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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중국의 탄생 - 청제국에서 시진핑까지 ㅣ 너머의 글로벌 히스토리 4
클라우스 뮐한 지음, 윤형진 옮김 / 너머북스 / 2023년 3월
평점 :
현대는 시간과 장소 측면 모두에서 상대적인 것으로 이해되며, 중국의 다양한 행위자가 나라를 강하고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끈질기고 광범위하게 추구했던 목표로 이해된다. 현대 중국 만들기는 무엇보다 강하고 부유하며 선진적인 국가를 다시 만든다고 하는, 빈번하고 분명하게 표현된 중국인들의 열망이 주도했다. - P20
역사서에서 비춰지는 중국에 대한 시각은 이분법적이다. 한편으로는 부정적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긍정적이다. 지금의 중국을 따져봐도 그렇다. 세계 경제 대국 2위가 된 중국에 대해 한편으로는 놀라움을 나타내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인권, 환경 등의 문제, 몸집을 부풀리는 군사력으로 경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미국과의 심화되는 대결 구도는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앞으로도 그것이 더 강해질 예정인 만큼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전반적으로 중립적 태도를 지향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 보인다. 우호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아니어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 같다.
현대 중국은 청에서부터 시작한다. 현대 중국의 역사적, 제도적 기반이 이 때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인데 나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다.
강희제와 건륭제 재위 시기 청은 가장 큰 치세를 이루었다. 그러나 19세기 들어서면서 경제적인 불안이 대중 봉기를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여기에 자연 재해까지 겹쳐지며 백성은 빈곤으로 내몰려 국내적으로 혼란스러워졌고 더불어 외국 세력의 이권 양보는 조정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청 중앙 정부는 기본적으로 지방 사회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면서 적은 자원으로 중국 전역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19세기가 되면 중앙 정부와 지방 사회 간의 얕은 관계로 인해 중요한 문제가 터졌을 때 일사분란하게 대처하는 것이 어려웠다. 제국 말 조정은 현재의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해 유교 중심의 관료제에서 중앙 집권적 국가와 군대 중심의 체제로 변화하려 애쓴다.
그러나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지만 중국은 도전에 응전할 만한 지도력이 부재했다. 19세기 중국의 쇠퇴는 몇 가지 특정한 역사적 요인들의 결합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데, 그 요인 중 일부는 세계적인 것이었고 청의 직접적 통제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 P258
첫째, 환경 악화와 세계적 기후 패턴의 변화는 중국을 위태롭게 했다. 둘째, 제국주의의 영향은 중국의 경제 문제를 심화시켰다. 셋째, 조약항에 외국 자본과 기술, 지식, 제도 등이 유입되면서 해안 지역과 내륙 지역의 격차가 커졌다. 넷째, 제국의 정치 제도는 긴급한 문제를 다루고 해결책을 찾는데 실패했다. - P259
20세기 시작 무렵 중국은 혁명이란 키워드에 꽂혔다. 여러 인물들을 바탕으로 한 중국 혁명의 시도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혁명을 통해 중국 전역에 근대 기술이 들어서면서 사람들은 농촌 구석까지 변화를 느낄 수가 있었다. 얼마 후 중국은 일본과 동북부를 비롯해 만주 지역을 두고 일본과 충돌하면서 전쟁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지역의 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기근, 재해 등 국민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전쟁은 군사력을 키우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중국은 외세와 응전하며 국민 스스로가 자주성을 가지고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 아래 똘똘 뭉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이는 민족주의를 성장시키고 확산하게 했다. 중국은 1945년 이전 국가 통치를 둘러싸고 지방 군벌들과 국민당, 공산당, 만주국과 협력하는 친일 세력 등 다양한 세력이 난립했는데 어느 것 하나도 국민들의 희망에 제대로 부응하는 세력은 없었던 것 같다.
