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리 돌리기 ]

수도(首都)의 서성(西城)의 큰길은 이맘 때면 시끄러운 소리가전혀 들리지 않는다. 비록 아직 불꽃 같은 태양이 내리쬐지는 않지만 길바닥 위의 모래는 마치 번쩍번쩍 불꽃이 이는 것 같다. 혹독한 더위가 공기 속에 충만해서 성하(盛夏)의 위세를 떨치고 있다. 개들도 모두 혀를 내밀고, 나무 위의 까마귀조차 모두 입을 벌리고 헐떡인다. - 그러나 물론 예외도 있다. 멀리서 구리잔을 두드리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온다.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산매탕(酸梅湯)을 생각나게 하며 은연중에 시원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이따금 들리는 그 느릿느릿하고 단조로운 금속성의 소리는 오히려 그 정적을 한층 더 깊게 한다.
머리 위에서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려는 듯 묵묵히 앞으로 달리는 인력거꾼의 발소리만이 들린다. - P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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