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 빛 ]
천스청 같은 이가 얼마나 많았을까. 15~16년 간 매번 시험을 보고 낙방을 반복하면 있던 자존감도 떨어지지 않았을까. 검은 머리는 희끗희끗한 머리가 되었으나 출셋길을 향한 마음은 포기할 수 없었나보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 아닐런지. 수능 하나로 학생들을 평가해 대학의 당락이 결정되고 (어쩌면) 한 사람의 인생의 진로가 결정되어버리는 것이 너무나 아니라는 생각만 든다.

성(城)으로부터 35리나 멀리 떨어져있는 서고봉이 바로 눈앞에 있다. 벼슬아치가 들고 있는 홀(笏)처럼 바로 시커멓게 우뚝 서 있었다. 그 주위에는 넓고 크게 번쩍거리는 흰 빛이 퍼지고 있었다.
또한 그 흰 빛은 아득하면서도 바로 눈앞에 있었다.
"그래! 산으로 가자!"
그는 결연하게 마음을 먹고 비장한 걸음으로 뛰어나갔다. 몇 번인가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후로 문 안쪽에서는 다시는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등불은 심지가 타서 꽃처럼 되어 빈방과 구멍을 밝게 비추더니 바지직바지직 몇 번 소리를 내며 타다가 점점 작아져 드디어 꺼졌다. 나머지 기름마저 이제 다 타 버린것이다.
"성문을 열어라……..."
큰 희망을 품은 공포의 비명 소리가 아지랑이처럼 서쪽 관문 앞의 여명 속에 떨면서 부르짖고 있었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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