나는 이 모든 것이 나타났다 사라진다는 사실이 쓸쓸하다. 사진이 순간의 조각을 보존해 주더라도, 이메일이나 편지를 수천 통 가지고 있더라도, 다시 그때로돌아갈 수는 없다. - P126

‘바니타스는 라틴어다. 이는 공허라는 뜻으로, ‘비어 있다(vacant)‘는 단어와 맥락이같다. 거의 1000년 동안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통용되었던 불가타라틴어 성서는 그리스어로 된 70인역 성서를 기반으로 하는데, 이그리스어 성경에는 전도서 부분에 ‘마타이오테스(mataiotes)‘라는단어가 38회 등장한다. 이 단어 역시 공허함, 의미 없음, 혹은 일시성이라는 뜻이다. 일시성은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걸까? 원 - P135

본인 히브리어 전도서, 현대에 들어 사막 한가운데서 수기로 적은두루마리가 발견되고 나서야 밝혀진 그 원본에서 쓰인 단어는 ‘헤벨(hevel)‘이었다. 이는 숨, 또는 수증기를 뜻하는 단어로 여기서는그 일시성의 의미가 더욱 분명하지만, 그에 대한 거부감은 찾아볼수 없다.
홉킨스 주교의 "신의 숨결로 허공에 불어 만든 커다란 비눗방울"이라는 표현과 아이들이 부는 비눗방울을 묘사한 그림 모두가이 원래의 의미를 환기한다. 각각의 숨은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그 숨은 또한 생명 자체이기 때문이다. -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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