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을 비는 제사 ]

'샹린댁'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남의 고통을 들어주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란 것을 이해한다(P258). 나조차도 부탁을 부담스러워하는 편이라 그럴 때는 못 들은 척, 당장은 답해줄 수 없는 척 한 적이 많다(P243). 

작은 불행들이 이어지면 사람은 흔들리거나 무너지기 쉽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 하나 없고 자신의 상황을 타개해나갈 방법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은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 술집에서 ]

술집에서 수년만에 친구를 만났다. 그런데 둘 다 모양새가 썩 좋지 않다. 이런 경우는 껄끄러워서 피하고 싶고 달아나고 싶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또 반가움은 내재해 있을 것이고... 어쨌든 두 사람은 마주앉았지만 서로의 신세를 보며 내 모습은 왜 제자리일까 생각한다(P270). 너무 힘들 때 인생이 도돌이표 같다고 느낀 적이 있어서 그들에게 감정이입이 됐다. 그리고 당시 중국 남자아이가 시경, 서경 등을 배우는 동안 여자아이는 아예 배울 기회가 없거나 배우더라도 여아경만 배운다는 사실도 역시나 씁쓸한 대목이었다. 친구는 계획했던 일이 연거푸 틀어졌고 이를 주인공에게 푸념하듯 털어놓는다. 취기가 오고 가지만 해결되는 일은 없다. 그저 넋두리일 뿐. 그래도 서로를 만나서 다행일까? 두 사람은 그렇게 술집에서 헤어진다.

당장 1분 뒤, 1시간 뒤의 일을 우리가 알 수 있을까? 그저 지금이 무사할거라고 안녕을 기원하면서 살 뿐 장담하며 사는 인생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미래를 알 수 없는 인간들은 혼돈과 불안 속에 사는지 모른다(P281).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는 말은 매우 쓸모 있는 말이다. 세상경험이 없는 용감한 청년은 때로 타인을 위해서 의문을 풀어 주기도 하고, 의사를 불러다 주기도 하지만 만일 그 결과가 좋지 않으면 대개는 도리어 원한을 사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정확히 말할수는 없다‘는 한마디로 결말을 지어 두면 모든 일에 거리낌이 없게 된다. 나는 지금 이 한마디 말의 필요를 실감하였다. - P243

그녀는 반복해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비참한 이야기를 했고, 항상 너덧 명이 그녀의 이야기에 이끌려 듣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안 되어 모든 사람들은 귀가 닳도록 들어서 가장 자비심 많고 부처를 잘 믿는 노부인네들의 눈에서조차 한 방울의 눈물도 볼 수없게 되었다. 나중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그녀의 이야기를 외울정도가 되었고, 마침내는 듣는 것조차 넌더리치게 되었다. - P258

"나는 어렸을 때, 벌이나 파리가 한 곳에 머물러 있다가 무엇에놀라면 즉각 날아갔다가 한바퀴 빙 돌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머무는 것을 보고는 정말 우습고 측은하다고 생각했었지. 그런데뜻밖에도 지금 나 자신이 바로 그 조그만 원을 한 바퀴 돌고는 다시 되돌아온 거야. 그런데 뜻밖에 자네도 여기 돌아와 있네그려.
자넨 좀 더 멀리 날 수 없었나?"
"글쎄, 뭐랄까, 아마 나 역시 조그만 원을 한 바퀴 돈 것에 불과한가 봐."
나 역시 웃는 듯 마는 듯이 말했다. - P270

"자네가 가르치고 있는 것이 공자 가라사대, 시경에 이르기를인가?"
나는 이상하게 여겨져 물었다.
"물론이지. 자넨 내가 A, B, C, D라도 가르치고 있는 줄 알았나? 전에는 학생이 두명 있었네. 한 학생에게는 『시경』을, 다른한 학생에게는 『맹자』를 가르쳤지. 최근에 한 명이 더 늘었어. 여자앤데 『여아경(女兒經)』을 가르친다네. 산수는 안 가르치지 내가가르치지 않는 게 아니라 그들이 가르치지 말라고 해서 말이야."
"정말 뜻밖이네. 자네가 그런 책을 가르치고 있다니………."
"그 애들의 아버지가 그 애들에게 이런 책들을 읽게 하는 거야.
나는 남이라서 하지 말라고 할 수 없다네. 그런 쓸데없는 걸 따져서 무엇 하나? 되는 대로 하는 수밖에…………" - P280

"자넨 우리가 미리 예상했던 일중에 마음먹었던 대로 된 게 하나라도 있나? 난 지금 아무것도 모르겠네. 바로 내일의 일도 모르겠고, 당장 1분 후의 일도…………"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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