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방에 올라갔고, 그러나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슈만의 곡을 감미롭게 연주하고 있었다. 물론 사람들은,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조차도 우리로부터 발산되는 슬픔이나 짜증에 질릴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힘을 가진,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는 것이 바로 피아노다. - P334
사랑을 낳게 하는여러 요인에는 물론 누군가의 매력적인 모습보다는 "안 돼요. 오늘 저녁엔 시간이 없어요."와 같은 말이 더 빈번하게 작용한다.
몇몇 신경병과 마찬가지로 고통스러운 불감에 대한 부정확한 설명에서 생겨난다. 그리고 사랑이란 - P348
항상(그 원인이 무엇이든) 왜곡된 감정이기에, 적어도 사랑에 관한 한 그 설명을 바로잡을 필요는 없다. - P349
물론 이런저런 이론들이, 정치에서 종교 단체를반대하는 법령이나 동양에서의 전쟁을(자연에 위반되는 교육이나 황화론 같은)* 지지하는 것과 유사한 이론들이 이런 반작용을 한시적으로 지지해 왔다. 서두름의 시대에는 빠른 예술이적합하다고 말해졌는데, 이는 마치 미래의 전쟁은 이 주 이상지속되지 않을 것이며, 또는 기차를 타면서 합승 마차의 소중한 작은 구석들은 버려지겠지만 자동차에 의해 이 작은 구석 - P377
들은 다시 명예를 되찾게 될 거라고 말하는 것과도 같다.
이론과 유파란, 마치 미생물과 혈구처럼 서로를 잡아먹으며, 또 이런 투쟁으로 생명의 지속을 담보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 - P378
사람들이 전적으로 신뢰하는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으면서, 또 「펠레아스가 자아낸 감탄에 힘입어 쇼팽의 작품은 새로운 조명을 받았고, 쇼팽을 다시 들은 적 없었던 사람들조차도 그 곡들을 그렇게나 좋아하고 싶어 했으므로, 그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지만 뭔가 자유의 환상 같은 걸 가지고 쇼팽을좋아하게 되었다. - P380
나는 얘기를멈추고 우리 앞에서 멀리 서둘러 날아가는 외로운 새 한 마리를 바라보면서 알베르틴에게 그 새를 가리켰다. 날개를 규칙적으로 흔들며 허공을 때리던 새는 여기저기 잘게 찢어진 붉은 종잇조각처럼 보이는 반사로 얼룩진 해변 위를 날아가면서, 속도를 늦추거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거나 가던 길을 이탈하는 법 없이, 마치 매우 급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멀리 운반하는 밀사(密事)처럼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해변을 전속력으로 통과했다. "적어도 저 새는 목적지에 곧장 가네요." - P404
그녀와 아무 관계도 없는 만성적인 광기와도 같은 나의 사랑을 고려하지 않고 나 자신을 그녀의 입장에 놓고 생각하니, 다정하고도 충실하게 대하는 데익숙한 그 착한 소녀 앞에서, 또 그녀가 좋은 친구라고 믿고있을 내가 몇 주 전부터 그녀의 뒤를 쫓아다니며 괴롭히다가, 마침내 이 괴롭힘이 절정에 이르렀다는 사실에 애처로운 마음이 들었다. 알베르틴에 대해 이런 깊은 연민의 감정을 느낀것은 내가 우리 두 사람과는 무관하며, 또 거기서는 나의 질투심 많은 사랑도 사라지는 그런 순전히 인간적인 관점을 취했기 때문으로, 만일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 연민도 그리깊지는 않았을 것이다. - P405
고통을 구하자마자 곧 거기서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런 일의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제안은 진실처럼 보이기 쉬우며, 현재 우리몸에 작용하는 진통제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지 않는 법이다. 거기다 사랑하는 존재가 아무리 다중적인 인간이라 해도, 어쨌든 그 존재가 우리 것으로 보이느냐, 아니면 그의 욕망이 우리가 아닌 다른 곳을 향해 있느냐에 따라 그 존재는 우리에게두 개의 본질적인 인성을 제시한다. 그중 첫 번째 인성은 두 - P408
소녀들의 수보다 많지 않은 나의욕망은 서로 유사한 환멸이나 슬픔으로 그 모습이 바뀌었다. 나는 결코 몰약은 원치 않았다. 나는 그것을 쥐피앵과 게르망트 대공 부인을 위해 남겨 놓았는데, 왜냐하면 몰약은 "두 개의 성(性)을 가지고, 황소 울음소리를 내며, 잊지 못할 기이한축제를 수없이 행하고, 제물을 바치는 사제를 향해 즐겁게 내려오는" 프로토고노스의 욕망이기 때문이다. - P417
사랑하는 이의 말은 오랫동안 순수한 상태로 유지되지 못하는 법이다. 그 말은 상하고부패한다. - P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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