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53]
한나라 효선제가 황태자가 유약하고 유학을 좋아하기만 하여 등용한 관리들이 ‘문’에 치우쳐 있어 비판하였더니 이에 온공이 대답한 말이다.

온공이 말하였다. 왕도와 패도는 도가 다르지 않아서 옛날 삼대가 융성할 때에 예약과 정벌이 하늘로부터 나오면 이것을 왕도라 이르고, 천자가 유약하여 제후를 다스리지 못하는데 제후가 동맹국들을 거느려서 함께 조회하지 않는 자들을 토벌하여 왕실을 높이는 자가 있으면 이것을 패자라 일렀다. 왕자나 패자가 행하는 것은 모두 인에 근본하고 의를 원조로 삼으며 어진 이에게 맡기고 능력 있는 이를 부리며 선한 자를 상 주고 악한 자를 벌주며 포악한 자를 막고 난을 일으키는 자를 주벌하니, 다만 명성과 지위에 높고 낮음이 있고 덕택에 깊고 얕음이 있으며 공업에 크고 작음이 있을 뿐이요. 흑색과 백색, 단맛과 쓴맛처럼 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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