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털 이야기 ]
조선 말 ‘단발령’을 생각했다. 머리털을 고수해야 한다는 유교적 신념을 가진 사회에서 머리털을 자른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당연히 이는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이는 을미의병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개혁’이란 그런 면에서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생각해보게 된다. 비단 이는 머리 자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닐 것이며 근본적인 사회적 이념을 흔들어놓는다는 생각으로 비쳤을 것이다.

[ 풍파 ]
아이의 무게를 달아 이름을 짓다니… 이것도 노동력 때문인걸까. 가벼우면 그만큼 힘을 못쓰니 덜 취급했던 것처럼. 나는 갑자기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어릴 적 남자를 낫기 위해 여자들 이름에 남자 이름을 갖다 붙이던 게 생각났다. ‘일남이, 이남이, 삼남이…’ 이런 식으로, 이런 연속극도 있었지.
구근 할머니의 계속된 불평은 나이는 들고 주변은 본인 마음처럼 안 되는 것에서의 서운함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역시 할머니의 불평을 들어야 하는 상대의 답답함과 짜증이 먼저 생각나는 것 같다.

[ 고향 ]
어릴 때 함께 생활했던 친구를 나중에 만나 계급의 차이로 멀어지게 되었다. 이게 어디 근대 중국의 일 뿐일까. 현대에도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계급은 만들어지고 보이지 않는 차이가 존재한다. 상위 계급은 아래를 내려다보고 무시하며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기 가지를 쳐낸다. 오늘 당장 먹을 것이 있었으면 하는 희망을 하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편 다른 한 쪽에서는 거대한 꿈이 희망일 수도 있다. 이런 이들이 길 위에 존재한다.

"지금 자네들, 이상주의자들은 어디서고 여자도 머리를 잘라야 한다‘느니 하고 떠들지만, 한 푼의 소득도 없이 괴로움을 당하는 많은 사람들만 만들어 냈어!
지금 이미 머리털을 잘라 버린 여자는 그것 때문에 학교에 진학할 수도 없거나, 혹은 학교에서 제적당하기도 하지 않았는가!
개혁을 한다고? 무기는 어디 있지? 일하며 배운다고? 공장이어디에 있어?
조용히 지내다 시집가서 며느리 노릇이나 하는 거야. 모든 것을 잊는 게 바로 행복일세. 만약 그녀들이 평등이니 자유니 하는 말들을 기억하고 있으면 평생 고통스러울 뿐이야!

아아, 조물주의 채찍이 중국의 등판 위에 내려쳐지지 않는 한,
중국은 영원히 이런 식의 중국이지, 결코 스스로는 머리카락 한올조차 바꾸려 하지 않을 걸세.
자네들의 입안에 독을 뿜는 이빨이 없는데도 어쩌자고 이마 위에 ‘독사‘ 라는 두 큰 글자를 써 붙이고 거지들을 끌어들여 맞아죽으려 하는가?" - [머리털 이야기] - P82

이 마을의 관습은 좀 별난 데가 있었다. 여자가 아이를 낳으면저울에 아이 무게를 달아서 그 근수로 아이의 이름 짓기를 좋아하였다. 구근 할머니는 쉰 살을 경축하는 생일잔치를 치르고 난 후부터는 점점 불평객으로 변했다. 그녀가 젊었을 때에는 날씨가 지금처럼 이렇게 덥지 않았다느니, 콩도 지금처럼 이렇게 딱딱하지않았다느니, 아무튼 지금 세상은 틀려먹었다고 하면서 언제나 투덜거렸다. 하물며 육근은 그녀의 증조할아버지보다 세 근이나 모자라고, 또 그녀의 아버지 칠근보다도 한 근이 덜 나가니 이것은 정말 움질일 수 없는 실례인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는 힘주어서 말하는 것이었다.
"정말이지, 대대로 못해져 간다니까!" [풍파] - P85

얼굴에는 숱한 주름살이 새겨져 있었지만, 마치 석상처럼 전혀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아마도 그저 괴롭기만 한데, 그것을 말로표현하려 해도 표현할 수가 없는 듯, 잠시 입을 다물고 있더니, 담뱃대를 집어 들고 묵묵히 담배를 피웠다.
어머니가 그에게 물어서 그가 집안일이 바빠 내일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또 점심도 먹지 않았다고 하여 부엌에 가서 손수 밥을 볶아 먹도록 일렀다.
그가 나간 뒤, 어머니와 나는 탄식을 하며 그가 사는 형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많은 아이들, 흉작, 가혹한 세금, 군인, 도적, 관리, 향신(鄕神) 그런 것들이 한데 어울려 그를 괴롭혀 마치 장승처럼 만들어 버린 것이다. - [고향] - P109

나는 희망이라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무서워졌다. 룬투가 향로와 촛대를 달라고 했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몰래 그를 비웃었다. 그는 줄곧 우상을 숭배하고, 언제라도 잊지 못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말하는 희망 역시 내 스스로의손으로 만들어낸 우상이 아닌가? 단지 그의 소망이 현실에 아주가까운 것이라면, 나의 소망은 막연하고 아득하다는 것뿐이다.
몽롱한 나의 눈앞에 바닷가의 파아란 모래사장이 떠올라 왔다.
위로는 짙은 쪽빛 하늘에 황금빛 보름달이 걸려 있다. - [고향] - P112

나는 생각했다. 희망이란 것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사실 땅위에는 본래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곧 길이된 것이다. - [고향]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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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9-14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머리는 자르면 안되고 수염은 됐을까요?
엉뚱하지만,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에서는 계급의 존재를 부
인하고 있지만, 어느 아파트에 그리고
어느 동네에 사느냐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는 캐피탈스리틱한 클래스
제도가 내뿜는 현실감에 망연해집니다.

거리의화가 2023-09-14 11:15   좋아요 0 | URL
수염도 사실 털과인데 좀 다르게 취급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청나라 사람도 수염은 내버려둔 걸 보면!

맞습니다. 동네도 그렇고 아파트가 자가냐 임대냐에 따라도 다르게 취급하잖아요. 돈이 최고인 세상이 되어서인지 오히려 계급 불평등은 더 심화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