국민당과 공산당 세력 간의 대결 끝에 1949년 공산당이 승리하여 중국 땅에 중화인민공화국이 세워졌다. 그러나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정부는 아니었기 때문에 애초부터 결함을 가진 채 시작되었다. 게다가 전쟁으로 도시는 파괴되고 농촌은 황폐했으며 인플레이션으로 사회는 혼란스러웠다. 한국 전쟁, 타이완과의 갈등 등 안보 문제는 공산당 정부가 이를 전면에 빌어 내세우고 사회와 개인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게 했다. 마오쩌둥 초기 경제는 중공업을 주도로 하여 집단화 농업이 받쳐주는 형태였다. 대약진과 문화대혁명의 실패로 마오쩌둥 정부는 한계를 드러냈다.
국가의 상대적 취약성은 무엇보다 비교적 낮은 정도의 제도적 구조와 약한 제도적 능력에 기인한다. 중국공산당은 저항을 힘으로 진압할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를 만들어냈지만, 그것은 안정적이고 합법적인 제도들을 갖추지 못했고 확립된 절차를 결여했기 때문에 아렌트적 감각에서 보면 ‘구조가 없는‘ 국가였다. - P622
1970년대 말이 되면 세계적으로 탈냉전의 바람이 불면서 중소 갈등이 봉합되고 미중 간에도 협력의 장이 열린다. 덩샤오핑이 이끄는 정부는 기존의 계획 경제를 뒤로 하고 경제, 교육 중심의 개혁으로 중국의 경제 성장을 이끈다. 중국은 세계에서 생산된 부품을 받아다 최종 조립하여 제품을 만들어내 파는 것으로 이득을 보았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인상되었고 소비력도 증가했다. 하지만 늘어난 국가적 수입은 군사력의 강화로 이어지고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는 부패를 낳았으며 도농 간, 국민 간 경제 불평등도 심각해졌다. 중국 전역이 개발되며 환경 오염이 심각해졌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1989년 텐안먼 사태 이후 정부는 정치적 자유화에서 더 멀어지는 행보를 보인다. 민족주의를 강화하며 중국몽을 내세우는 모습은 왜 중국은 발전하는 경제만큼 정치가 따라주지 않을까 여러 모로 질문하게 된다.
마오 치하에서 결핍을 경험한 후 소비와 물질적 풍요는 분명히 만족스러웠지만, 어느 정도까지만이었다. 물질주의의 추구가 부도덕한 행위와 사회적 부정의 반복을 가져왔고 이러한 반복이 때때로 권력에대한 특별한 접근성에 기댔기 때문에, 사람들은 좀 더 나은 무엇인가를 기대했다. 옳고 그름에 대한 근본적인 관념은 중국 전통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다. 많은 사람이 어떻게 얻은 것이건 돈만을 중시하는 사회적 세계에 대한 불만을 온라인에서 표현했다. 중국 사람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큰 질문들과 씨름했다. 우리는 어떠한 규범에 동의할 수 있는가? 그러한 규범을 어떻게 실행에 옮길 수 있는가? 21세기 초에 우리는 올바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되기를 원하는가? 중국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P778~779
잘 정리된 글을 읽을 때 나도 모르게 짜릿하여 읽으면서도 신이 나는 것 같다. 마지막에는 “브라보!”를 외치며 책을 덮었다. 300년도 넘는 긴 역사를 핵심만 뽑되 맛깔나게 정리한다는 게 쉽지가 않음에도 잘 읽힌다. 번역이 잘 된 것도 있겠지만 글이 지루할 틈 없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존에 현대 중국사 관련 책들로 고전처럼 거론되는 책들이 있는데 아무래도 1980년대 말이나 1990년대, 2000년대 초중반에 쓰여져서 고리타분하고 낡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역사서는 현재성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이 책은 마침 시진핑 체제까지를 다루어 거의 최근까지의 역사를 정리할 수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더군다나 중국의 시진핑 체제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근대부터 현대까지 중국의 역사서를 이 한 권이 담고 있으니 당분간은 이 책이 기본서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