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큐정전 ]

누구에게 맞는 것은 괜찮고 자기 뺨을 때리는 것으로 승리를 구걸하는 이가 있다.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고 세상의 모든 것이 미워서 자기보다 낮은 상대를 어떻게든 찾아내 인간승리하려는 모습이 애처로웠다.
세상은 어지러웠고 곳곳에 반란의 불길이 치솟았는데 반란에 가담하면 나도 세상을 뒤집을 수 있나 생각했을까.
그 와중에 혁명에도 연줄이 필요하다는 것은 참…
너무 한심하고 순진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웃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인가보다.

"아큐! 이것은 자식이 아비를 때리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짐승을때리는 거야. 네 입으로 말해 봐! 사람이 짐승을 때리는 거라고."
아큐는 양손으로 자신의 변발 머리꼭지를 움켜잡고, 고개를 비틀며 말했다. 무
"벌레를 치는 거야! 됐어? 나는 벌레야. - 이래도 안 놓을 거야?"
그러나 비록 벌레라고 했건만 건달은 결코 놓아 주지 않고, 늘하던 대로 가까운 데 아무 데나 머리를 대여섯 번 소리나게 찧고나서야 만족하여 의기양양해하면서, 이번에야말로 아큐도 혼이났겠지 하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10초도 지나지 않아 아큐도 역시 만족하여 의기양양해돌아갔다. 그는 그야말로 스스로를 경멸하고 스스로를 낮추기로는 으뜸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 P123

그는 곧 패배를 승리로 전환시켰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힘껏 자기 뺨을 두 차례 연거푸 때렸다. 얼얼하게 아팠다. 그제서야 그는 마음이 평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때린 것은 자신이고,
얻어맞은 것은 또 다른 자신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그는 자기가 남을 때린 것같이 - 비록 아직도 얼얼하지만 - 몹시 만족하여 의기양양해 드러누었다.
그는 푹 잠들었다. - P126

그가 서른의 나이에 뜻밖에 젊은 비구니 때문에 마음이 둥둥 뜨는 재난을 입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이 둥둥 뜨는 마음은 유교 도덕상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자란 정말증오해야 한다. 가령 젊은 비구니의 얼굴이 매끈매끈하지 않았더라면 아큐가 넋을 뺏기는 데까지는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또 가령 젊은 비구니의 얼굴에 베 한 겹을 덮기만 했어도 아큐가 넋을뺏기는 데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 그가 5, 6년 전에 무대아래 관중들 틈에서 한 여인의 넙적다리를 스쳤던 일이 있었는데, 바지 한 겹이 사이에 있었기 때문인지 그때는 결코 마음이 이렇게둥둥 뜨지는 않았다. 그러나 젊은 비구니는 결코 그렇지 않았다. 이것은 역시 이단이란 미워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알려 주는것이다. - P136

‘이 제기랄 놈들을 죽여 버리자! 더러운 놈들을! 미운 놈들을………… 나도 혁명당에 투항해야지.
아큐는 요새 쓸 돈이 궁색해져서 다분히 불평을 품고 있었다.
게다가 빈속에 낮술을 두어 잔 들이켰더니 취기가 더욱 빨리 돌았다. 생각하며 걷다보니 다시 마음이 하늘거리기 시작했다. 어찌된셈인지 갑자기 자신은 이미 혁명당이며 미장 사람들은 모두 그의포로가 된 것 같았다. 그는 기쁜 나머지 참지 못하고 크게 소리를질렀다.
"반란이다. 반란이야!"
미장 사람들은 모두가 두려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가련한 눈빛을 아큐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었다. - P158

혁명을 한다면 입으로만 입당한다고 해서는 안 된다. 변발이나 틀어올려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먼저 혁명당과 사귀어야만 된다. 그가 평생에 알고 있는 혁명당은 단 두 사람뿐이었다. 성안에 있던 한 사람은 이미 ‘싹둑‘ 죽고 말았다. 이제는 그 가짜 양놈 한 사람만 남았다. 얼른 찾아가서 가짜 양놈과 상담하는 외에는 더 이상 달리 길이 없는 것이다.

아큐는 갑자기 자기가 배짱이 없어 노래 몇 마디 부르지 못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생각이 마치 회오리 바람처럼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청상과부성묘 가네」는 화려하지 못하고, 용호상쟁」중의 ‘후회해도 소용 없다………‘ 도 따분하다. 역시 손에 쇠채찍을 들고 네놈을 치리라 하자. 그는 동시에 손을 쳐들려고 했으나, 손이 묶여 있음을 상기했다. 그래서 「쇠채찍을 들고」도 부르지 못했다.
"20년이 지난 후에 또 한 사람・・・・・…."
...
아큐는 정신이 없는 중에도 이제까지 한 번도 입에 담아 본 적 - P178

이 없는 말이 ‘스승 없이 스스로 통달‘ 한 듯이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왔다.
"잘한다."
군중 속에서 늑대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수레는 쉬지 않고 전진했다. 아큐는 갈채 소리 가운데서 눈알을굴려 우어멈을 찾았다. 그녀는 내내 그를 보지 못한 듯하였으며 그저 병정들이 메고 있는 총만을 정신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P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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